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포어 수업 & 레베카 수녀님과 함께했던 하루...

pumpkinn 2012. 10. 11. 08:55

Bar dos Artes에서 즐거운 점심 시간~ ^^

수녀님과, 소피아 언니,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 ^^

너무나도 좋은 분들과 함께 했던 하루...

오늘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1.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포어 시험 점수가 나왔다.

반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축하한다며 시험지를 넘겨주신다.

9.4

 

챙피했다. 겨우 9.4라니..

물론 10점 만점의 9.4니 못한 점수는 아니나,

나로서는 부끄러운 점수였다.

브라질에 오래산 나이기에...

10점을 맞아도 자랑스럽기는 커녕 당연하다 느껴질 것인데, 9.4라니..

 

역시나..

틀린 문제들도 모두 부주의로 틀렸다. 그래서 덤벙대는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것..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늘 아는 문제를 덤벙대서 틀린다고 꼭 검토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더랬다..

검토를 했는데, 왜 그건 눈에 안띄는지...-_-;;

말짱 도루묵 검토인게다..

 

암튼, 다음 번엔 꼭 10점 맞아야지.

한 개 정도 틀리는 건 애교로 봐주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존심문제다. -_-;;

 

2.

어제 소피아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레베카 수녀님 영명축일때 언니가 안계셔서 축하를 드리지 못했기에...

점심을 함께 드시기로 했는데 올 수 있겠느냐고...

 

점심이야 어차피 나도 먹어야 하는 것..

당근이쥐~ ^^;; 

해서 어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끝내놓았더랬다..  ^___^

 

오늘 포어 수업을 끝내고 약속 장소인 성당으로 가려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

대학 캠퍼스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해보는 일인가..?

문득 미국에서의 학교 생활이 떠오르고...

 

메켄지 대학에서 포어 수업을 들은지 벌써 2개월이나 지났지만...

한번도 대학 캠퍼스를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뒷문으로 빠져나와 가게를 가야 했으니...

그런데 오늘 선물처럼 주어진 30분의 여유...

뒷문 계단 위의 벤치에 앉으니 그리 좋을 수가 없다..

 

다음 번엔 시간을 내어 대학 캠퍼스를 한번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뒷문으로 들어가 뒷문으로 나오니 정문 쪽은 어떤지를 모르는게다..

대학 캠퍼스가 꽤 크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인지..

또 도서실은 어디쯤에 붙어있는지. 외국어 배우는 학생들도 이용이 가능한지...

여러가지 물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3.

성당에 오니 아직 시간이 이르다...

그렇다고 교실이나 경당에 들어가 있을 수도 없고...

있을만한 곳이 없나하고 봤더니...

아니 이게 웬일..?

김대건 신부님 석상 옆에 서있는 나무 밑에 벤치가 턱~하니 놓여있는게 아닌감..? ^^

얼마나 이쁘게 놓여있는지...

 

난 정말이지 벤치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마치 벤치라는 것은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존재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곳에 앉으니...

뙤약볕에 바람 한점 없이 더운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선선한 그늘에 시원한 바람이 잦아드는거 아닌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지..?

 

나는 지금 같은 공간에 있는 데...

한 곳은 햇볕은 쨍쨍 모래 알은 반짝~이고..

한 곳은 그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안겨주다니...

정말 완전 천국이었다...

 

그곳에 앉아 다시 귀에 mp3를 꽂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한참을 읽었을까..?

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레베카 수녀님이 웃으시며 앞에 서계신다..^^;;

나를 부르신 모양인데 음악 때문에 듣질 못한 것...

 

수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소피아 언니와 마리아가 도착..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곳인 Bar dos Artes로 향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곳...

소피아 언니도 나도 귀한 손님을 모실 때면 그곳으로 많이 모신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해도 음식이 좋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인데...

수녀님도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우리는 그렇게 11시 반에 만나서 5시까지 줄창 그자리에 앉아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우리가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

다들 자기 개성대로, 성향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참 재밌었다.

 

아줌마들 모이면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 나오고..

남편 이야기는 우리 단골 메뉴다..^^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쩜 그렇게 마리아는 표현이 부드러울까...

본인은 화를 낸다는데 화내는 모습이 평소 나의 일상 모습이라 얼마나 웃었는지..^^;;

화를 그렇게 부드럽게 낼 수도 있는거구나...놀리면서 우리는 많이 웃었다..^^

 

수녀님은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우리는 어린 수녀님 앞에서 마치 학생이 쫑알거리듯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게다..^^

 

그렇게 우리가 재밌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하나 둘 일어나고...

나중에 보니 우리 테이블만 달랑~ ^^;;

시간을 보니 5시다..^^;;

 

다행히, 그곳은 저녁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곳이라..

그렇게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은 그렇게 본의 아니게 고의로 가게를 땡땡이 치게 되었다는..^^

 

수녀님 덕분에 좋은 시간 가졌고..

소피아 언니의 배려 덕분에 그 좋은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음에...

역시 나는 줄을 잘 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함...

 

그래..

내가 복이 많은겨...

 

4.

오늘 나탈리가 내게 해준 이야기는...

너의 일상을 섬세한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것...

그리고 그냥 꽃이 아니라, 그냥 거리가 아니라, 이름을 붙여주라는 것...

또한 글 주제를 너무 먼 곳에서가 아니라 가까운 곳, 바로 내 눈 앞에서 찿으라는 이야기...

그리고 분명하게 쓰라는 것. ‘그럴 것 같다가 아니라 그렇다로 표현하라는 등등이..

내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

 

그리고,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혼자만 간직하지말고, 보여주라는 말이...

내겐 깊이 와닿았다...

 

그녀가 가르쳐준 근본적인 방법들을 잘 기억하여...

글을 쓸 때 기억하며 연습을 하자...

.

.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The Cranberries의 Dream...

오늘의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