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08년 7월 8일
<책 이름: 사기 열전, 지은이: 사마천, 옮긴이: 김 원중, 펴낸이: 민음사>
B.독후감: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고...
글을 시작하며..
처음의 두과제가 내 자신을 좀 더 잘알기위한 내면으로의 여행을 이끌어주는 책이었고, 이미 한번씩 읽었던 책이라, 사실상 내게 첫번째 과제처럼 느껴지는 세번째 책인 ‘사기열전’은 그 두꺼운 책의 부피만큼이나 내게 많은 기대에 부풀게했다. ‘인생수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내눈앞에 읽혀지기를 기다리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이 ‘사기열전’이 눈에 들어와 나는 빨리 이책이 읽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또, 역사책을 좋아한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기때문에, 팀장님이 그렇게 와우의 목표는 ‘지성’이 아니라고 강조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성을 한단계 올려줄 이 중국 역사는 나를 두근거림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읽으면서의 느낌.. 읽은후의 느낌...??
‘사기열전’을 다 읽고 난뒤의 느낌은 ‘인내의 한계를 극복한 웅녀의 자손의 승리~!!’였다. 영원히 끝날것 같지않은 목적지가 없는 마라톤처럼, 나라와 시대는 바뀌어도 끝없이 나타나는 영웅들과 간신들과 비겁한 자들..그리고 또 끝없이 이어지는 지혜로운 선비들과 장군들의 영웅담과 그 못지않게 많이 나타나는 인간됨이 모자르고 자기의 몸하나 부지하고자 온갖 간계를 다 부리는 소인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마치 오아시스없는 사막을 헤메는 듯한 갑갑함과 목마름을 느꼈다.
언젠가 수녀님께서 성서공부 강의중 말씀하신 비유가 생각난다.
“ 우리가 창문을 보더라도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보는게 아닙니다. 같은 창문을 보아도 어떤 사람은 그 창문을 통해 비쳐지는 창문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창문의 규격은 어떻고 질감은 어떠며, 유리 두께가 어떤지에 대한 ‘창문의 겉면’만을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을 통해 더 깊은 것을 느낄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때, 성경에 써있는 글자 그대로를 읽어 내려갈때는 바로 그 창문 자체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그 말씀안의 깊은 뜻을 알수가 없습니다. 그 내용안에 깊이 숨어있는 뜻을 알지 못하고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
바로 이 사기열전을 읽을때 느낌이 그랬다. 그 내용들의 느낌이 내게 와닿기 보다는 맨 그얘기가 그얘기, 주인공만 바뀌고 활동 시기와 활동한 나라만 바뀔뿐, 그들의 계속 반복되어지는 권모와 술수와 계략들은 때때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어느 순간에서는 어떻게 몇백년을 인물이나 시대만 바뀔뿐 같은 상황이 그렇게 같은 그림으로 이어질수가 있었을까. 정말 내가 그시대에 중국에 안태어난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읽는동안 감동은 없었을까..??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나. 아무리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훌륭한 역사책을 읽으면서 깨우침이 없었고, 배움이 없었고, 감동스런 부분이 없었다면 눈감고 책장을 넘기지 않은 이상에야 아마도 거짓말일것이다.
한없이 치뤄지는 전쟁속에 왕을 지키고 왕을 설득 시키기 위해 매순간 등장하는 선비들과 장군들의 유세들, 그 유세들을 토해낼때 꼭 들어가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비유함은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총칼들고 싸우는 전쟁이 아닐뿐, 우리 역시 ‘경쟁의 전쟁, 생존의 전쟁’속에 살고 있기에, 내가 있는 삶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며, 어떻게 관계속에서 의를 지키고 선을 행하며, 예를 갖춰야하는지 너무나도 깊고 깊은 내용들이 많은 부분 나를 멈추게하고 생각하게 하였다. (멈출시간이 넉넉치 못했지만서도..)
특히, 나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던 첫번째 부분은 바로 지위 높은 왕이나 재상들이, 평민이나 아랫사람들이 옳은 말을 할때, “네까짓게~”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었는데, 말로만 겸손이 아닌 정말로 ‘행동으로 보이는 겸손’이 어떤 것인지를 나를 깨우치게 했다. 왜냐면 일개 나라를 정치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구멍가게 하나 하면서도, 가끔씩 아이들이 내게 좋은 아이디어를 낼때, 겉으로는 깊이 듣는척 하지만 속으로는 ‘네가 뭘 안다고..’ 할때가 종종 있는 나였기에, 스스로가 얼마나 낯부끄럽고 챙피하게 느껴졌더랬는지....
그리고 두번째로 나의 시선을 잡았던 부분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었다. 한낱 백정에 지나지 않았어도, 한낱 평민에 지나지 않았어도 의인을 알아보는 눈, 영웅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그분들의 지혜가 너무나도 부러웠고, 심지어 우러러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현대를 살면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외모로 판단하고, 겉으로 드러난 악세서리를 보고 예를 갖추고, 그사람이 지닌 학식을 보고 대우가 달라지는지... 물론 나역시 그것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결코 말할수 없다. 아무래도 높은 분을 보면 예를 더 갖추게 되고, 풍기는 것이 귀하게 느껴지면 아무래도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내가 아닌가. (그래서 그런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사이가 좋기는 하지만.)
많은 왕들이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짐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하게되고, 겸손히 듣는자세로 천한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았기에 심지어 왕자리에까지 오르며 천하통일까지 하게되니, 상대방 사람됨됨이를 알아보는 지혜와 겸손한 덕을 갖추게되면 의인을 만나게되고 그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은 전쟁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할수 있음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내게 마음에 깊이 와닿으며 나를 매순간 깨우치고 뉘우치게 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겸손’이다. 내가 관계속에서 느꼈던 많은 부딪힘들은 바로 바로 내가 ‘겸손’치 못함에서 오는 것이었음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데, 그런 자연의 진리도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려는 ‘겸손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흐름을 볼줄 아는 지혜가 읽는 내내 나의 관심을 잡았는데, 많은 선비들과 영웅들이 자신의 의견을 펼치며 유세를 하는 그 중심이 바로 세상의 흐름을 보고 제각기 나름의 옳다는 유세를 펼치는데, 그 능력이 참 놀라왔다.
내가 가진 능력중에서 가장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전체적인 흐름을 잘 파악 못한다는 것이다. 숲안의 나무들은 볼줄알지만, 그 나무들이 이루는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는 그 모자름을 항상 느끼고 있는 터라..그들이 마치 장기를 두듯 자기 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정세까지 완벽하게 꿰뚫으며 그들의 정세의 흐름과, 전체적인 주위국가의 흐름을 파악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유세는 정말 놀랍지 않을수가 없었다.
글을 맺으며...
내가 ‘사기열전’을 읽고난후의 느낌은 내용의 깨우침에 앞서 ‘드뎌 다 읽었다’는 환호성이 먼저 튀어나올만큼 정말로 읽는동안 나의 인내력과 싸워야 했지만 (아마도 축제도서가 아녔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의리에 죽고 살며,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을 지난 2주동안 만나며, 과연 나는 그들중의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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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역사속으로 사라진 사마천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기가 쉽지않았다...
20대에 천하를 돌아다니며 느꼈을 세월의 유수함.. 산천의 아름다움..
그리고 비극적으로 죽어간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역시 억울하게 긍형에 처하면서까지 끝까지 사기집전을 포기하지 않은 사마천..
이제는 구름위를 거니며 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나 있지 않을지....
그에게 Steve Raiman의 Dance with the wind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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