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어떻게 하면 한글 문법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pumpkinn 2020. 5. 18. 04:04

 

 

한글학교교사로 우리 꼬마들에게 한글 수업을 주기 시작한지 그새 2년째. 처음엔 수업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참관 수업조차 해본적이 없으니 난감했으나 그렇게 좌충우돌 속에 수업을 시작한지 해가 넘어갔다. 짧은 경험이지만 수업을 오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한글 문법 부분이다. 한국어가 외국어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인 2 꼬마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나의 숙제고 고민 대상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한글 문법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가끔씩 이 기초적인 문법을 가르칠 때면, 너무 당연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치 숨쉬기 같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숨  때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숨을 쉴 때  코 호흡 전, 입을 닫고 몸속 산소를 퍼뜨리는 바른 자세를 하고 코로 산소를 들이마셔 폐로 넣으세요. 그리고 몸속으로 산소를 퍼뜨리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세요"라고 설명하며 가르치지 않는다. 그냥 쉬는 것이다. 그렇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물론, 명상이나 운동, 또는 기도를 할 때 호흡에 대해 배우긴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적인 숨쉬기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문법은 아주 기초적인 문법으로지극히 기초적인 문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때 이같이 숨쉬기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어떻게 설명하지 하는 난감한 느낌.

아마도 문법과 표현들이 내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내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한국어로 말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어로 공부를 하며 살아온 때문일 것이다.

 

문법 ‘-/ 주다 설명하면서 , => - 주세요 , ‘,,,=> - 주세요’, 그리고 하다 => - 주세요 쓴다고 설명하는 것이 낯설다. 지금까지동 상사인지 명사인지 그냥 생각 없이 당연하게 오던 표현에 이렇게 여러가지 규칙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PPT 자료를 만들 때 한국어가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포어 설명을 함께 넣는다.

 

‘-전에/ 전에 어떤가. 명사와 동사에 따라 다르게 표기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엔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다. 이렇듯 지극히 기본적인 것은 아마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익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설명하는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하는거야하는 거야~” “그냥 외우세요~”  수는 없지 않나.

 

 

'-전에/기 전에'

 

그러니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우리 꼬마들에게 문법을 문법적으로 설명하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이해를 잘 못한다. 그래서 문법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설명하고 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상황 설명과 함께 예문과 연습 문제를 활용한다.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에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그동안 나름 터득한 방법이다.

 

언젠가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실제 예시문과 함께 얼마나 실감나게 써놓았는지, 고충이 너무 공감되서 깔깔대며 웃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의 무한대(?)로 이어지는 한국어의 동사 번형.

 

자의였던 타의였던 지난 30년을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포르투갈어 문화권의 나라에서 생활했다. 내게 가장 힘겹게 다가왔던 부분은 언어였을 것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어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동사 변화를 가졌지만, 불규칙 동사변화가 많아 쉽지 않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동사당 인칭에 따른 변화는 물론, 동사 변화가 장난이 아니다. 과거, 현재, 미래. 명령법, 가정법, 직설법 등등을 포함하면, 사전에 올려진 것이 스페인어는 기본 114개의 동사 변화가, 포르투갈어는 96 개다. 그러니 언어 배움에 있어서 느꼈을 고충은 말하면 숨찬, 쉽게 상상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올린 한국어의 동사 변화 어미를 보면서,  그동안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며 언어를 배우며  힘들다고 투덜대던 고충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없이 무한대로 이어지는 한국어의 동사 변화. 사투리까지 포함하면~ 아이구야~

 

외국인에게 한국어 배우기란 결코 쉽지 않겠다. 한국인의 피를 갖고 태어났지만 한국어가 외국어로 느끼질 우리 꼬마들. 바로 우리 학생들이 느끼고 있을 바로 그 어려움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서 공부하지만, 평일엔 브라질 학교에서 공부하며 많은 숙제와 작업들로 힘들텐데, 토요일엔 부모님들께 떠밀려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브라질 한인 이민역사는 이미 50년을 넘어 부모님들 중에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자녀들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시려고 한글 학교에 보내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 안에서 뜨거운 감정이 올라온다. 심지어 한글 학교까지 오는데 2시간이나 걸리는 곳에서 보내시는 부모님도 계신다. 오며 가며 4시간의 거리

 

스폰지처럼 쏙쏙 흡수하며 배우는 우리 꼬마들, 부족해도 재밌다며 좋아라 해주는 우리 반 아이들. 우리 학생들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시간 낭비가 되지 않고 적어도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교사로서 의무를 잊지 않고 우리 꼬마들을 위해 수업을 좀 더 알차고 풍요로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나를 공부하게 하는 우리 예쁜 꼬마들~ 
선생님이 열심히 배울께~ 뽀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