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87] 김 영하의 ‘내사랑 십자드라이버’를 읽고...

pumpkinn 2012. 11. 7. 07:58

   

 

김 영하의 '내사랑 십자드라이버'를 읽고 - 리뷰

 

이런 기막힌 대반전이 또 있을까..? 상상을 초월한 마무리.. 이럴수가...

어제 도착한 교보에 주문한 상자를 열어 김영하의 ‘호출’을 꺼내 확인. 내일 읽어야지 했고, 그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짧은 단편이니 금방 읽겠다싶어 아침에 꺼내들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느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나는 제목이 ‘내사랑 십자드라이버’라, 그 십자드라이버를 의인화시켜서 쓴건가..? 혼자 상상하며 읽었는데, 나의 상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역시 영화를 너무 많이 본겨~ ^^;;

묘사하는 표현들이 얼마나 재밌고 재치씨고 자연스러운지 읽는 동안 많이도 깔깔 넘어갔다.. 읽으면서 의아스럽기도했다. 거참 ‘그녀에게 할 이야기가 그리도 없었을까..? 사랑하는 그녀에게 쓰는 러브레터 내용이 그 많고 많은 것들 중 하필 십자드라이버였을까..?’ 그밖에 여러가지들도 많이 나온다. 항공모함도 나오고 캐리도 나오고, 라디오도 나오고. 그리고는 또 십자 드라이버가 나온다. 결국 그 모든 일은 ‘십자드라이버’때문이었다.. 소름이 끼치는 반전...

난 내가 혹시 잘못 읽은건 아닐까..? 마지막 부분을 여러번 읽었다... 언뜻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 것이다. 내가 내눈으로 읽은 것이 정말 제대로 읽혀진 것인지 확인을 해야했던 것이다. 그러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렇게 또 다시 읽기를 여러번. 나의 잘못된 상상도 아니었고, 내가 잘못 읽은 것도, 잘못 해석한 것도 아니었다. 내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가 미친듯이 돋아나고 머리가 삐쭉 서지는 공포...

읽는동안 그가 아끼던 차에 대한 부분을 읽을때는 마치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같은 그런 감동과 놀라움을 느꼈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놀랬던 것 중의 하나는 헤밍웨이가 고기잡이에 대해 너무나도 섬세하고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음이다. 물의 깊이를 어떻게 재는지 밧줄을 어떻게 당겨야 하는지. 뱃사람이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섬세하고 디테일한 정보들이 구석구석 글 속에 표현되어 놀라웠다.

그런데 김영하의 주인공이 그토록 사랑한 차 ‘캐리’에 대한 표현할 때는 혹시 김영하 전직이 정비사였나..? 내지는 정비 수리공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가 막혔다. 선생님이 왜 감각형의 글을 강의하면서 그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김영하의 대단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는 그의 책. 그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면서 일상적인 표현 속에 느껴지는 섬세함에 그저 경악할 뿐이었다. 나는 이 짧은 단편을 읽으며 몇번이나 김영하의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대체 김영하란 어떤 남자길래 이렇게 글을 맛갈스럽게 표현하는지 자꾸만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폐차된 캐리 속에서 녹음 테이프를 꺼내러 갔다가 하나하나 데크에 넣고 들어보느라 몇 시간이 걸렸다는 부분에선, 그가 느꼈을 그 슬픔에 온전히 내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이 핑돌았다.

십자드라이버를 읽으며, 그 그림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표현, 그리고 읽는 이에게 분명한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처럼 글을 쓰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 걸까..? 표현법은 뒤로하고라도 우선 사물에 대한 정보, 내가 쓰고자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읽으면서 배꼽을 잡고 웃으며 읽기 시작했던 이야기는 너무나도 덤덤하게 묘사된 그의 사랑의 표현에 경악하며 온 전신을 덮쳐오는 소름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놀라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낀 느낌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거지..?”였다는 사실에 또 놀라웠다. 혹시, 내 안에도 십자드라이버를 사랑한 그처럼 그런 싸이코적인 기질이 숨어있는건 아닌지... 무서웠다.

 

마치며...

선생님이 언뜻 수업때 말씀을 하셔서그랬는지 몰라도, 읽으면서 정말 혁 선배님이 떠올랐다. 십자 드라이버만 손에 들려있음 행복해하신다는 혁 선배님. 십자드라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글을 읽고 또 나는 얼마나 웃었는지. 게다가 글을 쓰는 분위기도 비슷해서, 읽으면서 자꾸만 쿡쿡 웃음이 터져나왔다. 냉장고 고치러감서 속으로 개같은년 하고 욕하는 부분에선 완전 죽음이었다. , 물론 혁선배님이 욕을 잘하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난 뵌적도 없다..^^ 단지 유머 가득한 글이나 배꼽잡게 하는 시니컬한 뉴앙스가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십자드라이버는 꼭 마데인 재팬으로...^^ 꼭 기억하겠슴돠~!! ^^

.

.

요즘 내가 푹 빠져있는...

Lene Marlin...

그 중에 Faces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