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같은 삶을 살았지만 달랐던 삶을 살았던 그 친구....

pumpkinn 2011. 10. 31. 09:28

왠지 그 사람 좋은 환한 웃음으로 가족 곁으로 돌아올 것만 같은 박영석 대장..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그의 영혼과 그의 가족에게 함께 하시기를....

어렸을적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진이 가슴에 싸한 슬픔을 안겨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은 조마조마해지고...

자꾸만 희망이 사라지려고 하는 마음을 애써 붙들어 맸다..

마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그것처럼...

내 희망을 나뭇가지에 그림을 그려서라도 붙들어 매 놓고 싶었다...

 

며칠 전 박 영석 대장의 부인 되시는 분이 쓰러지셔서 링겔을 맞고 계신다는 기사를 읽었고...

아들은 네팔에서 아빠의 구조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며 엄마를 위로하고 있고...

이런 가운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오늘 아침 결국엔 구조 원정대가 수색 종결을 하고..

박영석 대장과 함께 신동민 강기석의 영결식을 올린다는 뉴스를 읽었다...

 

결국엔.. 그런거였나...?

산에 잠든 산 사나이..라는 기사 제목에 가슴이 저릿하다...

그럼에도 그와 팀원들이 어딘가에서 살아남아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아닐 거란 생각도...

 

박 대장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내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같은 나이를 살았으나...전혀 다른 삶을 살았음에....

 

누구는 마음으로만 열정을 품고 있었고...

마음으로만 꿈을 그렸고...

마음으로만 삶을 말했다...

 

그런데 누구는....

마음에 품은 열정을 밖으로 쏟아내었고...

마음 안에 그려진 꿈을 삶 안에서 이루었고...

마음으로만이 아닌 온 몸으로 삶을 말했다...

그 주위에 있는 이들까지 꿈으로 전염시키면서...

 

그러면서 그는 꿈을 심어주고 열정을 심어주며...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음을 온 삶으로 보여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고 고백하는 박영석 대장....

 

내가 매번 삶에 지는 것은 바로 나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인 것을..

또 한번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온 열정과 영혼을 불태워 삶을 살았던 박 영석 대장...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을 온전히 쏟아 부었던 산...

인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산에 영원히 함께하게 되었다...

 

삶에 자신의 이름 석자 굵게 찍은 박 영석...

자신의 꿈을 향해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산 안에 묻힌 그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왠지..

아직 그가 그 사람 좋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족 곁으로 돌아올 것만 같다...

 

부인되시는 분께서 빨리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라며...

좀 더 함께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보낸 슬픔보다 그렇게 멋진 분이 내 남편이었음에..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차게 일어서주시기를....

아이들 또한  멋진 아빠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멋진 아이들로 자라주길....

그의 가족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과 보호하심이 영원히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또한...

함께 동행한 후배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하느님의 보호하심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바란다...

.

.

 

우리 시대를 살았던 친구들은...

모두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을 사랑해더랬다...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했던 그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박영석 대장과 함께 산에 묻힌 팀원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드리고 싶은 노래...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

(넹~ 저 팔불출 맞아요~!! ^^)

 




 

시인의 마을

                                                  - 정태춘 -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 발굽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되어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어 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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