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in De Botton

[독서리뷰 3] 공항에서 일주일을 - A Week at the Airport, 2009

pumpkinn 2011. 5. 12. 00:48

2011년 3월 8일

 

 

히드로 공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

<출처: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에서 찍어 올림>

 

저자 알랭 드 보통에 대하여:

http://blog.daum.net/angelicka/16195152 참조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읽고....

 

리뷰에 앞서..

Recanto da Paz로 쉬러 오는 길, 내 가방엔 다른 휴가때보다 책이 몇 권 더 들어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쉬고 싶었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해야하거나 깊은 내용의 책보다는 쉽게 공감 속에 읽을 수 있는 책들이나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집어넣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온 책이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두 권 내 생애 단 한번’, ‘살아온 기적 살아가는 기적과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그리고 할아버지 시계그리고 성경책이었다.

 

리뷰..

글고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독서 리뷰를 올리는 것 같다. 작년 201010월에 올린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을 마지막으로 3월인 지금까지 더 이상 올리지 않았으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실 그동안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굳이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자면 리뷰를 올릴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암튼, 읽는 모든책에 관하여 리뷰를 쓴다는 나 스스로의 책규칙을 떠올리면 밀린 과제가 몇 개는 된다. 마음으로 초서를 담은 괴테와의 대화를 포함하여..

 

알랭 드 보통의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 동안 상주하며 그의 눈에 비쳐진 느낌을 기록한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사실 벌써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알랭 불안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저자 조사를 하다가 접한 기사가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공항은 특별한 곳 같았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알베르티나를 알지도 관심도 없지만, 순진하고 귀여운 미소를 가진 그녀 클로어를 만난 곳도 바로 공항이다. 어쩜 그것이 공항이 알랭에게 주는 의미에 중요한 부분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도 지난 날 공항이나 박물관이나 음악회 같은 그런 곳에서 멋진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꿈을 꾸곤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런 멋진 사랑은 소설 속이나 이렇게 멋진 작가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인지. 운명이란 것이 그렇게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드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

 

내가 알랭을 이토록 미치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윗트 넘치는 시니컬한 비유도 한 몫 단단하 하지만, 그와 함께 평소 너무나도 당연시 지나가는 일상 속의 한 장면을 마치 새로운 아주 독특한 무엇마냥 클로즈업 시켜 재인식 시켜주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의 너무나도 현란하고도 섬세한 터치에 가끔씩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씩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여 읽게하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빵터지게 하는 알랭.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진지한 그래서 더 웃기는 코미디. 바로 그런 휴식 같은 쉼표를 찍어주는 알랭의 섬세하면서 시니컬한 위트가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접근, 출발, 게이트 너머, 도착이란 평범한 타이틀 속에 공항의 모든 것을 담았다. 공항의 외적인 건축 모습에서 내적인 구조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을 담았다. 그 표정 속에 숨겨진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그리고 먼 훗날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을 아버지의 모습도..

기대감과 설렘 속에 여행을 떠나는 이들. 하지만 그리이스의 멋진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우주를 가고 공기를 가르는 하이 테크놀러지의 절정인 비행기로 하늘을 날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함에서 오는 갭으로 서로에게 주는 상처 치유의 방법을 알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고뇌까지도 품에 앉는 공항. 꿈과 불안과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공항. 화성인이 온다면 공항을 보여주고 싶다는 알랭의 기발한 제안에 반대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게 공항은 떠남과 만남이 주는 우리 인간이 가진 모든 느낌과 감성을 뿜어내기도 하고 품에 안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또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이미 습관처럼 익숙한 일상으로. 또 언젠가 나의 행복을 찾으러 떠나고 싶은 바램과 함께..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지금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어쩌면 여행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또 다른 길에 대한 막연한 꿈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항이 그리 끈끈하고도 복합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여행으로 이끌어주는 통로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리뷰를 마치며..

나는 리뷰를 올리면서 꼭 책을 읽기전의 나의 상황이나 느낌이나 배경을 꼭 집어넣는 버릇이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것이 참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냥 단순하게 그 책을 읽은 리뷰나 소감을 올리는 것보다 왜 그것을 읽게 되었는지, 어떻게 내 손이 그 책으로 향하게 되었는지까지의 경위등이 그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더 깊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한 그런 나의 느낌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나의 휴식처에서 알랭과 함께 했고 그와 함께 공항의 구석구석과 그의 눈에 비쳐진 온갖 여행객들의 사생활과 고민들 그리고 기쁨과 행복과 슬픔과 두려움도 만났다. 그리고 일반인인 나에게는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 금지 구역에도 그를 쫓아 들어가보기도 했다. 또한 가운 속의 알몸의 남자와 유니폼에 앞치마를 두른 두 남자의 묘한 만남에도 함께 했다. 앞으로 가운 두른 남자를 보면 알랭을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한 알몸일까..아니면 속옷을 입었을까 하는 기이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휴가지에서 만난 섬세하고 매력적인 알랭의 눈을 통한 공항이란 공간을 어깨너머 구경하는 것은 참으로 묘한 재미였다. 그가 비행일지를 쓰게 되는 날을 나는 아마도 목을 내밀고 기다리게 될 것 같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되어 그 고고한 기다림이 그리움으로 질퍽되지나 않을지..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 읽다가 - 초서

 

P10 보통 좋은 여행이라고 하면 그 핵심에는 시간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는 점이 자리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내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야 어쩔 수 없는 척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으니까.

 

>>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간혹 혼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야 할 때 이런 갈망을 가져본 적이 있음에 알랭의 이런 느낌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떠남, 만남, 설렘, 슬픔, 그리움, 이별, 기쁨, 그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 공항.

 

나 역시 어릴때부터 공항을 좋아했었다. 뭔지 모를 가슴 먹먹해지는 노스탈지아를 안겨주는 곳..

어딘가로 떠나는 친구들. 그리고 늘 그자리에 남겨있는 나. 한국에선 내가 떠나는 친구였지만, 파라과이에서는 나는 남겨지는 친구였다.. 그래선가, 가끔씩 허전함과 공허감과 상실감이 우리를 엄습할때면 공항엘 갔다오곤 했다. 언젠가는 나도 그곳을 막연함 속에 그리며..

 


 

P10 이런 갈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적은 거의 없지만, 나는 속으로는 유압 착륙장치가 새거나 비스케이 만에 태풍이 불가를(…) 이따금씩은 심지어 비행기 도착이 아주 심하게 늦어져서 식사 쿠폰을 받거나, 아니면 더 극적으로, 항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거대한 콘크리트 크리넥스 상자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를 바라기도 했던 것이다. 창문은 열리지 않고, 복도에는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프로펠러 비행기 사진이 걸려 있으며, 폼 베게에서는 등유 냄새가 아련하게 나는 곳에서..


 

P13 나라고 해서 감추고 싶은 비밀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 내가 심판을 할 입장은 아니었다.

>> 그러게 나라고 해서 감추고 싶은 비밀이 없는 사람이 아녀서 다른 누군가를 심판할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나는 절대 아닌 것처럼 그렇게 쉽게 남을 판단하고 심판하곤 한다.


 

P15 그는 예의범절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총애하는 개코원숭이 같은 인간이 보나마나 자기 도자기를 깰 것임을 알고 있고, 또 그 생각에 은근히 기뻐한다. 그런 관용이야말로 권력의 궁극적 증거니까.

 

>> 알랭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시니컬한 위트가 느껴지는 비유이다.


 

P17 결국 공항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특별한 제안이 내게 왔을 떄,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바닥이 나고 말았다.

 

>> 하하하~ ^^


 

P25~P27 어떤 언어의 문학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만큼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 메뉴 가운데 약간 소외된 듯이 보이는 몇 가지 음식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주방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산업에 종사하는 투숙객 가운데 몇 명이 도톰한 망고를 얹고 레몬 후추를 뿌려 풍미를 돋은 대서양 참돔이나 늘 신비에 싸여 있고 약간은 우울한 느낌까지 주는 오늘의 주방장 수프에 유혹을 느낄까. 하지만 결국 음식물의 공급을 조정하는 일에는 특별한 과학이 필요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클럽 샌드위치 이외의 것을 주문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 샌드위치는 전성기의 바쇼라고 해도 메뉴를 쓴 사람만큼 설득력 있게 묘사를 하려면 땀깨나 흘렸을 것이다.

석쇠에 구운 따뜻한 치킨 조각,

훈제 베이컨, 아삭아삭한 상추,

바다 소금을 부린 감자 튀김 위에 따뜻한 치아바타롤

 

>> 킬킬대고 웃다가는 이 부분에선 급기야는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를 미치게하는 알랭~ ^^


 

P29 두 성인 남자가 묘하게 만나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은 객실에 비치된 드레싱가운 밑은 알몸이었다. 또 한 사람 (에스토니아의 작은 도시 라크베레에서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근처 힐링턴에서 네 명과 방 하나를 함께 쓰고 있었다)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제복에 앞치마를 두르고 명찰을 달고 있었다. 이렇게 만난 뒤에 벌어지는 의식에 주목할 만한 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 사람은 늘 하는 말처럼 약간 짜증스럽게, “텔레비전 옆에하고 내뱉으면서 계속 서류를 정리하는 척한다. 이런 능력은 국제적 회의에 참가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발전한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 까르르르륵~ ^^ 알랭만이 끄집어낼 수 있는 섬세한 부분이다.

가운을 두른 알몸의 남자와 유니폼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나타난 두 남자의 낯선 만남. 정말 참으로 묘하게 만나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하하하~ ^^

내가 알랭을 이토록 미치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윗트 넘치는 시니컬한 비유도 한 몫 단단하 하지만, 그와 함께 평소 너무나도 당연시 지나가는 일상 속의 한장면을 마치 새로운 아주 독특한 무엇마냥 클로즈업 시켜 재인식 시켜주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P33 전부가 (스테인리스스틸 덥개를 들어보면) 난잡한 소비가 이루어진 증거를 제공했다. 토스트 조각을 가로질러 번진 케첩과 비네그레트 소스에 담근 달걀 프라이는 금기가 깨져나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호텔 방에 혼자 거주하는 동안 성적인 금기는 그보다 더 자주 깨져나간다고들 하지만.

 

>> 하하하하하~ 내참~ ^^;;


 

P37 하늘의 손님들은 짐짓 날카롭게 엔진 소리를 으르렁거리며 가정적인 영국의 아침이 졸음을 빨리 떨치지 못한다고 책망하는 듯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가정을 방문한 배달 사원이 앙심을 품고 일부러 끈질기게 초인종을 눌러대는 것처럼, 그들 주위의 M4 도로 주변 지역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 앙심을 품고 일부러 끈질기게 초인종을 눌러대는 배달 사원. ^^ 비유가 넘 명쾌하여 웃음이 나왔다. ^^


 

 

윌리 윌시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알랭..

남자건 여자건 무엇에 빠져 흥분하는 열정을 보면 아름다워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출처: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에서 찍어 올림>

 

 

P43 부자일수록 짐이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

 

>> 그런 것 같다. ^^ 그래서 어디 가까운데를 가더라도 이민 가방 하나인 나는 때때로 조금 챙피함을 느끼기도 하다. 부자로 안보여서가 아니라, 대체 난 뭘 이리도 가져가야 하는게 많은건지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필요할 것 같고. 하긴 그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체로 여행가서 안가져가서 불편을 겪은 일은 별로 없으니.

이번 여행이 바로 잘난척하다가 골탕먹고 있는 중 아닌가..? 휴식과 음악과 커피가 있는 곳, 모두 10점 만점인데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긴 옷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사실. 급하게 준비하니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눈에 띈 대로 준비했기에 겪게되는 불편함이었다.


 

P47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이 기둥들의 목 위에 400미터 길이의 지붕이 균형을 잡고 있는데, 마치 아마포로 만든 차일이 사뿐하게 얹혀 있는 듯하다. 모름지기 짐이란 이렇게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알랭의 묘사가 지극히 사실적이고 정교해서 마치 그렇게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구나 싶었다.


 

P47 컴퓨터는 사소한 잘못에도 느닷없이 야박한 오류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 때문에 승객들은 아무리 무뚝뚝해도 좋으니 인간이 돌아와주기를 갈망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라도 이해나 용서를 받을 가능성이 늘 있기 때문이다.

 

>> 공감~!! 우리는 사람들의 불친절에 투덜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도 감정도 없는기계보다는 사람이 우리를 맞아주기를 바란다. 알랭의 말대로 적어도 인간에게는 이론적으로라도 이해나 용서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P49 목적지의 세부 정보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초점이 맞지 않은 노스텔지어와 갈망의 이미지들이 흔들리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 자기 상상 속에 그림을 그려내며 나름의 설렘 속에 빠지게되니..


 

P57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쓴 [분노에 관하여]라는 논문, 그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 공감가는 구절이다. 지나치게 낙관하여 따라오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는 세네카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준비 없는 지나친 낙관, 대책 없는 막연한 긍정. 그 모두 우리에겐 기쁨이나 희망보다는 분노나 실망을 안겨주는 것 같다. 당연한 귀결 같다.


 

P61 지나가는 사람들은 동정심을 드러냈다. 여자가 대단히 아름답다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벌써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적어도 열두 살 때부터는 그녀의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였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씩 동작을 멈추고 잠깐 자신의 상태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뒤 다시 눈물로 축축한 연인의 가슴으로 돌아갔다.

 

>> ‘그녀는 이따금씩 동작을 멈추고 잠깐 자신의 상태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뒤’ ^^;; 그녀의 무의식적인 행동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섬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캐치하여 글로 옮겨놓는 알랭이란..^^ 그녀가 벌써 그리워진 알랭.. 내참~ 클로어는 어떡하고~ 하하하~ ^^

 

참 재밌는 것은, 사실 똑 같은 고통 속에 있더라도 외모가 아름답다거나 멋지다거나 하면 그 연민의 정이 더 깊어진다. ‘어쩌다가 저 아름다운 사람이.. 어쩌다가 저 멋진 남자가..’ 하지만, 초라하거나 볼품없게 생긴 누군가가 같은 고통 속에 있다거나 하면, 마치 그는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거나, 또는 그에게는 이미 고통이라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그런 것쯤은 별 것 아니게 느껴질 것 처럼 우리는 반응한다. 사람이 아니라 심지어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쁜 강아지가 다치거나 아프면 그 아픔이 더 크지만, 지저분한 길거리 강아지가 다치거나 아프면 그런가부다 하면 넘어가는 우리. 물론 내가 말하는 우리모든우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 쥐새끼가 죽어도 불쌍하다며 눈물 흘리는 리예 같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단지 보편적인 상황을 그려냈을 뿐이다.

 

암튼, 그 잠깐 동안에 그 매력적인 알랭을 그리움으로 몰아넣은 그녀가 몹시 부럽게 느껴졌다. 하하하~ ^^


 

P73 우리 대부분은 치명적인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아슬하슬하게 비껴가야만 일상생활에서 좌절과 분노 때문에 인정하지 못했던 중요한 것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P75 지금 데이비드의 가족을 지배하는 긴장된 분위기를 보면 인간의 기분이 따를 수밖에 없는 엄격하고 용서 없는 논리가 떠오른다. 그러나 외국에 있는 아름다운 집의 사진을 보면서 그런 웅장함에는 반드시 행복이 따라올 것이라고 상상하다보면 그 논리를 무시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미학적이거나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기쁨을 끌어내는 능력은 이해, 공감, 존중 등 그보다 더 중요한 여러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요구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위태롭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헌신하고 있는 관계가 몰이해와 원한으로 물들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드러나면 우리가 종려나무와 하늘색 수영장을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P76 불을 피우거나 쓰러진 나무로 초보적인 커누를 만들려고 애쓰던 인간 역사의 초기에, 우리가 인간을 달로 보내고 비행기를 오스트레일리아에 보내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견뎌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불끈 성질을 낸 것을 사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이렇게 고생을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 그러게. 내가 가장 서투르고 잘 할 줄 모르는 것이 바로 이런 감정과 얽힌 일들을 풀어가는 방법이다. 내 마음은 얼마나 쉽게도 닫히는지. 그러고는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런 감정의 얽힘 속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싫고, 막을 틈 없이 소모되는 나의 에너지로 나는 탈진상태에 빠져드는 것이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P77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곳이 실제로도 좋은 곳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용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서재는 그 홀 하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실패에 대한 공포를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이곤 한다. 독창적인 사고는 수줍은 동물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이 굴에서 달려나오게 하려면 때로는 다른 방향, 혼잡한 거리나 터미널 같은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

 

P83 나의 수첩은 상실, 욕망, 기대의 일화들, 하늘로 날아가는 여행자들의 영혼의 스냅 사진들로 점점 두꺼워졌다. 터미널이라는 살아 있는 혼돈의 실체에 비하면 책이란 얼마나 얌전하고 정적인 것이냐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는 힘들었지만.

 


P85 나는 더들리가 자기 자리에 와서 멈추는 모든 새로운 구두에 맞설 때마다 보여주는 낙관적인 태도에 감탄했다. 그는 현재 상태가 어떻든 간에 그 구두의 최선의 상태를 상상하면서, , 왁스, 크림, 스프레이 클리너 등의 무기로 학대당한 곳을 치유했다.

 

>> ‘학대당한 곳을 치유..’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 초서에 옮겼다.


 

P85 그는 구두를 닦고 돈을 받았지만, 진짜 사명은 심리적인 것임을 알았다. 그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구두를 닦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거 밑에 줄을 긋고 싶을 때, 외적인 변화가 내적인 변화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을 때 구두를 닦는다.

 

>> 더들리가 닦아주는 구두지만, 정작 그는 상처받은 마음을, 새로운 결심을, 치유받고 싶은 영혼을 보듬어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03 비판자들은 터미널 5가 공항보다는 쇼핑몰 같다고 불평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배치가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이 건물의 핵심인 항공 관련 정체성 가운데 어떤 면이 침해를 받는다는 것인지, 승객들이 어떤 구체적인 즐거움을 뺴앗긴다는 것인지, 사실 우리는 쇼핑몰이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게이트라는 추가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지 않아도 그곳을 찾곤 하지 않는가.

 

>> 하하하~ ^^


 

P105 환전소에서 통로를 건너면 터미널에서 가장 큰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책의 상업적 미래에 관한 필자의 수세적인 예측 (아마 어느 공항 서점에서도 자신의 책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곳의 책 판매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었다.

 

>> 큭큭~ ^^;; 좀 머쓱할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대중소설가도 아니고 세계적인 유명 작가인 자신의 책이 공항의 어느 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내가 다 의아스럽다. 나도 알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이 그곳에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P118, 그런데 어떤 문제에 헤맨다고 느끼던가요?”

.” 목사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거의 언제나 화장실을 못 찾아 헤매더군요.”

 

>> 푸하하하하하~ ^^;; 아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세상에~ 난 무언가 인생과 관련된 헤맴을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정말 문자 그대로 헤맴의 이유를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목사의 답변에 그만 뒤로 넘어질뻔했다. 넘 웃겨서..하하하~ ^^

, 알랭이 목사 앞에서 웃음을 터뜨려 목사를 머쓱하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그자리에 있었음 아마도 내가 미처 느끼기도 전에 웃음이 터져버렸을게다. 하하하하~ ^^


 

P119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맑고 매력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의 앞모습과는 다르게 다소 실망스런 알랭의 옆모습..^^;;

마치 술을 많이 마시는 빨간코의 중년의 아저씨의 모습처럼 보인다. 흑~

<출처: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에서 찍어 올림>

 

 

P123이 세상의 노고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에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 (1759)’ 에서 그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을 했다.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 콩코드 룸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야망에 감동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대응했다.

 

>> 그래.. 그렇게 정의를 내려가며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어쩜 우리가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결국 사람들의 경의를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선지 모르겠다.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고 시선을 주지 않는 Wall Flower같은 존재가 아닌 가만히 있어도 그 침묵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그런 사람.


 

P127 특별한 것 없는 옷을 입고 맬컴 글래드웰이 쓴 책을 읽는 이들은 지능과 장력 덕분에 부자가 된 엘리트였다

 

>> 맬컴 글래드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지..^^ 나도 그들 틈에 살짝 끼어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즐겁기만 하다.


 

P127 우리 사회가 풍족한 것은 대체로 가장 부유한 시민들이 부자들은 이럴 것이다 하는 대중의 통념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럴지도. 어쩜 그래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있는 Recanto da Paz의 주인도 청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호텔 투숙객들과 함께 농담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인간적인 느낌으로 가깝게 느껴지기마저 하니 말이다.


 

P133 비행기 객실들을 꼼꼼히 살피며 받은 느낌은 출간된 책의 초고를 볼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잘 다듬어진 당당한 산문도 처음에는 주춤거리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출발했음을 확인하는 즐거움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첫 시도에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위로가 됨직한 교훈이었다.


 

P135 대한한공은 소고깃국을 내놓을 것이고, 일본항공은 연어 데리야키, 에어 프랑스는 당근 퀴레를 깔고 그 위헤 치킨 에스칼로프를 깔아 내놓을 것이다.

 

>> 내가 예민한걸까..? 알랭 드 보통이 서울을 언급하거나 대한항공을 언급하는 것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것두 젤 앞에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젤 먼저 떠올랐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유명작가의 책에 이름을 올리는 한국의 위상이 반갑기만 하다.

언제나 많은 작가들 입에 올려지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 아녔나. 늘 아시아에서 한국이 빠지는 것이 내심 속상하기도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 내가 예민한건지도 모르겠으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거 아닐까..? 벌써 이 책에 두 번이나 우리 나라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 내겐 반갑고 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터 드러커가 한국을 떠올렸고, 말콤 글래드웰이 한국을 떠올렸고 (대한항공의 비극적인 상황이예로 올려지긴 했지만..), 이젠 알랭 드 보통이 한국을 글에 올렸다. 흐뭇한 일이다.


 

P139 선임 부조종사 마이크 노콕과 인사를 했다. 그는 15년 경력의 조종사였으며, 전문가들이 예술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하는 그 심술궂으면서도 관대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의 앞에 서 잇자니 아버지의 애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조종사를 만나는 것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든 모욕적인 경험이 되어갈 운명임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그들에게서 그렇게 존경하는 미덕들, 그러니까 확고부동한 태도, 용기, 결단력, 논리, 상황을 파고드는 능력 등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사실, 뉴펀드랜드의 안개가 낀 방에 777기를 착륙시키라는 요구를 받으면 틀림없이 울기부터 할, 늘 머뭇거리는 미숙한 피조물을 벋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 하하하하~ ^^ 알랭이 노콕 앞에서 스스로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내겐 너무나도 재밌었다. 나도 가끔씩 누군가 앞에서 느껴지는 작아짐.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암튼, 우리 인간은 모두 어느 부분에선가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재밌었다.


 

P153 나는 대담하게도 히드로에 관한 책을 쓰는 권한을 처음 부여받은 이후 품어왔던 환상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언젠가 돈이 좀 남으면 나를 그의 비행작가로 임명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구를 끊임없이 뱅뱅 돌면서 무엇보다도 나의 후원자에 대한 진지한 헌사, 조종실에서 본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사막의 황토색을 묘사하는 인상주의적인 에세이, 남성 승무원들이 취사실에서 일을 하면서 보여주는 발레 같은 동작들을 이야기하는 짧은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런 글을 쓸 수도 있겠구나. 알랭의 눈을 통해 비쳐지는 비행기 안의 일상(?)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157 밤이면 공항은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본거지가 된다. 어떤 한 나라에 헌신할 수 없는 사람, 전통을 보면 뒷걸음질치고 안정된 공동체를 수상쩍게 여기는 사람, 따라서 다른 어느 곳보다 현대 세계의 중간지대에서, 등유 저장 탱크, 비즈니스 파크, 공항 호텔로 인해 풍경이 상처 입은 곳에서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 현대의 유목민. 한 나라에 헌신할 수 없는 사람. 전통에 뒷걸음 치는 사람들. 여러 현대 시설로 인해 풍경이 상처 입은 곳에서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왜 이런 표현들이 내겐 그리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보헤미안이 떠올려진다. 현대가 요구하는 부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자신의 의미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내 의미만 추구하며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스스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나의 의미도 추구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경제력도 갖춘 브루조아적인 보헤미안이고 싶다. 물론 경제력이 있다고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어디가도 내 존재만으로도 그 자리가 의미가 있어지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 의미가 부여되는 사람. 그런 나이고 싶다. 거창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내가 있는 어디에서도 그 자리를 밝혀주는 촛불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P157 영국항공의 모든 비행기들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거대한 세계지도가 있다. (…) 이 지도는 가슴 뭉클한 불침번을 상징한다. 각 비행기가 고향의 비행장에서 아무리 멀리 떠나 있다고 해도, 아무리 속박에서 벗어나 유능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런던 관제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마음에서 결코 멀리 떠나보낸 적이 없다. 그들은 자식 걱정을 하는 부모처럼 자신이 책임지는 비행기 한대 한대가 무사히 착륙하기 전에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 언젠가 비행기 관제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즉 관제실의 일상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다. 정말 드라마틱했다. 마치 증권이 오르고 내리는 초치기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마켓을 연상케하는, 돈이 아닌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일이기에 그들의 손에 달려있는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매 순간 매 초마다 치열하게 임하는지, 관제탑안에서 벌어지는 그 영화를 다른 어떤 쓰릴 넘치는 액션영화보다 더 가슴 졸이면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자식 걱정을 하는 부모처럼 자신이 책임지는 비행기 한대 한대가 무사히 착륙하기 전에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라는 알랭의 표현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대로 표현한 것임을 안다.


 

P165 혹시 우리 종의 수태방식이 조금 은근하고 덜 시끄러웠다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비행기와 그 이륙 수단을 지금과는 다르게 설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앞이 수북한 후미진 곳에 남겨둔 난자 위에 남성이 몇 시간 앉아 있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마찰 없는 오용한 수태가 가능했다면.

 

>> 하하하하~ ^^ 정말 황당한 알랭이다. 그의 상상력의 세계란..^^ 문득 이 부분을 번역하던 정영목씨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을까 하는 뜬금없는 나의 상상에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P169 나는 우리 종족이 짐승과 천사가 묘하게 결합된 연소성 혼합물이라는 느낌에 충격을 받고 새벽 3시에 방으로 돌아왔다.

 

>> 이 말에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짐승과 천사가 묘하게 결합된 연소성 혼합물’. 인간이 지닌 양면성. 이 극과 극의 두 얼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걸까..? 그러니 우리의 마음은 그 둘의 싸움으로 내내 시끄럽고 어지럽고 복잡할 수 밖에 없는건지도 모른다. 평정을 이루었다고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되어지는 그 순간에 늘 하나가 들쑥대며 위로 치오르니 말이다. 참으로 하느님은 묘하게도 만드셨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인간을 만드셨다는데, 그러면 하느님도 양면성을 지니신 걸까..? 생각이 이어지다보니 엉뚱한 하느님에게까지 딴지를 걸게된다. 호호~


 

이번 캠브리지에서 애리가 참가했던 EF 프로그램. 반가워서 올렸다. ^^

<출처: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에서 찍어 올림> 

 

 

P186 아무리 외롭고 고립된 사람이라도, 아무리 인류에게 비관적인 사람이라도, 월급을 줄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도, 도착했을 때 누군가 의미 있는 사람이 맞으러 나와주기를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일을 하느라 바빠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해도, 우리가 애초에 여행을 떠난 것에 불만이 있어 보기도 싫다는 말을 했다고 해도, 지난 6월에 우리 곁을 떠났거나 12년 반 전에 죽었다고 해도, 그래도 그들이 나와주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냥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고 (우리가 작은 아이였을 때 누군가 가금이라도 그렇게 해주었을 것이며,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까지 올 힘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주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몸을 떨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도착 라운지로 나아가면서 얼굴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세계의 익명의 공간들을 헤매고 다니는 동안 우리가 보통 취하는 엄숙하게 경계하는 태도를 곧바로 버리는 것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희미한 미소를 지을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 공항에서 누군가가 나를 맞으러 나왔을지도 모르는 기대감에 대한 알랭의 묘사는 너무나도 섬세해서 마치 여행을 가는 내가, 또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나에겐 나와줄 그 누구도 없음을 알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공항 출구로 나오며 느끼게 될 막연한 기대감, 막연한 설렘, 그리고 두려움과 실망감이 내 안에서 한꺼번에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기의 루도비꼬도 내가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매번 실망감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싸해졌다.

나는 너무나도 내 감정에만 골몰하며 지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루도비꼬를 외롭게 한거구나 싶고...

어제도 아프다는 루도비꼬에게 약을 챙겨주기보다는 약 먹어라는 내 말에 상처받은 루도비꼬.. 전에는 왜 그말이 섭한지 모르겠던 나였는데, 인제는 알겠다. 루도비꼬가 느꼈을 외로움이 내게도 전해져 눈물이 그렁대진다. 미안해 자기야..


 

P191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냄새만으로도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 그래.. 그럴게다...


 

P199 우리는 우리가 찾아갔던 여행지들에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더 관대해지고, 덜 두려워하고, 늘 호기심을 느끼도록 도와줘, 나와 내 혼란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해줘. 나와 내 수치감 사이에 대서양 전체를 넣어줘.” 지혜로운 여행사라면 우리에게 그냥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 그래.. 그럴 수도 있을텐데.. 나중에 여행사 직원에게 그렇게 물어봐달라도 부탁을 할까..? 그런 테마 여행은 없을까..? 나를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여행.. 뭐 그런..

마치 우울증 환자들의 집단 같아서 우울한 여행이 될까..?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는 듯한 알랭..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

이시점.. 마지막 구절을 쓰고 있었을까..?

<출처: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에서 찍어 올림> 

 

 

P202 호텔 라운지에서 회사가 비용을 대주는 마지막 클럽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 굳이 밝히는 알랭. ^^ 갑자기 나는 공항이라는 꿈 속에서 마지막 무료클럽 샌드위치를 먹는 현실로 끌려나온 듯한 느낌이다. 그 클럽 샌드위치를 먹는 알랭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P203 나는 다시 집을 떠날 핑계가 절대 생기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작가들이 가정 내의 경험을 넘어서 밖을 내다보는 거싱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현대 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다른 기관에 상주하는 꿈을 꿔보았다. 은행, 핵발전소, 정부기관, 양로원 같은 곳, 그런 곳에서 여전히 무책임하고, 주관적이고, 약간 별나면서도 세상에 대한 보고가 담긴 글을 쓰는 꿈을.

 

>> 내가 돈에 구애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알랭을 초대할 수 있을 만큼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면 그를 Ludovicus에 상주시켜놓고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해달라는 당돌한 제의를 해보고 싶다는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참으로 재밌는 상상이다. 우리가 모르고 스쳐지나가는 당연한 일상 속에 그는 또 어떤 것을 잡아내며 새로운 색깔로 덧입힐까..?


 

P203 비행기 위층 객실을 관리하던 남성 승무원은 벌써 유니폼을 벗고 (그래서 마치 군복을 벗은 군인처럼 시시해보였다) 레딩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 승무원 복을 벗으니 마치 군복을 벗은 군인처럼 시시해 보이는 승무원. 하하하~ ^^ 어쩜 이렇게 족집게처럼 그 느낌을 이렇게 명쾌한 비유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암튼, 누군지 모르는 그 승무원. 괜히 나도 시시하게 느껴졌다. 하하하~ ^^


 

P205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우리가 읽은 책, 일본의 절, 룩소르의 무덤, 비행기를 타려고 섰던 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등 모두 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

 

>> 비가 내리고 있는 Recanto da Paz의 아름다운 정경때문일까..?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지금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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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Raiman - Dance With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