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새해가 되면 하는 바보의 결심...

pumpkinn 2012. 1. 8. 03:45

 

 

 

 

파인만 독서 리뷰에 올려놓은 Enya Love Song을 듣다보니..

괜시리 감상에 빠져든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주고...

맞으면 아플 것 같은 장대비..

 

이렇게 억수로 앞이 안보이게 내리는 비를 나는 좋아한다...

징징대는 여인네의 어리광 울음처럼 찔금거리며 내리는 비는 짜증이 나지만...

하늘문이 깨져 버리기라도 한 듯 쏟아지는 영혼의 절규같은 장대비는...

혼탁해진 내 영혼까지 씻어주는 느낌이다...

 

그래...맞다...

지난 한 해 나는 참으로 혼탁한 삶을 살았다..

영혼도 마음도 몸도...

그 무엇하나 제대로 가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지만...

바보들은 늘 변화하기 위해서는 새해를 기다리지 않던가...

마치 결심이란 11일에만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연말에 정리를 해야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래서 새로 다가오는 한 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해야 아름다운 마무리로 한 해를 맺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럴 시간을 가질 사이도 없이 나는 여행을 떠났다...

사실 말이 여행이지 그냥 가족과의 외출정도의 분위기였지만...

단지 그 외출이라 표현하기엔 좀 더 시간이 많이 걸렸던 그런 여행...

 

오랜만에 작은 아주버님과 형님을 만나뵙고..

가족끼리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엔..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까지 났으니..

 

이번 여행은 가족과의 만남이니...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거란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울로 꼬엘료의 책을 들고 갔다...

 

알레프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었으나 틈틈이 읽은 그 책은..

마치 나를 위해 쓰여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자주 울음이 터졌고...

가슴엔 여린 떨림과 파장이 일었다...

빠울로가 여행을 떠나는 시기의 갈등과 방황과 느낌들이...

바로 나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느낌 같은 방황 같은 갈등....

그리고 변화를 갈구하지만 변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절망감....

 

책 속에 쓰여진 단어들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며...

내게 튀어 올라왔고...

나는 목까지 차오르는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어 자꾸만 책을 손에서 내려놓아야 했다...

 

순례자가 그랬고...

연금 술사가 그랬고...

흐르는 강물처럼이 그랬다...

 

언제나 내가 삶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내게 해답을 주었던 그의 책...

그리고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단호함으로 내게 말하고 있다...

용기를 내라고...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게다...

정말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꿈꾸는 이는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변하고자 시도는 하는 듯하나.. 위험을 감수하고는 싶지 않고...

불편하고 부딪히는 것도 싫은 내 자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 내가 넘어서야 나는 내 마음 안에 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안다...

그래야 내 안에 열정이 되살아날 것임을 안다...

 

숨을 쉰다고 사는 것이 아니듯이...

열정이 없는 삶도 죽은 것과 다름아닌 삶...

 

올해는 나는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이미 계획이란 실천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바보같이 너무나도 많이 경험한 탓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내가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커다란 변화들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그 변화에 익숙해지고 적응해지는 것 조차도 내게는 벅찰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인게다...

 

올해 내가 해야 할 것은 비우는 연습이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비워내는 연습...

디룩디룩 비계덩어리로 쌓여있는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비우고 또 비워내는 연습말이다...

 

그리고 굳이 한 가지 더 붙인다면...

내 자신의 색깔을 지키는 연습....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내 모습 그대로를 지켜내는 연습...

그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올해 나의 계획이다...

 

그러면 집 나간 내 열정이 돌아오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를 충실히 해야 한다.

영적, 지적, 육적, 정신과 일상의 생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1. 영혼 가꾸기

 

- 기도 생활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감사 기도와 복음 읽기 습관화.

- 성서 쓰기: 매일매일 한 구절이라도 성서 쓰기를 습관화 한다.

 

2. 지성 가꾸기

 

- 책을 계획있게 읽되 많이 읽는 것에 중점을 두지 말고 내 삶에 스며들도록 학습을 한다.

- 2주일에 한 권을 읽되 리뷰는 기본. 초서는 옵션.

 

3. 신체 가꾸기

 

- 일주일에 세 번이 아닌 매일매일 걷기 운동을 한다. 저녁에 약속이 있을 때만 제외.

- 운동하는 것을 습관하 하는 것은 올해 최고의 목표다.

 

4. 일상 가꾸기

 

- 내게 맡겨진 역할에 게으름 피우지 말고 기꺼운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나를 성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부던 삶이던 기본적인 것이 탄탄하게 이루어져있지 않으면...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금방 흐트러지고 무너져버린다..

 

올해는 나의 삶의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하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나는 어떤 변화도 내 삶 안에서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기에..

나로서는 절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빠울로 꼬엘료처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수도 없고...

산티아고 데 꼼뽀스델라에 갈 수도 없으나...

그의 말대로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모두가 그렇게 순례 여행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산티아고로 떠난 지상이가 왕부럽기도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내 바로 발을 딛고 서 있는 나의 바로 지금 이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

그리 너무 멀지 않은 언젠가’...

산티아고로 떠날 그 날을 꿈꾸기를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나를 만날 수 없다면...

그 곳에 간들 만날 수 있을까...?

 

직접 가서 꼭 확인해보리라...

남들이 그러니까.. 빠울로가 그랬으니까...나도 그러고 싶은 허영인지...

내 가슴 저 밑에서 끓어오르는 내 영혼의 외침인지....

꼭 가서 느껴보리라....

.

.

 

내 삶도...

영화 속의..동화 속의...

Fairytale 같았으면.......

 

 

 

'펌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0) 2012.01.20
기특했던 하루...  (0) 2012.01.11
사랑과 우정사이..그리고 하루...  (0) 2011.12.21
공허감....  (0) 2011.12.19
어제야 알게된 사실...  (0) 201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