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나도 그 분처럼 멋지게...

pumpkinn 2012. 6. 17. 11:30

 

 

 

리예가 7월 한달 방학동안 어학 연수를 떠난다...

떠나기에 앞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바빴다..

 

남편이 여행 중이라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오리엔테이션은 왜 그리 먼 곳에서 하는지...

택시로 한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는...흐미...

 

리예는 어학연수를 시간적인 문제로 애리와는 다른 에이전시를 통해서 보내게 되었는데...

애리를 보냈던 에이전시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더 체계적이고 프로그램이 알차다고나 할까..?

함께가는 리더들도 전문가들로 넘 마음에 들었다...

 

한시간 반을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관한 전반적인 절차와 주의 사항...

그리고 규칙에 관한 이야기들로 진행이 되었는데...

정말로 기회가 많은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사는구나...’

참 좋은 세상이다...’싶었다...

 

어쨌거나, 길었지만 재밌었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통 택시가 지나가질 않는다...

 

마침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던 학교 앞에...

아기자기하게 꾸민 인형처럼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나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그 중의 한 곳엘 들어갔다...

 

마침...

앤틱 가구를 파는 듯한 분위기로 아주 볼거리가 많은 가게였는데...

들어가니 아주 푸근하고 품위있어보이시는 아주 멋진 할아버지가 앉아계신다...

 

혹시 이 근처에 Ponto de Taxi (택시가 서있는 곳)가 있느냐고 여쭈니...

있다면서 전화를 걸어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으시는게다...

해서 전화번호를 주시면 내가 전화를 하겠다고 했더니...

기다리라 하시더니 당신께서 전화를 해주신다...

마치 당신 딸이라도 태워보내시듯 그렇게 어떤 차가 오는지까지 세세하게 물으시면서...

 

그 친절함과 자상함에 나는 고마워 어쩔 줄 몰랐다...

통화가 끝나자 전화비가 얼마인지를 여쭈었더니...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표정을 지으시며 웃으신다...

 

사실 이런 계산적인 질문을 드린다는 것이 그분의 호의를 더럽히는 것 같아 죄송했지만...

또 그렇다고 얌상맞게 그냥 고맙다고 인사만 드리고 나오자니 그것도 마음이 캥겼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쭈었던게다...

 

어쨌든, 멋진 할아버지의 호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처음 보는 알지도 못하는 저에게 이리 깊은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나는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는 나왔다...

나오는 내 가슴이 얼마나 흐뭇하고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지...

친절이란 이렇게 베푸는거구나...’

나도 앞으로는 이렇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야지..’ 하며 행복에 젖어 나왔다...

 

그런데 택시가 있는 곳은 좀 먼 곳에 있었는지...

기다리는 시간이 좀 되었는데도 오질 않았다...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셨는지...가게 밖으로 나오셨는데...

때마침 어떤 택시가 다가오고, 택시 차종을 보시더니 바로 저 택시라고 하신다...

나는 리예와 조키와 함께 택시를 타고는 떠나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시고....

마치 친정 아빠네 놀러갔다고 떠나오는 그런 느낌...

 

정말 너무나도 멋진 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한시간을 걸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흐뭇함과 따뜻함..포근함이 얼마나 나를 감사함에 젖게 했는지...

마치 오늘 하루를 선물받은 느낌...

 

그렇게 따스한 인상과 성품은 단 한번의 웃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알기에...

그분의 친절과 배려가 더욱 깊이 느껴졌다....

 

글구보니..

멋진 할아버지를 만난 기억이 또 한번 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앉으라시던 노신사 할아버지...^^

 

젊은 내가 일어나 할아버지를 앉으시라해도 시원찮은데...

할아버지가 일어나서 내게 앉으라고 양보를 하시다니...

그것은 Lady에게 보이시는 신사로서의 예의였다...

 

삶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누리신 분들이 지니시는 그런 풍요로움이 한껏 느껴지는...

아이보리색 양복에 역시 아이보리색 모자를 근사하게 쓰고 계셨던...

닥터 왓슨을 닮으셨던 멋진 할아버지...

그때 난 할아버지의 가방을 들어드렸더랬다... 

 

이 두분을 떠올리니...

오래 전부터 늘 내가 입버릇처럼 중얼대던 생각이 슬며시 또 다시 내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멋지게 늙어야지...'

'포근하고 우아한 할머지가 되어야지...'

나도 그 분들처럼 멋지게 늙어야지...^^

 

할아버지...

지금처럼 멋진 모습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

.

 

I'll have to tell you love you in a song...

끼야아아~ !!

넘 로맨틱이야~ ^^

 

넘 행복해지는 노래...^^

그래서 자꾸만 더 듣고싶어지는 노래...

Emi Fujita의 목소리로 들으니 마치 파스텔 향기가 나를 감싸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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