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묻혀버릴뻔 했던 감사함...

pumpkinn 2013. 6. 3. 04:43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을 마음에 담고 사는 요즘이다.

아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이라는 표현이 더 옳겠다.

나의 마음이 그리 향해서였을까?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해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만났다.

 

이야기 하나.

어제 우연히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기사와 마주쳤다. 내용은 상명대 사진학과 양종훈 교수와 그들의 특별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양종훈 교수의 특별한 학생들이란 바로 시각 장애인들이다.

사진을 찍는 시각 장애인들.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사진을?”

이야기는 이랬다. 양종훈 교수가 1989년 유학 시절 시각 장애인 부부 사진을 찍다가, 문득 이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에게 작동방법을 가르쳐주고 자신을 찍게했는데, 현상 후에 본 사진은 의외로 멋진 작품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때부터 시각 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싶은 꿈을 키웠다는 것.

그의 말이 재밌다. 과학자가 놀고 있지는 않으니까 언젠간 시각장애인들도 사진을 다룰 있는 때가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20년이 지났고, 양교수의 바램대로 과학자들은 놀지 않았고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이 나왔다. 인제 시각 장애인들도 간단한 장치법을 배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사참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6/01/11285906>

 

시각 장애인들은 손으로 대상을 만져보고 그것을 마음으로 먼저 그려본 다음에 셔터를 누른다. 그래서 대부분 대상을 한손으로 만지고 있고 한손으로 카메라를 다룬다고 했다. 비록 감히 세종대왕을 반쪽으로 잘라내고, 기타 머리꼭지만 나오고 비뚤어진 빌딩이 담긴다 하더라고, 그 안에는 그들의 삶이 있고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마음으로 담아낸 작품에는 살아있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우리는 눈으로 사진을 찍지만, 그들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들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을, 염원을, 삶에 대한 사랑을 렌즈를 통해 그려낸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는 기사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기사였다.
 

이야기 둘.

어제 결혼식 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Youtube에 올려진 황창연 베네딕도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듣고 있었다. 말씀도 좋으시고 때론 감동 속에, 때론 깔깔대는 웃음으로 몰아넣으시며  공감이 가는 강론 말씀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신부님이시다.

강론 중에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이화여대생이었던 이지선이란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오빠의 차로 귀가하던 중 음주 운전사가 차를 박아 차가 불에 휩싸여, 의사까지 포기한 심각한 상태의 화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녀는 삶을 놓지 않았고, 수술을 30여차례 받고 재활 치료를 받으며 새살이 돋아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삶 속의 경험과 삶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담아낸 지선아 사랑해를 펴내며 그녀는 곧 많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빛을 안겨주었다는 말씀.

 

<이미지 출처: http://blog.daum.net/msn2005/13731633?srchid=IIMLFqFe000#A4914e960e5694>

 

저는 짧아진 여덟 개의 손가락을 쓰면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1 10역을 해내는 엄지손가락으로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

엄지손가락을 온전히 남겨주신 하나께 감사했습니다.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 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았고

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면서

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

손이 귀까지 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

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은

백만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 때로는 죄인으로,

얼굴도 이름도 없는 초라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그 기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무런 희망 없이

길 위에 고꾸라져 잠을 청하는 노숙자도,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들풀도.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이상

그의 생명은 충분히 귀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 ... 이러고도 삽니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런 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품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런 몸이라도 사랑하고 써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

저는 이렇게 삽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지선아 사랑해> 중에서 -

 

 

 

황창연 신부님께서 낭독해주셨던 부분이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런 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품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런 몸이라도 사랑하고 써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 자신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고백을 하는 이지선. 그녀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삶에 대한 불평이나 투정을 할 자격이라도 있을까?

황신부님께서는 우리에게 열 손가락 열발가락이 제대로 달려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고 말고요. 여기서 장 도미니크 보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수 많은 이지선, 수많은 도미니크가 함께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존경과 감동 속에 바라보게 하며, 잠시라도 힘들다고 생각했던 삶이 얼마나 많은 감사할 일들로 가득 쌓여있는지를 느끼게 하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어느 여가수가 결혼을 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겠다라고 했단다. 그 말이 참 이쁘게 들렸다. 그래 작은 것에 감사하고,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게 맡기고 오늘을 사는 삶. 그런 삶을 나도 살아야지. 엄지 손가락만으로가 아닌 나의 건강한 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음이 어찌나 감사한지. 내가 열광하는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나를 미치게 하는 책들을 읽을 수 있고 카메라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눈이 있음에, 그리고 어디든지 내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건강한 내 두다리가 있음에, 다시한번 뜨거운 감사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또 그렇게 일상 속에 묻혀버릴뻔 했던 감사함이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게 허락하신 그 모든 것.

.

.

Enya의 음악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China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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