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당 가는 길, 내가 걸었던 바로 그 길~ <출처: Google Map 캡쳐>
하나.
오늘, 남편은 재속 프란치스코회 점심 봉사가 있어 일찍 나가고,
나는 여유부리고 일어나 성당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성당은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 가까운 곳이고,
걸어가기는 좀 게으름을 부리게 되는 거리지만,
운동 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시간도 넉넉하겠다, 새로운 동선을 시험해보자는 마음에..
Correia de Melo를 지나쳐 Lubavich로 들어섰다.
주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조금 걸으니 ‘주사랑 침례 교회’가 보이고,
그 앞에 어느 젊은 분이 주보를 들고
교회에 도착하는 학생들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단순히 ‘반갑게’라는 표현보다는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함이랄까..
‘교회는 학생들을 이렇게 문 앞에서부터 정겹게 맞아주는구나..’
보는 내가 흐뭇~
둘.
그 졍겨운 풍경을 뒤돌아보며 다시 길을 걷는데…
바로 앞에 걸인 한 명이 무언가를 먹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젊은 한국 청년이 저 만치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런데, 무언가를 먹던 걸인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떨어뜨린다.
그러자, 뒤에 오고 있던 한국 청년이 이미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한 어조로..
“휴지를 그렇게 길바닥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해” 라고 말하는 동안…
나는 그 걸인 옆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 돌아보니..
그 한국 청년이 그 떨어진 휴지를 줍더니 저만치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집어 넣는다.
완전 감동~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앞서 가는 누군가가 버린 휴지를 주워 휴지통에 넣는 청년...
대체 뉘집 아들인겨~ ^^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좀 더 지켜보았다.
걸인에게 웃으면서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왠지 그 청년이 좀 전에 지나온 교회에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씀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그 청년은,
바로 교회 앞에 서 계시던 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주사랑 교회’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주사랑이 삶 속에 묻어나도록 가르침을 주는 교회구나…하는 생각…
‘주사랑 침례 교회’라는 이름의 교회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오늘부터 그 교회는 괜히 정이 느껴지는 교회가 되었다.
셋.
그러고는 나는 Graça 길을 건너 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계속 걸어갔다.
한 블록 좀 걸었을라나…
앞에서 점잖아 보이시는 한국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리시더니 걸어오신다.
아마 교회에 가시나부다.. 별 생각 없이 걸어가는데…
할아버지께서”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신다..
아는 분 모르는 분을 떠나..
어르신께서 먼저 알지도 못하는 젊은 사람한테 인사를 하시니..
송구스러운 마음에 얼른 함께 인사를 드렸다.
웃으시면서 지나가시는 할아버지…
느낌이, 나를 아는 누군가로 착각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이 아닌 듯 했다.
브라질 사람들과는 잘 알지 못해도 길을 가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곤 한다.
브라질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문화다.
하지만 한국 분들에겐 익숙치 않은 문화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인사를 하시니…
참 멋진 분이시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유교 사상에 깊이 젖어 있는 우리 나라 문화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먼저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
물론, 당연한 것이고, 예의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이 먼저 인사를 한다고 해서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감동을 일으킨다.
우리 성당에도 나이의 위 아래를 떠나 꼭 먼저 인사를 하시는 멋진 분들이 계시다.
나도 나이가 들면 가만히 아랫 사람들한테 인사 받으려고 고개에 기브스를 한 할머니가 아니라,
먼저 인사를 할 줄 아는 그런 겸손한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순간 들었다.
미사를 가는 길…
내 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마무리도 흐뭇했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빵빵 대는 소리~
나..?
다시 길을 가려는데, 또 빵빵~
누구시지..?
창문을 내리는데 Patricia 언니였다~ ^^
오~예~!!
언니도 나도 마침 점심을 안 먹었기에..
함께 한국 식당엘 갔다.
푸짐하게 점심부터 갈비를 시켜 먹는데..
언니 사촌 오빠들을 만나 점심을 지불 해주셨다~ *띵호와~!!* ^^;;
지난 몇 달을 만나지 못했던 터라..
쌓였던 이야기는 쏟아지고…
내친김에 식사 끝내고 까페까지 가서 한참을 수다를 떨고 나오니..
오후 4시가 다 된 시간~ ^^;;
아침부터 정겨운 풍경으로 시작한 하루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한 즐거운 수다로 보낸 즐거운 오후로 이어졌다.
언니와 헤어지고 나오다가 애리와 남편을 만남~ ^^
애리는 대학원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가는 길이고..
남편은 바람도 쐴 겸 지하철까지 애리를 바래다주러 가는 중이었다고...^^
그냥 일상 속에 그려졌던 파스텔 톤의 잔잔한 행복이 함께 한 하루...
오.늘.하.루.
기.분.좋.음.이.다. ^___^
.
.
물무늬처럼 퍼져나간 잔잔한 행복이 가득했던 하루...
내가 고른 오늘의 곡은...
Skank의 Sutilim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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