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후유증...

pumpkinn 2013. 4. 22. 11:54

 

 

 

먹먹한 가슴, 울먹거려지며 자꾸만 한가득 고여지는 눈물, 눌러도 눌러도 자꾸만 차오르는 감정을 어쩌질 못하고 애꿎은 하늘만 자꾸만 바라보게되던 며칠이었다.

 

장 도미니크 보비. 그가 지구별에서의 휴가를 끝내고 다른별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남긴 사랑의 메세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아름다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적도, 그런 사람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남긴 잠수복과 나비라는 그의 짧은 책 한권이 나의 온 감성과 영혼을 이리도 뒤흔들어대다니.

꼼짝도 할 수 없이 꼭 죄듯 무거운 잠수복이 가두어 놓은 것이 장 도미니크의 흐들거리는 몸이었다면, 그 형벌같은 고문스런 잠수복 안에 가두어진 것은 바로 나의 마음과 영혼이었다. 지난 며칠을 내내 그 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후유증이 깊었다.

 

그가 고통 속에 보낸 15개월, 그는 2개월이란 시간에 걸쳐 28편의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느낌들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때론 애잔한 슬픔이 묻어나긴 하지만, 유쾌한 유머를 잃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잠수복 안에 갇혀버린 그만이 알 수 있는 그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는 한번도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순간도 네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뿐이었다. 자기 바로 코 앞에 앉아있는 사랑하는 테오필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조차도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깊은 슬픔이었는지, 귀를 아프게 하는 TV를 끌 수 없음에 고통스런 밤을 보내야 했는지,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커텐을 닫아줄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그저 말해주었을 뿐이다. 열쇠로 가득찬 이 세상에 자신의 잠수복을 열어줄 열쇠는 없는 것인지 그래서 인제는 그곳을 찿아 떠나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감정이 북받친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마치 내일이면 나도 열쇠를 찿아 다른 별로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혹시나 소중한 무엇을 무심결에 지나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감정이 북받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소중함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를. 내가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듣게되는 음악도,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내 발로 갈 수 있는 것도. 그리고 내 생각을 잘 표현해내지 못한다고 키보드를 두들기며 투덜대는 것 조차도, 내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자유이고 벅찬 행복인지를 알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그 어떤 기도를 통해서도, 영성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없었던 치유였다. 감사함이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삶을 더욱 사랑하고 매순간을 치열하게 그렇게 온전히 살고 싶다는 열망이 내안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어떠한 변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각오로 내 마음이 재정비되었다.

앞으로 진드기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을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에 내가 넘어지려 할때, 나는 장 도미니크 보비를 떠올릴 것이다. 그 앞에서는 어떠한 변명도 허락될 수 없음을. 이제 그만 그 어떤 변명이나 이유로부터 나를 놓아주어야 할 때다. 게으름과 나태함이라는 악습의 잠수복으로 나의 영혼과 정신을 가둬놓고 있을 때 나는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날지 못함을 어찌 모를까. 나도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자유로이 나의 꿈을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싶다. 그것이 수 십만번의 수 백만, 수 천만번의 날개짓이 될지라도.  그렇게 나도 자유로운 영혼 되어 훨훨 날아오르고 싶다. 그렇게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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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i Murdoch - Towards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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