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뭐든지 적당하게...

pumpkinn 2013. 5. 13. 01:44

 

 

 

적당하게라는 단어처럼 나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에게는 그런 내가 열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지만,

그분들은 나의 어떤 일면만을 보고 느끼시는 것일뿐

만약 나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셨다면 분명 견해를 달리하셨을 것이다.

 

열정적...

때때로 열정적일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내가 좋아하는 몇몇가지를 빼고는 뭐든지 적당히 대충대충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큼만 한다.

하긴, 좋아하는 것들에 빠질 때 조차도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여유를 항상 남겨두는 듯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깊이 파고들지 못하게하는 그 다양한 관심들때문에...

나는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수 있는 열정을 내것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일도 적당하게 한다.

남들에게는 열심의 모양새로 보인다.

하긴 하는 동안 만큼은 열심이다. 딴짓거리를 하진 않으니,

하지만 긴시간을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충 내가 하는 선에서 죽을만큼열심히가 아닌 적당히열심히 한다.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이쯤에서 내 마음 편하면 오케이라는 식이다.

 

공부도 그렇다.

죽어라고 열심히 한 적이 없다.

그냥 대충 적당히 열심히 했다.

 

언젠가 아는 동생이 그랬다.

토가 나올 만큼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나는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유학시절엔 좀 열심히 했던 듯싶다.

하지만 그때도 더 할 수 있는 여력은 늘 남겨두었던 것 같다.

그 역시도 단지 내가 하는 공부가 즐거워서 했을 뿐, ‘죽어라고열심히 한 케이스는 아니다.

 

관계도 그렇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대한다기 보다는

대충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만큼만 한다.

 

살갑게 챙기지 못하고, 정성스럽게 대하지 못한다.

무언가를 할 때는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마음이 가니 하는 것이지

최선을 다해 정성으로 챙겨가며 임하는 모습은 아니다.

역시 대충 적당하게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럼에도 인복은 많아서 좋은 분들이 곁에 많이 계시며 챙겨주신다.

그래서 반성중이다.

 

공동체 생활도 그렇다.

앞에 나서서 이끌어야하는 리더의 역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뒤에 너무 쳐져서 있는 듯 없는 듯 월플라워처럼 있는 것도 싫다.

나의 존재가 의식될 수 있는 정도의 중간쯤에서 적당하게 나의 역할을 갖는 것이 좋다.

 

함께는 내게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하지만,

이끔’이라는 것으로 부여되는 원치 않는 책임감은 역시 사양하고 싶은 부분이다.

 

앞에 서면 이끌어가야하는 책임감이 싫고,

뒤에 서면 뒤쳐지는 느낌 싫고,

적당히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갈 수 있고 뒤로도 갈 수 있는 중간이 좋은건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속물들은 그 안에 조금씩은 비겁함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짚어보니 나의 모든 것이 적당히 대충대충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충 대충 적당하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있고,

내가 쳐놓은 바운더리 안에서 대충 대충 사는 것에 어떤 안정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있다면...

바로 미친듯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이들이다. 괴짜들.

나는 괴짜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동경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미친듯이 빠져있는 그들.

그런이들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관심대상이 무엇이건 그들은 그들이 미쳐있는 부분에서만큼은 전문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무엇에 열정적으로 미친듯이 빠져들고 싶은 절절한 갈망이 있다.

대충 책도 좀 읽고, 대충 음악도 좀 알고, 대충 교류도 할 줄 아는 내가 아닌,

그 무엇하나라도 온전히 알고 있는 탁월한 나였으면 좋겠다.

 

동경이란 내가 갖지 못한, 가보지 못한, 도달하지 못한 무엇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풀이한다면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것은 바로 동경일 것이다.

 

그들은 날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헤엄도 칠 수 있는 스펙 좋은 오리들이 아니다.

헤엄은 못쳐도 하늘을 다스리는 독수리거나...

날지는 못해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

또는 날지도 수영도 못하지만 달리기에선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치타나 호랑이인 것이다.

 

나 역시 적당히 이것저것 조금씩 할줄 아는오리가 아닌,

독수리거나, 물고기, 또는 치타였으면 좋겠다..

많은 것을 할 줄은 모르나 내가 할 줄 아는 것 만큼은 탁월하게 하는....

 

적당하게 대충대충 사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있는 나.

나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처럼 두꺼운 습관의 벽을 과연 나는 깨부술 수 있기나 한 것인지...

 

.

 

.

Hero by Mbandi....

 

 

 

 

 

 

'펌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 날이 장날...  (0) 2013.05.27
욕심...  (0) 2013.05.24
핀잔...  (0) 2013.05.06
또 하나의 이별...  (0) 2013.04.29
후유증...  (0) 201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