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어느 꼬마 아이의 재밌는 질문....

pumpkinn 2012. 11. 22. 08:58

 

 

 

2012 11 20일 화요일

 

6시 반에 있는 저녁 약속.

나는 조금 일찍 퇴근을 하고는 쇼핑 이지에나폴리스에서 내렸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있는터라 김영하 팟 캐스트를 듣던지, 책을 읽던지 시간을 보낼 참...

 

비가 와서인지 휴일이라 그런지 쇼핑몰을 가득 매운 사람들...

그 사람들을 뚫고 나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 줄로 늘어 서있었다...

평소같으면 인내심이 별로 없는 나는 그냥 딴 곳으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그 긴 줄에 한 자리 보탰다.

 

서비스가 느린 스타벅스지만...

(물론 주문을 늦게 하는 손님 탓도 좀 있다. 미리 주문을 생각해놓지 않는 이해가 좀 안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

그나마 빨리 서비스를 하기 위해 캐셔대에서는 계산만 할 수 있도록...

한 직원이 미리 줄 선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며 이름과 주문이 적혀진 스티커를 넘겨주고 있었다.

 

그래선가? 제법 줄은 빨리 줄어들고...

나는 언제나처럼 Café latte Tall Size를 받아들고는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한 브라질 청년이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옆 빈자리..

 

아줌마는 용감하다.

나는 별 큰 주저함 없이 그 옆에가서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 앞에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고...

그 작은 테이블 건너편에는 엄마와 딸인 듯한 두 여성이 앉아 있었고,

역시나 딸인듯한 여성은 컴에 몰두해 있었으며...

엄마인 듯한 분은 아이쇼핑을 하듯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옆으로는 두 가족이 모인 듯한데...

웬 어린 아이들이 그리도 많은지, 정말 아수라장이었다.. 아고 머리야~ ^^;;

(난 우리 애들 우찌 키웠는지 모르겠다. 애들은 정말 정신없다~)

 

나와 가까이 있는 의자엔 그 아이들 중 꼬마 둘이 시소놀이하듯 의자를 들썩대고 있었는데..

그 중 자기 얼굴에 두배쯤 되는 큰 안경을 쓴 3살쯤 되어보이는 꼬마 아이와 한 6살쯤 되는 꼬마였다..

나는 그 중 안경 쓴 꼬마아이와 눈이 마주쳐 살짝 웃어주고는...

곧 김영하의 팟캐스트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좀 지났을까..?

낯설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바로 눈이 마주쳤던 안경 쓴 꼬마 아이...

내 옆에 서서 내가 플래너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게다.

 

내가 “Oi~!!” (안녕~!!) 했더니 그녀석 대뜸 하는 말...

“E menina?” (여자아이에요..?)

“Sim, sou menina.” (, 여자 아이야.)

 

그 질문이 어찌나 우습던지...

그 질문을 들은 같이 있던 조금 더 큰 녀석 한 수 더 뜬다..

 

신발 보면 모르니..? 여자아이잖아...”

“&%#@@%&@”

 

반사적으로 내 신발을 바라보니...

난 굽 놓은 통굽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치.. 신발.. 여자꺼 맞네...^^;;

 

아마도 그 어린 꼬마 아이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하하하~ ^^

하긴, 머리는 엄청 엄청 짧고 옷도 체크무늬 남방에 까만 진바지를 입었으니...

살짝 헷갈리기두 했겠다...

 그게 궁금하여 나를 열심히 쳐다보았고 결국 호기심은 그렇게 용감한 질문을 하게 한 듯 한데...

menina란 표현이 넘 웃겼던게다...^^

 

Menina여자을 뜻한다기 보다는 여자 아이즉 어린 여자 아이들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니 이 50살인 아줌마한테.. 어울리는 표현은 아닌게다...

여자에요..? 남자에요..?” 하고 물었으면 내가 그리 웃기지 않았을텐데...

“’여자아이에요..?” 하고 물으니 얼마나 웃기던지..^^

 

...

고녀석이 내가 맘에 들었나벼~ 하하하~ ^^

 

그럼서 지금 나더러 뭐하고 있는거냐며 관심까지 표한다...하하하하~ ^^

그래서 지금 mp3로 들은 것을 플래너에 적고 있다고 말해주니...

너무나도 시큰둥하게 ..그래요..?”그러더니 간다....하하하~ ^^

녀석~ 얼마나 귀엽던지~ ^^

 

혼자 하하 웃다 눈을 돌리니 앞에 앉아계시던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우린 마주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 아줌마도 그 장면들을 모두 보고 계셨던 것..^^

 

그 아줌마도 내가 여잔지 남잔지 궁금하셨을까..? 아흑~ ^^;;

사실 요즘 내머리는 평소보다 훨씬 짧다. 정말 언뜻보면 남자같은...

어쩌다보니 미장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 조금 긴(?)머리를 못견디고 집에서 내가 짤랐더니...

완전 영구머리가 된 것.. 해서 나름 다듬는다고 한 것이 완전 뚜껑이 되어버렸다...

걍 미장원에 갈걸...-_-;;

 

첨엔 얼마나 난감하고 화가 나던지..

정말 더 열받은 것은 누군가에게 화풀이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내 잘못이니까..

그런 나의 머리다보니...

그 어린 꼬마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헷갈리게 비쳐지는 것이 당연했다..^^

 

흥미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에 가면 재밌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생각지도 않게 끼어드는 삶에 깨소금 맛을 내주는 아주 재밌는 일들 말이다..^^

 

언제는 모르는 할머니가 커피를 사주질 않으시나...

또 언젠가는 어느 중년 부인이 다짜고짜 나를 붙잡고 당신의 기도 생활에 대해 이야길 하지 않나...

자리가 없어 두리번 거리는데 멋진 청년(흐뭇~^__^)이 여기 앉으라며 의자를 갖다주어...

참 흐뭇했던 기억이 있는가 하면...

또 언젠가는 어느 아저씨가 갑자기 관심도 없는 브라질과 아시아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바람에..

참 황당한 때도 있었다...^^;

 

그 아주 조그만 공간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곳에서 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냥 밖을 내다보거나 하는데...

사람들 표정을 보는 것도 쇼핑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참 은근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렇게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

대중과 함께 하기에 온전히 내 공간이 주어지는 곳...

 

문득 김영하가 팟 캐스트에서 들려준 장 그르니에가 에서 말한 데카르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루소는 시골에서도 사람들에게 부딪끼며 자기 공간이 없다고 투덜댔는가 하면...

데카르트는 대도시인 암스테르담에서 대도시가 부여하는 모든 혜택을 고루 다 누리면서..

자기만의 영혼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수 있었다는 이야기...

 

참으로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

 

여자아이에요..?”

그 귀여운 꼬마 아이의 깜찍한 질문 덕분에 얼마나 재밌고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였는지...^^

앞으로 몇 번은 더 떠올리며 웃게 될 것 같다...^^

 

~ 그래~ 나 아줌마 아니야~ menina~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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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ting Down Here - Lene Ma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