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남편과 떠난 Aparecida 1일 순례여행...

pumpkinn 2013. 4. 1. 03:19

아빠레시다 성당 전경. <이미지 출처: 구글>

2013 3 22일 금요일  

지난 주 남편이 물었다.

다음 주 금요일에 Aparecida 성당 가지 않을래?”

남편은 마음이 답답하거나 갑갑해질때면 아빠레시다 성당엘 간다. 아빠레시다 성당이 있는 곳은 많은 기적을 일으키신 아빠레시다 성모님을 모신 곳으로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에선 유명한 성지다.

종종 수입때문에 골치를 썩곤하는 남편. 하긴, 귀게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이 나라에서 수입을 하는 회사치고 이런 애를 먹지 않는 곳은 없을게다. 게다가 요즘 수입이 점점 더 까다로와져 마음이 많이 어지러웠던 상황이었다. 그곳엘 다녀오면 마음이 많이 평화로워지곤 하기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가곤하는게다.

나는 오늘 남편과의 성지 순례를 마치 소풍을 가는 국민학생처럼 그렇게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우리는 아침에 일찍 떠나기로 했다. 먼 곳이니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가자는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일찍 떠난다고 떠난 것이 아침 9시였다. 일찍가는 것도 좋지만 잠까지 설쳐가며 일찍가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겠나. 편히 좀 느긋하게 가자는 내의견을 남편이 받아들여준 것.

우리는 가는 길에 봉헤찌로에 들려 내가 좋아하는 Carvalho 빵집에서 모닝 커피를 마셨다. 그곳은 분위기는 소박하지만 커피 맛이 일품인데, 좀 외진 곳에 있어 내가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곧장 프리웨이로 빠졌고 Ayrton Senna 를 따라 달렸다. 깨끗하고 편한 도로. 하늘은 얼마나 맑고 이뻤는지. 하얀 뭉게구름들은 저마다 상상 속의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고, 고속 도로 주위로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이나라가 얼마나 축복받은 나라인지, 그 축복받은 나라에 사는 나는 또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또한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평소와는 달리 우리는 가면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루도비꼬는 순례 여행이니만큼 가는 동안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자고 했고, 요즘의 나는 하느님을 마음으로가 아닌 말로만 따르는 미지근한 신앙의 바닥을 긁고 있었음에 뜨거운 사랑의 열정이 들어왔음 하는 바램으로 기꺼이 따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벌판 사이로 가로지르는 프리웨이를 달리며 우리는 묵주기도를 바쳤다.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를 바치고, 영광의 신비는 성당에서 바치기로 했다.

-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모든 축복과 은총에 감사를 드리고

-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쳐와도 그것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당신 안에서 내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 그리고 우리 가족이 당신 안에서 성가족이 되기를, 우리의 삶 속에 당신을 중심에 두고, 당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해달라고

가는 동안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신앙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1차선과 2차선을 타고가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자기는 1차선을 타고 가면 이상하게 경쟁심이 생기고 , 앞만 보며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앞의 차가 비켜주지 않고 앞에서 느리게 가면 은근 화가 나고, 또한 뒤에서 비키라고 바짝 달라붙어도 불편하다는 것. 그런데2차선을 타고 가면 바삐 달리는 차에 양보도 해주고,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들도 감상하며 여유롭게 즐기며 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는 목적지는 같은데, 1차선이냐 2차선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 그래봐야 많은 시간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뭣때문에 그리 빨리 가려고 하고, 가는동안 풍경도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그 역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 그것이 참 인생과 닮은 것 같다고 했다.

인제는 빨리 자기 목표에 다다르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가는 동안 그 순간을 즐기고, 행복을 누리면서 의미를 느끼면서 가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데, 내 삶을 1차선에 놓느냐, 2차선에 놓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리듬이 달라진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는 말. 무척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흐르는 세월과 함께 성장하는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1시간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휴게실인 Frango Assado에 내려서 쥬스와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었다. 그곳에서 땅콩이 들어간 고소한 과자를 욕심을 부리고 두개나 샀는데, 뜯어보니 오래되서 눅눅해서 먹을 수가 없어 속상했다. 멕시코 비행기에서 준 과자였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그 후론 그 땅콩과자를 꼭 가방에 넣고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또 1시간 반쯤을 갔을까? Basilica 특유의 둥그런 지붕의 아빠레시다 성당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게다. , 일요일이면 많은 사람들로 미어터질텐데, 금요일이라 버스가 몇 대 눈에 띄긴 했지만  워낙에 넓은 곳이라 인파에 부딪끼지 않고 여유롭게 다닐 수 있어 좋았다. 하긴, 우리가 금요일에 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녔나. 편히 여유롭게 다니고 싶은 것.

 

아빠레시다 성당 뒷뜰 정경.

 

차를 주차하고 성당으로 향하는데 성당에 가까워질 수록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을 찿아 따라가다가 성당엘 들어가니 바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 그곳이 아닌가. 마침 우리가 들어갔을 때 스피커에선 캣 스티븐스의 Morning Has Broken이 기타연주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숨이 멎는 듯....

성당의 아름다운 실내 장식, 창으로 비쳐들어오는 햇살에 비친 아름다운 십자가. 그리고 Morining Has Broken. 환상적인 하머니였다. 가슴에는 여린 파장이 일고, 이럴때는 벅찬 뭉클함에 눈물이 그렁대어지곤 한다.

 

 

성당안에서 한 컷. 남편은 갤럭시로, 나는 내 디카로 찍었는데..

이리 결과물이 다르다니. 빨리 바꿔야지.

 

우리는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는 밖으로 나왔다.  미사가 4시에 시작된다고 하니 아직 3시간이나 남았고 점심도 먹고 여기저기 둘러도 볼겸. 성당 건물에서 나와 양철 지붕이 덮인 통로를 쭉 따라가니 식당 공간이 있었고 우리는 지난 번에 남편이 왔을 때 먹었다는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보기엔 별로인데 의외로 스파게티가 어찌나 맛있던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옆에 늘어서있는 기념품 스토어를 돌았다. 첨엔 애리와 리예에게 줄 금으로된 성모님 펜던트를 사려고 했는데 사질 못하고, 아빠레시다 성모상을 살려고 첫번째 가게인 Miguel이란 상점에 들어갔다. 주인인듯한 청년이 어찌나 친절하게 손님을 받는지 또한, 성모상의 재질부터, 왜 비슷한 성모상인데 이것은 더 비싸고 저것은 더 싼지 등등과 함께 또한 어떤 성모상이 바씰리카에서 인정한 성모상인지를 어찌나 정성스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지  믿음이 갔다. 그래서 다른 곳엔 둘러보지도 않고 그냥 그곳에서 사버렸다.  늘 나타나는 단순한 나의 성향이다. 믿음이 가면 그냥 그야말로 믿고 사는 것.

미사 시간이 가까워져 우리는 성당으로 향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당이라 그런지 제법 더웠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더운 땀을 식혀주어 얼마나 좋던지....

성당에 들어가니 미사는 금요일이라 작은 성당에서 있는지 큰 성당에는 미사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해서 들어갔더니 역시나 아름다운 경당에서 미사가 있는 것. 미사를 집전해주신 신부님은 Pr. Antonio Quiroz Santos이셨는데, 연세가 많아 보이셨으나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시고 정정하신지. 미사를 집전하시는 모습을 보면 잘 알지 못하는 신부님이어도 그분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마련. 이 안토이오 신부님은 참으로 따듯하고 다정다감하신 신부님 같았다.

독서를 하시는 분 마이크가 잘 작동이 되지 않자, 신부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도와주시고, 전례를 보시는 분들 성가를 하시는 분들, 복사 서시는 분들을 일일이 소개하시며, 또한 독서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오늘 생일을 맞으심을 함께 축하하시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복음 말씀을 읽고 계시는 안토니오 신부님.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분이셨다.

 

미사 후에는 오늘 생일을 맞으신 모든 분들을 제단 앞으로 부르셔서 올라오게 하시고는 축하를 해주시고 축복을 주셨다. 이렇게 처음 보는 분들과 함께 미사를 보면서 가족적인 분위글 느껴보는 것은 첨이었던 것 같다.

강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뒷담화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것은 우리의 열등의식에서 작용하는 것이라는 것. 우리 인간은 근본적으로 누군가가 나보다 더 빛나는 것을 시기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날의 복음 말씀과 연결시키며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생일 맞으신 분을 모두 제단으로 부르시어 어디서 왔는지 묻고 계신다. 

신부님 앞에 서계신 할머니는 98살이라고 하셨다.

 

미사가 끝난 후 우리에게 성수를 뿌려주시는데, 한국에서는 잘 모르지만, 이곳에선 성수를 뿌려주실때 그 성수를 몸에 많이 맞는 것에 목숨을 건다. 마치 그걸 맞아야만이 축복이 내게 내려지는 것처럼. 나도 브라질에 오래 살다보니 성수물을 맞지 못하면 왠지 내가 은총 속에서 소외되어지는 것 같은 그런 황당한 느낌을 갖게 되고 하는데, 그런 모습을 스스로 느끼면서 또 황당해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우습기도 하고.

아름다운 미사를 끝내고는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날은 밝았지만 갈길이 멀다. 돌아오는 길 중간에 Frango Assado에 내려 잠시 쉬고는 곧장 쌍파울로 올라왔다. 5시가 조금 넘어서 나왔는데 쌍파울에 도착하니 8시가 넘은 시간. 집으로 곧장 갈까 하다가 중간에 한국 식당에 들려서 저녁을 먹고 왔다. 남편 말에 의하면 고추장 찌개가 맛있다고 했는데, 메뉴를 보니 그런 요리는 없어서 돼지 두부 찌개를 시켰더니 그게 그거였단다. 자기가 이름을 잘못알고 있었던 것.

앞으로 한번씩 아빠레시다를 갖다오기로 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도 얻고, 또 잠시 우리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서 다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 N.S. Aparecida 성지의 역사

1717년 빠라이바 강에서 도밍게스 가르시아, 죠앙 알베스와  필리삐 뻬드로소 세 어부가 빠라이바 강에서 돈 뻬드로 알메이다를 기리는 축제에 쓸 고기를 잡으러갔다가 허탕만 치다가 이따구아수 항구까지 내려가게 되었는데 이미 오랜 시간을 헛그물질을 한 다음이라 거의 포기를 할 즈음이었다. 하지만 죠앙 알베스는 또다시 그물을 던졌고 그때 머리 부분이 없는 성모님상이 그물에 걸려올라왔다. 다시그물을 던지자 이번엔 보자기에 곱게 쌓여진 성모님의 머리 부분이 걸려 올라왔다. 그들이 몸과 머리 부분을 붙이자 웬일인지 그들의 배는 꼼짝하지 않았고 그들은 그때부터 많은 고기를 잡기 시작한다. 배가 가라앉을까 무서울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은 어부들은 집으로 돌아오고 성모님은 그 후 15년 동안 세 어부중의 한명인 필립삐 뻬드로소 집에 모셔지게 된다.

 

그물로 낚여 올려진 성모님을 보고 있는 세 어부.

 

‘Aprecida’라는 뜻은 나타났다또는 드러났다라는 뜻으로 강에서 성모님이 모습을 드러내어 나타나셨다라는 의미로 성모님께 붙여진 이름이다.

첨엔 필립삐의 집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작은 경당을 만들게되고, 그 경당에 많은 신자들이 찿아와 기도를 드림으로써 마을 사람들이 많은 축복과 은총을 받았다는 소문이 브라질 전역에 퍼지게 되고 결국 브라질 교구에는 성모님을 모시기 위한 성당을 세우게 되고 그것이 오랜 역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오게 된다.

  

좌: 아빠레시다 성모님. 왕관을 쓰고 파란 망또를 걸치고 계신다.

우: 아빠레시다 성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기적을 체험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들.

 

이 성모님상이 특이한 점은, 파란 망또에 황금 왕관을 쓰고 있다는 점인데, 그것은 이사벨 공주가 1868년 자신의 기도를 봉헌하면서 드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188 11 6일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봉헌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아빠레시다 성지에서는 많은 신자들이 기적들을 체험하게 되는데, 기적을 체험한 이들의 감사를 드리는 편지나 사진, 또는 많은 증거물들이 전시되어있는 공간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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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들어설때 들었던 바로 그 기타 연주로 올리고 싶었으나...

같은 버젼으로 연주된 곡을 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올린다...

Cat Stevens의 Morning Has Bro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