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들고 좋아라 하는 애리~
마켓에 화장지가 다 떨어져 걱정을 했는데 친구가 줬다고 좋아죽는다~
이렇게 화장지 받고 좋아하는 날이 올 줄이야~ ^^;;
아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암튼, 이 와중에 왜려 엄마 아빠 걱정하지말라며 안심시키는 애리가
그저 고맙고 기특하기만 하다.
현실감이 나지 않는 요즘이다.
마치, 저만치 떨어져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껌 딱지처럼 달라붙어 끔찍하게 떨어지지 않는 불경기로 숨이 막힐지경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두려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브라질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이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정말이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애리는 지금 프랑스에 있다.
우리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애리가 걱정인데..
엄마랑 아빠가 걱정할까봐 매일 소식을 전해 오는 애리..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애리는 대학원 수업이 모두 캔슬되고
모든 수업은 오프 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돌려서 하며 리포트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근처 유럽 국가 친구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갔단다.
애리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우선 상황을 두고 보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브라질에 온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좀 더 두고 보겠다는 것이 애리와 우리의 생각이다.
이미 프랑스는 격리 상태로 들어갔고
가족이 있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오랄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브라질이 청정국도 아니니 더더욱...
하필 이 순간에 애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것도 내겐 마치 영화 속의 이야기 같이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브라질도 하루하루 확진자가 늘어가고 있다.
사실 추정 확진자는 통계로 나온 것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안다.
단지 정부에서 검사해주는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우리가 사비를 들여서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나마 없는 사람들은 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모를까
어쨌든, 불행인지 다행인지, 타고난 브라질인들의 낙천성 때문인지..
뉴스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하루 종일 떠들어대지만..
내가 동양인이라고 해서 거리에서 눈총을 받는다거나 거리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마켓에서도 다들 생활 필수품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나만 살겠다고 싹쓸이하는 이들은 보기 힘들다.
어제 한 손님이 사무실에 들렀는데,
그 잠깐 와 있는 동안 결혼식 메이컵 캔슬하는 전화를 세 건이나 받았다.
그나마 한 명은 9월로 연기를 했다.
이렇게 우리 손님들의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니,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
이번 주부터 상파울은 많은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갔다.
우리 한글학교도 2주 휴교에 들어갔다.
회사도 재택 근무가 가능한 회사는 당분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우리처럼 판매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
투덜대지 않고 나와주는 직원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휴가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이런 상황이다보니 안 그래도 회색으로 앞이 안 보이던 브라질 경제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건으로 완전히 구덩이를 파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웃기면서도 슬픈 사실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경제가 죽는 것이 더 무섭다는 사실...
그 많은 직원들과 비산 세를 주면서 하루 옷 한 장을 팔고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닥친 상황 속에 그나마 덩치를 줄인 우리는 그나마 좀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하루가 버겁다.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단군의 자손~
웅녀의 자손~
힘들 때마다 발딱발딱~ 보란듯이 일어나는 우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낼 것이고, 이겨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삶 속엔 얼마나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함께 했나..
앞으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우리에겐 또 그렇게 함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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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Distance - Kathy Mat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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