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29]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고.

pumpkinn 2009. 8. 26. 11:23

 

 

로렌 슬레이터의‘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저자 로렌 슬레이터에 관하여

 

로렌 슬레이터’, 왠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참으로 아름답고 지적이면서도 아주 세련된 여성스런 분위기를 지녔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쩜 로렌이라는 이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사진을 보니.. 역시나…^^

 

내가 검색을 게을리 한 탓인지 아니면 싸이트를 잘 찾지 못해서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구할 수는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책에 쓰여져 있거나 인터넷 서점에 올려져있는 정보 뿐..  그녀는 심리학자고, 작가고 칼럼니스트이며, 하버드 대학과 보스턴 대학에서 심리학 석,박사를 마쳤다는 질투나는(?) 이력서와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번이나 수상했다는 것과 도한 뉴 레터 문학상의 논픽션 부분 창작상 부분을 수상했다는 그야말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그래서 더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하하하하~ ^^

 

책을 읽으며 느끼는 로렌은 참으로 예리하고 치밀하다. 그녀는 심리학자들의 연구실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마치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놓고 연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녀 역시 심리학자임으로 때때로 학자로서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녀의 수필가로서의 감성 속에 느껴지는 그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지적은 읽는 이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으며, 그녀만의 시니컬한 유머는 순간순간 진지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배꼽잡게 하며 그녀의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주었다. 넘 멋진 여성이었다. 그녀가 심리학자라는 것도.. 그녀가 뛰어난 수필가라는 것도..

 

그녀는 미적 감각을 지녔다. 내가 느끼는 그녀는 미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자신이 연구하는 심리학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실험에 관한 냉철하고 차가운 질문을 거침없이 퍼부어 대면서도 그녀는 상대방이 가진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가슴 저리게 멋진 알렉산더 교수’.. ‘핸섬한 네덜란드인 정신의학자 반데르 콜크’, 그런 그녀의 표현들이 그녀의 미에 대한 감각적인 감성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녀가 내게는 그리도 재밌게 느껴지는건지도 몰랐다. 위대한 연구가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해대면서 그들의 외모를 찬찬히 뜯어보며, 마치 상대방을 현미경 밑에 갖다 놓고 그의 외적인 모습과 내적인 심리 상태를 함께 해부하고 분석하고 느껴보는 아름다운 여성..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학자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또한 로렌은 참으로 탐구심이 많은 학자 여성이었다. 알렉산더 박사의 마약 중독 실험편에서 언급했듯이, 어떻게 스스로 마약을 복용하며 그 느낌과 반응을 관찰하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을까..?? 너무나도 엉뚱한 면을 가진 다양한 색을 띄는 재밌는 여성이었고 그러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똘똘 뭉친 개구장이 같은 그녀의 엉뚱함은 내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올려놓은 자신의 마약 복용에 관한 관찰 결과를 보면 그녀 특유의 시니컬함이 느껴진다. 이리도 저리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일관성있게 고수하는 그녀. 참으로 멋지단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나에겐 그녀야말로 연구대상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매력덩어리 로렌, 그녀의 작품으로는 <Love Works Like This>, <Prozac Diary>, <Lying, A Metaphorical Memoir> 등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렌 슬레이터의‘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고..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는 선생님께서 우리 와우 4기들에게 각자에게 맞는 포스트 와우 도서를 추천해주시면서 최근 너무나도 재밌게 읽으셨다며 내가 심리학에 관심이 많음을 아시고 권해 주신 책이었기에 정말 너무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는 주문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연금 술사를 읽었고, 그로인해 본의 아니게 잠시 미뤄졌지만.. 드뎌 연금술사 리뷰와 초서를 올리고 애리 성인식도 끝낸 나는 드디어 마음을 집중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와우 축제 독서인 위험한 생각들을 읽을 때의 흥분과 호기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영화나 소설에서 볼 것 같은 흥미로운 심리 실험 (무섭고 두렵기까지 한), 심리학자에 대한 신화처럼 부풀려진 이야기들.. 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주제들.. 그와 함께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용되어지는지.. 그들의 심리 실험에 함께 떠나는 여행은.. 놀라움과 경악스러움, 그리고 두려움과 흥미로움이 함께하는 추리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흥미진진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머리말

인간의 본성을 밝히는 심리 실험

 

P7 훌륭한 심리 실험은 인간의 경험을 압축시켜 우아한 본질만 남도록 걸러낸 인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생의 각 요소들을 정상적으로 조합하여 특정하게 설정된 상황에서 사랑과 두려움과 순응과 소심함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분석하는 상징적 의미의 실험관이기도 하다. 위대한 심맇 실험은 인간의 특정 행동 영역이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혼잡한 인생 속에 묻혀 있는 한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이러한 렌즈를 통해 우리는 d리 자신에 관한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P9 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빌헬름 분트는 1800년대 후반에 세계 최초로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도구 중심의 심리학 실험실을 열었고, 바로 그 실험실에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태동하였다.

 

1. 인간은 주무르는대로 만들어진다.

-      B. F. 스키너의 보상과 체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리뷰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서스펜스 영화의 양면성을 본 듯한 느낌.. 영화를 보는 내내 우울하고 무서워 마음 졸이며 보았는데, 알고보니 사랑이야기.. 그런 느낌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 주연한 메리 셀리의 프랑케쉬타인을 보았을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을 만들어낸 빅터를 죽였지만.. 아버지였다며 슬퍼하며 아버지를 안고 빙판이 된 바다로 사라지고는 그와 함께 죽음을 맞던 프랑케쉬타인.. 사실 프랑케쉬타인이 원했던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모든 상황이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느 단지 자신을 탄생시킨 아버지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나 울었었나.. 이 스키너편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스키너의 이야기는 마치 프랑케쉬타인 영화를 보듯 그랬다. 차갑고 암울하고 회색적인.. 심지어 신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를 둘러싼 모든 과장된 이야기들.. 그의 큰 딸 쥴리 바르가스와 로렌의 전화 내용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북받치는 눈물이 쏟아졌다. 마치 내가 스키너 박사의 딸이라도 된 듯.

 

알 수 없는 감정 속에 눈물이 흘렀다.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로렌이 10년도 넘은 스키너 박사가 임종 전에 한입 베어 물었던 먼지 쌓인 쵸콜렛을 스키너의 입술 자국 옆에 자신의 잇 자국을 내었다는 부분에서는.. 뭔지 모를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현대 행동주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심리학자 스키너 박사.. 그의 위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왜곡되었던 것들도 있고, 또한 쥴리는 말한다 오해의 여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표현들.. 즉 적절한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음을... 딸을 상자에 넣어 실험하는 부분에서는 모든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가지고 그를 마치 사랑이라곤 없는 비인간적인 심리학자로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어졌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딸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래서 스스로 나는 휴머니스트인가?”하고 물었던걸까…?

 

나는 스키너의 이론을 잘 모른다. 그의 이름도 앞에서 고백한대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으니 그의 이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감히 나의 작은 의견조차 내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짧은 몇 페이지를 통해.. 그가 내세우고 싶었고 주장하고 싶었던 진정한 이론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또는 시기를 했던 이들로부터 왜곡되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스키너 박사의 행동주의편을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읽어지기보단 더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져 이 짧은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로렌을 아버지의 집으로 초대했던 쥴리.. 그녀는 어쩜 로렌에게 순수한 인간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아빠 스키너 박사의 연구의 의도를 순수하게 왜곡되게 표현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느꼈던 같다.. 그래서 아빠와의 기억을 함께 나누며.. 아빠를 좀 더 가까이서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일게다.. 마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초서

 

P33 스키너 박사 덕분에 사람들이 처벌보다 보상에 더 많이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 실험 심리학자 브라이언 포터

 

>> 처벌보다 상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이론을 언젠가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스키너 박사에 의해 알게 된 것인지는 몰랐다. 하긴, ‘스키너라는 심릭학자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도 알지 못했고, 바로 이 책을 통해 처음 그의 이름을 들어보게 되었고 그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 주장을 펼친 분이 바로 스키너 박사임을 몰랐던 것은 두말하면 숨찬 것.. 그가 말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면을 심어주고,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 일을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B 학점 학생에게 A 학점을 주어 동기유발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얼마나 삶에 대한 자세를 바뀌게 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P35 나는 스키너라는 남자를 정확히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애완동물처럼 훈련시키는 공동체 건설이 꿈이었던 잔인한 이데올로기주의자로서의 스키너와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놀라운 발견을 한 과학자로서의 스키너.

 

>> 이런 로렌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졌다. 스키너를 이해하려고 마음으로 노력하는 그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연구하는 사람에 대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어떤 선입견 없이 다가서고 알고 싶어하는 그녀의 열린 사고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쩜 그런 열린 마음의 로렌이 스키너 박사의 연구에 대해 썼기에 내게 그렇게 섬세하게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졌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론들을 그녀의 언어로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밌게 풀어냈으니.. 아주 멋진 이야깃꾼이라 할 수 있겠다..


 

P43 스키너는 자신의 실험 결과에서 도출해낸 인간적인 사회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 환경이 우리에게 가하는 엄청난 통제력 또는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하며, 따라서 모든 시민에게 긍정적 강화’, 즉 창의적이고 적응력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좌절감 대신 우리 안에서 가장 훌륭한 자아를 이끌어내는 신호를 달라고 사회에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처벌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굴욕감을 주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 스키너의 의견대로라면 비열한 행동은 비열한 느낌을 낳으며, 그 반대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나는 여기서 살짝 의아스러웠다. 물론 행동이 앞서고 느낌이 결과처럼 따라올때도 있지만, 행동에 앞서 생각이 먼저 오는 것,. 즉 생각이 행동을 낳음을 그는 왜 부인했을까..? 왜 그 여유를 남겨두지 않았던 걸까..? 때때로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융통성 없이 극단적인 의견을 주장함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는 심리학자가 아니던가..?? 왜 여러 방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지 않았던 걸까..??

 

그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비겁한 수단으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왜 스캇 팩 처럼 여러 방면에서 시선을 바라보고, 인간이 지니는 복잡하고도 복합적인 성향을 두고서 원형의 각도에서 바라보며 다각적으로 해석하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않았던 걸까..?? 그것이 의아스러웠다. 그처럼 그렇게 뛰어났던 학자가.. 하긴 그의 이론을 잘 모르면서 감히 이런 의견을 내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은 마치 온 우주에는 지구에만 생물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과 같은 실수임을 지울수가 없다. 나는 E.T를 본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수억 만개 또는 그 이상의 별이 존재하는 이 우주에 유독 지구에만 생물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갑갑하고 답답한 이기적인 확신이 아닐까..?? ‘위험한 생각을 읽으며 군데군데 답답한 이론을 내놓은 학자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아쉬움이 바로 이 부분에서 느껴졌다.


 

P44 스키너는 책의 후반부에서 인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환경과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밖에 없으며, 환경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썼다. 과연 그 관계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석하는 구속의 쇠사슬을 의미했을까? 아니면 우리가 이리 저리 연결된 은빛 거미줄 같은 것을 의미했을까? 스키너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관계는 서로 얽혀 있고, 우리 스스로 자신을 옥죄는 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P45 그가 우리를 상자 안에 가두기 전에 우리가 그를 상자 안에 가둔 것만 같았다.

 

>> 그랬던 것 같다. 그 시대에 너무 앞서갔던 그의 이론. 사람들은 그의 이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기는 커녕 제대로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귀를 막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오래된 사고 속에 그가 우리를 상자 안에 가두기 전에, 우리가 그를 상자 안에 가둔 것 같단 로렌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인간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특히 새로운 주장과 이론은 늘 희생이 따르기 마련. 지난 날 수많은 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하고 당할 뻔 하기도 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천동설과 지동설의 주장을 마음 속에 접어야 했다. 더욱이 스키너는 충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단어 사용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지난 날에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크고 작은 같은 일들이 매일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과 다르고 우리의 생각과 다르면, ‘다르다생각하지 않고 틀리다고 그를 벽으로 몰아 부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볼 일이다. 나 역시 누군가를 상자 안에 가둬두고 있는건 아닌지.


 

P47 잠시 그녀가 서재를 떠났을 때 나는 박사의 잇자국이 남아 있는 네모난 초콜릿을 들어 찬찬히 쳐다보았다. 그의 입술이 닿은 자리를 정확히 보고 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끈. 내게 오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못한 신호에 이끌려, 아니면 순수한 나의 자유 의지에 이끌려 초콜릿을 나의 입에 가져갔다.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초콜릿. 나는 초콜릿을 살짝 물어 그의 것 옆에 나의 잇자국을 남겼다. 그러자 내 입에서 아주 이상하고 약간 달콤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왠지는 모른다. 정말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흘렀다. 그냥 어떤 미어짐 같은 것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 왠지는 모르겠지만 로렌은 스키너를 이해했고, 스키너가 그녀가 그의 이론이 주장하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했음에 이... 마음 편히 눈을 감게 되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학생 때 읽었던 어윈 쇼의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찾아와 매일매일 자신의 일상을 들려주던 여 주인공.. 어떤 이유에서인지 식물 인간된 남편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고, 어느 날 그녀가 찾아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고백하던 그날 밤 그는 숨을 거두었다. 차마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를 두고 그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던 것. 그녀를 지켜줄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그는 안심을 하고 눈을 감게 되는 장면... 문득 그 장면과 오버랩이 되었다. 어쩜 스키너 박사도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있는 평온함... 그랬을 것 같다...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스텐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리뷰

 

스키너 박사에 관한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면, 밀그램 박사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는 배꼽을 잡았다. 그의 엉뚱함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괴짜 과학자..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정말 재밌는 것은 그가 뉴욕의 보도 블록에 자신의 편지를 떨어뜨렸을 때, 만약 내가 그 편지를 주웠다면 나는 답장을 썼을까..?? 혼자 상상해보면서 물론 불순한 내용이라면 버렸겠지만, 어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면 아마도 답장을 보냈을것이란 상상을 하면서 너무나도 재밌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마치 무엇이 있는것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쳐다보고 있는 밀그램을 떠올리니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재밌게 읽어나갔던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편은 밝은 웃음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녔다. 충격 기계만큼이나 충격이었고, 그 실험을 집행한 실험자나 그 실험에 참여한 피실험자 모두 그들이 그 실험을 하기 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은 그 실험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더욱이 밀그램이 느꼈을 경악이란.. 그가 피실험자들에게 쓰는 편지에서 그의 깊은 슬픔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가 순진하게 생각했던 그 당시의 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실험 때문에 순응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반항자로 바뀌었고, 심지어 동성 연애자임을 숨겼던 순응자였던 사람은 스스로를 당당하게 나타내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고, 장래가 촉망되던 밀그램은 자신의 직장을 잃었고, 밀그램은 사람들에게 기피대상이 되었고 자신이 익숙하던 세계에서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로 그로 인해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결국 병으로 자신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실험을 통해 너무나도 놀라왔던 것은. 그 실험 참여자들이 공산주의자들도 아녔고, 성격파탄자들도 아닌, 지극히 사랑많은 평범한 가장이요 직원이요 학자들로 다양한 사회 구조의 일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그들의 65%가 반항할 수도 있는 모순적인 권위에 순종했다는 사실이었고,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바로 로렌의 고백처럼 우리 역시 그 65%안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자신도 결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라 너무나도 소름이 끼쳤다. 여기서 나는 이미 지난 독서 축제를 하며 초서에 여러 번 언급했던 파리대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해서 어떤 확률이나 통계로 접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들.. 환경적인 것으로만 해석되어질 수도. 또한 가계 혈통이나 성격으로만도 해석 되어질 수 없는 복잡한 심리상태와 행동들.. 깊이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뭔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알고 싶었던 순수한 밀그램의 의도는 스스로도 그 결고에 놀라고 경악했을만큼.. 그렇게 비극적인 사실을 알려주었고 그것이 그의 삶에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에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모든 것이 예민했던 시대적인 환경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그가 지금 그 실험을 하고 그 실험에 대한 결과를 발표 했다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반응과 반항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치든다..

 

초서

 

P67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피실험자들이 웃었던 것을 조롱의 상징으로 여긴 학자와 작가들이 존재했다는 것은, 그것이 실험에 관한 무엇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들이 희극과 비극 그리고 그 둘의 연관성에 관하여 얼마나 단순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희극과 비극은 신호와 상징 그리고 그 어원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밀그램 자신도 그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지만, 나중에 보니 그것이 무시무시하고 침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 물론 이와 똑 같은 경험을 체험한 적이 없음으로 이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때때로 우리는 울다가 웃다가.. 또는 웃다가 울기도한다. 정말 웃겨서 웃었는데, 그다음은 북받치는 울음으로 바뀌어 서럽게 소리내어 엉엉 울었던 기억. 그런 기억이 내게도 있다. 어쩌면 가슴에 깊이 묻혀있던 슬픔이 웃음으로 인해 불쑥 튀어나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헤르만 헷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쾌락의 몸짓이나 표정은 아이를 낳는 산모나 죽어가는 사람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고 표현했다. 굳기 헤르만 헷세까지 들먹거리지 않아도 고통과 기쁨, 비극과 희극의 그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밀그램의 표현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P69얼마전 제가 순진했을 때만 하더라도, 독일처럼 국가 차원의 죽음의 수용소를 만들 만큼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을 미국 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뉴헤이번만 뒤져도 그 인원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밀그램의 비통함에 가까운 슬픔이 느껴졌다.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던 바로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행해지는 것을 보며 느끼게 되는 실망감.. 허무함.. 그의 편지 내용 속에 스스로도 상상치 못했던 실험의 결과를 경악속에 지켜보아야 했을 그가 떠올라.. 싸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게.. 로렌의 표현대로 자다가 벌떡 일어나지는 않았을까...?


 

P69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피실험자들이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노와 살인이 무관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증명했다. 게다가 그들은 정원에서 꽃을 키우고, 자기 자식을 키우는 조용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P69 밀그램은 사회 심리학자였다. 그것은 곧 그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상황의 차원에서 주로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이 사회 심리학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우리가 언제,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를 더 중요시했다. 또한 밀그램은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도 사람을 죽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가 어떻게 살인자가 될 수 있는지 자신이 증명했다고 이야기 했다.


 

P70 밀그램이 실험을 한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사회 심리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중요한 것이 영혼 그 자체보다는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상황: 사회 심리학의 전망>의 공저자인 리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화된 고정적 기호나 믿음보다는 기후나 바람처럼 변하는 외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 나도 리 로스 교수의 주장에 동의를 한다. 물론 단순하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겠지만, 그가 말한 언제, 어디서, 누구와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브라질에서도 그런 경우를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한다. 몇 년전 브라질 온 전역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아주 이 이론의 타당성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는 것 싶다.

 

좋은 교육을 받은 상류층의 십대 소녀가 자신의 애인과 함께 자신의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한 것.. 그녀는 사랑 많고 따뜻한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향 역시 파괴적인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따뜻하고 밝은 성품의 소녀.. 불행의 시작은 바로 그 아이가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잘못된 길로 빠졌고, 급기야는 그 남자 친구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게까지 되는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게 된 것. 아무도 그녀가 그랬다고 믿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는 허다하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종종 비슷한 뉴스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리 로스 교수의 이론이 반영되는 상황이 아닐까..싶다... 어떤 만남을 가지고 어떤 상황 속에 어떤 누구와 함께하는지는 타고난 천성과 받고 자라온 교육과는 무관하게 가끔 이런 상상치 못한 경악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설명되어지기 힘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 상태.. 왠지 알면 알수록 두려워지는 느낌이다..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는 것이..


 

P71 밀그램은 엘름과 함께 피실험자들을 개별적으로 측정하고, 한두편의 논문을 썼다. 그가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은 상황만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이 모든 사람을 복종하게 했다면, 모두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피실험자 전원이 복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복종을 한 사람은 전체의 65%밖에 되지 않았고, 이는 곧 35%의 사람들이 실험자와 그 상황을 거부했음을 의미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회 심리학자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 심리학이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그것이 우리에게 집단 행동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는 잇지만 반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밀그램은 자신이 키운 식물의 35%가 별종으로 판명된 연구를 고안한 것이었다. 분명 그것은 토양이 아닌 씨앗의 문제임에 틀림없었다.

 

P93 만일 내가 그 실험에 참가했더라면 나 역시 충격을 가했으리라는 것을 나는 금세 깨달았다. 동요하기 쉬운 내 성격 탓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떤 이상한 환경이 나를 재촉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나의 내면에 들끓어오르는 작은 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내적인 것이었다.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리뷰

 

마침 이 편을 읽는 시각은 밤이었다. 제목이 나의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을 너무나도 자극해버려 잠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스토리는 마치 쓰릴러 영화를 보듯 처음부터 공포스러웠다. 얼마나 두근거리며 마음을 조이며 읽었는지.. 행복한 마음으로 잠 들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너무나도 무서워서 자려고 눈을 감아도 그 무서운 장면과 사람들의 냉소적인 무관심이 눈앞에 어른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힘들었다.

 

불을 끄고 누운 내 머릿 속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머리 안에서 시끄럽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왜 전화를 하지 않았던 걸까..?” “왜 그 수많은 사람들은 모른 척 했을까.?” 로렌의 말처럼 한통의 전화로 모든게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범인이 누가 고발했는지 알 수 있는 그런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도 아녔는데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모른척 할 수가 있었을까.?? 사람이 칼에 찔려 살려달라고 신음을 하는데.. 그 범인이 세번이나 돌아와 자신의 범행을 완벽히 완수(?) 하는 동안 그들은 왜 침묵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범인보다 그들의 침묵이 더 무서웠다. 철저한 외면 속에 그렇게 처참히 죽어간 여인 키티 제노비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은 도대체 누굴두고 한이 맺힌 울음을 터뜨려야 했을까..??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도 영화 속의 이야기도 아니다. 만약 영화나 소설로 누군가가 지어냈다면, 너무나도 억지스럽다며 관객몰이에 실패했을 법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실지로 우리의 일상 속에 버젓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밀그램의 실험에서처럼이라면 나 역시 그 침묵한 증인들 중의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무서웠다. “난 절대 아냐~” 라고 과연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지금은 그렇게 말하겠지만..)

 

나의 이런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달리와 라타네는 그에 대한 반응을 알기 위해 실험을 하고 결국 그들은 침묵한 증인들이 현대사회의 냉담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분산’, 또는 두려움, 그리고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즉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함을 보여주며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납득이 가는 분석.. 대신, 위험한 무언가를 목격하거나 참여하는 상황이 혼자일 경우에는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빠른 행동속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곧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내가 연기 실험에 참여했다고 해볼 때.. 나의 반응은 어땠을까..하고 가만 상상을 해본다.. 어쩜 나도 그들처럼 그냥 그렇게 괜찮은가 보다하고 앉아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면 나보다 더 많은 숫자인 두명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가만 있었고, 어쩜 나는 심리적으로 아무것도 아닌가 부다하고 안심했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지난 날 동안 절대로 난 아니야라고 강하게 말했던 것을 어느 순간 행하고 (‘당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있음을 경험해왔다. 나는 내 말을 지키지 못하는 언행불일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며, 내 말에 책임지지 못했을 때의 불편한 결과를 기꺼이 감수하며 나름 언행일치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물론 가끔씩 피하려다 더 큰 불상사를 겪으며 스스로 실망스런 경험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끔은 내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절대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내가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도 있으며, 내 입장에선 죽어도 아닌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는것이 삶 속에 함께 공존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과 함께 좀 더 복잡하게 변한 내 자신이..어떤 특별한 환경 속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누군가를 속인다거나, 나의 이익을 챙기기위해 남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가치관과 어긋나는 일은 경우가 다르다.

 

암튼, 우리는 도움을 주거나 받을 때 3분 안에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아서 비먼 교수가 공저로 쓴 ,성격과 사회 심리학 편람>이라는 논문에서 보여준 것처럼 어떤 집단에게 사회적 신호와 다수의 무시 그리고 방관자 효과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런 행동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위로와 정신적 평안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정말 로렌의 말처럼 이 세상은 메시지와 미스터리 그리고 다의적 의미로 가득하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한번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어두운 심연의 바닷 속을 탐험하러 가는 듯한 그런 두려움이 함께 하는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덧붙임으로, 자살 기사가 신문 1면에 나올 때 베르테르 현상이라 하여 자살율도 높아지고, 비행기 사고나 차사고가 많아져 그때는 비행기 타기를 조심하거나 높은 액수의 보험금을 든다고 말하는, 요즘 설득의 심리학으로 명망 높은 심리학자 로버트 차알디니에게 자신이 만든 벙커 속에서 숨어지내는지도 모르겠다고 차갑게 쏘아붙이는 로렌이 참 재밌었다. ^^ ‘로버트 차알디니’..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심리학자 이름이 나와 나름 무척 반가왔는데, 로렌에게는 그리 호감가는 심리학자가 아녔던 것 같다. 하하하~ ^^

 

초서

 

P105 달리와 라타네가 발견한 것은 어떤 규모의 집단이든 피실험자가 처음 3분 안에 비상 사태를 보고하지 않으면, 그 후 어느 시점에서도 보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이 탄 비행기가 피랍되었을 때 처음 3분 안에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상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꼼짝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P106 남을 돕는 이타적 행위와 시간과의 관계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집단 규모와의 관계이다. (…)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은 무리의 수가 많을수록 안전감이 커진다는 진화설에 이의를 제기한다. 방관하는 집단으로 인해 도움을 주는 행위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 제노비스 살인 사건의 증인들 또한 사람들이 의심했던 것처럼 도시인 특유의 냉담함 때문에 모른 척했다기보다는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또는 두려움에 몸이 얼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서 갈팡질팡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P107 달리와 라타네는 피실험자들이 무관심 때문에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 아니라고 가정했다. 오히려 그들은 대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유부단해하는 상태였다. 대응을 하지 않은 피실험자들이 보인 감정적 행동은 다른 피실험자들이 대응을 함으로써 해결했던 그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했다는 신호였다.

 

P108 사람들의 반응이 집단 크기와 너무나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발견한 달리와 라타네는 자신들이 책임감 분산(Difussion of Responsiblility)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책임감이 공평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이었다. 책임감 분산이 사회적 예절과 결합하게 되면 그것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생사가 걸린 상황도 무시하게 된다. 가해자는 단 한 명뿐인데 대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뿐만 아니라 비상 사태가 실제 상황인지 거짓인지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P108 캐럴 길리건과 같은 페미니스트 심리학자들은 이 나라의 여성들이 불안정한 사춘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느낌을 잃는지에 관하여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은 이와 같은 자신감 상실이 모두 틀렸음을 보여준다. 자신감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직관과 상식이 두뇌 속에 꽁꽁 묶여 있는 저주 받은 동물이다.

 

>> 얼마나 무서운 결론인가.. 우리 인간은 직관과 상식이 두뇌 속에 꽁꽁 묶여 있는 저주 받은 동물.. 이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편은 읽는 내내 섬뜩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P109 달리와 라타네의 발견에 따르면, 우리가 남을 돕지 않는 것이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구경꾼들의 존재 때문이라니,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정작 우리 자신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빠져 있다면 적어도 나만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까? 여기서 중요한 문구는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큰 화재가 난 것처럼 누가 봐도 분명한 위험에 처해 있다면 똬리를 튼 두뇌가 풀리면서 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하지만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비상 사태는 해석하기 어려운 미묘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 비상 사태란 실존하는 사실이 아니라 의식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P111 이제부터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달리와 라타네가 피실험자 단 한 명을 연기 나는 방 안에 두고 실험을 했을때는 모두 다 그것을 비상 사태로 파악하고 그 사실을 당장보고 했다.

 

P116 몬테나 대학의 사회 과학자인 아서 비먼 교수는 1979년에 다른 공저자들과 함께 쓴 <성격과 사회 심리학 편람>이라는 논문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만일 우리가 어떤 집단에게 사회적 신호와 다수의 무시 그리고 방관자 효과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런 행동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리뷰

 

해리 할로의 애착과 사랑에 관한 가짜 원숭이 실험을 두고 로렌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읽으면서 그녀의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슴에 그대로 느껴져 왔다.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를 엄마 원숭이로부터 떼어놓고는 가짜 어미 원숭이를 만들어놓고 애착에 관한 반응을 살피는.. 연구.. 그랬다. 그의 실험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실험이었다.

 

인간은 우유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해리는 연구를 통해 그 실체를 보여주었고, 해리의 그 연구 덕분에 우리는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유는 시간을 정해놓고 먹이는 것이 아닌 배고플 때 안아서 먹이고,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안아줄 때 아이들이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첫 아이 애리를 낳았을 때 의사로부터 그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사랑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결과는 바로 엄마와 생이별을 해야했던 아기 원숭이와 자신의 피붙이 새끼 원숭이를 빼앗기는 엄마 원숭이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 어찌 잔인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리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강력했으며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하는 지식, 즉 인간은 단순한 허기 이사의 것을 원하고,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상투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우리가 맨 처음 본 얼굴을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로 여긴다는 것을 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다. (P130) 라고 로렌은 말하고 있다.

 

아기 원숭이가 천으로 된 엄마 원숭이가 자신의 엄마인줄 알고 철사에 찢겨가면서도 엄마에게 매달리는 장면은 눈물없인 읽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 무조건적인 애착.. 사랑.. 그렇게 처절한 고통이 동반한 연구 결과로 얻어진 스킨십의 중요성.. 우리는 더욱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담아주고,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하는 친구들 이웃들을 안아주고 보담아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며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Free Hug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행위가 아닐까..

 

자꾸만.. 아기 원숭이의 절규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초서

 

P124나는 클라라의 놀라운 유전적 특성이 심리학자 해리의 높은 생산성과 결합되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오.” 어쩐지 결혼하는 사람보다 교배를 하는 동물에나 어울릴 법한 말 같지만 멋진 편지였던 것 같다.

 

>> 푸하하하하하~ 나는 이런 시니컬한 유머가 너무나도 재밌다. ^^ 그 결혼하는 사람보다 교배를 하는 동물에게난 어울릴 법한 표현같다는 로렌의 말이 너무나도 기가 막히고 적절해서 그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윗트란~ ^^;; 자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글케 웃음 터지게 해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척 진지하게 그 뒷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 느꼈던 그런 시니컬함과 유쾌함~^^


 

P125 케네스 힐과 클라크 스펜스는 인간의 모든 애착이 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생긴다고 했다. 허기는 원초적 충동이고, 그것이 줄어들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갈증이나 섹스도 마찬가지였다. 1930년때부터 1950년대까지는 이러한 충동 이론이 애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P127 이 실험을 통해 사랑이 입맛이 아닌 스킨십으로부터 자란다는 것을 입증했다. 어미의 젖이 메말랐을 때도 새끼는 예전과 다름없이 어미를 사랑했으며, 그 사랑을 기억해주었다가 겉으로 표현했다. 결국 모든 상호 작용은 초기에 형성되는 감촉의 재현이자 복습이었다. 할로는 그러므로 인간이 우유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기록했다.

 

>> 사랑이 입맛이 아닌 스킨십으로부터 자란다는 것을 입증했다.. 뭉클한 감동이 일어 살짝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린 아기 원숭이들이 엄마 품에서 떨어져 나와 증기기관차 같은 울음을 내 뿜다가.. 천으로 쌓인 가짜 엄마 원숭이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은.. 싸한 아픔과 함께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에게는 그토록 내 사랑을 쏟아붓고 그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 늘 눈만 맞추면 달려와 뽀뽀하며 달겨드는 리예를 보며.. 만약 리예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다면.. 생각해보자 몸서리가 쳐진다. 애리가 친구들과의 일로 속상할 때 함께 들어줄 엄마가 없다면..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어진다.. 그 아기 원숭이들이 우리 애리와 리예로 보여 그렇게 한없는 사랑을 퍼부어 대는 그 모습에 싸한 아픔이 이는 것은 어쩜 당연한 현상였을게다..


 

P128 하지만 할로는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쓰레기통 속에 집어넣고 대신 진실을 전하고자 했다.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되며, 주저하지 말고 아이를 안아주라고 했다. 스킨십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이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리는 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누구와 접촉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 내가 애리를 낳았을 때 산부인과 의사는 내게 말해주었다.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엄마가 견뎌낼 수만 있다면.. 아기가 백 번 안아달라면 백 번 안아주세요..” 첫 아이를 갖는 엄마들이 대체적으로 그러듯이, 나역시 그랬고, 나는 그 말을 흘려 듣지 않았다. 나는 애리가 안아달랠때마다 안아주었고, 남편에게도 동생에게도 애리가 안아달라면 안아주라고 부탁을 했더랬다. 그 덕분엔 나는 무쇠팔 무쇠다리를 자랑하고 있지만.. (..무쇠다리는 무관계한 부모님이 내게 선물로 주신 타고난 조선무~^^;;) 물론 리예 역시도 그랬고, 나는 이 이론이 할로 교수로부터 이어져 온 것인지 이제야 알고 그에게 무한한 고마움이 인다. 내게 그렇게 교육을 주었던 닥터 장에게도 고마움이.. 애리와 리예는 그래서인지 무뚝한 엄마와는 달리 자주 안겨온다. 그리고 뽀뽀쟁이다. ^^


 

P130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강력했으며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하는 지식, 즉 인간은 단순한 허기 이사의 것을 원하고,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상투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우리가 맨 처음 본 얼굴을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로 여긴다는 것을 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다.

 

P135 결국 사랑에 작용하는 변수가 세 가지 있다는 것을 의미했지요, 스킨십과 움직임 그리고 놀이, 우리가 이 세가지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영장류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P139 매년 동물 해방 단체들은 매디슨 대학의 유인원 연구 센터 앞에서 대형 할인마트에서 파는 수천 개의 원숭이 인형을 놓고 애도의 장례식을 치르며 시위를 벌인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는 모두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원숭이 인형을 위한 장례라니, 오히려 그것은 전혀 우습지 않은 것을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심리학자들의 동물 사용 권리는 어쩌란 말f인가. 할로는 동물 과학의 들끓는 표면 위로 이러한 의문점을 곧장 끌어올린 장본인이었다.

 

>> 로렌의 당당한 주장이 마음에 든다. 목적과 수단의 혼돈 사이에서 오는 불협화음.. 가끔은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만을 가지고 비난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특히 과학자나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그런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난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사람이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심리 연구나 병을 고칠 수 있는 실험를 한다면, 그 연구 실험 대상이 인간일 수 는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마음 아프지만 동물이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 속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것. 이것은 물론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겠지만,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위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나의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

단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명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 모두 중요하고 고귀한 것이다. 절대 재미나 순간의 희열을 위한 어떤 희생이 따라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5. 마음을 잠재우는 법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리뷰

 

레온 페스팅거의 마음을 잠재우는 법에서 다룬 인지 부조화에 관한 이론은 앞에서 읽었던 슬프거나 아름답거나 또는 황당하거나 무서운 그런 것이 아니어서 일단은 잔잔한 마음으로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인지 부조화 이론’.. 제목이 살짝 어려워 이게 무슨 뜻인가..했는데 읽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전해져왔다.

 

이 인지 부조화 이론을 실지로 체험하기 위해 사난다교에 신자를 가장하고 교단에 들어가 홍수와 함께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을 믿으며 그 종말의 시간을 기다리는 그들과 생활하는 레온 페스팅거.. 그는 참 재밌고 용기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믿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어떤 상태로 어떤 모습으로 그것에 반응하는지 연구를 하며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즉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그는 증명했다.

 

그의 인지 부조화 실험은 그 당시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중에서도 재밌게도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은 소멸시킨다며.. 유심론을 배척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를 가장 당황케 했다. 페스팅거는 스키너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실제로 인간의 행동은 보상 이론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다. 인간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 (P157)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을 때 느꼈을 스키너의 놀랐을 모습이란...

 

감히 한다리 걸칠수도 없는 짧고 얕은 나의 생각이지만.. 심리학이건 철학이건, 내가 느끼는 것은, 어떤 한쪽으로만 국한적으로 설명되어지는 이론은 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행동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 정신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 또한 영혼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신비스러운 것이 생명체 아닌가.. 그 중에서도 생각을 하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 한 면만 가지고 그렇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헛 점을 드러내는 것은 어쩜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우주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굳이 하느님이라는 창조주 신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균형 없이 온 우주가 그렇게 제자리를 지키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설명 되어질 수 가 없는 것. 어떤 힘에 의해 서로의 거리를 간격을 유지하고 있고, 각 소우주 안에서도 그 어떤 힘에 의한 균형 속에 자연이 생기고 그 안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활동을 한다. 그런 우주의 일부인 우리가 전체를 보지 않고 한 부분만을 보며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

 

암튼, 페스팅거는 이 실험을 통해 우리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상태를 이해하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로렌은 이 인지 부조화 이론에 약간의 결함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한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는지에 관해서만 설명하고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수정하는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 (P163)

 

누군가 실험을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어떤 실험을 통해 그것을 증명하게 될까.. 문득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이 나를 자극한다.. 그 실험에 나도 함께 동참할 수 있다면.. 하는 야무진 꿈도 꿔본다…^^;;

 

초서

 

P148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뀌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P156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믿음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것은 일종의 왜곡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대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좀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다. 그런 싸구려 자존심을 가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은 자신이 그것에 대한 믿음을 바꿔버리면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다고 괴로워하지도 않아도 되는 합당한 이유가 됨으로 어쩌면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인식 저 깊은 곳에 숨어있는.. 미처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고 (또는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 자신의 믿음을 바꿔버리고 그것을 합당화시키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아 붇는 상황..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읽으면서 일지애에서 인조(?)의 대의를 받들던 무사가 떠올랐다. ‘인간 백정이란 별명을 지닌 그는 마지막 자신과 함께 인조가 왕이 되도록 함께했지만 나중에 그것이 대의가 아님을 알고 떠나버린 친구와의 대결에서 나누는 마지막 대화.. 그가 스스로 인간백정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어린 아이고 아녀자를 마구 칼로 그어댄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조의 그것이 대의라고 믿는 것.. 아니 대의여만 하는 것이었다. 그의 뜻이 대의 여만 한다는 그의 비통한 한 마디엔 얼마나 처절한 고통이 묻어있었는지..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어떤 대의를 위한 것이기 위해서는 그에게는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것이 바로 나라를 위한 대의라는 명분였던 것..

 

결국.. 우리는 아무리 우리의 행동이나 인식을 합리화 시키려고 해도,, 내 안에 조용히 숨어있다 방심한 사이 고개를 치켜들며 조용히 부드럽게 무엇이 진실인지 말해주는 양심’.. 우리는 그것을 결코 외면하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양심은 언제나 방심한 틈을 타고 조용히 다가와 속삭인다. 그것은 아니라고,, 너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사실은 네 자신도 잘 알고 있을거라고.. 그렇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다..


 

P156 패스팅거와 그의 지도 학생들은 인지 부조화를 다양한 형식으로 찾아냈다. 그들은 이교도 집단 안에서 발견한 것을 믿음/불일치 패러다임 Belief/Disconfirmation Paradigm’ 이라고 불렀으며,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불충분한 보상 패러다임 Insufficient Rewards Paradigm’ 이라고 칭했다. 그와는 또 다른 유도된 순종 패러다임 Induced Compliance Paradigm’은 대학 신입생들이 친목을 돈독히 하려는 의도에서 심하거나 미약한 체벌 의식을 강요하는 실험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P157 패스팅거는 이러한 단순한 실험을 통해 심리학 전헤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스키너를 혼란스럽게 했다.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은 소멸시킨다는 것이 스키너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스팅거는 실험을 통해 행동주의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스키너가 우리에게 그저 유심론을 철저히 배격하며 기계적인 조건화 반응만을 남겨주었다면, 심술궂고 과격한 레온 페스팅거는 우리의 복잡한 두뇌를 다시 돌려주며 이야기했다.

실제로 인간의 행동은 보상 이론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다. 인간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

패스팅거는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필터를 제거하지 않은 케멀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운 그는 예순아홉 살 때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패스팅거의 이론이 허무주의 우주관을 가진 사르트르나 자신이 부조리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카뮈 등과 같은 실존주의자들에게 전달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페스팅거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믿었다.

P161 페스팅거는 우리가 불협화음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동인에 의한 것이라고 썼다. 우리는 평생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두며, 자신이 이미 저질러 놓은 것을 의심케 하는 모순된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P163 한 가지 의견이 생겼다. 인지 부조화 이론에 약간의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는지에 관해서만 설명하고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수정하는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 데이비드 로젠한의 저인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리뷰

 

데이빗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몇 년 전 보았던 아담패치 박사 영화가 떠올랐다. 데이빗 로젠한 교수와 그 일당(?)들의 취지와는 살짝 다른 경우지만 스스로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아주 긍정적이고 건설적이고 행복을 안겨주었던 영화.. 그 영화를 보면서 실제 있었던 일이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재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흥분하게 했었나.. 이 로젠한 교수 편을 읽으면서 그가 떠올랐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내게도 낯익은 마틴 셀리그만의 이름이 함께 나와 그에 대한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그에 더해 마틴 셀리그만이 바로 이 실험에 함께 동참한 일당중의 한 명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마치 나역시 그 일당이라도 된 듯 그렇게 신이나서 읽었던 정신 진단의 타당성.. 데이빗 로젠한과 그의 실험에 동참하기 위해 가짜 정신병자로 가장하는 괴짜 일당 8.. 그들의 정신병원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자세한 언급은 없으나, 마틴 셀리그만과의 인터뷰는 나를 흥분으로 몰아넣었고, 또한 배꼽잡게 하기도 했다. 젊은 학자들의 말릴수 없는 호기심과 열정적인 탐구심이 내게까지 전해져 오는 듯.. .. 난 아무리 생각해도 심리학을 공부하라던 테오필라 수녀님의 말씀을 귀여겨 들었어야 했다.. 때늦은 후회란..

 

암튼. 로젠한과 그 일당들은 실험을 통해, 우리가 투과하는 렌즈에 따라 세상이 언제나 왜곡된다는 사실을 훌륭히 보여주었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고 주관성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암시해주었다. (P176)

 

그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싸이언스지에 논문으로 발표를 했고 그 논문이 발표되자 수많은 논쟁이 담긴 편지가 쏟아지고 정신의학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미국 전역의 정신과 의사들이 그에게 반기를 들고 그에게 반항을 하게 된다. 결국 한 정신 병원에서는 로젠한 교수에게 도전장까지 내밀게 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이르게 되나, 그 정신병원은 로젠한 교수의 주장을 더 확실히 해주는 역할만 하면서 참패로 끝을 맺는 자신들에게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무조건 로젠한 교수의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왜냐면, 환자가 어떤 부위의 통증을 고통스럽게 호소하며 의사에게 다가올 때 의사는 그 부위의 통증을 중점으로 치료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 부위를 치료하려는 의사들의 태도가 잘못되엇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 공감가는 이야기다. 더욱이 어떤 육체적인 통증이 아닌 정신적인 문제일 때 그 치료는 더욱 복잡해지고 모호하게 된다.

 

분명 로젠한 교수는 바로 그렇기에 정신적인 치료를 할 때는 한 부분인 아닌 모든 면에서 지켜봐야 하고, 전체 적인 시각을 가지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신병자가 단순히 정상적인 사람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국한적이고 부분적인 행동을 가지고 퇴원을 시키는 것도, 또한 한 가지 행동만을 가지고 정신병이라는 진단아래 엉뚱한 약물 복용과 함께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게 되는 그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결국엔 정신과 의사들의 실수라고 주장하는 것.. 전체적인 꾸준한 관찰없는 치료는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던 것 아닐까..

 

그는 말한다. 정신병이라는 딱지가 정신병을 낳은 것일까? 병 때문에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진 진단이 두뇌에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두뇌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두뇌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우리 몸에 붙어 있는 딱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리라.’ (P186)

 

로젠한의 정신 진단의 타당성에 관한 실험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만약, 내가 그의 친구였다면, 그래서 그가 원했던 10월에 내가 바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내게 그 일당중의 한명이 되어주길 원하며 실험에 참여를 부탁했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Yes~?? or No~?? 아마도 나는 너무나도 흥분해서 난리 부르쓰였을 것 같단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분명 Yes러고 대답하는 대신.. 깨끗한 하얀 벽의 병원으로 보내줘~ 그랬을거다.. 하하하~ 괜히 웃음이 나온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어떤 결과를 가지고 그에게 돌아왔을까..?? 몹시 궁금해진다.. 아니.. 그들은 나에게 어떤 정신병의 진단을 내렸을까..?? 현실 망각증~?? 자뻑증~?? 구제불능멍때림증~?? 하하하하~ 넘 재밌다~ ^^

 

초서

 

P178 로젠한의 실험은 우리가 투과하는 렌즈에 따라 세상이 언제나 왜곡된다는 사실을 훌륭히 보여주었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고 주관성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암시해주었다. 이러한 그의 발견은 심리학이나 정신 의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도 지대한 여향을 끼쳤다.

 

P179데이비드가 전화를 걸어 다음 달 10월에 바쁘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저는 바쁘다고 했죠. 하지만 ㅌ통화가 끝날 때쯤 저는 웃으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전 로젠한을 위해 10월 한 달을 통째로 바쳤죠. 실험 기간이 한 달이었거든요.”

 

>> 이 얼마나 훈훈하고 멋진 우정인가..?? ^^ 자신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실험을 위해 그 귀한 한달을 온전히 바치는 마틴 셀리그먼.. 패기넘치고 의욕넘치는 이 두 지성인들의 의기투합하는 장면은 내게 설레는 부러움을 안겨준다. 마틴 셀리그먼..그의 호탕함이란..^^ 심리학자인 그로서도 당연 호기심이 일었을게다.. ^^ 그 실험을 하면서 얼마나 흥미롭고 재밌었을까..?? ^^ 나도 그런 실험에 동참을 해보았음 하는 그런 재밌는 욕구가 내 안에서 마구 솟아 올랐다..^^


 

P180약을 제대로 뱉어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전 불안했습니다. 그들이 약을 먹으라고 강요하면 혹시라도 삼키게 될까 봐 그랬던 거죠. 하지만 그보다 저를 더 불안하게 한 것은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 마틴 셀리그먼은 심각하고 두려운데, 읽는 나는 넘 웃기고 재밌었다. 그런 두려움을 무릅쓰면서까지도 가짜 정신병자 행세를 하며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학자들의 호기심이란.. 덜덜 떨며 혹시나 밤에 자신의 방문이 열릴까 잠 못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마틴이 떠올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내 마음.. 그 다음이 넘 궁금하다…^^


 

P186 정신병이라는 딱지가 정신병을 낳은 것일까? 병 때문에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진 진단이 두뇌에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두뇌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두뇌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우리 몸에 붙어 있는 딱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리라.

 

P187 한 사람의 지능지수가 정해진 능력 못지않게 기회나 기대감과는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P189 그는 자신의 논문 <정신 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를 권위 있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다. 과학을 정신 의학에 적용할 때는 그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면서 자신의 논문은 과학 잡지에 발표를 하다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논문을 통해 한 인간의 정신 진단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내려지며, 그런 진단이 엄청난 실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어떤 진단도 크게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195 스피처 박사는 <DSM>2에 비해 분량이 200페이지나 많은 <DSM>3의 혁신적 탄생을 가리켜 정신 의학에 응용되는 모델의 답변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환자들이 그 방대한 기준에 해당된다면 정신병에 걸린 것잊,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건강한 것이었다. 증상이 애매모호하거나, 하찮거나, 일시적이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불안은 조금도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 그야말로 정신 병자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기 기준 지침자체가 너무 모순이란 느낌이다. (정신의하고 심리학도 공부하지 않은 내가 감히 이런 의견을 내놓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나, 그냥 독자로써 느끼는 나름의 의견일 뿐이다) 그 지침에 쓰여있는 증상을 체크하는 그 순간의 환자의 심리 상태와 건강 상태가 어땠는지에 따라 그 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거고, 그 다르게 나타난 것 때문에 정상인과 아닌 사람이 구분되어지는 선이 그어진다는 것은 그 정확성에 믿음을 줄 수가 없는 것. 그러니 그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해서 건강한 것도 아니요, 그 기준에 해당되었다 해서 정신병자도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 그렇다면 정신병자의 기준은 대체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지는 어쩜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극도로 강하고 분명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실험

 

리뷰

 

참 신기했다. 물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이미 지난 날 내가 읽은 책의 저자가 언급되면 나와 친분이 있는 것두 아닌데 괜히 너무 반가와서 신이 났더랬는데, 이 심리 실험을 읽으면서 실험을 같이 한다던가, 스승으로 모셨다던가 하는 현실에서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 두 학자가 함께 했다는 것은 내게 무척이나 경이롭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긍정 심리학마틴 셀리그먼이 데이비드 로젠한 교수의 가짜 정신병자 일당 중의 하나로 실험 참여라던가, 브루스 알렉산더가 해리 할로 교수의 원숭이 실험 테이프를 보고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 메디슨으로 날아가 그의 제자가 된 것이나.. 그러한 현실에서의 관계는 내게 강한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더욱 자극 시켜주었다.

 

알렉산더의 마약에 관한 실험은 정말 흥미 진진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적인 생각과는 달리 쾌적한 환경 속에서의 쥐는 마약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정말로 가슴 두근거리는 결과였다. 결국 약에 의해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우리는 중독되고싶은(?) 무엇을 찾는다는 것 아닌가..??

 

지금껏 읽은 실험중 그의 실험이 내게는 가장 흥미 진진했고 재밌었으며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었기에 내겐 중독이라는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듯한 그런 희망적인 밝은 느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젊은 시절 가슴저리게잘 생겼었다는 알렉산더 박사의 마약 중독 편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어떤 떨림이 느껴졌다. 물론, 그가 가슴저리게 잘생겨서가 아닌 (^^), 그의 실험과 연구 결과로 인해.. ^^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쥐든 인간이든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가 그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피아프를 다시 내려놓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세계에서 중독은 생활 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P217)

 

이 쥐 공원을 토대로한 중독 실험은 그 실험을 한 장 본인인 알렉산더 박사나 그 연구 결과에 반대를 표하는 아이비리크 나침반의 시각으로만 보는 거만한 마약의 황제 클레버 박사나 대단한 연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지금까지 보여준 대단한 연구보다도 더 떨림을 안겨주는 실험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에게 비춰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때문이 아니었나 자가분석을 해본다. 물론 그의 실험은 많은 학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긴 했지만, 그는 그에 굴하지 않았다. 해리 할러 박사처럼 술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환경이나 운이 없음을 탓하지 않았으며, 또한 자신의 연구 학자금을 중지 당했을 때도 자신의 연구실이 폐폐쇠당했을 때 그는 기죽지 않았다. 그는 더욱 다른 연구에 심취되었으며 자신만의 연구를 계속해 나갔다. 자신의 연구는 비록 빛을 발하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후에 다른 많은 연구들의 기본 토대가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심리학자들은 훌륭한 연구 발표를 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지 않았을까..?

 

어쩜 연구도 심리학자의 모습대로 따라가는 걸까..?? 우리는 로렌의 글을 통해 알렉산더 박사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그의 실험도 그렇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그래서인가.. 나는 그의 연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7편까지 읽은 것 중).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연구 성과를 소수를 제외하곤 알아주지 않음에도 자책하거나 우울함에 빠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여러 가지 다른 연구에 활발히 참여하는 그가 참 멋져 보였다. 난 이렇게 긍정적이고 활기 있는 사람이 좋다. 나도 모르게 끌리게 된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염되니까.. ^^

 

암튼.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도.. 그의 연구 결과에 강력히 반발하는 클레버 박사도 결국 결론은 존엄성 문제로 모아진다. 인간이 자신의 재능을 계발할 기회를 갖게 되고 존중되어지며, 문화의 근간을 형성하는 유산과 믿음을 전달하게 될 때 아이들은 마약이라는 것에서 유혹당하고 그것에 중독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것이 서로 반대의견을 가지 두 박사의 일치된 결론 이었음에,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어질 때 마약 뿐 아니라 모든 중독성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임에 우리 인간 존엄성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근본적인 시각으로 다가가게 하는 실험이었다.

 

초서

 

P203 하지만 그 증거 자체도 결국은 문화의 산물이다. 캐나다의 벤쿠버에 살고 있는 브루스 알겍산더 심리학 박사의 의견은 이렇다. 평생 중독의 본질을 연구한 결과, 중독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약물의 약리적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사회의 복잡한 조직 때문이라는 것이다. (…)

그는 다음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운다. 첫째, 어떤 약물도 본질적으로중독성이 없다. 둘째, 유혹이 강한 약물에 반복 노출되어도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P206 나는 그를 주의 깊게 응시했다. 나는 그동안 약물 중독 센터에서 심리학자로 근무하면서 마약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강한 화학 장용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알렉산더 박사가 독창적인 그의 실험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고 그가 그토록 즐겨 인용하는 연구둘을 뒷받침할 사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를 순전한 약물 선전가를 여기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 하하하하하~ 읽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 로렌의 이 시니컬한 유머란~ 하하하하하~ ^^ 그녀가 책을 쓰기위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심리학자들과 인터뷰를 하지만 그녀 역시 심리학자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인터뷰 대상이 심리학자들을 심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을 게다. 그런데 너무 웃겼다. 알렉산더를 바라보는 그녀의 재밌는 시각이.. 하하하하~ ^^


 

P207 할로의 실험실에 도착한 그는 원숭이 격리 실험에 참가하여 어미없이 자란 원숭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물거나 학대하는 횟수가 하루 몇 번 되는지를 기록했다. 그는 원숭이들을 관찰했지만 실제로는 할로 교수를 더 주의 깊게 관찰했다.

 

>> 푸하하하하~ 당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하하하하~ 할로의 실험실에서 그는 어미 없이 자란 원숭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물거나 학대하는 회수가 하루 몇 번 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그가 맡은 임무였는데, 그는 원숭이보다 해리 할로 교수를 더 주의 깊게 관찰했다니.. 푸하하하하~ 난 갑자기 해리 할로 교수가 원숭이가 된 듯한 상상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에공~ ^^;;


 

P207할로 교수님은 술을 끔찍히도 드셨어요, 언제나 술에 취해 계셨죠. 그래서 저는 무엇이 한 인간으로 하여금 저토록 세상과 멀어지게 하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할로 교수님의 실험실로 온 것은 사랑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중독을 관찰하게 되었던거죠.”

 

>> 알렉산더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삶은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우리에게 생각지 않았던 순간에 어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 호기심으로 인해 우리는 탐구와 연구를 거듭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인간 심리의 위대한 연구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렉산더 교수를 통해 보게 된다. 그는 사랑을 연구하러 메디슨까지 날아갔는데 결국 그가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을 보며 중독을 연구하게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가 무엇을 연구했던 그 스승의 그 제자.. 그는 중독에 관한 심리 연구로 이름을 남기게 되니.. 참으로 재밌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P208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약리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 공감가는 주장이다.


P210올바로라는 장소가 정중전뇌 관속이라는 부위임이 밝혀졌다. 올드는 자랑스럽게 그것이 쾌락을 관장하는 센터라고 선언했다.


 

P210 알렉산더 박사는 대부분이 가난하고 불평불만을 일삼는 헤로인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있었다. 그는 쾌락 센터가 약물에 의해 그토록 쉽게 자극된다면 왜 복용자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이 중독되는지 의아해했다. 정중 전뇌 관속은 누구에게나 잇는 것 아닌가. 1960년대와 1070년대의 유수한 잡지들이 푸른 줄기가 달린 뇌 사진을 표지에 올리고, 새로 발견된 쾌락 센터에 관한 기사를 특집으로 다루는 동안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잊고 있는 것을 찾아냈다. 그 생리적 사실들이 일련의 복잡한 정서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약리학은 운과 날씨와 우연과 임금 인상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는 증거를 원했다.

 

>> 여기서도 잘 나타난다. “?”라는 의문을 갖는 것. 남들은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 사이에서 어떤 궁금증을 갖게 되고 호기심을 발휘하여 ?”라는 의문을 갖는 것. 로렌이 말하듯 바로 이 장이 올드와 밀너의 장으로 장식되지 않고 알렉산더 편으로 꾸며진 그 이유가 바로 남들이 당연시하던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알렉산더 박사의 ?”에 들어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분석하는 것..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모습.. 또한 당연하다거나 사소하다고 그냥 지나쳤던 바로 그것이 자신이 찾는 것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기에 그러한 자세는 연구자에게 필요 불가결한 건지도 모르겠다.

 

설사 자신의 주장이 옳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라는 질문을 가져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왜 그런지, 또는 왜 아닌지를 깊이 파고들며 연구하여 확실한 답을 얻는 것. 그것은 어쩜 내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그 소중한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P216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중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P217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쥐든 인간이든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가 그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피아프를 다시 내려놓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세계에서 중독은 생활 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 나는 그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같은 환경 요인 속에 있어도 어떤 이는 이렇게, 어떤 이는 저렇게 행동을 한다. 그것은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각 사람 안에 존재하는 자라온 환경이나 성향에 의해 그 환경이 견딜 수 있거나 또는 견딜 수 없거나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 해서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같다고 해서 그들이 그 환경에 반응하는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각자의 행동을 결정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요인으로 나타나는 것은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어쩜 그래서 인간 심리를 연구한다는 것에 어떤 기준을 정립시킨다는 것이 그토록 어렵고 복잡한건지도 모르겠다.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신비스런 인간의 심리 세계.. 그안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느낀다.


 

P225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중독자가 증가하는 것이 구입 가능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자유 시장 사회의 불가피한 결과로 생겨난 혼란스러운 삶의 이동이 늘어났기 때문임을 발견하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유 시장 사회는 경제적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이리저리 쫓아내고, 옮겨다니게 하며, 달라져야 할 상품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P225 부자나 가난한 자에게나 이러한 혼돈은 사회 심리적 통합의 유지에 필요한 인간과 사회, 물리적 세상 그리고 정신적 가치의 섬세한 상호 침투성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런 것들의 부재 속에서 인간은 우리 안의 쥐들과 마찬가지로 대용품을 찾게 되는데, 대용품 자체가 유혹적이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역시 깊이 공감되는 주장이다. 나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심리학 책을 많이 읽은 아마츄어 심리연구가도 아니다. 단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과 주위에서 일어나고 보아온 것들을 토대로 느낀 것은 바로 우리가 정신적 혼돈이 일어날 때 나의 관심을 돌려줄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그것이 중독 작용을 일으키는데 깊이 관여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약일수도 있고, 도박일수도 있고, 섹스 일수도 있고 인터넷일수도 있다. 결국 그런 것들은 삶의 균형을 잃게 만들고 처음엔 단순히 어떤 정신적인 혼돈 상태가 외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그 결과로 나타난 외적 환경의 불균형은 다시 정신적인 혼돈 상태를 더 파괴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

 

우리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저 좋은 환경에서 왜 저런 상태에 빠졌을까?”라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완벽한 환경이 정작 본인들에게는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그 무엇의 부재상태임을..그래서 그들은 어떤 중독성이 있는 것에 의지하게 되고 그래서 그들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환각 상태에 빠지고 그 환각의 세계에 머물러 있고 싶어함을..


 

P226 알렉산더는 어려운 환경이 중독을 이끈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에 클레버 박사는 약물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중독이 생긴다고 믿었다. 하지만 입장이 서로 다른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슷했다. 사회 조직망들이 아름답고 의미 있어야 하며 동료들의 자리에 가족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비 문화가 판치는 가운데 전통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 결국 결론은 존엄성 문제로 모아졌고, 두 학자 모두 그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8.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진짜 기억인가?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리뷰

 

이 엘리자베스 로프터스편은 그녀의 가짜 기억에 관한 실험이라기 보다는 마치 심리학자 로렌의 또 다른 심리학자 로프터스 교수에 대한 실험 연구 논문을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결코 밝지 않은 우울한 느낌.. 이 책의 첫 편이었던 스키너 박사의 행동주의 실험편을 읽었을 때 느꼈던.. 아주 우울하면서도 슬픈 사랑 영화를 보고 난 듯한.. 그런 암울한 느낌.. 그랬다. 그런 먹먹한 느낌이었다. 쌍파울의 회색빛 하늘이 그 분위기를 한껏 더해주고..

 

한창 예민했던 사춘기때 엄마를 잃었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 그녀에게 엄마는 늘 그리움이었다. 수학자였던 아빠에게서는 사랑보다는 미적분을 통해 현실의 차가움을 배워야 했던 그녀는 어쩜 비록 우울증에 시달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따뜻하고 섬세했던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온전히 감당해야했고,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린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을 흘리며 견딜수 없는 그리움으로 헐떡거려야 했을지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 

 

로렌은 로프터스 교수를 두고 자신의 진정한 눈물이나 진정한 슬픔에는 관심은 없고 남의 오페라에나 지나치게 몰입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일이 없으면 제가 어디에 존재하겠어요?”라고 전화선을 타고 오는 로프터스 교수의 말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쩌면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더욱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두며 그것이 물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그녀의 온 정신을 몰입할 수 있는 일과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정신이 잠시도 쉬지 못하도록, 엄마에 대한.. 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도록.. 굳이 내가 심리학자가 아녀도 그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강했다. 그녀는 사회의 질타를 받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움에 있어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감히(?) 프로이트 이론에 반박하는 아니, 프로이트의 심장에 말뚝을 박는 일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해냈던 것이다. 자신이 옳았던 틀렸던, 사실 틀렸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 우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행위가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없다. 틀림을 알면서 우기는것과는 달리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신념의 문제임으로. 그녀의 용기가 너무나도 감탄스러웠다. 다윈도 프로이트도 시대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신의 연구 발표를 미룬 전적이 있음을 볼 때,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정말 거침없이 하이킥이 아니라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거침없는 불도저같은 맹렬 여성학자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깊숙한 그 곳에는 평범한 여자의 일상을 그리워하는 채울 수 없는 무엇이 존재했고. 그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그렇게 자신의 일과 연구에 매달렸음은 삶이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녀에게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부분은 역시 사랑이었을게다.

 

.. 쓰다보니.. 로프터스 교수의 연구에 대한 리뷰인지.. 그녀에 대한 글인지 알 수가 없는 정체 불분명한 리뷰가 되어버렸다. 그럼 어떤가.. 무슨 논문 발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느낌을 올리는 것일 뿐이니..

 

초서

 

P234 기억은 우리가 인생에 남기는 지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기억이 없었다면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백만 펼쳐지거나 다른 누군가가 남긴 자국만 보게 될 것이다. 만일 하나의 종Species으로서 우리를 만드는 어떤 것이 있다면, 일관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기억이다.

 

P235 실험 심리학자이자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얇은 막 하나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교수는 우리의 기억이 포착하기 힘든 미묘한 힌트에 의해 어떻게 오염될 수 있는가를 실험을 통해 훌륭히 입증하였다. 만일 누군가가 헛간의 싹이 파란색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파란색으로 기억한다. 진실은 우리의 뇌에서 흘러나오고, 우리의 세상은 수채화로 채색이 된다.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말이다.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감상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P238 대부분의 인생은 어떤 특정한 터닝 포인트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인생의 대부분이 조금씩 집중적으로 쌓여가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남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 형체가 드러나는 퇴적물이 되는 것이다. (로렌)


 

P239 바로 그 암시라는 것. 그것은 로프터스 교수를 괴롭히는 꼬마 도깨비이다. 사람들은 암시를 너무나 쉽게 받는다. 인간의 피부는 뼈와 근육을 겨우 덮는 한 꺼풀 살갗에 지나지 않아 어떤 것도 그것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무시무시하다.

 

>> 이것은 이미 실험을 통해서 익히 우리에게 알려진 사실이고 그 결과는 결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P247 그녀는 진실에 두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는 이야기 진실. 또 하나는 실제 벌어진 진실이지요. 우리는 실제 벌어진 진실의 앙상한 뼈대 위에 살과 근육을 덧붙여 우리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관념 속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진실이 사라지고 이야기 진실이 시작되는 곳에서 혼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P248때때로 진실은 언어를 거부할 정도로 포착하기 힘듭니다. 평범하지만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는 상처를 제대로 표현해낼 단어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명백한 줄거리로 그것을 대신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믿어 의심치 않는 이야기를 날조합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희생자라는 정체성을 주니까요.”

 

P251 로프터스 교수는 잉그램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성향이 강력하고 상황을 장악할 수 있음을 터득했다. 그 성향은 자신을 지키는 힘마저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강했다. 우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만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희생을 치르면서도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래야 하므로,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사 우리가 천하의 악당이 된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이야기를 수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충동은 너무나 강력했다.


P254다행히도 저에겐 할 일이 있네요” “교수님에겐 언제나 일이 있었죠.”라고 내가 말하자 그녀가 대답한다. “일이 없으면 제가 어디에 존재하겠어요?”

 

>> 이 대목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철저히 고립된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그녀는 일을 좋아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녀는 그녀의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 시킬 수 있단 말인가..그것만이 샘솟는 에너지를 설명할 수 있다)

 

다수의 반대자와 소수의 지지자를 가진 그녀. 그녀가 원함에 불구하고 그녀 주위에는 그녀를 평범한 한 여자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그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짠한 슬픔으로 전해져 왔다. 사랑의 카드를 보내는 지금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 전남편은 그녀를 떠나야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가 바로 그녀가 증거가 없다며 무시하려고 하는 바로 그 압박’, 즉 외로움과 그리움이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련된 무언가에 집중해야 했던 그녀.. 그것이 커서는 일에 매달리게 했고 그안에서 그런 감성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기에 그 이라는 놀이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엘리자베스에 대한 부작용이 아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음 안아주고 싶었다. 그냥.. 그녀가 잠시 쉴 수 있도록.. 잠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냥 그렇게 안아주고 싶었다...


 

P253 로프터스 교수는 우리에게 기억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준다. 진정성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그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녀는 어떤 포스트모더니스트 학자들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지적해주었다.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짜깁기된 모방물인지, 또 우리 모두가 얼마나 현실과 막연한 관계밖에 나눌 수 없는 이미지의 예술가들인지 말이다.

 

P256 기억과 그 연약한 구조에 관한 교수의 관점은 그동안 굳건히 유지되어온 신경증에 대한 관념과 믿음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우리는 억압에 대한 프로이트의 연구를, 과거의 조각들을 투명한 캡슐 안에 간직하고 있다가 능숙한 언어 조작으로 그것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교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접근하는 것은 절반은 꿈이고 절반은 꾸며진 전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교수는 일거에 정신 분석의 아버지 프로이트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버렸다.

 

P262 교수는 다시 폭발 다음 날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응답자가 처ㅡㅁ것과 다른 답변을 했다. 사람들의 기억은 상당 부분 달라져 있었다. 달걀은 고기 덩어릴, 고기 덩어리는 해변으로 변했고, 전화 박스는 마치 달리의 그림처럼 형체가 녹고 늘어져 박물관으로 변했다, 피실험자에게 폭발직후 그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여주자 아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설명한 것이 옳다고 너무나 확신했다. 우리가 확신하는 것과 실제로 옳은 것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술한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짓 기억이 주관적 진실에 스며들어 혼돈의 세상에서 허구가 진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P265 교수는 필요라든가 재결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 필요라는 단어가 그녀가 그토록 반박하고자 했던 것의 증거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 안에는 분열된 어떤 것, 해결되지 못한 채 묻혀버린 옆길로 새고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9. 기억력 주식회사

- 기억 매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리뷰

 

켄델 박사의 해삼 실험으로 들어가기 전.. ‘헨리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의 이야기가 나오고 핸섬하고 저돌적인 과학자 스코빌 박사는 칼 레슐리가 일련의 실험을 토대로 기억을 관장하는 특정 부위가 두뇌 안에 따로 없다는 사실을 믿으며 헨리의 간질 병을 위한 연구수술을 시도하게 되며, 그는 헨리의 해마를 제거하게 되는데 바로 그 해마가 그때까지 알려진바와는 달리 기억과는 무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기억의 많은 부분을 관장하는 곳임을 그 수술을 통해서, 스코빌 박사의 실수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정말 무서운 장면이었다.

 

인간의 두뇌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국부 마취만을 한 헨리는 드릴을 들고 다가오는 스코빌 박사를 자신의 두 눈으로 보았을 것이며, 그 드릴이 자신의 뇌를 뚫고 긴 은빛 빨대로 빨아내었을 때 자신이 드릴을 든 스코빌 박사를 보았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자신의 기억을 고스란이 빨아내어 가져갔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섭고 공포스러운 이야기였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공포..

 

어쨌든 스코빌 박사는 한 인간의 기억을 도둑질해갔을지는 모르나 바로 그 도둑질로 인해 우리는 바로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 어딘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은 바로 과학의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 인간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심리학의 진보... 그로 인해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의 뇌가 드릴로 뚫어졌을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쪽으론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에 그 누군가가 내가 아녔다고 해서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걸로만 끝내야 하는가..하는 씁쓸함도 들었다. 암튼. 그것은 많은 이들이 기억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데 밑바탕이 되었고, 켄델 박사도 그들중의 한 사람이었다.

 

켄델 박사의 해삼을 통해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실험은 참 흥미진진했다. 일단은 그가 해삼에게 가르친 바로 반응의 조건화였다. 먹이사슬에서 바로 한 단계 밑이고 그의 뉴런이 외부에 존재함으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는 켄델.. 그의 해삼 연구를 통해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뉴런 사이의 대화와 관계를 증명증 보인 것은 경이롭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단순히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었고, 크랩을 통해 기억을 강화시키고 억제 시키는 것도 그 연구를 통해 증명해 보임으로써 신경과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그는 기억 강화제를 만드는 시도까지 하게 되고,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것은 시판되기도 전에 윤리 문제로 시비에 걸리게 된다.

 

어쨌든 우리의 두뇌 속에 망각 능력이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그것이 진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퇴적물을 던져버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P290)  

 

로렌은 말하고 있다. 기억 강화제가 우리에게 가져올 수도 있는 끔찍한 현상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치뤄내야 할 그 대가에 대해서도..만약 우리가 기억 강화제로 우리의 일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더 성공적으로 삶을 살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행복을 느낀다는 보장은 없으며, 그렇게 자연을 거스르는 수단을 써서 이룬 성공 속에 우리는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요구.. 더 많은 기대.. 더 많은 욕심.. 어쩜.. 우리가 치뤄내야 하는 대가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바늘처럼 솟아 일어나는 우리의 모든 기억들.. 잊고 싶은 그 기억들, 고통스런 기억들을 매 순간 내 세포 안에 하나하나 간직하며 느끼며 살아야 하는 형벌이 고문처럼 주어지는.. 바로 기억일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억강화가, 바로 그 기억 강화로 우리는 고통 속에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자연의 균형 파괴는 결국 인류의 파괴로 직결되는 것임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배웠다. 우리는 어떤 싸이언스를 다루더라도 그 윤리적인 면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기억.. 기억은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역사이다.. 나의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도..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도 나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과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과거에 빠져 사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나의 지나온 과거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나의 사랑이 있었고 나의 꿈이 있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 단어를 치는 바로 그 순간도 바로 찰라의 과거의 역사로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빠울로 꼬엘료는 말했다.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바로 이 현재라고.. 이 현재만이 영원한 것이라고.. 미래가 현재가 되고 이 영원한 현재는 과거로 들어가는 이 찰라의 시기간 속에.. 기억이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순간을 안겨주는 것인가..

 

나는 알츠하이버 병에도 걸리고 싶지 않고, 내 안에서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또한 아픈 고통이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 내게 영원히 기억되어지기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을 기억하고 싶다. 슬펐던 시간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은 서서히 희미해져 가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생생해지는 나의 기억 속의 시간들.. 나는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해주었던 지난 날들의 시간들을 잊고 싶지 않다. 때때로 삶이 힘들고 지친다고 느껴질 때.. 나는 내 안에 소중히 묻어놓은 나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며 그 안에서 행복한 느낌에 잠기곤 한다.. 나는 결코 잃고 싶지 않다. 나의 지난 날의 기억들을나는 결코 잊고 싶지 않다.. 지난 날의 나의 아름다운 사랑했던 순간들을...

 

헨리의 이야기는 참으로 슬펐다. 아니, 멍했다. 한 인간이 지난 이십 몇 년을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아갔던 삶의 역사가 그렇게 한점 살을 떼어냄으로써 도둑 맞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헨리는 자신의 삶이 도둑맞았다는 그 사실조차 못느끼는 채로 살아가고 있음이.. 참을 슬펐다. .. 어쩜 헨리에게는 차라리 그 기억조차도 사라진 것이 더 좋았을까...?? 그냥 모르는채로 그냥 아무런 느낌 없이.. 매 순간 새로운 느낌.. 새로운 경이로움과 함께 매일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헨리.. 그는 매 순간 끝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것들로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눈물이 핑 돈다.. 

 

초서

 

P273 인간의 두뇌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환자의 의식이 멀쩡한 채로 두뇌 수술이 행해졌던 것이다. 머리 가죽을 덮는 피부를 마비시키기 위해 국부 마취만 취했을 뿐이다. 국부 마취제 리도카인이 주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는 스코빌 박사가 손 드릴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 영화 하니발이 떠올랐다. 나는 그런 류의 영화를 결코 좋아하지 않고 절대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끔찍히도 싫어한다. 슬픈 영화, 공포 영화, 괴기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공포 영화는 절대안보며 슬픈 영화는 거의안 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몇장면 보게된 한니발.. 바로 이 비슷한 장면이었다. .. 생각하니 구토증이 일어난다.. 나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했는데, 바로 인간의 두뇌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의식이 멀쩡한 상태에서도 그런 행위가 가능하구나..느껴져 속이 미쓱거렸다. 단 영화에선 환각 상태에 있었고, 현실에서는 마취가 행해지는..

 

그 영화가 지금 나오길 다행이다. 만약 그 시대에 나왔더라면, 스코빌 박사가 하니발 처럼 보였을게다.


 

P274 당시는 아무도 몰랐지만 해마는 기억의 많은 부분을 관장하고 있었다.

 

>> 해마가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란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 해마와 비슷한 모양새를 가져서 이름이 해마라고 지어졌다는 사실도.. 이렇게 하나 둘 알아가는 의학 용어도 내게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마치 내가 심리학도라도 된 듯한 느낌.. ^____^


 

P275 얼굴과 목소리는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의학 문헌에서 H. M. 이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헨리는 더 이상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 어쩜 그래서 사랑에 대해 연구를 하던 할러 박사의 실험물이던 원숭이들은 움직임, 즉 표정이 없고 목소리가 없는 가짜 엄마 원숭이들에게 그토록 집착을 하며 우리가 아기였을 때 그랬듯이 엄마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보여주지만 결국엔 정상적인 원숭이로 자라지 못하고 수컷을 피하고 강제로 아기를 갖게 되었을때 자기가 낳은 아기 원숭이를 학대하는 그런 정신적 문제가 있는 원숭이로 자란 것이란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추가 요소인 것 같다...

 

나는 얼굴 표정을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물론 화난 표정이나 무서운 목소리는 나를 움츠리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바라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그냥 그 자체로 행복한 것 아니나.. 내가 사랑하는 아기와 첫 눈맞춤을 할 때의 행복은.. 그래서 랜디 포시는 자신의 딸과 첫 눈맞춤을 한.. 세상에서 만나진 첫 남자.. ‘아빠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 자기가 클레오가 자신을 기억하기도 전에 떠나야 했음을 그리도 안타까워 했던 것 아닐까...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랜디 포시와 그의 가족을 떠올리면.. 늘 언제나 그렁대는 눈물이 함께 한다..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화살 기도를 쏘아 올린다..


 

P275 기억은, 레슬리가 기록한 것처럼 그리고 당신의 과학자들이 믿고 있었던 것처럼, 관장하는 부위가 따로 없을 정도로 두뇌 속에 선재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억은 해마 안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마가 사라지자 방금 일어난 현실에만 헨리가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스코빌 박사는 엄청나지만 실패로 끝난 자신의 수술 경험을 토대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건드린 기억의 조직은 본질상 전혀 정신적이지도, 신화적이지도 않았다. 기억은 그저 살에 불과했다. 그것은 지도 위의 나라를 표시하듯 짚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과거는 바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도 그곳에 살았다. 해마 안에서, 산호 모양의 대뇌 피질 안에서, 한 남자의 은빛 빨대 안에서..

 

P277 수년 동안 실험과 관찰의 나날을 보내 브랜다 밀너는 헨리를 증거로 기억 메커니즘에 관한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해마는 자신에 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것을 의식의 핵심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뇌의 다른 부위에도 새로운 기억 시스템이 존재했다. 밀너는 이것에 절차적 기억 Procedural memory 또는 무의식적인 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P278 밀너가 기억의 신경 물질과 관련하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물질을 관찰해서가 아니라 헨리라는 한 인간, 한 유기체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적어도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남다른 심리학적 재능과 헨리를 오랜 시간 연구한 덕분이었다.

 

>> ‘연구라는 자체가 당연시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인내일 것이다. 오랜 시간 한 가지. 또는 한 명을 놓고 꾸준히 끈질기게 오랜 시간을 지켜보고 관찰하여 얻어낸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신이 찾고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것.. 나는 그런 집중을 요구하고 깊이 파고 드는 작업을 참 동경한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집중력은 단기적인 것에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면 난 그렇게 장기적인 연구에 임해 본적이 없으니,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가지고 나에게 그런 인내심이 있니 없니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내가 찾고 싶은 그것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조바심은 느끼게 될지 모르겠다. 암튼, 그녀의 심리학적 재능과 인내심이 그녀에게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음에 그녀의 세월과 노력이 밝은 빛을 보았음에.. 그녀는 얼만 얼마나 행복했을까…^^


 

P278 밀너에 의해 영감을 받은 과학자들은 우리의 두뇌 속에 독립적인 기억 시스템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운동 능력처럼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절차적 기억, 사실을 기억하는 의미론적 기억,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기억하는 서술적 기억등이 존재했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은 각 범주별 기억 엔진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가령 파일에 관한 지식은 여기에, 야채에 관한 지식은 저기에, 고양이는 여기, 개는 저기 하는 식으로 모든 세상이 결국 대뇌 피질이라는 그릇 속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P279 칸델에게 기억의 비밀은 신경 세포들이 이웃 세포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가에 관한 연구 속에 담겨 있었다.

 

P280사실 저는 정신 분석과 신경 과학이 서로 무관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결국 프로이트는 신경과학자였습니다. 정신 분석은 주로 기억과 연관성이 있고, 저의 연구는 기억의 매커니즘을 밝히는 것입니다. 저는 수많은 정신 분석의 원칙들을 증명할 신경증적 토대가 누군가에 의해 궁극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281 그는 마음의 문제에 접근할 때 과감한 환원주의적 방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나는 이 환원주의가 무엇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 칸델 교수가 공공연히스스로를 환원주의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약간 회의적인 로렌의 표현에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환원주의가 무엇인데 로렌은 살짝 어떤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표현을 썼을까..? 하는..

 

 

l  환원주의의 형성과 발달:

환원주의는 논리실증주의를 이론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부분을 전체화하는 자연과학적 분석주의 입장이다.
, 모든 인문·사회과학을 자연과학화하며 형이상학적인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환원주의자들은 어떤 체계는 그것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구성요소는 더 세분화된 구성요소로 분석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심리적인 현상을 생물학적 법칙으로, 생물학적 법칙은 물리·화학적 법칙으로 대신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원주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배제하고, 생물체는 무생물체와 동일한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l  환원주의의 종류:

환원주의에는 먼저, 생물체와 무생물계는 궁극적으로 원자라는 존재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존재론적(구성) 환원주의가 있다. 원자와 분자수준에서 기술되는 생물학의 현상과 과정은 물리.화학적 현상과 과정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물학적 법칙과 이론은 물리.화학적 법칙과 이론으로 설명된다고 보는 인식론적(이론, 법칙적) 환원주의가 있다. 심리현상은 생물학적 법칙과 이론으로 설명되며, 생물학적 법칙과 이론은 물리.화학적 법칙과 이론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론과 법칙은 인식의 눈, 개념체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한 체계를 이룬 전체는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구성요소는 다시 하위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며, 그 구성요소들을 분석의 방법을 통해 이해하여 전체를 이해하는 방법론적(설명, 기술적) 환원주의가 있다. 전체의 의미를 구성요소들의 이해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유전현상은 유전자와 DNA의 구조와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방법이 인식의 활동이므로 방법론적 환원주의와 인식론적 환원주의가 구분되지 않는다.

 


 

P282 이에 켄델은 해삼을 훈련시키고 관찰하고 측정했다. 그는 자신이 건드릴 때마다 해삼이 아가미를 움츠리도록 조건화시켰고, 현미경과 기록 장치를 가지고 해삼이 건드려질 때마다 해삼의 뉴런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관찰했다. 그는 시냅스라는 뉴련과 뉴련 사이의 연결 망이 그 관계를 강화시키는 전기 화학적 신호가 지날때마다 강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그는 행동이 새겨질 때 두개의 뉴런 (하나는 감각 세포의 뉴런, 다른 하나는 운동 세포의 뉴런이었다)이 서로 더 강한 자극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참으로 놀라왔다. 그의 치밀하면서도 섬세한 연구가.. 물론 그러한 모든 반응을 측정하는 도구나 기계가 있었겠지만, 그러한 것을 연구하는 그가 너무나도 대단해 보였다. 특기 그의 인내심이.. 해삼을 조건적 반응을 하게끔 가르치다니.. 그리고 그 반응 사이에 일어나는 뉴런의 반응을 측정하다니.. 참으로 놀라왔다..


 

P283 나는 피아노를 연주함으로써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던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뉴런이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이것이 기억이 의존하는 관계란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매우 관계적이다.

 

>> 그렇다면 우리에게 훈련 되어지는 것, 습관된 모든 것은 서로 다른 뉴런에게 대화를 가르치는 것이며 결국 그것을 통해 뉴런의 관계를 이어 주는 것.. 결국 우리가 배우고 훈련하는 모든 것은 뉴런 사이의 관계를 소통시키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자극이 되기에.. 우리의 기억 장치는 계속 자극을 받게 되어 나중엔 그것이 각인되어 특별히 노력없어도 자연스럽게 어떤 행위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 등등)를 익숙하게 하게 되는 것.. 그러한 자극이 결국 치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하는 것.. 무언가를 배울 때 그러한 경로를 거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P285 (켄델)는 해삼 속을 파내어 두 개의 뉴런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다시 두 개의 뉴런이 서로 대화를 나누게 하여 뉴런1이 뉴런2의 시냅스 연결을 증가시키도록 했다. 그것은 가장 소규모적인 형태의 기억 매커니즘이었다. 그 다음 뉴런1의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크랩이라는 이름의 분자를 차단시킴으로써 둘의 대화를 중단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크랩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장기 기억의 형성과 관계된 일들. 가령 단백질 형성이나 새로운 시냅스의 성장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크랩이란, 그것은 뇌 세포핵 안에 살고 있는 분자로서, 그것의 목적은 세포들 사이를 영원히 연결시켜주는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단순히 설명하면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은유적으로 설명하면 크랩은 세포 집착 테이프와 같다. 그것이 켜지면어머니의 목소리와 자식이 최초로 참가한 발레 경연 대회의 기억이 몇 년 동안 새포 회로에 남게 된다. 그것이 꺼지면전화번호처럼 순간 기억에는 남아도 금새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만다. (…) 접착테이프. 아교풀, 똑딱 단추, 섹스 등 여러 가지 표혀으로 비유가 가능한 크랩은 그것이 지닌 과학적 의미만큼이나 강력한 서정적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장악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P287 우리는 항상 기억이 우리의 존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를 잊는 사람은 평생 그것을 반복할 운명이다. 기억은 이야기이며, 우리의 존재에 지속성과 의미를 부여해준다. 우리가 기억에 사로잡혀 지내지 않더라도 그것과 최소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기억이 가진 형이상학적이고 분자적인 의미의 힘 때문일 수 있다.

 

P290 기억력 강화제에는 수백만 가지의 문제점들이 잠재되어 있다. 크랩을 높이면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장악하는 우리의 능력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거가 거꾸로 쏟아져 내리지는 않더라도 현재에 벌어지는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기억되어 머릿속이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의 두뇌 속에 망각 능력이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다. 그것이 진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퇴적물을 던져버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 정말 날카롭고도 흥미로운 지적이다. 우리가 기억 강화제를 통해 잊고 싶은 기억까지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면, 그거야 말로 숨쉬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우리 두뇌 속에 망각 능력이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진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란 로렌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기억 강화제.. 기억 억제제.. 이 모두 자연에 거스르는 일들우리는 자연을 거스를 때 항상 부작용이 생긴다. 그것은 자연의 균형을 깨뜨림에서 오는 자연스런 결과임을 알지만, 그로 인해 인류가 치뤄야하는 형벌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다.. 모든 기술의 발달로 육체적인 삶은 편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인간들은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과거.. 탈벤 샤하르가 말하듯이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을 때 우리들의 시간적 여유는 더 많았었고, 행복을 느끼는 행복지수는 더 높았다. 지금은 더욱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스트레스 속에 행복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기억 강화제로 우리의 일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더 성공적으로 삶을 살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행복을 느낀다는 보장은 없으며, 그렇게 자연을 거스르는 수단을 써서 이룬 성공 속에 우리는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요구.. 더 많은 기대.. 더 많은 욕심.. 어쩜.. 우리가 치뤄내야 하는 대가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바늘처럼 솟아 일어나는 우리의 모든 기억들.. 잊고 싶은 그 기억들, 고통스런 기억들을 매순간 내 세포 안에 하나하나 간직하며 느끼며 살아야 하는 형벌이 고문처럼 주어지는.. 바로 기억일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억강화가, 바로 그 기억 강화로 우리는 고통 속에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자연의 균형 파괴는 결국 인류의 파괴로 직결되는 것임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배웠다. 우리는 어떤 싸이언스를 다루더라도 그 윤리적인 면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P290 여러분 가운데 기억 상실의 이점에 관하여 생각해본 사람은 없는가? 어쩌면 내가 순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한 번도 알츠하이머병이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끔찍하다고 여겨본 적이 없다. 어쨌든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 속에 갇혀 살게 하거나 미래의 일로 초조하게 만드는 시끄럽고 부담스러운 것이 아닌가. 우리는 지난 일을 기억하거나 앞날을 향해 가느라 바빠 현재에 거의 집중하지 못한다(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기억이다. 모든 기대는 과거의 학습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속에서 거의 살지 못한다. 우리는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재가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동물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행복해 보이는 것이리라.

 

>> 로렌의 말에 공감이 갔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없어짐으로 인해 온전히 현재에 머물게 되는 상황.. 그것이 꼭 불행하다고 볼 수는 없을게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기억,, 기억 상실증에 걸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환자에게 과연 그녀의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놓으며 현실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주제다. 그럼 그녀가 현재 자신의 다른 기억에 살고 있다해서 그것이 그녀의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그것은 그녀의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잃어버린 기억 속의 삶 안에서 행복하다면.. 그냥 그 새로운 삶 속에서 살게 하고 싶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는 다른 삶 속에 살고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에게 있어 현실이니까.. 나의 현실로 끌어들어오려고 결코 그의 행복한 현실을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보며 느끼는 동정심과 측은지심은 어쩜 우리의 눈에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인건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고 즐기고 누리는 것을 그가 느끼지 못함에서 보는 우리가 느끼는 안쓰러움.. 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그것이 슬픈 현실이 될 수는 없는 것.. 역시 주관적인 문제인 것 같다.


 

P291데이비드 쉔크는 자신이 쓴 훌륭한 책 <망각 The Forgetting>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알츠하이머병 안에서 이와 같은 고요함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생은 커튼이 천천히 닫힐 때 대단히 아름답다.”

 

>> 뭔지 모를 숭고한 그 무엇이 느껴져 코끝이 시큰거렸다.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린 애기 같은 순진무구한 노인이 예쁜 꽃무늬 커튼이 달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햇빛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순간 떠올랐다. 인생은 커튼이 천천히 닫힐 때 대단히 아름답다.. 나의 인생에 커튼이 서서히 내려질 그 즈음.. 나도 그렇게 내 인생도 아름다웠다고 느껴지겠지...??


 

P291 아마 헨리도 그 비슷한 것을 어디선가 느꼈을 것이다. 그는 딸기를 먹을 때마다 항상 첫 경험을 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때도 매번 처음 보는 눈이었다. 그가 무엇을 만지든 그것은 언제나 처음. 최초의 감촉이었다.

 

>> 이 테마를 다룬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드류 베리모어와 샌들러 주연의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교통 사고를 당한 그녀는 기억 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그녀에게 매일매일의 일상은 늘 첫 경험.. 어렸을때부터 그녀를 알아온 모든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으로 이끌어주고, 그러다 그녀에게 반한 어느 청년.. 그녀의 병을 알면서도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여러가지 슬픈 상황을 걸쳐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되고, 그녀는 매일 아침 눈을 뜰때마다 그녀의 남편이 준비해놓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그와의 사이에 딸이 있고 그러니 놀라지 말라는..^^ 아주 아름다운 영화였다. 매번 키스를 할때마다.. 그녀는 말한다.. 첫키스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이미 수십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겐 매번 첫키스인것..하하하하~) 암튼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혹시.. 나도 살짝 그런 증상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게 많이 지나다닌 길이라는데, 내겐 늘 새로운 길 처럼 보이니.. 하하하하하~ 핀잔 먹을 때마다 내가 하는 말.. “그렇게 늘 지나다니면서도 항상 새로운 느낌.. 좋은거 아냐..??”” ^^;;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말은 있다는데....이정도야..^^;;


 

P296 저쪽에 서 있는 연로한 노인을 보고 있자니 매번 새로운 것을 보는 것보다, 과일을 깨물 때마다 스며오는 쾌감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것보다는 기억을 택하는 쪽이 더 나을 듯 싶다.

 

>> 나 역시도 알츠하이머 병과는 무관한 사람이고 싶다. 나는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을 기억하고 싶다. 슬펐던 시간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은 서서히 희미해져 가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생생해지는 나의 기억 속의 시간들.. 나는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해주었던 지난 날들의 시간들을 잊고 싶지 않다. 때때로 삶이 힘들고 지친다고 느껴질 때.. 나는 내 안에 소중히 묻어놓은 나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며 그 안에서 행복한 느낌에 잠기곤 한다.. 나는 결코 잃고 싶지 않다. 나의 지난 날의 기억들을나는 결코 잊고 싶지 않다.. 지난 날의 나의 아름다운 사랑했던 순간들을...


 

10. 드릴로 뇌를 뚫다

-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리뷰

 

모니즈.. 그는 포르투갈 사람이다. 내가 브라질에 살아서 그런지, 왠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사람이 이 뇌엽 절제술을 처음 시도했다는 사실에 좀 더 개인적인 관심이 더 많이 감을 느꼈다. 내 팔은 참 잘도 안으로 굽는다..^^ 그냥 반갑다. 브라질 사람이 언급되면.. 빠울로 꼬엘료가 그래서 그리도 좋은지도 모르겠다.. ^___^ 

 

암튼, 모니즈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다들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뇌엽 절제 수술을 단순히 입 밖의 표현만이 아니라 실제로 과감히 수술을 감행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 수술에 커다란 위업을 남기며 급기야 노벨상 수상까지 하게뙤고 포르투갈 우표에 당당하게 그 얼굴이 찍히게되는 만인들에게 기억되는 위인이 된다.

 

읽으면서 내게 놀라웠던 것은 그가 뇌엽 절제 수술을 시도한 것이 한창 젊은 나이도 아닌, 인제 은퇴를 생각할 바로 그나이.. 예순 두살이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동이었고 놀라움이었다. 그렇게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영국에서 열리는 학술회에 참석차 갔다가 베키라는 원숭이의 수술과 그 결과를 듣고는 곧장 포르투갈로 돌아와 시체를 통해 연습을 하고 곧장 실제 수술로 돌입하는 모리즈.. 대단한 열정이었고, 대단한 탐구심이었고.. 그의 정신병을 고치겠다는 집념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환자를 골라서 수술을 했지만, 그것은 더 이상 더 나빠질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있는 환자들로만 골라서 했으니 그것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만약 그 수술로 인해서 환자에게 어떤 해가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 어쩌면 그는 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큰 희생을 줄이기 위해 감행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신의 업적을 빛나게 하고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추운 병원에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도 느끼지 못할 그런 비참한 모습의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애정이었고 동정이었고 의사로써의 사명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그는 예순 두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뇌엽 절제 수술을 과감히 행했고, 설사 그것에 대한 후기록이 미비하여 정확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하지 못했을 수는 있으나, 그의 시도가 정신병 수술에 대한 위대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음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두뇌 수술이 바로 손상된 뇌 부분만 제거를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 두뇌 수술은 위험하고 되돌아올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반면 그 효력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 모르는 프로작은 선호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로렌은 지적하고 있다. 그 약이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반점을 뇌에 남기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적당히눈을 감고 모른척하며 그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주소.. 로렌의 표현이 넘 재밌다. ‘그것은 끔찍한 진실을 직접적으로 듣는 것보다 애둘러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은것과 같은 이치다.” 하하하하~ ^^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니컬한 유머를 잃지 않은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다..^^

 

암튼.. 뇌수술은 어떤 곳에서는 금지 되어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는 규율 안에서 허용되고 있다. 나 같았으면 어땠을까..?? 나는 수술에 관한 부분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갖고 있는 갑상선 문제에 관한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나에겐 갑상선에 두 개의 혹이 있고, 그것은 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떼어내야 한다. 그것이 빠를수록 좋은 것임을 나는 알지만, 나는 계속 미루고 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미련 곰퉁이~ ^^’ 내가 그렇게 미루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혹을 떼어냄으로 인해 호르몬에 이상이 와서 감정적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호르몬 균형을 위해 약을 먹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지금은 혹은 갖고 있을지 몰라도 나의 호르몬 분비는 대체적으로 정상적이다. 그런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하는 것이 내 생각이기는 하나.. 다른 이들의 눈에는 미련 곰퉁이 짓을 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 혹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음에.. 빨리 떼어 내야 하기에.. 글쎄 모르겠다.. 발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될 것이란 믿음하에 나의 감정선에 이상을 주고 싶지가 않다. 그것이 내 나름의 이유..

 

하지만, 내가 챨리 같은 경우라면 과감히 시행해 보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살면서 고통속에 지내느니 수술을 받아보고 싶을 것이다. 실패한다 한들 더 나빠질 것도 없을 테니.. 가끔씩은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 용기도 더 나고, 또 용기를 내야 하는 그 이유도 더 선명하고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만약 여러 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그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르지만...

 

암튼. 뇌엽 절제 수술은 로렌의 표현 그대로 20세기의 가장 과격하고 파격적인 정신병 치료였음이 분명하다. 그것으로 인해 정신병이 치료되고 그것으로 인해 정신병 학계에는 많은 진보를 가져왔으나, 성스러운 영역을 침범함으로서 우리에게는 또 어떤 생각지 않은 결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질문을 떠올리는 것은 그닥 억지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알면 알수록,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신비로운 우리의 뇌.. 정신.. 기억.. 그 모든 것은 정말 한점 살점에 묻혀 있는 것이 다일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초서

 

P304 모니즈는 사람들의 생명이 숨쉬는 풍경 속으로 성큼 들어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손에 넣었다.

 

P309 실제로 모니즈는 뇌엽 절제술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 관하여 한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수술이 침팬지 베키에게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정신병이 두뇌의 신경 섬유에 생리적으로 붙어 있는 일련의 생각들 때문이라고 믿었다. 전뇌를 시상과 연결시키는 섬유 안에 그 생각들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섬유만 잘라내면 환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과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모니즈의 도식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기억과 그것에 딸린 부수적 감정들이 신경망 안에 들어 있음을 나중에 증명한 칸델에게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주었다.

 

>> 칸델.. 모니즈의 이러한 주장이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칸델에게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였는지도 모르겠다. 켄델도 신경과학, 특히 기억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고.. 또한 아무도 입밖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전 모니즈의 무모하다 느껴질 정도로 과격하고도 용기 있는 행동은 켄델을 자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P312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환자에게 수술을 받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도움이 안 된다 하더라고 그들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태이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모니즈는 이렇게 썼다. “나는 그 방법이 전혀 해가 되지 않으며, 정신병 홪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랬을 것이다. 만약 그 수술로 인해서 환자에게 어떤 해가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 어쩌면 그는 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큰 희생을 줄이기 위해 감행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신의 업적을 빛나게 하고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추운 병원에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도 느끼지 못할 그런 비참한 모습의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애정이었고 동정이었고 의사로써의 사명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그는 예순 두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뇌엽 절제 수술을 과감히 행했고, 설사 그것에 대한 후기록이 미비하여 정확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하지 못했을 수는 있으나, 그의 시도가 정신병 수술에 대한 위대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음은 부인 할 수 없다.

 

분명 그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고, 설사 수술이 실패되었다 하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을 그런 극단적인 환자들을 뽑아서 수술 실험(?)을 했을 것이다.


 

P320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 뇌엽 절제술을 비난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복용하는 정신 질환제가 아직 발견되지 못한 씻을 수 없는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정신 의학자 조지프 글렐물렌은 프로작을 복용하면 뇌에서 알츠하이머형 노인성 반점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P322 1950년대에 약리학이 등장하고, 약의 등장으로 인한 모든 혜택이 생겨나면서 약물 칠에 대한 대중의 의심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뇌엽 절제술의 인기도 함께 줄었다. 마비와 발한, 극심한 불안 등의 약물 부작용이 뚜렷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으로 인한 침해가 수술과 비교하면 훨씬 덜하고 나아 보였던 것이다. 머리 뚜껑을 열고 뇌로 들어가는 것보다 위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 나았던 것이다. 그것은 끔찍한 진실을 직접적으로 듣는 것보다 애둘러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은 것과 같은 이치였다.

 

P323 의사들의 관심은 전두엽에서 감성 두뇌로 알려진 대뇌변연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P330 오늘날의 의사들은 대상속 절개술과 뇌엽 절제술의 차이점을 재빠르게 지적하지만, 사실 그 두 수술은 상당히 비슷하다. 대상속 절개술이나 뇌엽 절제술 모두 병에 걸린 조직만 확실하게 잘라내지 못한다. 둘 다 분홍빛이 도는 건강한 조직을 잘라낸다. (물론 해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뇌엽 절제술은 전두엽에서 시상으로 연결되는 선의 일부를 잘라내는 반면에 대상속 절개술은 전두엽에서 대상획까지 연결되는 신경관을 자른다. 대상회란 우리의 두뇌에서 불안을 중재한다고 알려진 부위이다. 이 신경선들을 잘라내면 불안하고 강박적인 메시지들이 더 이상 전달되지 않는다. 전화선이 끊기는 셈이다.


 

P333우리는 그 신경 회로를 알고 있습니다. 특정한 인식 상태의 연관성이 있는 특정 조직을요, 우리는 PET 촬영을 통해 그 조직을 찾아내고 회로에 계속 자극을 가하는 전극을 이식시켜 선을 효과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는 정신과 수술과 그것에서 파생된 뇌심부 자극술 같은 수술들이 건강한 조직을 해친다는 비난에 대해 거의 화가 난 표정으로 반박을 가한다. “우울증은 건강한 두뇌 조직을 손상시킵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신경에 해롭고 괴저 증세가 나타나게 한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해마는 정상인에 비해 최대 15%나 작아요.”

 

>> 색하임 박사가 화난 표정으로 반박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뇌를 손상시키는 것에는 다들 무관심 하면서, 수술로 인해 건강한 조직을 해친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세에 화를 내는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하나는 계속 파괴적인 현상으로 이끌지만, 하나는 치유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치유를 위한 작은 손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박을 하는 그들이 얼마나 답답하게 느껴졌을까..?? 나 같음 열이 올라 침튀기며 그 정당성을 밝히며 얘기를 했을 것 같다. 하하하하~ 나의 이 불같은 성격이란…^^;;


 

P333 우리의 병은 우리가 가진 용기만큼 낫는 것이 분명하다.

 

>> 병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그런 것 같다. 용기 있는 자만이 병도 낫게 하고, 기회도 잡으며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가 있다. 우리의 병은 우리가 가진 용기만큼 낫는 것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뇌를 두번이 아닌 세번이나 잘라달래던 찰리의 용기가 그의 정신 병을 고쳤듯이..

 

 

맺으며..

 

마지막 10드릴로 뇌를 뚫다까지 읽고 넘겨진 페이지 뒤에 자리한 옮긴이의 말의 제목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냐면 제목이 바로 <“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된 인간 탐사였다.>였기 때문였다. 정말 너무나도 놀라왔다. 왜냐면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 속에서 경이로움을 일으키며 놀라게 했던 부분은 바로 이 인류 사회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 심리학자들의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음에 그 단순한 외마디의 ?”라는 질문이 참으로 경이롭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당연시하며 자연스럽게 또는 무관심 속에 받아들이던 상황이나 사건들을 보며 가졌던 그들의 ?’ 라는 질문이 그들로 하여금 연구하게 했고 실험에 뛰어들게 했고, 때론 그로 인해 인정받고 존중 받던 그들을 삶을 상실로 빠뜨리게 했던 한 글자.. ”..?” 이렇게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을 가질 때.. 마치 복권 당첨 된 듯 그런 희열과 반가움이 함께 느껴진다. ^^

 

드디어 리뷰와 초서가 끝났다. 매번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새로운 책들을 접하며 얻게되는 많은 새로운 경험들 지식들은 나를 너무나도 두근거리게 하고 들뜨게 한다. 특히, 이번 책은 정말 내가 읽었던 다른 심리학 책과는 달랐다. (물론 내가 읽은 심리학 책 몇 권 안되지만..^^;;). 전문지식과 함께 수필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써내려간 감성적인 글들.. 심리학자인 로렌의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자칫 딱딱 할 수도 있는 부분을 그는 재밌는 이야기처럼 풀어나갔고, 그녀의 감성적인 터치로 표현된 글들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그 재미를 한껏 더해주었다.

 

정말 너....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 매 편마다 다뤄지는 다른 주제들의 실험들.. 심리학자들.. 그들의 성장 배경 이야기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내용들이 그야말로 나를 사로잡았던.. 그 안에서 함께 웃고 눈물을 흘리며 보냈던 지난 며칠.. 안 그래도 행복한 요즘의 나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리뷰를 올리고 나면 대체적으로 성취감이 느껴지고 시원한 느낌인데, 물론 그 느낌이 안든 것으 아니나.. 그와 함께 왠지 아쉬움이 들었다.. 넘 빨리 끝나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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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이 음악이 나의 리뷰와 어울리지 않음을.. 그런데도 굳이 이 음악을 고집한 것은.. 대부분의 초서를 하는 동안 이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다. 초서를 하며 내내 이 음악을 들었고, 이 음악을 들으며 초서를 하는 동안 느낌이 튀어 나올 때마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멜을 썼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느낌을 쏟아내었다. 그래서 리뷰에는 읽어야 하는 양이 많기에 웬만하면 경음악을 올리지만 이번만큼은 Sade의 음악으로 올렸다. 하지만, 가만 보면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이 음악은 우리 인간이 가진 사랑이란 감정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과 함께 할 것임을.. 그래서 당신이 내가 떠날 것이라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

 

Sade  By your side... 함께 올린다..

 

By your side - Sade

 

 

By your Side

 

You think I'd leave you r side baby
You know me better than that
You think I'd leave you down
when your down on your knees
I wouldn't do that
I'll tell you you're right when you want
and If only you could see into me

Ha ah ah ah ah ah
oh, when your cold
I'll be there hold you tight to me

When your on the outside baby and
you can't get in
I will show you, your so much better than
you know
When your lost, when your alone and
you can't get back again
I will find you darling I'll bring you home
and If you want to cry
I am here to dry your eyes
and in no time you'll be fine

You think I'd leave your side baby
You know me better than that
You think I'd leave you down
when your down on your knees
I wouldn't do that
I'll tell you you're right when you want
and If only you could see into me

ha ah ah ah ah ah
Oh when your cold
I'll be there
hold you tight to me

oh when you're low
I'll be there by your side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