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십자가의 길 & 성금요일 미사...

pumpkinn 2012. 4. 7. 15:02

복음을 읽고 계시는 우리 본당의  정신적 스승이신 지적인 세 신부님..

왼쪽으로부터 진윤기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 이윤제 베드로 주임 신부님...

그리고 막내 보좌 신부님이신 박진규 요셉 신부님...

 

하루를 잔잔한 행복 속에 보낸 나는...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성당으로 향했다...

 

성 금요일 미사가 있었는데...

성삼일 동안 당연히 미사에 가야 함은 알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 더 가고 싶었던 이유는 사순절 시기동안 한번도 십자가의 길을 하지 않았기에..

오늘 하루라도 십자가의 길을 마음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미사 전에 있었던 십자가의 길’...

언제나 그렇듯이 차분하게 읽어나가시는 이윤제 신부님의 정갈하고 단아한 목소리는...

그렇게 우리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씀에 귀기울이게 하시는 힘이 있으시기에...

십자가의 길을 가슴 아리는 성찰과 참회 속에 따라 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온전히 마음으로 임했던 십자가의 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12처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Passion of Christ에서 짐 카비에젤의 예수님이 떠올라...

그 느낌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당신 아들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그분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온전히 당신 아들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항상 성모님께 무릎을 꿇고 간절히 묵주기도를 드린다음 촬영에 임했던 짐 카비에젤...

그는 그의 기도처럼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온전히 그 모습 그대로 그려내어 보여주었던게다...

 

그래선지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예수님을 떠올리기가 훨씬 쉽다.

그림 속의 아름다운 미소년 같은 모습의 예수님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지닌 예수님으로 다가오는게다...

그러기에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더 가까이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십자가의 길 이후 이어진 오늘 성금요일 미사는 조금 특별했다...

우선은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시게 되는 복음 낭독을...

지금까지는 남자 신도 두분과 주임 신부님께서 하셨다면...

오늘은 이윤제 주임 신부님과 진 토마스 모어 신부님 그리고 박 요셉 신부님 세분이서 하신게다...

 

빨간 제의를 입으시고 세 신부님께서 나란히 단상 위에서 복음을 읽으시는 장면은..

참으로 거룩하고 경건하게 느껴져 미사에 임하는 내 자신도 몸가짐과 자세를 조심스럽게 고쳐세웠다..

 

길고 긴 복음 낭독이 끝난 후 시작된 강론..

이윤제 신부님은 복음이 길었기에 강론은 짧아야 한다고 책에도 나와있지만...

오늘 강론은 평소 강론보다 더 길테니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계시라는 장난끼 가득하신 말씀에 ..

나는 또 그만 못참고 웃음이 터졌다...^^;;

 

강론 중이신 이윤제 신부님..

멀리서 Zoom으로 찍으면 흔들림 방지 장치가 작동이 되질 않는다...

초점도 안맞고 흔들리기도 하여 올리기에 부끄러운 사진이지만 그래도 아쉬운대로 올렸다...

 

그렇게 시작된 강론...

신부님은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자유의지..

그리고 베드로와 유다의 비유로 강론을 시작하셨다...

 

사랑이신 하느님이시기에 지옥엔 아무도 없을 거라는 어느 분에 말씀에 대한 대답이었다는...

하느님도 인간의 자유의지 앞에서는 무력하시다라는 말씀은 충격이었다...

그럼 난 어쩌란 말인가..?’하는 한탄이 절로 나오게 되고...

 

베드로와 유다의 공통점은..

둘 다 예수님의 사도였고, 둘 다 예수님을 배반했다는 사실인데...

하나는 으뜸 사도와 하나는 총무역에 가까운 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고...

결국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사도가 모두 예수님을 배반했다면...

다른 사도들도 갈등 속에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씀...

 

그것은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앞에 모시고 있으면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셨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둘이 달랐던 부분은...

둘 다 똑같이 예수님을 배반했으나..

유다는 하느님이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심을 의심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자살을 택했고...

 

베드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하느님이 자신을 사랑으로 용서하실 것과 당신의 자비를 신뢰하고..

예수님께 돌아왔다는 사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 가진 자유 의지로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셨다...

 

 

어제 성목요일 세족례에서 루도비꼬의 발을 씻어주고 계시는 이윤제 신부님...

루도비꼬는 열 두 사도에 초대되어 세족례에 함께 했다...

신부님께서 그냥 물을 붓고 닦으시는게 아니라 얼마나 뽀닥뽀닥 씻으시는지...

사진에서도 그 모습이 느껴져 뭉클했다...

(사진은 고맙게도 루도비꼬의 친구가 찍어서 보내주셨다...)

 

우리는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의 우리가 잘못된 길로 빠지려 할때마다...

우리의 양심을 일깨워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시는데..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믿고 매번 하느님께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우리는 어떤 죄를 지어도 용서가 되나 성령을 거역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믿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몇 년 전 고등 학생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치면서...

한 학생이 내게 해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바로 성령을 거역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던..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답을 몰랐던 바로 그 질문...

 

어쨌거나, 그러기에 성금요일은...

우리가 십자가 위에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떠올리며 슬퍼하며 곡을 하는 날이 아니라..

나는 많은 죄를 지었지만, ‘......,

나의 죄를 매번 용서하시고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주의 축음을 통해 또다시 확인하게 되는..즉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자식들이며..

회개를 통해 더렵혀진 몸과 영혼을 깨끗이 하여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우리임을 받아들이며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 날이라는 말씀이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신 예수님...

신부님은 요한복음 3 16-17절 말씀으로 강론을 마치셨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아멘.. 

 

십자가의 길도 은혜스러웠고...

미사도 은혜스러웟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나스타시아 언니와 함께 엘레나 언니께 픽업을 부탁하여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는 행복한 기분에 취해 잠시 우리 동네에 있는 프란스 까페에 들러...

뒷풀이(?)를 하고는 11시가 다되서야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그러니.. 또 그냥 잘 수가 있나...

이 소중한 느낌 올려야지...

 

오늘 참 글을 많이 쓴 날인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나의 원고를 쓰는 날을 그려보며...

행복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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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가스펠 그룹 Hillsong...

오늘 복음 말씀과도 신부님의 강론 말씀과도 너무나도 어울리는 성가이기에...

Mighty to Save 을 오늘 곡으로 골랐다...

 

그동안 Hillsong의 성가를 많이  올렷던 듯 싶다...

들어도 들어도 감동이며 은혜 넘치는 그들의 성가...

잔잔하면서 부드러우면서 과장되지 않고 힘이 넘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난 너무나도 좋다....

 

그들의 사랑 가득한 찬양이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안에 함께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어...

그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끓어오르는 감동에 꼭 눈물이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복음을 찬양으로 전하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혜가 가득 넘치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