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한 즐거웠던 브라질 한인 성당 강연...

pumpkinn 2013. 10. 30. 12:23

첫 날 강연 중이신 이해인 수녀님...^^

 

 

2013 10 28일 월요일

 

우리 김대건 브라질 한인 성당에 귀한 손님이 오셨다.

바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해인 수녀님.

그동안 책으로만, 신문으로만, 매스컴으로만 뵈었던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이..

바로 우리 성당에 오신 것.

 

자고로 우리 브라질 한인 성당 신자들은 복도 많다.

한국에서도 만나뵙기 힘든 분들의 강연을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듣게되니 말이다..^^

 

어제 오늘 이틀동안 이해인 수녀님의 강연이 있었다.

어제 주일은 사랑의 마음, 사랑의 언어라는 주제로 신자들을 위한 강연이었고,

오늘은 문학 특강 & 작은 위로의 영성이란 주제로 전체 교포분들을 위한 강연이 있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시고,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 수녀님이시라...

많은 분들이 강연에 오시기에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일찍 가야 한다...

나는 고집스럽도록 집요한 자리 욕심에서 자유로워졌는줄 알았는데,

오늘보니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나의 욕심으로 남아있었음을 깨달았다..-_-;;

 

그 큰 성당을 꽉 채운 청중들...

 

고운 말 쓰기와 글쓰는 방법...

 

수녀님의 두 번의 강연은 모두 시 낭송과 함께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시인의 강연은 이런거구나..’

이런 강연은 처음이라 수녀님의 이러한 방법이 내겐 독특하게, 싱그럽게 느껴졌다.

 

때로는 수녀님이 시를 낭송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함께 낭송을 하면서..

또한, 청중을 초대하여 시낭송을 하게하시고 선물까지 드리시는 센스...

그와 함께 이해인 수녀님과의 포옹이라는 보너스까지...^^

 

오늘도 속으로 아쉬움을 삼켜야헀다.

나는 왜 늘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건지...

어제도 오늘도 나는 그렇게 속으로만 끌끌대기만 했을 뿐,

결국 의자에 찰짝 붙은 엉덩이는 떨어지질 않고... -_-;;

 

그렇게 내안을 가득 채운 아쉬움 속에서도...

시낭송과 함께 시작된 강연은 웃음과 깔깔거림 속에 즐겁게 이어졌다. ^^

 

 

      

상좌: 시낭독을 하는 친구 루시아.. 용감하게 나가 선물도 받고 수녀님과 포옹도 했다..^^

       어찌나 낭송을 잘하는지.. 기념 사진 한 컷~ ^^

상우: 잘 모르는 자매님이신데 시를 낭송하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우셨는지... 나도 덩달아 눈물이 그렁대고

하:   남자 형제님들의 시낭독 모습... ^^ 

 

 

 

첫 날 강연에서는 시낭송과 함께 이어지는 시와 함께 얽힌 이야기들,

당신의 성격과 관련된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들...

당신의 삶 속에 방향을 보여주고, 가슴에 울림을 안겨준 글들을 나눠주셨고,

이어서 일상에서 고운말 쓰기에 대한 주제로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가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이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는지...

고운 말을 쓰면 고운 말이 뇌에 인식되고, 결국 우리 삶이 고운 말이 되어 바뀐다는 말씀은..

깊은 공감을 안겨주었다.

 

많은 표현들 뒤에 죽겠다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갖다붙이는 우리들.

배고파 죽겠고, 좋아 죽겠고, 싫어 죽겠고, 행복해 죽겠고, 미워 죽겠고...

말대로 이루어졌으면 우리는 7개 삶을 가진 고양이였어도 삶을 부지하기란 어림도 없었을게다.

 

그러시면서 화가 날때 안성기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말씀을 해주시는데 완전 압권이었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으읔~

너무 부드럽게 이야기하다 내가 속병이 나는건 아닐런지..하하하~ ^^

 

암튼. 말을 부드럽게 사용하고, 곱게 표현하는 것은..

분명 우리 삶 속에서 습관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둘째날 강연에서는 당신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시를 쓰시는지 그 방법을 말씀해주셨는데...

역시 작가들의 방법은 서로 참 많이들 닮아있었다.

- 글감을 모아두기. (꿈꾸고 한 후의 느낌, 영화 이야기, 일상 속의 느낌등등)

- 방향 설정: ? 수필?

- 글을 쓸때 누군가의 흉내를 내지 않고 나만의 색깔로 쓰기

- 본인이 잘 모르는 뜻의 단어나 꽃 이름, 새 이름 등등은 사전을 찿고, 도감등을 찿는다

   꽃의 전설등도 알아본다. (이름 모를 새, 이름 모를 꽃 ß 이런 표현 절대 금지)

   시인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 중복되는 단어 또는 표현은 없는지

- 시제가 맞는지

- 앞뒤 맥락이 맞는지, 자연스러운지 (이론서 필요 없다.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배우게 된ㄷ)

- 다른 이들의 글을 인용할 때 꼭 출처 밝힐 것.

- 시는 설명되어서는 안되고 절제된 표현이어야 한다.

이미 책이나 강의를 통해 배운 것들이지만, 시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배움은 역시 강렬했다.

 

나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부분은 바로 퇴고부분이었는데,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일단 글을 쓰고 나면 그 글을 일주일쯤 묵혀둔다고 하신다.

그러고 난 후 다시 꺼내들면 설익은 부분들, 맥락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눈에 띄게되고,

그때 수정을 하고 편집을 하여 퇴고작업을 하신 다음 다른 분에게 보여드리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으신 후 그 글들을 출판사로 보내신다는 것.

 

정말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가슴을 치게하는 공감을 하게하고 부끄러운 성찰을 하게 만드는 말씀이셨다.

그렇게 오랫동안 시와 글을 써오신 이해인 수녀님께서 그 고된 과정을 빠짐없이 밟으시는데,

나는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퇴고는 커녕 오타 수정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올리니..

이것은 게으름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당히 자기 공간이라고 부끄러운줄 모르고 떡하니 글을 올리니,

이건 대체 어디허 오는 만용인건지...-_-;;

 

아무리 개인 공간이라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들어오시고 내 단상을 읽으시는데,

그 분들에 대한 예의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무례한 내가 아닌가.

부끄러웠다. 죄송했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에 화가 났다.

 

어쨌든, 수녀님의 글쓰는 작업에 대한 말씀은 내게 깊은 성찰을 하게했고,

반성을 하게 했다.

제발 성찰, 반성운운하면서 헛된 다짐으로 끝나질 않기를 스스로 간절히 바래본다.

 

이해인 수녀님 강연 둘째날 ...

 

과일의 일생 묵상과 초록빛 바다...

 

우리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함께 앉은 이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보녀 깔깔거렸는데...

그 중에 나를 완전히 빠져들게 한 이야기는 바로 과일의 일생을 묵상하는 이야기였다.

과일을 드시고 습관적으로 껍질을 잘 안버리시는 이해인 수녀님.

냄새가 나니 빨리 버리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어느 수녀님의 말씀에 이해인 수녀님의 대답~

다른 분들은 과일을 먹을때만 좋아하고 금방 버리고 잊어버리지만,

저는 과일의 껍질을 보며 과일의 일생을 묵상합니다.”

 

~ 완전 대박이었다~ 하하하~ ^^;;

안그래도 웃음 많은 아줌마~ 절대로 참지 못하고 완전 떼굴떼굴~ ^^;;

앞으로 나도 과일의 일생을 묵상하리라~ 다짐하던 순간~ ^^

 

그런가하면 둘째날엔 초록빛 바닷물에동요를 부르시는데...

어쩜 그렇게도 시침 뚝 떼시고~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나몰라라 부르시는 수녀님...

완전 북한 소녀가 동요를 부르듯 부르시는 수녀님의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완전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사랑의 송가'에 맞춰 우리에게 무용을 보여주고 계시는 수녀님..^^

우리가 열심히 잘 들었기에 주시는 선물이라고 하셨다.. ^_____ ^ *으쓱으쓱~*

 

내가 느낀 이해인 수녀님...

 

이해인 수녀님은 참 여러부분에서 반전을 느끼게 하시는 분이셨다..^^

내가 책이나 글을 통해 느끼는 이해인 수녀님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에 조용하시고 (목소리도 작으실 것 같고,)

조용 조용 웃으실 것 같고 (미소만 지으실 정도..^^)

걸음도 사뿐 사뿐 나비처럼...

우아아아~하게 앉아 시를 쓰시는 그런 분위기의 수녀님..

, 그야말로 사춘기때 내가 좋아하던 남학생은 화장실도 안갈 것 같았던...

그런 첫사랑의 느낌이었다. ^^

 

그런데 완전 반전 드라마였다~ ^^;;

물론 수녀님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셨다.

단지 연세가 있으시고 아프셔서 살이 많이 찌시긴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우셨다.

그런데 조용과는 살짝 거리가 멀으셨다..하하하~ ^^

물론 시상을 생각하실때나 글을 쓰실때는 그러하시겠지만,

어찌나 개구장이 같으신지.. (아고~ 죄송해요 수녀님~ ^^;;)

 

수녀님은 조용함이나 고요함이라기 보다는...

천진스러움과 자유스러움, 쾌활함이 더 어울렸다...

그러한 반전 분위기는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 것에서 오는 실망감이 아닌,

완전 대박 매력으로 다가왔다.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고고한 이해인 수녀님이 아니라...

지상으로 내려온 인간미 넘치는 친근감 느껴지는 수녀님이셨기 때문이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며를 부르시는 동안..

우리는 죽는다고 떼굴거리는데..

정작 당신은 시침 뚝 떼고 부르시는 모습...

앵콜이 없어도 그냥 이어서 다음 곡을 부르시겠다고 당당히 선전포고(?)하시는 수녀님~^^

 

그러신가하면 웃으실때 손으로 살짝 입을 가리시는 모습은..

어찌나 소녀같으신지...

하긴 어디 그 모습만 소녀같으셨나..? 목소리는 또 얼마나 낭랑하신지...

목소리에는 나이가 없는 듯...

낼모레면 70인 수녀님의 목소리는 마치 여고생의 목소리처럼 맑고 청아했다...

 

내가 느낀 수녀님의 분위기를 키워드로 표현해보자면...

순수함, 섬세함, 쾌활함, 열정, 솔직함, 귀여움, 천진난만, 장난꾸러기, 개구장이, 예리함,

학구적, 아름다움 그리고 소녀적 감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정말 젊으셨을 때 어찌나 이쁘고 아름다우신지, 많은 남성팬들이 몸살을 앓았을 것 같은...^^

 

시를 읽고 계시는 분은 이해인 수녀님의 여동생. 이번에 함께 동행하셨다.

강제로 부르시고 시를 낭송케 하시고는 감사 말씀을 전하라는 언니 이해인 수녀님...^^

시인 수녀님의 동생답게 어찌나 말씀을 간단하고도 조리있게 잘하시던지.. 흐미..

뒤에 계시는 분은 동생분의 친구신데 불자라고 하셨다.

역시 말씀을 감동적으로 하셔서 뭉클했다.

 

 

시와 작은 영성..

 

수녀님은 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일상 안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그 모든 것이 시로 표현되어질 수 있음을 말씀하시며,

당신의 작은 영성을 말씀하셨다.

거창한 무엇이 아닌, 내가 함께하는 작은 무엇에 감동하고 사랑을 하는 것.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으나 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다는 마더 데레사의 영성..

바로 당신꼐서 추구하시는 영성이라 하셨다.

 

작은 영성을 말씀하시며 소개해주신 많은 아름다운 시들...

밥풀, 머리카락, 커피, 새얼굴, 공식, 등등...

어떻게 그런 소재들로 그런 섬세한 시가 나오는지...

섬세한 관찰력 부족증후군을 지닌 나로서는 기가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어서 인식할 수도 없는 것들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도저히 내 머리에는 떠오르지 않는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는지..

내겐 그것이 부러움이었고 또 부러움이었다.

이럴때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대로 얄미운 예수님을 찿아야 하는 순간인가..? ^^;;

 

수녀님의 시 다른 여러 시인들의 시를 보면서 느낀 것은..

그분들의 섬세한 감각이었다.

섬세한 관찰력, 섬세한 감성, 섬세한 통찰력, 섬세한 표현 감각, 섬세한 언어, 섬세한 더듬이...

시인들에게만이 아닌 모든 작가들에게 적용되는 표현들이겠지만,

그 모든 표현들 앞엔 섬세한이 빠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김영하도 그랬다. 자신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 재능이 있다면, (무지 겸손한 표현..)

그것은 바로 백수 시절 지하철을 종점까지 오가며 외웠던 시들 때문일거라고...

내게 경각심과 어떤 방향을 보여주는 고백이었다.

 

우선은 많은 시를 읽고 외우고 그것을 꼭꼭 씹어 먹고 되새김질을 하여..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면. 순수한 나만의 표현이 나오겠지.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게으름이지 재능을 탓할 일이 아니다.

 

함께 강연을 들으시고 강복을 해주고 계시는 이윤제 베드로 주임 신부님...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이윤제 신부님을 '미풍 (美風) 이라고 비유하셨다...

어찌나 잘 어울리시는 표현인지..^^

 

이틀동안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 한 강연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쉬운 것은 어제 그 많은 경쟁률을 뚫고 수녀님과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이 카메라에 저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메모리 카드에 문제가 있었던지, 밧데리에 문제가 있었던지.. -_-;;

아쉽지만, 하는 수 없지 뭐...

하긴, 수녀님이야 나란 신자가 브라질에 있는지도 모르실텐데...

사진 한 장이 뭐 그리 중요하랴.. (그래두 엄청 아쉬움~ -_-;;)

 

오늘부터 시를 한 편씩 외워야겠다...

외우는덴 잼병인 나지만...

그래도 노력해봐야지...^^

 

이해인 수녀님,

함께한 시간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꼭 건강 되찿으시고...

너무 머지 않은 날 다시 한번 브라질에서 뵐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실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수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지켜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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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와 금주희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젼이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처음 들었던 몇 년 전 겨울...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듣고 싶어...

매장 문을 닫지 못하고 그렇게 듣고만 있던 기억에 살포시 웃음이 난다...

 

행복했던 이해인 수녀님의 강연...

내게는 또 하나의 시월의 멋진 날이 되어주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