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꿈...

pumpkinn 2013. 3. 24. 08:57

 

 

 

 

장소는 성당이었다.

나는 여느때처럼 미사를 드리러 성당엘 갔고, 성당에는 많은 신자분들이 늘 앉으시는 당신 자리에 앉으셨다. 나 역시 늘상 앉는 자리로 가기 위해 가는데 OOO 어머님이 눈에 띄었다.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 그분께서 살아계실때 어머님이라 부를 정도로 내겐 어머님같은 분이셨다.

어머님이 성당에 오셨지만 다른 분들 눈엔 OOO어머님이 보이지 않는 듯. 나는 웬일인지 평소의 앞자리가 아니라 중간쯤 가서 앉았고, 조금 있다가 어머님이 내 옆에 와서 앉으셨다.

내가 어머님을 바라보며 여쭈었다.

저의 시간이 다 되었나요?”

그런 것 같아. 아무도 나를 못 보는데 안젤리카만 나를 보는걸 보니..”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사실, 질문이었다기 보다는 확인을 드리는 물음이었다. 어머님의 대답을 들으면서 마지막 순간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처럼 다가오는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두렵지도 않았다. 단지 내가 떠나기 전에 애리와 리예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내가 마지막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 돌아와 애리와 리예와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는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꼭 기억하라고. 그리고 꿈을 향해 가는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꼭 기억하라는 말을 다시 하고는 꼭 안아주었다. 엄마가 갑자기 왜그러나 영문도 모른채 애리와 리예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인제 남편에게만 이야기를 하면되는데, 남편은 집에 없었다. 일요일엔 늘 가족이 함께하는데 웬일인지 꿈속에선 남편이 아직 집에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가만 앉아서 유언장을 쓰는데, 혼자 남게되는 남편이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그냥 가면 그만이지만, 혼자 남는 남편의 짐이 너무나도 무거울 것 같았다. 자기 회사도 일이 많은데, 다음 주면 전시회고, 2달후엔 가게도 이전 해야하는데, 아직 아이들도 손길이 필요한데 남편의 어깨가 너무 무거울 것 같았다.

그동안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일들에 용서를 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줘서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정말 행복했다고, 내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말해야 했는데 남편은 없었다.

유언장을 쓰면서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우선은 급한대로 가게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과 남편이 알아야 할 중요 사항들을 적었다. 그러다가 꿈이 깼다.

지금도 이글을 쓰면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눈도 얼굴도 퉁퉁 부었다. 꿈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정말 내일 아침이면 내가 눈을 감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건 아닐까.? 방정을 떠는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도 유언장을 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종일 했다. 하긴 전부터 유언장을 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가족에게 해야할 말을 못하고 죽게되면 안되니까. 죽는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애리와 리예, 그리고 남편이 밟혀서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때라면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마음은 되어있다.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니까.

아침에 일어나 곰곰히 생각했다. 생생한 꿈은 의미가 있는거라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게 어떤 표지를 알려주려는 것일까? 죽음은 이렇게 조용히 도둑처럼 찿아오는 것이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며 준비하는 삶을 살라는 것일까? 평소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닌 좀 더 깊은 사랑과 관심으로 대하라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때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갑작스럽게 다가올 그때를 대비하여 미리 유언장을 써놓으라는 것일까? 만약 꿈이 현실이 되어 오늘 하루가 나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네게 허락된 마지막 하루였다면. 내게 준비의 시간을 알려준 삶의 선물이었다면?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남편은 오늘 일이 있어 골프를 가지 않고 회사로 향했다. 마침 나는 전화를 받고 있던 중이라 남편은 손짓으로 간다고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만약 그것이 남편과의 마지막 인사가 되는 것이라면 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남편에게 인사를 할걸 그랬나 하는 절절한 안타까움이 내 안에 일어 나를 당황케 했다. 나는 꿈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꿈이 아니라면, 정말 현실로 나타날 것에 대한 암시였다면, 하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이번 주 축제가 올라가지 않으면 유니컨들은 나의 죽음을 모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피아 언니께서 알려주시겠지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을 안겨주는 것은 슬픈일이니까.

아직 오늘 밤은 지나지 않았고, 나는 모른다. 꿈일지 현실일지. 하지만 꿈이 가르쳐준 교훈은 분명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랑하는이들 곁을 떠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했는지 굳이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도록 평소에 더 많이 표현하고 더 깊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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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by Priscilla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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