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귀한 손님...

pumpkinn 2013. 6. 26. 08:36

 

 

 

어제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는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났던 어제..

집에 있자니 미칠 것 같아서 우선은 집을 나섰다.

 

비는 내리고 눈물이 흐르니 어찌나 청승맞게 느껴지던지..

우선은 눈물이 멈춰줘야 어디 까페라도 가서 앉아있을 것인데, 난감했다.

서럽고 기가막혀 눈물이 자꾸나오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며 길을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집중하려고 노력하며 걷다보니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간다고 어느새 쇼핑이고 스타벅스다.

쇼윈도우에 붙여져있는 거울로 슬쩍 보니 그닥 챙피할 정도는 아닌 듯..

나는 언제나처럼 까페 라떼와 치즈 케익을 시켜서 소파에 앉았다.

 

대체 이게 뭔가 멍청하게 앉아 있는데...

내 앞으로 닫혀있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이 나려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나는 곧 책으로 빠져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책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보니 남편이다. 무시했다.

또 울린다. 남편이다. 또 무시했다.

 

다음엔 애리, 그리고 리예..

갑자기 왠 전화가 이리도 울리는건가..?

뛰어봤자 벼룩인거야 모두들 알터인데.

 

걍 모두 무시하고 책을 읽고 있는데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

애리였다.

애리가 나를 찿으러 온거였다.

대체 뭔일인가 의아스러운 내얼굴을 보며 하는 얘기...

손님이 오신단다. 흐미~

 

손님..?

시간을 보니 9시 반쯤 되었을까?

남편은 어떤 모임에 초대를 받아 갔었고,

함께 초대받으셨던 그 분께서 집에 오시겠다고 하신 것.

 ..그래서 남편이 그렇게 전화를 하고 난리가 아니었구나...’

 

아마도 그곳에서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 한듯..

그 이야기를 들으신 그분께서 집에 오시겠다고 하셨던 것 같다.

 

부부 싸움을 했더라도 손님이 오시면 아무래도 웃으면서 이야기 나눠야 하고,

그러다보면 속상했던 마음도 누그러지기도 하니.

아마도 그렇게 풀어주시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적어도 '내가 먼저 집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는데..

현관에 들어서니 못 보던 신발이.. 벌써 오신게다.

이런 실례가...

 

이렇게해서 부부 싸움 덕분에 귀한 손님을 집에서 모시게되었는데,

나로서는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모시게되니 죄송하기도 하고.

(사실 알려주시고 오셨다한들 내가 뭘 얼마나 멋지게 준비를 했을까마는..)

그렇게 놀라움과 황송스러움 속에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른 집들처럼 멋지지도 넓지도 않은 집이지만,

편해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부러 챙겨주시느라 귀한 걸음 주시고 또 이렇게 화해까지 시켜주시니..

 

사실 이번에는 너무나도 화가나서 정말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도 안가서 풀어지게 하시니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마도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에 시선이 가셨는지...

당신께서 읽고 계시는 책 이야기를 하시는데,

나나 남편이나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 대화가 넘 좋았다.

내친김에 남편은 책 선물을 드리고 싶다며 좋아하실만한 책을 몇권 뽑았다.

 

재밌는 것은 그분께서는 읽지 않은 새책보다...

줄이 그어져있고 단상이 쓰여져있는 책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내가 읽고 감동을 받았던 몇 권의 책을 선물로 골랐다.

 

내가 책을 절대로 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시기 때문이신지 손사래를 치셨지만,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셨고, 그 책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앞서고..^^

 

내가 아끼는 것을 드릴 때의 기쁨이란 이런 것일까?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께 내 손때가 묻은 책을 드리는 기쁨은

아주 특별한 느낌임을 어제 알았다. ^^

무언가 공감대가 형성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줄을 그어놓은 부분에선 어떤 느낌을 받으실까..?

그 부분을 읽으시면서 같은 느낌을 받으실까 그려보는 것 또한 즐거운 상상놀이였다.

 

어쨌든,

부부 싸움으로 인해 귀한 손님을 맞게 되고,

덕분에 생각지 못하게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갖게되었던 어제...

남편 말이 더 웃겼다.

우리 잘 싸웠지..? 안그랬음 오지 않으셨을테니..”

“&%#@!$@@”

 

글구보니 글킨하네..

싸우지 않았음 오시지 않으셨을테니...

결국 남편은 자기 덕분이었다는 것~ 우띠~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에 오셨던 귀한 손님..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삶이 그렇듯 부부 생활도 늘 산 넘어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그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을 넘어서곤 한다...

그와 함께 고운정도 미운정도 깊어지고...

이러면서 사랑도 깊어지고 서로를 닮아가는 건가부다...

 

고교 시절 내가 좋아했던 곡...

Simon & Garfunkle의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오늘 곡으로 올려본다....

 

살짝 비장한 느낌도...^^;;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 w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When evening falls so hard
I will comfort you

I'll take your part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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