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핀잔...

pumpkinn 2013. 5. 6. 03:55

 

 

 

언니~ 언니랑 통화하기 너무 힘들어요~ 몇 번을 전화했는데 회의 중이거나, 안계시고..”

전화 달라고 메세지 남겨놓지 그랬어..”

언니 핸드폰으로해도 전화 안받지. 언니 왜 카톡 안해요..? 넘 편한데..?”

카톡 안해.. 시간 넘 뺏겨. 나한테 가장 확실한건 이멜이야.. 이멜루 보내..”

요즘 누가 이멜을 해요.. 카톡처럼 편한게 있는데...”

 

그 동생의 목소리에는 속상함과 짜증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동안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나랑 통화가 안되었던 모양이다.

 

사실 바쁜 요즘이었다.

전시회 후 마무리, 새가게 인테리어에 대한 알키텍터와의 몇 번에 걸친 회의,

직원들 문제, 거래처와의 갈등으로 인한 여러번의 미팅 등등...

 

바쁜 삶 속에 전화 한번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게다가 전화를 하면 그 자리에 있기나 하나..?

한번 통화를 위해 여러번 전화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짜증스러운지를 넘 잘 알기에

그녀가 속상해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전화는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그녀는 카톡을 하라는 것과 카톡이 얼마나 편한고 유용한지,

또 서로 좋은 정보도 나누고 좋은 이야기 보내주고 함께 소통하니 너무 좋다며

그 유익함을 안겨주는 스마트폰 예찬론을 펴기 시작했다.

 

사실 나 역시 스마트폰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카톡 자체가 싫은 것도 아니다.

그들의 유익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

길을 가다 방향을 잃었을때 바른 방향을 찿아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까닥 내 앞에 얹어주고

시시때때로 좋은 글을 볼 수 있으며

또한 급한 이멜 처리도 단숨에 처리가 된다.

 

게다가 심심할때 놀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진찍고 편집하며 노는 재미, 뚱땡이로 만들었다가 갈비씨로 만들었다가

음악찿기는 또 얼마나 쉬운지.

제목을 몰라도 가사 한 마디만 알면 원하는 모든 음악을 찿을 수 있다.

리예를 보니 동영상을 찍으며 친구들과 또 얼마나 재미나게 노는지..

 

하지만 내게는 유익함을 주는 그 수많은 이유들보다...

싫은 단 몇 가지 때문에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울려대는 카톡 소리. 물론 꺼놓으면 되니 이건 해결된다.

하지만 내게 좋은 글을 보내주시고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지인들의 섭함을 감당하기 힘들다.

안그래도 할 일이 많고 골치 아픈 일들 투성인데, 그것까지 내가 더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끔씩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좋은 글을 보내주셨는데 상대방으로부터 아무 대답도 없음에 대한 섭함을 토로하곤 하신다.

그럴때면 나는 속으로 더 마음을 굳히곤 한다. 나는 아예 시작을 말자.

 

나는 성향상 대답을 꼭 해야하는 사람이다.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내 답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방에게 미안해지는 것이다.

물론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보다는 나 인게다. 그런 미안함을 갖는 내가 싫은 것이다.

그러니 아예 받질않으면 그러한 미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뿌리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독한 내 외곬수적인 면때문에,

때때로 가까이 소식을 주고 받고 싶은 분들과도 소통의 길이 막히곤 한다.

와우와 유니컨들과의 소통이 그렇고, 개인적으로 깊이 친분을 나누고 싶은 분들과도 그렇다.

 

어쨌거나, 집에 오는 길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전화 통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운전을 하며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동생이 내게 스마트폰에 대해 좋은 점을 이야기 할때,

나는 왜 싫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말했다고하니

남편은 핀잔을 주었다.

 

그건 네 생각이고, 요즘 시대가 그렇고 다들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네가 안그런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건 옳지 않잖아.

네 성향상 너는 싫은 거고, 그냥 너만 안쓰면 되는거 아니야.”

 

머쓱했다.

그랬다. 나는 내 성향상 싫은거고 나만 안쓰면 되는건데

마치 내 생각만 옳은양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좋은 사람은 좋아서 쓰는거고,

싫은 사람은 싫으니 안쓰면 되는거다.

네가 옳다 내가 옳다 할 이유는 없다. 단지 보는 관점이 다른거니까.

 

이 작은 사건(?)으로 많은 배움이 있었다.

이번 일 뿐만이 아니라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고집스러워지는 나를 많이 느끼고 있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마음 한켠에 그럴 수도 있고, 이럴 수도 있지하는

다른 사고를 담을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을 늘 남겨두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면서 그 공간은 나의 고집과 자기 중심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남편의 핀잔은 그런 내모습에 찬물 한바가지 뒤집어 씌워주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많이 만나게된다.

다른 관점, ‘다른 패러다임을 가졌으니,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고, 내가 하는 것만이 옳은 듯 착각을 한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함과 성숙함을 드러내는데,

나는 거꾸로 되어가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한발자국만 뒤로 물러나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황들을

굳이 그 안에서 전체는 보지 않고 한계적인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들로만 해석을 하려하니,

자기 중심적이고 편협적인 행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면 말을 많이 섞는 것보다는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나름의 연습이고 훈련이다.

말을 하기보다 듣고 있을 때는 사고의 틈 속에 공간이 생겨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꼭 내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어도, 그럴 수도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 사고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여유로워져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됨이 느껴지는게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지는 선물은 평화. 마음의 평화.

 

남편의 핀잔.

괜히 말해서 구사리를 벌은 것이 순간 속상했지만,

남편의 따끔한 핀잔 한마디가 나를 깨워주었다. 고마웠다.

.

.

 

 

The PianoGuys의 음악을 들으러 들어갔다가 건진 새로운 그룹 MBandi..

이 감동을 우짤까나...

 

후욱~

몰아치는 폭풍 속에 숨이 멎는 듯한 이 감동...

 

Piano Vilolin Cello Composition by MBa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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