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피정일지 1] 김 찬용 신부님과 함께한 브라질 피정 – 첫째날

pumpkinn 2010. 6. 8. 05:49

 

피정 중 몰래 한 컷~  이번엔 봉사자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사진 찍는 것이 무척 조심스러웠다..

행여 다른 분들 피정 분위기에 분심드시게 할까봐..

그래서 앵글도 엉망이고 찍고 싶은 순간에 찍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성장 세미나 첫날 2010 6 3일 목요일...

 

드디어 오늘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김 찬용 신부님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피정은 무척이나 많이 기다렸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바닥을 긁고 있는 나의 신앙...

인제 그만 헤매고 싶었다..

나의 몸과 마음을 가꾸고 있는 요즘..

나는 점점 메말라가고 있는 나의 영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피정으로 좀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고 싶었고..

이번 피정으로 좀 더 성장하고 싶었고..

이번 피정으로 기도 맛을 아는 그래서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그런 신앙인이 되고 싶었다..

 

늘 제자리 걸음인 나의 신앙..

아니.. 제자리 걸음이면 감사하겠다..

나의 신앙은 날이 가면서 성장하기는커녕. 열심히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나의 두려움은 하느님께서 그런 나를 보고 벌을 하실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를 한결 같은 눈으로 바라보시고 사랑해주시는 하느님..

그래서 나를 언제나 감동시키시는 하느님..

바로 그렇게 당신의 눈동자처럼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내가 멀리 떨어져나가는 것..

그것이 무서웠다..

 

늘 하느님은 그 자리에 계시는데..

그곳에 없는 나..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나..

그래서 무서웠다...

하느님이 나를 잡고 있던 끈이 끊어질까봐..

그래서 내가 멀리 날아갈까봐..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오늘 첫 날..

우연히도 신부님과 함께 오신 봉사자님은...

아주 재밌는 진행으로 질문을 던지셨는데..

내가 앉아있던 줄에게 떨어졌던 질문은 바로..

내가 이 피정을 어떤 마음으로 오게 되었으며, 이 피정을 통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 차례가 돌아왔을 때...

나는 이 피정을 통해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한다고 답을 했는데..

신부님께서 첫 강의를 들어가셨을 때 너무나도 놀라왔다..

 

우리 신앙이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시며 시작하신..

첫 강의 제목이 바로 기도였다.

너무나도 놀라웠다..

내가 바로 바라던 바로 그것 아니던가..

 

기도의 정의는...

기도는 듣는 것이다

 

기도의 목적은

기도는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것이..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이다.’

,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것이 기도의 목적이라 하시면서..

우리가 기도에 대해, 그리고 기도의 응답에 대해 하는 여러가지 오해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기도는 물론 그 순간 하느님께서 던져주시는 말씀으로 응답을 받을 수도 있지만..

모든 순간에 그런 것은 아니며..

기도의 응답은... 즉 하느님의 목소리는...

때때로 사람을 통해, 어떤 계기를 통해, 어떤 사건을 통해...

때로는 어느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나 자연 만물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신다는 말씀이..

내게는 너무나도 새로웠다..

 

나는 언제나 속상했다..

왜 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건지..

물론 열심히 기도도 안하면서 바라는 건 무지 많다..

뭔가 짧은 시간 안에 쇼부를 보고 싶은 마음..

열정을 가지고 의지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김 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기 전 주셨던 피정에서 이런 말씀을 주셨다고....

'늘 뭔가를 많이 쪼아야 (말해야) 기도인줄 알았는데..이제야 알겠더라..

가만히 멍청하게그저 당신 앞에 있는 것' 그것이 기도임을 알겠더라고...

 

그 말씀이 내겐 너무나도 깊이 와 닿았다..

멍청하게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그렇게 하느님 앞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것..

뭔가를 많이 멋들어지게 말을 하지 않아도.. 지적인 묵상을 하지 않아도..

그것은 나와 하느님과의 만남이고 사랑이고 데이트인 것..

갑자기 뭉클해진다..

 

늘 나에게 감동을 주시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시는 하느님..

나도 감동을 안겨드리고 싶은데..

기도를 안 하면서, 하느님과의 사랑만남을 회피하면서 감동을 안겨드리겠따니.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나도 깊은 기도 맛을 아는 성숙한 신앙인이고 싶다..

그래서 하느님을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사랑에 빠지고 싶다..

그래서 하느님이 내게 주신 소명을 깨달아 알고..

그분이 환한 미소를 지으실 수 있는 그런 나이고 싶다..

 

강의 첫 날..

신부님 특유의 유머로 참 많이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감사한 피정에..

루도비꼬가 함께 와서 그것도 감사했다..

떠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안가겠다 하더니...

내가 정말 꼭 갔음 좋겠어..?”하면서 배시시 웃으며 준비하고 함께 온 남편..

감사했다..

자신 스스로 오겠다 해줘서..

 

여우 같은 마누라가 다 된 나도 기특했다..

옛날 같으면 안가겠단 남편 말에.. 입이 한자는 나왔거나..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을텐데..

그렇게 잘 달래서 왔으니 말이다..

참 많은 발전이 있는 날들였네 가만 보니..

내 신앙만 자라면.. 넘 감사할 것 같다..

 

나의 간절함은 하느님은 아실거고..

꼭 들어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던 수많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나..

그런데 이렇게 당신 곁에 있고 싶다는 딸래미의 기도를 물리치실리가 없다..

 

참 행복한 첫 날이었다...

 

강의 내용을 잊기 전..

이 느낌 사라지기 전 내 방으로 돌아와 기록을 남긴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

.

 

하느님의 벅찬 사랑...

나를 눈물 범벅 속에 헐떡거리게 했던..

아름다운 찬양..'너는 내 아들이라..'

 

사랑해요 하느님...

늘 감동시키시는 하느님...

당신은 제게 그리움이었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라 - 이 은수

 

 

 

힘들고 지쳐 낙망하고 넘어져 일어날 힘 전혀 없을 때에
조용히 다가와 손 잡아주시며 나에게 말씀 하시네


나에게 실망하며 내 자신 연약해 고통 속에 눈물 흘릴 때에
못자국 난 그 손길 눈물 닦아주시며 나에게 말씀하시네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도다
너는 내 아들이라 나의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

                  

언제나 변함없이 너는 내 아들이라
나의 십자가 고통 해산의 그 고통으로 내가 너를 낳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