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92]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고...

pumpkinn 2012. 12. 8. 06:43

 

 

 

 

김 영하의 '퀴즈쇼'를 읽고....

 

 

퀴즈쇼. 김영하가 쓴 장편 소설 중 가장 첫번째 읽은 장편 소설이다. 사실 다른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주위 와우들의 너무 재밌었다는 글을 읽고는 나도 집어들었던게다.

퀴즈쇼가 어떤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참으로 심플하다. 민수라는 청년이 최여사라고 불리는 할머니 밑에서 고이 자라다가 어느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애인과도 헤어지며 최여사의 친구였던 곰보빵 할아버지로부터 최여사의 빚이야기를 듣게 되고, 특별히 삶의 열정도 특별한 목적도 없는 민수는 집을 곰보빵 할아버지에게 넘겨주고 할머니가 갖고 계시던 헌책을 판 돈으로 고시원 생활을 하게된다.

으리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쾌적한 집에서 살다가 창문하나 없는 고시원생활을 하게되는 민수는 심심하던 차 퀴즈방이라는 채팅방에 들락거리게되고 거기서 ‘벽속의 요정’이라는 아가씨를 만나게되고 그녀의 매력에 푹빠지게 되며 급기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기 퀴즈쇼에 출전한 것은 오로지 ‘벽장속의 요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런가하면 고시원 미지의 옆방녀를 알게되고 그녀에게 어찌어찌하여 2십만원이라는 돈을 꾸게되는게, 고시원을 하루 비운 사이 그녀는 자살을 하게되고, 고시원마저 쫓겨나게 되는 민수.

민수는 특별한 삶의 목적을 가진 열정적인 청년은 아니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민수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청년이다. ‘사생아 태생이라는 특이한 출생환경과 독특한 할머니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에 더하여 타고난 본성때문인지는 몰라도 늘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에 더 훈련이 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사랑하는 지원이와의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에도 그는 스스로를 도닥거린다. 꿈이라고.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어도 곧 끝나게 될거라고. 서지원은 자신에 걸맞는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와 만나게 되고 자신을 버리게 될거라고. 잃는 것에 익숙하고, 갖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민수.

그런 가운데 퀴즈쇼를 보고 민수에게 접근하는 ‘이춘성’이라는 캐릭터가 참 재밌다. 나는 사실 그가 어떤 사람일지, 그가 나쁜 곳으로 (도박이나..그런..) 발을 들여놓게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지만, 사실 이야기 전개는 더 독특하다. 그는 퀴즈로 돈을 벌고 잃고 하는 아주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유리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정신은 백업이 되어 안드로이드 같은 우주로 보내진다는 것. 그래서 그 가상세계에서 죽게되면, 그들의 육체가 누워있는 그곳으로 정신이 되돌아가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가상세계에서도 ‘관계’의 복잡함은 있었고, 현실과 똑같은 감정적인 문제, 경쟁의 문제, 목표와 사랑과 얽힘과 부딪낌은 어김없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첨엔 호기심과 매력으로 임하던 민수는 여러가지 얽힘 속의 주인공이 되고 그는 유리의 살인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을 치게되는데 자기가 그곳엘 들어갔던 도시와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나오게되며 현실로 돌아오게된다. 그리고 지원을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의 책을 팔았던 헌책방 주인을 만나게되고, 그곳에서 일하게되면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지원이와 새로운 관계를 암시하면서 말이다.

스토리는 심플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 심플한 스토리로 김영하는 ‘이민수’라는 한 청년을 통해 그렇게 524 페이지에 걸쳐 펼쳐낸다.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면 많은 뛰어난 이야기꾼들이 나온다. 단순히 그 재미난 이야기꾼들에 대한 소개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 세계 속에 묻어있는 그들의 삶까지 함께 엿볼 수 있기에 그 재미는 깊이를 더한다.

재밌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며 김영하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음악을 좋아하는지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팟캐스트를 통해 소개한 많은 작가들이 이 책에서 되풀이되어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다. 어제 어떤 작가에 대해 들었는데, 오늘 책 속에서 그를 만날 때의 신기한 느낌. 이 역시 삶의 우연성으로 연결되기에 내겐 희열에 가까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내사랑 십자드라이버’처럼 드라마틱한 내용들로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것도 아니었고, 또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으로 뒤가 궁금해져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은근한 중독같은 흐름으로 결국은 어제 새벽1시까지 퀴즈쇼를 붙들고 있었다.

김영하때문(?)에 소설을 읽고있는 나.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소설이 내 손에 들려지게 될 것 같다.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였기에 내겐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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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와 '벽 속의 요정' 지원의 사랑을 이어주게 된 노래...

Muse의 Unintended...

'퀴즈쇼' 배경 음악으로 골랐다.  당연한거겠지..?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