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흐트러진 계획....

pumpkinn 2012. 2. 20. 23:51

 

 

주일 미사가 끝나고 남편과 나는 점심을 먹고는 무얼할까..고민하다가...

도시에서 벗어나 책읽으러 가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애리는 성당 강학회 주최 캠핑엘 갔고..

리예는 친구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내려갔고...

그렇게 달랑 둘이 남은 우리 부부...

카나발 연휴로 화요일까지 딩가딩가 놀 수 있으니..

급할 것도 시간에 맞춰야 할 것도 없어 우리는 느긋하게 그리로 향했다...

 

중간에 내려서 커피도 마시고 먹기도 하면서 우리가 간 곳은 아웃렛이었는데...

왜 하필 책읽을 장소가 아웃렛이었느냐...? ^^

지난 번에 갔다가 사람도 별로 없고 음식도 맛있고,

호젓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기에...

우리 둘은 그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 그런데 도착과 함께 우리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되돌아나왔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도저히 주차도 할 수 없었을 뿐더러...

그 인파들을 볼 때 우리가 호젓이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녔던 것...-_-;;

 

그냥 오기 허전해서 우리는 그럼 다른 곳을 가보자...또 한번의 의견 일치가 되었고...

나는 언젠가 가본 Shopping Cidade Jardin있는 서점 안에...

일본 다다미방 분위기의 아주 아름다운 까페가 있음이 떠올랐고....

우리는 그리로 가기로 했다...

어찌그리 남편이 내 말을 잘 들어주는지...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큭큭~ ^^

 

우리 모습이 너무 웃겼다...

책 하나 호젓하니 조용하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읽을 공간 하나 잡지 못해서 이 난리 부르쓰라니..^^;;

어쨌거나 우리는 기분 좋게 그리로 향했다...

 

중간에 나는 배가 고파 행버거를 하나 먹자고 간이점에 내렸는데...

다 먹고나니 졸립고...괜히 피곤하고..^^;;

에이~ 걍 우리 집으로 가자~ 하고는 집으로 가려는데 온 전화 한통~

브루노 아저씨와 리디아 언니 부부시다..

 

두 분 말씀이...

애들이 다 놀러가고 두 분이서 바닷가나 갔다올까 집에서 나오셨다가..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돌아가시는 길이라며...

뭐하고 있느냐고 물으시는거였다...

 

너무나도 똑같았던 우리 사정을 이야기 하니 두 분은 웃겨 죽는다고...

이 왠 운명의 장난인지..하하하~

 

우리 함께 아이스크림이나 마시자는 언니의 의견에...

우리는 흔쾌히 응했고...

약속장소를 정하는데... 아는데가 있어야지...

해서 생각난 김에 Cidade Jardin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

 

얼마나 웃긴지...

이렇게 비슷한 시각에 두 쌍의 부부가 각자 목적지로 가다가...

중도에서 되돌아오는 경우는 또 뭐란 말인가..? ^^

 

참 사람 좋고 넉넉하신 브루노 아저씨...

그 아저씨에 잘 어울리는 깍쟁이 같으면서 귀여운.. 멋쟁이 리디아 언니...^^

생각지도 않게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내친김에 저녁까지 함께 먹고...

그렇게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저씨네 부부는 골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중간에 일이 생겨 못가게 되셨고...

우리는 애리가 캠핑를 가는 바람에 혼자 떨궈놓고 가족 여행가기는 뭐해..

연휴를 집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이렇게 생각지 않게 함께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되어..

아저씨네도 우리도 여행이 아쉽지가 않았던 시간이었다며 서로들 좋아라 했다...^^

 

저녁을 먹으로가니 남편과 아는 사람들이 양 사방에 벅쩍벅쩍~

뭐 그리 아는 사람들이 많은지....

결국, 노래방으로 가자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노래방을 참으로 싫어라하는 나는 브루노 아저씨네 부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같은 동네 사시니 픽업 부탁드리기도 하나도 안죄송스럽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계들...

그 관계들 속에 이러한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하루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곳을 왔다갔다 했던지...

마치 며칠을 보낸 듯한 느낌이었다...

그 모든 일이 하루에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어쨋거나...

애초에 계획한 것이 틀어지긴 했으나...

계획이 틀어짐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

삶은 이렇게 때때로 깨소금같은 재미를 선물로 주곤 한다....

 

즐거웠던 하루였다...^^

.

.

우리는 차에서 옛날 가요를 들으면서 갔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골목길'이 얼마나 재밌던지...

어렸을때는 별 생각없이 흥얼거리며 좋아라했던 곡...

 

모처럼 들으니...

가사 하나하나가 우리 때의 정서가 묻어있어..

얼마나 재밌고 웃기던지...^^

 

그 어두운 골목길에서 애틋한 마음 속에 그녀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마치 드라마처럼 그려지는게다...

참으로 순수했던 우리 때의 정서...^^

 

요즘은 그렇게 골목길에서 추위에 떨며..

또는 이제나 저제나 올까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문자로 날리는 세대가 아닐까...싶기도 하고...

 

이 재밌는 노래를 우리는 고래고래 따라 부르며...

남편과 나는 그렇게 깔깔거렸다... 

참으로 순진했던 시대였다고... 꼭 한 마디를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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