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로드니 킹과 L.A. Riots...

pumpkinn 2012. 6. 20. 08:20

 

 

 

어제 인터넷 기사에...

로드니 킹이 죽었다는 제목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로드니 킹의 죽음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 그와 나는 무관계한 관계다...

단지 LA 폭동이 일어났을 때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 사실 밖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는데...

그냥 집에 가란다...Riots이란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는 대체 무슨 일인가..?’

일단은 일을 안하니 신나서 집엘 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난리가 아니었다...

 

뉴스에는 슈퍼마켓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는 흑인들 모습들을 연속 보여주고...

어이없게도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들에게 맞은 것이 화근이되어...

그동안 쌓여있던 인종차별의 울분이 터져 폭동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분명 흑인과 백인과의 싸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 부터 한인들이 표적이 되어...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깨부수고 난리가 아닌게다...

 

 

심지어 한인 남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상가를 지키러...

밤에 건물 위에서 경비까지 서며 밀려들어오는 흑인들의 폭동을 저지해야 했는데...

영화 속의 폭동 모습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아파트도 정전이 되었고...

아파트도 폭동군들이 침입한다고 하여 피신하라는데..

어디로 피신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

 

마침..

동생 남자친구 (지금은 동생 남편이 된)가 자기 부모님들에게 말씀을 드리고는...

우리를 데리러 왔으니 중요한 것부터 챙기라고 한다...

동생은 뭘 챙겼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귀한 씨디를 이민 가방에 넣어 피신을 했다...

 

나중에 이야기가...

그 집 부모님들이 너무 어이없어 하셨더라고...-_-;;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만약을 위해 삶에 필요한 건 하나도 안들고 오고...

이민 가방 한가득 씨디를 가져오다니 기가막히셨단다...-_-;;

 

하긴..

동생 남자친구도 씨디를 열심히 넣는 나를 보고는...

황당했다고.... -_-;;

 

사실 내가 챙겨넣은 음악 씨디들은 그냥 씨디가 아니...

바로 내가 가장 힘들 때 나와 함께 해준 그것들이기에...

내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 집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려 우리 아파트로 돌아왔더랬다...

씨디만 잔뜩 들은 이민가방을 짊어지고...^^;;

 

어쨌거나...

학교를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며칠 동안 수업이 없었고...

TV를 통해 중계되는 상황을 보며...

역사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읽었던 폭동이란 것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경악 할 뿐이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분들 중 당하신 분들은 없으나...

많은 한인 분들이 그동안 열심히 일궈놓은 당신들의 보금자리를 잃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었는지....

 

그 와중에서도 어떤 한인 분들은...

흑인들이 나서서 자기들에게 늘 친절하고 잘해준 그 분들을 폭동군들로부터 지켜주어...

그 가게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고....

 

 

그때 처음 알았다...

미국인들의 간교하고 야비한 이중성을....

백인과 흑인들과의 인종차별 문제로 번질듯하니...

교묘하게 한국인들에게 향하게 하여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군중 심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모두들 머리로는 이것이 아닌데..’하며 알고 있었으나...

이미 불이 붙은 폭동은 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그저 그렇게 번져 나갈 뿐이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미움을 받고 있는지를...

Ugly Korean 이라고 하는지...

뼈속 깊이 파고들은 어글리 한국인들에 대한 증오심....

폭동을 빙자하여 한인들에게 복수하는 듯한 느낌...

 

그때 알았다...

외국에 사는 교포로써 나의 몸가짐을 어찌해야 하는지...

나 하나라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잘하면...

그래도 모든한국인들이 그렇게 어글리한 것은 아님을 보여주어야겠다는 다짐...

 

물론 그것은..

그때의 교훈때문만은 아니고 아빠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친절하게 대하느냐 아니냐가...

바로 가 아닌 한국인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에...

우리는 한국인으로써 올바르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나는 결혼을 했고...

지금은 딸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다른 나라에서 정착해서 살고 있다...

 

로드니 킹 사건은... 비단 미국에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브라질에서도 어글리 한국인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그 모두 스스로가 자초한 일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며 존경받는 한국인들도 많다....

그래선지 점점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한국인은 공부 잘하고, 성실하고, 부부가 함께 일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뒷받침하는...

그런 곧은 이미지도 심어져있다...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진 덕분도 있는 듯 하고...

 

어쨌든 외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특히나 늘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여...

로드니 킹 사건때처럼 엉뚱한 희생양이 되는 틈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꼭 그런 피해의식에서라기 보다는...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반듯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배우고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되어주고...

우리를 받아들여준 나라 국민들을 따뜻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나 지금 국회로 가는겨..? ^^;;)

 

기억 속에 잊혀졌던 로드니 킹 사건...

인터넷 뉴스 속에 비쳐진 그의 이름을 보고는...

그때 기억들이 스물스물 떠올랐다...

 

문득,

내가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며 뭔지 모를 묘한 감정을 안겨주는 것 같다...

.

.

 

그 당시 내가 즐겨들었던 노래 중에서...

한 곡 골랐다....

Richard Marx의 Ha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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