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알랭 드 보통, Sailing 그리고 단상...

pumpkinn 2013. 6. 28. 10:04

 

 

 

 

오늘 아침 아파트 문을 나서는 순간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

문득 알랭 드 보통이 떠올랐다.

 

이 음악과 알랭 드 보통과 무슨 연계성이 있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 둘은 서로 무관계한 관계였다. ^^;;

알랭이 세일링을 즐겨 듣는다거나, 로드 스튜어트에 과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없고,

또한 로드 스튜어트가 알랭의 책을 좋아한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없으니.

 

아니,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내가 로드 스튜어트의 음악을 들으며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은 적이 없으니,

분명 서로 따로 국밥인데, 나는 Sailing을 들으며 알랭 드 보통을 떠올렸다.

 

그 뒤를 이어 알랭이 그토록 존경하는 프루스트가 떠오르고,

이어서 그의 연인이었던 클로에가 떠올랐다. 쥴리아 델피를 닮은 아름다운 그녀.

비록 알베르티나가 누군지는 몰라도 엘르 잡지를 뒤적이며 흥얼거리는 그녀,

알랭 드 보통을 미치게 했던 그녀 말이다.

 

차가워진 바람을 기분좋게 맞으며 걷는 아침은 상큼했고,

느닷없이 내 머리속을 후집고 들어온 알랭 드 보통의 방문이 행복했다.

지난 날 그의 책을 읽으며 얼마나 열광을 했더랬는지...

 

특히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좋아했는데,

그의 책들을 읽으며 그에게 푹 빠져 헤매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 밖의 그의 모든 책이 좋았지만...^^

 

그래..맞어...

나는 늘 그렇게 누군가에게 미쳐 있을 때,

또는, 무엇엔가 미쳐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느꼈던 이 찰라의 단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느낌을 적어놓았더랬는데,

대체 손가락으로 쓴 것인지, 발가락으로 쓴 것인지...

다시 흝어보니 당췌 알 수 없는 미꾸라지 형태의 상형문자들...

뭐라 쓴것인지 제대로 읽히지는 않았지만

알랭 드 보통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아침의 그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상 속의 행복한 단상이었다. ^^

그랬다.

오랜만에 느껴본 놓치고 싶지 않은 내 일상 속의 한토막 느낌.

 

오랜시간을 블로그에 일상 속의 느낌을 올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나의 비판적 자아가 나의 자유로운 단상을 올리는 것을 방해했다.

허접한 느낌 단상이 아닌,

좋은 글을 올려야 한다는 무의식 속의 강박 관념이 나의 감성의 더듬이를 잘라버린 것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며 일상 속의 소소한 나만의 느낌을 기록하고 싶다는 초심은 잊어버리고

쓰레기 같은 글들을 이제 그만 쓰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안에 나를 가두고는 그렇게 감성의 자유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저 독서 리뷰나 수업 후기나 과제를 위한 글을 몇 올렸을 뿐...

그러기가 몇 달이었다. 아니 근 1년쯤 되었을까..?

 

하지만 며칠 전부터 나는 또 다시 내 안의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고,

나의 느낌의 촉각들이 자유로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나의 일상을 재밌는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런게 좋다.

아무런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놓아두는 것.

그렇게 놓아둔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려내는 것.

그런게 좋다.

 

그러려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던 것 아니었나.

그런데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나를 나의 매정한 사감 선생의 시선 속에 가두곤 한다.

그럴때면 감히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작가도 아닌 내가 이런 느낌 속에 힘들어 한다면,

과연 작가들은 이런 느낌을 받을 때 얼마나 절망스러울까하는 생각까지 미치고 보니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얼마나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걸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만의 블로그에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올리며 혼자서 좋아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남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나의 시선이라는 것...

내가 가장 자유로워져야 하는 이는 다른사람들이 아닌 바로 라는 것...

그것도 알게 되었다.

 

^^

가만보니...

무엇을 해도 늘 문제의 중심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이는 바로 라니...

결국 내가 문제 덩어린게다...

아고~ 우짜문 좋아~ ^^;;

 

하지만 너무 다구치지 말자.

토닥토닥 보듬어 주자...

안아주고 따뜻하게 말 걸어주며 그렇게 도닥거려주자...

남들에겐 따뜻한 말 남발이면서, 왜 내 자신에겐 냉소적이고 찬바람 쌩쌩인지..

 

이 글을 쓰는 내내 Sailing을 반복해서 들었다...^^

인제 Sailing을 들으면 알랭 드 보통이 떠오를 것 같다.

얼굴에 맞부딪히는 찬 바람에 기분좋았던 아침의 느낌도...^^

.

.

 

Rod Stewart 의 S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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