펌킨의 하루

중용 23장 그리고 영화 '역린'....

pumpkinn 2014. 6. 15. 01:42

 

 

 

 

"其次는 致曲이니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야 爲能化니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권력을 장악하기위해 온갖 음모 술수를 다 쓰는 노론 대신들에게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며 중용 23편을 외워보라고 하나 외우는 이가 하나도 없자, 서책 담당인 상책에게 외워보라고 한다. 그러자 상책이 읊는 중용 23. ‘역린에서 나를 감동시키며 결국엔 눈물을 흘리게했던 부분이다.

온갖 음모 술수 속에 언제 어디서 암살을 당할지 모르는 정조의 이야기. 정조는 이미 여러 책에서 만났고, 만날때마다 존경과 감동을 안겨주며 좀 더 나아가 그를 흠모하게까지 만들었던 분. 우리 나라 역사 속에 많은 훌륭한 왕들이 계셨지만, 정조처럼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며 가슴에 뜨거움을 느끼게하는 왕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와 책으로 만들어지며 우리는 자꾸만 그를 두고두고 우리 곁에 두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책임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빼버리듯, 이리저리 전가하며 권력다춤을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참으로 닮았다. 정조를 그리워하는 우리는 어쩌면, 진정 백성을 위한, 국민을 위한 현명한 정치를 하는 지도자에 대한 그리움은 아닐런지.

무엇이든 원하는게 있으면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이루어진다.’

정조가 상책에게 했던 말은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깊숙히 꽂힌 한 마디였다.

 역린이 내게 준 가르침은 간단했지만 파워풀했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 바로 그것이 나를 바뀌게 하고, 좀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게 한다는 것.

세상까지 내가 어떻게 바꾸겠는가? 나 하나 바뀌는 것도 이리 힘든데. 하지만 내가 바뀌면 내가 속해있는 작은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되고, 그 공동체는 사회에, 좀 더 나아가 국가에 그러다보면 세상은 자연스레 바뀌어진다는 것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한눈 팔다 본게 된 영화에서 얻게된 깊은 깨달음, 즉 내가 영화를 보게된 경위는 내게 주어진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역린이 주는 교훈은 나를 무척이나 부끄럽게했다. 하지만, 내가 그리 한 눈을 팔지 않았으면, 영화를 보지 않았을거고, 그렇다면 이런 깨달음도 없었을테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제 미룬 일들을 하자. 더 미뤄봤자 스트레스만 늘을 뿐이다.

정말 좋은 영화였다. 참으로 깊은 감동과 먹먹함과 깨달음이 함께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정조 암살을 다룬 영화인지도 몰랐다. 단지 정재영이 나오니까  클릭을 했을 뿐. 그러고보니 현빈이라는 친구가 나오는 영화도 처음 본 것 같다.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조용하고 차분함 속에 느껴지는 강직한 카리스마. 정조역을 너무 잘어울렸다. 정재영은 역시 정재영이었다. 올곧고 속 깊고 정의로운 정재영. 나는 그가 너무 좋다. 늘 웃기고 재밌는 역을 주로 맡았던 조정석의 살수역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순수한 감성을 가진 살수 조정석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정웅인. 그가 악당 역이 아닌 좋은 역으로 나온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괜히 든든했다. 영화 속에서 늘 가장 두려운 악당이었는데. 그가 정조 편이라니 괜히 든든한 느낌. 조재현의 맛갈스런 연기 역시 끝내줬다. 그의 완벽한 변신에 첨엔 누군가 했던.

순간의 감동과 깨달음이 아닌, 내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작은 변화를 이뤄내는 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