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언제부터 변했던걸까..?

pumpkinn 2013. 1. 27. 11:08

 

 

 

금요일은 쌍파울시 생일이었고, 상파울시는 공휴일이었다.

피곤하고 쉬고 싶었던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아주 고마운 공휴일이었다.

 

남편은 골프가고...

애리는 군대 가기 전에 다니러 온 조카와 함께 나갔고...

리예는 성당에서 캠핑을 가고...

온전히 나 혼자 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있다고 해서 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이 집에 혼자 있으니 또 다른 자유와 평화가 느껴진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실컷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덕분에 몸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밀려진 축제에 발동을 걸을 수 있었던 하루...

 

문장강화 리뷰를 올리고...

수업 파일을 들었다...

 

거실 창문 밖으로 뿌려지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어찌나 행복하게 느껴지던지....

 

종일 나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그렇게 책을 읽고 축제를 하고 비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이 순간이 너무 좋다고 스스로 흐뭇해하면서...

 

그러다 문득, 그런 내 모습이 타인처럼 느껴졌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즐겨왔지만, 늘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는 나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고집스럽게 나만의 시간을 찿고 있음이..

그 순간 문득 강하게 느껴졌다...

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점점 더 편하게 느껴지는  ..

마치 내가 Anti-Social처럼 느껴진 것이다...

 

정말 내가 변한걸까..?

 

나를 아는 분들은 활기차고 명랑하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본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늘 안팎으로 할 일이 많고 모임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아 헐떡거리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그런 나였다.

하지만, 요즘의 내생활은 그닥 활기차지도 않고 명랑하지도 않고 열정이 묻어나지도 않는다...

 

휴일이라해서 특별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쩌다 언니들께 전화가 오면 한번씩 나갈까..

그도 가끔은 핑계를 대며 집에 있기를 원한다...

내가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는  소파의 내 구석 자리에 앉아 종일 아버지 다리를 하고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책을 읽거나 단상을 쓰거나 이멜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가 조금 지루하단 생각이 들면 동네 쇼핑에 혼자 때론 애리 리예와 영화를 보러 간다..

그게 전부다...

 

그렇다고 내 생활이 무료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활기가 있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다...

그냥 이게 편하고 좋은 느낌.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단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 언제부터 내가 그랬지..?’

 

내 삶에 소금이 빠진 듯한 느낌...

대체 뭐가 빠진 거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주 만나는걸 좋아하진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늘 그러길 원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강도는 다르겠지만 이런 두 가지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게다..

 

오늘 인디님이 오손도손에 올리신 프로그램 아키텍쳐가 찍었다는 수중 속의 사진을 보았다..

그는 프로그램 아키텍쳐지만 그렇게 수중 촬영을 한다.

나는 그가 누군지는 잘은 모르지만 그의 직업이 프로그램 아키텍쳐라는 것으로 보아...

수중 촬영은 그의 Hobby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훌륭한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이 멋지고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는 그 호비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삶에 많은 활력을 느끼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 삶에 신명나는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내 삶에 맛을 내어주는 어떤 무언가가 빠져있기 때문은 아닐까..?

 

전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의 활력을 주는 호비 역할을 했는데...

인제 그것은 빼뜨릴 수 없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더이상 내 삶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제 공기처럼 없어선 안될 내겐 소중한 것이긴 하나..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삶 그 자체가 되어버렸기에 내가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기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물론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분명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일들을 더욱 열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내 삶에 생명의 수혈을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깊게 드는 요즘이다...

 

재즈 댄스라도 배워볼까..?

.

.

P.S. I Love You... 싸운드 트랙 중에서 한곡 더...

I love you till the end...

이토록 사랑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

행복일까..고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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