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15] 김진경의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을 읽고...

pumpkinn 2013. 11. 11. 10:37

 

 

 

김진경의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을 읽고 - 리뷰

 

첫 찹터인 그리스의 태동을 읽어나가는 시작 부분에 농경민과 유목민의 대립과 투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성경 속의 인물인 카인과 아벨이야기가 나와 눈이 번쩍 뜨였다. 저자 김진경의 해석은 바로 내가 처음에 모세오경을 배우면서 황스텔라 수녀님께서 들려주셨던 부분으로, 왜 하느님은 아벨의 제물는 받으면서 카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는지에 대한 나의 의문이 한 순간에 풀어져 들떴던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올라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게다가 이집트 신화 속의 오시리스와 여신 이시스의 이야기는 안그래도 그리스에 못지않게 이집트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깊은 흥미와 관심을 안겨주었다.

이 신화에서 오시리스는 나일 강을, 이시스는 나일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비옥해진 땅을, 세토는 이 둘을 방해하는 사막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신화는 사막에 대한 농경민의 혐오와 공포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P14) 저자의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 인은 다른 생업을 경멸하거나 멸시하지 않을 뿐더러 도시생활과 농업생활의 대립이 없어서 도시의 시민이 곧 농민이었다라는 것이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고대 그리스 언어...

언어는 내게있어 늘 신비로운 영역이다. 언젠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보았던 이집트 고대문자 해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전율했던 기억. 이미 존재하는 언어로 외국어를 배우려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지를 우리는 경험 속에 너무나도 잘 안다. 이렇게 현존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어려울진대, 전혀 듣도보도 못한 문자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모음을 붙여 발음까지 제대로 구사하는 연구를 하는 언어학자들은 내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 내 생각인 것이다.

코버는 원래 과학자였으나 타고난 어학자이기도 해서 산스크리트 어는 물론이고 히타이트 어와 고대 페르시아 어 등 인도유럽게 언어뿐 아니라 셈 어, 슈메르 어 등을 연구하였으며, 마지막에는 선상문자 B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녀는 이 언어의 성질을 조하사기 위해 부호의 정확한 리스트를 작성하여 낱말을 세세하게 비교했다. 그 결과 문서에 사용된 언어는 단수, 복수, 격변화가 있음을 알게되었고 순자 앞에 사용되어 합계를 나타내는 듯한 두 개의 낱말이 남성과 중성을 나타낸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동시대의 고대어 중에서 음절 수의 변화없이 남녀의 성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는 이도유럽어족의 언어 밖에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히타이트 제국의 언어는 남녀의 성별이 없다. 따라서 선상문자 B는 그리스 어가 속하는 인도유럽어라는 망리 된다.” (P45)

전혀 모르는 고대어를 하나하나 비교하여 단수, 복수와 격변화를 구별해내고, 심지어 여성 남성의 성별까지 구분해 내어 해독의 단서를 찿는다는 것. 실마리가 될 만한 어떤 영감을 주는 신의 도움없이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읽는내내 흥분이었다.

 

페이시스트라토스와 제사 축제...

디오니소스 제사 축제를 시작한 주인공이 솔론의 조카인 페이시스트라토스였다는 것이 왜 나에게 그리 놀라운 사실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관심을 끌었다. 어쨌든 그 이유는 바로 민중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솔론과 적대 관계로 온갖 간교와 권모술수로 참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후에 솔론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의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며 민중을 위한 정치를 편다. 그는 솔론이 만들어놓은 법과 기존체제를 지속시켰고, 본인 스스로가 초버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법을 준수하는 자세를 보임으로, 일종의 입헌 군주정을 수립한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의 DNA에는 민주정신이 하나하나 박혀있는 듯하다.

우리가 오늘날 읽고 있는 호메로스의 원본이 바로 문화사업에 적극적이었던 페이시스트라토스의 명에 의한 것이었다하니, 비록 간교함과 권모술수로 참주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그의 업적은 참으로 빛나는 것들이다.

“참주시대는 자유가 줄어든 대신 안전과 번영의 시대였으며 사람들은 이때를 크로노스의 시대, 즉 신화적 황금시대라고 부르면서 칭송했다. 선의의 독재라는 말이 있다. 사실 독재자치고 처음에 선의를 표방하지 않는 자가 없다. 하지만 권력이 확보되면 점차 부패하여 그야말로 악의에 찬 독재자로 타락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다른 독재자들과 달리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선의의 독재자로 일관한 셈이다. 정적에 대해 관대했고 산업을 장려했으며,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도시를 미화했고, 법을 준수하면서 종교와 예술을 존중했고, 체육을 장려하면서 빈민을 구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화를 유지하였다.”(P119)

참으로 아이러니한 독재자였다. 참주가 되기위해서 온갖 술수를 다 썼는데, 리더가 되어서는 법을 준수며 나라의 번영과 문화발전을 위해 애썼고, 그 모든 것은 나라를 위했던 것이지 자신의 부귀영화를 누리고자함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감동이다.

 

사랑과 그리스인

페이시스트라토스가 독재정치를 펴긴했지만 모범적인 독재정치로 아테네를 번영시켜놓았지만, 그가 죽자 그의 아들 히피아스에게로 넘어가면서 참주정이 막을 내리게 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히피아스의 이복 동생 테탈로스가 하르모디오스를 사랑하여 고백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르모디오스의 누이동생이 아테나이아 제례의 꽃바구니를 드는 소녀로 발탁이 되자 처녀가 아님으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게되고, 그것이 반역이 씨앗이 되어 하르모디오스는 친구와 함께 히피아스 형제를 모두 죽이자는 모의를 하게되는데, 그 반란에서 히피아스의 친동생인 히파르코스만을 살해하게되고 반란은 실패로 끝나게된다.

그동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참주정치를 잘 이어오던 히피아스는 폭군으로 변하게되고 결국 그것이 참주 정치의 말로를 고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으니, 그 모든 싸움의 시작은 결국 사랑이었다는 것이 재밌다. 트로이 전쟁에 버금가는 이유다.

정작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참주 타도극은 한낱 섹스 스캔들에 불과하다.” (P120)는 저자의 말이 재밌다.

어디 그뿐인가?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립포스 2세의 죽음도 숨겨진 남색 때문이었다니, 동성 연애가 의외로 끼친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서정시인 사포도 자신의 제자인 소녀를 사랑하여 그리 열병을 앓았던 것 아닌가.

아테네의 존경받더 주 정치가인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리스토테이데스의 이야기도 재밌다. 친구였던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리스테이데스의 사이가 나빠졌던 것도 그 시작이 같은 미소년을 사랑했었던 때문이었으니, 동성 연애가 그리스 역사에 미친 영향은 의외로 꽤 컸던 것 같다.

 

정치의 양면성...

단면적으로 페이시스트라토스와 솔론을 보아도, 데미스토클레스와 아리스테이테스를 보아도 정치라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복합적이고 양명성을 띄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페이시스트라토스나 데미스토클레스는 저돌적이고 용맹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인이고, 솔론과 아리스테이테스는 고결한 인격을 가진 정의롭고 문화를 사랑한 정치가들이다.

하지만 결국 솔론은 조카인 페이시스트라토스에게 정권을 뺏기고, 데미스토클레스는 친구인 아리스테이테스를 도편추방 시켜버린다. 그러면 정의로운 지도자를 잃은 그리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참주정치를 정착시킨 페이시스트라토스는 모범적인 독재 정치가로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정치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데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를 페르시아로부터 구하기 위해 3단 노선을 구축해야했던 이유로 자신을 반대하는 아리스테이테스를 제거하기위해 도편 추방이란 방법을 취했으나, 결국 그것은 그리스를 구하기 위한 위대한 결정이 되었고 아테네를 일류 해군국가로 끌어올리며 살라미스 해전의 원동력이 되게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테미스토클레스의 군선 건조안은 구국의 결단이라 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구국은 정의나 고결한 인격보다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모와 과단성에 의해 달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P155)

바로 내가 느끼는 그것을 저자가 콕 찝어 표현해주었다. 바로 정치의 양면성. 이렇든 양면성은 우리 삶 전체에 깔려있는 듯 하다. 선과 악의 양면성, 동기가 말해주는 것일까? 결과가 말해주는 것일까? 어렵다.

 

레오니다스 왕과 300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속에 그려진 일리아스편을 읽으며 헥토르와 아킬레우스가 싸우는 장면에서 영화 트로이를 떠올렸는데, 그리스 연합군과 페르시아군이 싸우는 부분에서는 영화 ‘300’가 떠올랐다. 육군은 스파르타가 주축이되서, 해군은 아테네가 주축이 되어 페르시아와 맞선 전쟁. 육군의 지휘를 맡은 스파르타왕이 바로 레오니다스 왕이었으니 그가 바로 영화 ‘300’에서 매력적인 제라드 버틀러가 열연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가 시작되며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아고게제도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레오니다스 왕과 전멸한 군사 300명의 이야기가 역사 속의 사실이었다는 것이 내게는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이었다. 페르시아군의 크세르크세스 역을 맡았던 호드리고 산또로는 브라질에서도 아주 유명한 배우고, 언젠가 일본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옆에 앉아 싸인을 받았던 적이 있는 배우라 내게는 아주 친근감이 가는 배우로 그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특히 크세르크세스의 진한 화장 분장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가 영화 장면에 나타나기만 해도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내가 그를 대항해서 결말이 뻔한 싸움을 하는 듯한 느낌.

어쨌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왕 레오니다스. 그는 애초부터 죽을 각오를 하고 전쟁에 임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짠했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아켈레우스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던 트로이 전쟁의 헥토르와 오버랩되는 부분. 그렇게 남자들의 세계는 그들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그들의 목숨을 바치지만, 그 깊은 저 밑바닥에는 결국 그 나라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살고 있음으로 그들을 지키기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것. 어렸을 적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었던 남자들의 세계는 내게 지금껏 동경의 세계로 남아있다. 암튼, 레오니다스왕역에 제라드 버틀러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었을 것. 영화<300>을 다시한번 보아야겠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책 마지막 찹터에는 호메로스를 시작으로 서사시, 서정시, 비극, 희극을 대표하는 시인들과 그들의 삶과 대표작품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역사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그들의 성향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들은 그 유명한 <역사>를 서술했는지.

로마의 시인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헤로도소트는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을 다루지만 단순한 전쟁기록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서술한 역사임을 서두에서 밝혔다. 인간이 행한 일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잊히지 않게 하려고, 또한 위대하고 경탄할 업적이 소멸되지 않게 하려고, 특히 그리스와 페르시아 두 민족이 싸운 원인을 밝히려고 이를 발표한다.” (P419) 라고.

그는 전쟁을 역사학의 중심 주제로 만들며 그 원인을 규명한 최초의 역사가였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것은. ‘서사시적 기교라는 마술에 의해 꾸며진 설황성일 것이다. 그것으로써 전쟁의 원인을 탐구한다는 어렵고 무미건조한 작업을 위대한 문학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P423) 라고 저자 김진경은 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와는 다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기술하였는데, 그는 “’전쟁이라는 인간의 행위는 무엇을 전제로 하는가? 인간의 사회,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그 힘과 힘의 싸움은 어떠한 형태, 어떠한 경과를 겪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결국 인간이 주체인 이상 역사와 사회를 진행시키는 원리는 변함이 없으며, 그 원리를 알기 위해서 정확한 역사기술이 반드시 빌요하다고 생각한다.”(P425) 는 것이 투키디데스의 역사관이다. , 투키디데스의 역사서술의 의도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투키디데스가 말한 대로 인간성이 변하지 않는 한 이것은 언제나 되풀이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키디데스는 우리 인간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무서운 진리를 경고했다. 투키디데스의 최대의 강점은 바로 이와 같은 역사적 통찰력이었다.” 저자의 말이다.

 

의문점

229쪽에서는 페리클레스의 스승이지 조언자인 아낙사고라스가 누스론을 제창하고 태양을 불덩어리라고 주장하다가 불경죄로 고발되었다고 되어있는데, 263쪽에서는 아낙시만드로스였다고 말한다. 그것은 저자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아낙사고라스와 아낙시만드로스가 동일인물이었던걸까?

 

마치며...

저자 김진경은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을 쓰면서 학문성과 대중성을 구로 겸비한 책이기를 바랬다고 고백하고 있다. 말하자면, ‘헤로도토스적인 설화성과 투키디테스적인 객관성이 어울리는책.’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재미와 객관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내용으로 그의 바램이 이루어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놀랐던 것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페르시아를 포함한 그의 방대한 세계 역사에 대한 지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섬세한 역사 기술이었다. 심지어 어느 전쟁에 배가 몇 척, 장수가 몇 명, 승무원이 몇 명, 군인이 몇 명 동원되었다는 것까지 일일이 기술하는 것에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치밀하게 연구하여 책으로 엮어냈는지 느껴져 깊은 한 숨마저 나왔다. 대체적으로 대충하는 내 모습이 대비되었기 때문임을 어찌 모를까.

언제나 열심히 읽고 전화까지 주는 고마운 독자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그들을 의식하여 마음속으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책을 썼다. 그래서 그들, 새로운 내 다정한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치는 것이라며 책 머리에 올려진 글을 읽으며, 이 책이 참으로 독자들에 대한 가득한 사랑으로 나온 결과물이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마음으로 읽게되었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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찿.았.다.

Chris Glassfield의 Silhouettes...

오랜 시간을 기웃거렸지만,

그의 많은 음악은 올려져있건만 나의 Silhouettes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오.늘.

발견을 했다...

 

리뷰와는 동떨어지는 분위기지만...

오랜 시간 찿아헤맨 음악을 찿은 기념으로...

 

Chris Glassfield의 Silhouet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