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무엇하나 제대로 이뤄진게 없었던 하루...

pumpkinn 2013. 3. 10. 08:58

 

오늘은 토요일인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일하는 날은 늦장이고, 노는 날은 일찍 일어난다.

게으른 女의 전형적인 일상 스타일~ -_-;;

 

오늘은 나름 야무진 계획 속에 있었다.

글쓰며 사는 삶를 마저 읽고, 리뷰를 쓰고,

본당 35을 읽자.

집에서는 집중이 안되니 오늘은 종일 사라이바에서 보내야겠다고 말이다.

 

죽기살기로 내삶에 임하자는 모토로 임하고 있는 요즘이라

나의 계획에 충실하기 위해 오늘 아침 일찍 떠진김에 일쓰를 하고

마리아가 준비해준 커피를 마시고 나갈 채비를 하다가 잠시 자리에 앉았다.

이른 점심을 먹고 가는게 더 좋을 듯했다.

토요일이라 사라이바엔 사람도 많을테고,

점심 먹기 위해 일어나면 다시 자리 잡기가 힘들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가방에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과 본당 35년사, 그리고 노트 한권을 집어넣고,

다른 가방엔 노트북과 코드와 마우스를 집어 넣었다.

어휴~ 내가 무슨 논문 쓰는 것도 아닌데 짐이 한가득이다.

무거워 돌아가시는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쇼핑 빠울리스따에 있는 사라이바로 향했다.

이지에나폴리스로 이사온 후 오랜만에 가는 쇼핑 빠울리스따의 사라이바.

생각만해도 정겹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고,

자리도 내맘대로 골라앉았다.

 

우아하게 앉아 오렌지 쥬스를 시키고,

노트북을 꺼내서 스위치온을 하는데 켜지지가 않는다.

코드가 잘못 껴졌나? 요기조기 살펴보고.

한참을 그러는데 직원이 알려준다.

 

그거 망가졌어요~”

~ 그래요~? ^^;;” 하고 다른 쪽에 꽂으려고 하니 하는 말.

모두 안돼요~!!”

~!! @@#$%#@”

 

우씨~ 무겁게 여기까지 택시타구 들구 왔는데~

망가져서 킬 수가 없다니~

우짜간~ 하는 수 없지~

(참고로 내 Vaio는 너무 오래되서 밧데리가 수명을 다했기에 전원으로만 켜진다)

 

화가 좀 났지만, 성숙한 어른답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폈다.

근데 귀에 꽂혀있는 mp3에서 음악이 안나온다.

왜그러지? Mp3를 보니 문제가 생겼다.

노트북 전원을 키면서 바지 주머니에 있는 mp3 보턴이 잘못 눌러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끔씩 이렇게 잘못 클릭되어질 때 멈추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그럴때는 충전된 에너지가 다 소모가 되어야 제자리로 돌아오는게다.

 

~~

음악 없이 어떻게 책을 읽으라고~

 

그래도 여기까지 온 택시값이 아까워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당 35년사를 꺼내 읽었다.

자꾸만 mp3를 들여다보게 된다. 혹시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포기하고 책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본당사를 읽으니 지금의 우리 본당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 느껴진다.

생각보다 의외로 재밌게 읽혀져서 쉽게 몰입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이 없음은 앙꼬없는 찐빵이요~ 등대 없는 항구요~ 뭐 없는 뭐뭐인 것~!!

 

나는 자리를 접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후퇴~!!

 

집으로 돌아와 너무나도 더워 찬물 한바가지 뒤집어쓰고,다시 나갔다.

이번엔 우리 동네 쇼핑 이지에나폴리스 사라이바로 향했다.

 

내가 누군가?

*웅녀의 자손~!!*

*단군의 자손~!!*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웃겨죽는다고.

 

그래도 노트북을 집에두고 가니 한결 가벼운 것이 발걸음까지 가볍다.

드디어 사라이바에 도착. 2층으로 올라갔다.

 

두리번두리번~

 

신나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자리가 없다.

대체 오늘 왜이러는거람~ 되는 일이 없네~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여성.

내가 좋아하는 그 편한 의자에 앉아서는 동그란 쿠션 의자에 다리를 얹어놓았다.

저런 무쉭한~

 

하여간에 공중도덕 결여인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게다가 자기 다리 얹어놓자고 내가 앉을 자리가 없다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저렇게 자기 안방처럼 다리 얹어놓고 잡지를 읽고 싶을까..?

구제불능성 연구대상이다~

 

그렇다고 내가 용감하게 그 코끼리 다리 치우고 앉을 용기도 없고 ^^;;

나는 사라이바에서 나와 하바나 까페로 갔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꽉 차있다.

 

증말 오늘 내 날이 아니구만~

 

혹시나, 사라이바로 다시 가서 2층에 올라갔더니 다행스럽게도 명당 자리 하나가 비어있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어찌나 가슴이 두근대던지.

좋아서가 아니라, 혹시나 그 사이 누가 앉을까봐~ ^^;;

 

그렇다고 뛰어가자니 좀 남사스럽고,

자연스러운척 마구 빠른 걸음을 달려가 엉덩이로 꾹 눌러 앉았다.

마치 내 평생을 이 자리에 앉으려고 살아온 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마저 들구~ 아이구야~

 

집에서 다시 충전해서 온 mp3를 귀에 꽂으니 존 덴버의 애니 송이 흘러나온다.

오케스트라 와 합연으로 불렀던 아름다운 애니 송...

이젠 My time이다~ 오예~!!

 

잠시 숨을 돌린다음 본당사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았었나부다.

배가 고픈 듯. 시계를 보니 7.

 

이런~

그래도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어야지.

 

일어나서 부랴부랴 나오는데, 이거 웬일?

억수로 비가 내리고 있는 것 아닌가.

~ 증말 오늘 웃기는 짬뽕같은 날이다.

어쩜 무엇하나 그냥 지나쳐주는게 없는건지.

 

집에 전화했더니 애리가 받는다.

애리 지금 비와~”

~ 엄마 비 많이 와~”

엄마 우산 없어~”

내가 데리러 가~?”

~!!”

 

이렇게 해서 집에 왔다.

비가 어찌나 억세게 쏟아지는지 우산이 별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집에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앉아 가만 생각해보니 꽤 바쁜 하루였다.

뭐가 그리도 바빴던걸까..?

분명 오늘 무언가 무척 바쁘게 다니긴 했는데,  

나름 무언가를 많이 시도한 듯한데 짚어보니 별로 한게 없다.

이 씁쓸함이란~ -_-;;

 

아쉬운대로

본당사 읽기 진도가 꽤 나간걸로 위로 삼아본다.

 

오늘 분명 무언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쩝~

.

.

 

오늘 무엇하나 편하게 이뤄진 것 하나도 없었지만

무척 장난스럽고 개구졌던 하루였던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느낌을 안겨주었던 하루.

해피 투게더~ ^^

 

ThePianoGuys - Happy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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