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치를 담궜다.
것두 두 개나~ *으쓱으쓱*
“배추 막김치와 오이 김치~”
참으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김치를 다 담다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나를 알뜰한(?) 당신으로 바꾸다니~
감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 집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벌써 2달째 판매가 거의 제로인 상태로 상황이 심각해지니
이것저것 모든 면에서 아껴야 하는 상황 속에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것..
그렇다보니, 참으로 좀 궁상맞은 표현이지만 먹는 것까지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왔다.
다른 반찬은 줄이더라도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우리 가족..
김치는 늘 사서 먹었는데, 인제 그 김치 값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다른 반찬을 줄이니 김치를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사 먹는 것...
남편만 사무실에 나가고,
나는 집콕하고 있는 요즘,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요즘 온라인으로 한글학교 강의를 올리다 보니 그 옆으로 유튜브 영상이 마구마구 뜨는데
그 옆에 드는 김치 영상을 보고 무심결에 들어갔다가..
‘흠.. 한 번 해볼만 한데..’ 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부엌에 들어가 찾아보니, 과연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멸치 액젖, 까나리 액젖, 새우젖, 물엿, 등등~
기본적인 것이 아무 것도 없는게 아닌가..
심지어 김치를 할 만한 큰 다라이(?)도 없어서
오늘 마음 먹고 슈퍼에 가서 김치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샀다.
위에 적은 젖들을 포함해 배추 2통, 무우 4개, 오이 7개, 부추, 마늘, 생강 등등~
까나리 액젖은 또 뭔지, 처음 들어보는 거지만,
우선은 동영상 아주머니가 그걸로 하신다니 우선은 사는 수밖에
그곳에서 일하는 내 친구 엘레나는 웃겨 죽는다고..
음식을 잘하는 그 친구는 나더러 까나리 액젖만 쓰면되니 멸치 액젖은 안 사도 된다고 하는데..
그건 음식 잘하는 자기니까 가능한 거고..
나는 무언가를 배우면, 변형을 쓰기 보다는 가르쳐주는 그대로 따라한다. ^^;;
“네 남편 걱정되겠다~”
"큭큭~"
안그래도, 그냥 돈 버리지 말고 사먹자고 하는 걸
잘 할 수 있다고, 걱정말라고 큰 소리 빵빵~!!
그 엉뚱한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 그렇게 대차게 카드를 들고 나온 게다.
분명히 동영상에서 가르쳐주시는 분은
막김치는 한 시간 정도 절이면 된다는데, 숨이 죽지 않아 근 3시간을 절였다.
또 사과하고 배를 넣으라고 했는데, 마트에 없어서
백종원 아저씨가 설탕넣는 걸 떠올리고는 설탕을 넣었다. (오우~ 스스로 기특했던 부분~ ^^;;)
처음엔 배추 두 통을 하니 너무 많아서 김치통이 하나갖고 안 되겠다 싶었는데
세상에~ 소금에 절이고 나니 김치 한 통으로 해결~ -_-;;
살짝 허무해 지는 느낌~
많이 나올 것 같아 흐뭇해 했는데, 겨우 한 통이 나왔다.
하긴, 배추를 씻다가 겉에 잎이 너무 더럽다고
다 뜯어서 버렸더니 나중에 괜히 버렸다 싶더라.
백종원 아저씨가 말을 귀담아 듣고 겉저리로 만들걸~
깨끗히 닦으면 됐는데...-_-;;
때는 이미 늦으리~
이미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나의 겉저리여~!!
생각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오래된 고춧가루를 써서 색이 별로 안 이쁘긴 하지만,
맛은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애리에게 사진을 보내며 자랑하니 맛은 어떠냐며 묻는다.
리예는 맛있다 하고,
남편도 얼굴 표정과 매치가 안되는 멘트로 맛있다 해서 무엇이 진실인지 살짝 헷갈렸고~ ^^;;
사실, 나는 아주 맛있게 느껴졌다.
스스로 넘 기특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
어쨌든, 배추 김치 절이는 동안 오이 김치는 끝났다.
고춧가루 7 숟가락 넣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너무 많이 넣었나..? 완전 고춧가루 범벅이다..
동영상에 넣는 방법을 좀 보여주면 좋겠다.
수북이 담은 스푼을 말하는건지..
아니면 평평하게 담은 스푼을 말하는건지... 하하하~
이렇게 오후 내내 동영상을 보며 만드느라 부엌에 왔다갔다 하니
마치 무슨 100미터 달리기를 한 듯 다리까지 저리고...
오늘 하루 밖에 내 놨다.
내일 되면 좀 맛이 들려나...^^
친구인 루시아 한테 김치했다고 이 빅뉴스를 전하니
“오잉~ 네가~??”
아니나 다를까 놀라 돌아가시고~!! 큭큭~
내친김에 내일 깍두기도 담을거라니
자기도 한 번 줘 보란다~ 오호~
내일은 깍두기에 도전~!!
시식까지 예약받은 상태니 정성을 다해서~ 아싸~!!
오래된 고춧가루라 색깔이 거무튀튀 안 좋다고 미리 예방 주사를 놓았으니
인제 담기만 하면 된다. 흐흐흐~
호박탱이~
대단한 발전이다~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호박탱이~
아주 수고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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