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생활이야기

어느 할머니...

pumpkinn 2006. 4. 28. 03:59

 

 

왠만한 일엔 웃으며 넘어가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계속 쏟아지는 일들의 홍수속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릴만큼...
굳어진 표정의 날들이 많았단다...

오늘 역시....
기강 잡는다고 무서운 기세로...
일하는 애들을 뭐잡듯이 잡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브라질 할머니가 지팡이를 의지하고...
아들의 팔에 기대어 비틀 거리면서 들어오시더니...
가발을 보자고 하신다....

점원 아이중 하나가 할머니를 모시고....
밑에 층으로 내려가 써보시게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할머니가 또 힘들게 지팡이를 짚고...
비틀 거리며 올라오신다...

계산이 다 끝난다음...
아들이 차를 가지고 오겠다며 나가고...
할머니는 기다리시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면서....
아들 다섯이 있었는데...모두 죽고 지금 이 아들 한명만 남았다고....
남편이 9년전에 죽었는데...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그렇지만 이겨냈다고...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며느님을 무척 사랑하신다고....
그런데...며느리가 자기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괜히 안타까운 마음에...

“할머니 분명히 며느님도 할머니 사랑하실거에요...”

그때 할머니 하시는 말씀....

“그애가 나를 사랑하고 안하고는 중요한게 아녜요....
중요한건 내가 그애를 사랑하고 있다는거죠...
난 너무 행복해요...내가 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있음이....
내가 남편과 네 아들들을 잃은 충격으로 6년을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한번도 내가 걷지 못할거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한번도 Fé(희망)를 잃은적이 없어요...그리고 걷게 됐죠...”

나는 그만 뭉클해져....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인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여럿 만들어놓은 하느님 얘기...
종교는 다 좋은 것을 지향하는것이 아니나며...
결국 다르게 하는건...그걸 받아들이는 인간들의 마음이라며....
우리가 절대루 잊어서는 안될것과 의무와 책임감을 갖고꼭 행해야하는건...
’사랑’이라고 강조하시는 할머니...

대화가 끝난다음....
할머니께...
오늘 할머니에게 많은 걸 배우게 되서 감사한단 나의 인사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젊은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많이 아는것이 아니냐며....
좋은 얘기를 같이 나누게되서 좋았다며...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시는 할머니를 보며...
우리 일하는 애들과 나는 모두 눈물을 글썽 거리며 멍하니 있었다....

새삼...
그동안 여러가지 많은 힘든 일들이 내게 닥쳐오고....
해도해도 넘쳐나는 일들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점원 아이들의 기강을 잡겠다고....
인상 쓰면서 지냈던 내가...챙피하게 느껴져서...
멋적게 웃음이 나왔다...

순간...
어쩜...그 할머니의 출현은...
지금 이순간...
내게 꼭 필요했던 천사의 방문이 아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와진 감성을 데워준....

그 벅찬 느낌이 가시기전에....
글로 옮겨본다....

.

.

.


Szentpteri Csilla의 Sicil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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