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브라질에 날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pumpkinn 2020. 5. 12. 03:21

한인들 의류사업의 중심지인 Bom Retiro지역의 Jose Paulino 거리..
북적거리던 거리가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마치 죽은 도시 같다.



브라질이라고 여파에 휘둘리지 않을 거란 안이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구 반대쪽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막상 앞에서 벌어지니

확실히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없는 어두운 감정들이 단계별로 안에서 일어났다.

 

격리 기간: 24/03 ~ 06/04


격리가 시작되었을 때는 그저 얼떨떨한 느낌으로 들어갔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음이다.

무언가 일은 벌어지고 있는데, 마치 약에 취한 어리벙벙한...

앞에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에 놀라서 뛰는 모습을 보며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덩달아 뛰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두 번째 격리 기간: 07/04~22/04


2 후면 영업을 다시 시작할 있을 거라는 정부의 말은 지킬 없는 발표였고

격리 기간이 늘어났다.

작년에 매장을 정리하기 전에 나를 엄습했던 가슴이 쿵쾅거리는 증상이 시작됐다.

잠을 자지 못하고 자는 누워서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두려움과 싸우는 자신...

 

정말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구나..”

머리 속에는 온갖 두려운 시나리오로 가득하고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결국엔 아팠다.

 

나이가 들면 경험이 많이 쌓이니 용감해질 텐데..

나는 반대다.

 

젊었을 때는 두려움을 몰랐다.

무슨 어려운 일이 벌어져도 헤쳐나갈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해서도, 용기가 많아서도 아니었다.

지난 날의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적응할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귀한 경험이 내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까..?

든든한 배경은 커녕 행여라도 우리 딸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은..

 

그런 나를 보는 남편은 내게 뭐가 두려운 건지 묻더니 던지는 한 마디.


네가 그토록 두려움에 쌓여있다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과 멀어져 있다는 거야

그냥 하루하루만 살아내면 . 그러면 .”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날 내게 해준 말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찬물 바가지 뒤집어 느낌이었다.

 

번째 격리 기간 23/04~10/05


남편과 함께 9 기도를 드리면서 보냈다.

그저께로 청원 기도가 끝나고.

거짓말처럼 나를 어두움 속으로 매몰차게 내밀었던 두려움은 사라졌다.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란 이런 건가...

오늘만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얼굴에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놀라운 경험...

매번 하느님은 우리가 힘들 때마다 빛으로 이끌어주시고 길을 보여주시는 데도.

그때마다 나는 매번 넘어지며 두려움에 굴복한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답답하시고 속상하실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언제나 아픔에 눈을 맞춰주시고 감동을 주시는 하느님...

내가 사랑할 밖에 없는 당신...

 

나의 하느님을 다시 만난 시간이었다.

당신과 눈맞춤 하자고 광야의 시간을 허락 하신 건가

힘든 시간 속에 만난 나의 하느님..


번째 격리 기간 11/05~31/05

 

어제부터 네 번째 격리 기간으로 들어갔다.

이상 모든 영업이 정지되고 ( 종류만 빼놓고)

그런 가운데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았고,

당연한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이나 남편 지인들도

거의 회사를 닫아야 하는 극심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한인 사회에서도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이도 생겨나고..

 

설사 이번 격리 기간 후에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번 격리 기간을 통해 배운 것들

스스로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나, 얼떨결에 미니멀 라이프 훈련이 되었다.

그동안 의식하지도 못한 낭비가 얼마나 많았는지..

지극히 기본적인 것 만으로도 살아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너무나 당연해서 미처 인지조차도 못했던 나의 일상 속에 담겨있던 많은 소소한 움직임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당연해지지 않으니 알겠더라.

 

나의 사랑하는 딸들의 엄마와 아빠를 위한 응원과 지지와 도움이

무엇보다 고마움이고 감사함이고 축복이었다.

 

Vai dar Tudo Certo~!! (모두 될 거야)

우리 모두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그래.. 우리 모두 이겨낼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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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리예가 좋아라 하는 Reneé Dominique

그녀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허스키 보이스에 나도 덩달아 빠져버렸다.

Kean의 Somewhere only we know...
그녀의 목소리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