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붉은 소나무회 작품 전시회를 다녀와서..

pumpkinn 2018. 8. 19. 00:02

글라라 작품 앞에서..

왼쪽부터 박성호 마오로 작가, 아나스타시아 언니, 하태화 글라라 작가, 그리고 펌킨탱이~

 

2018811일 토요일

 

지난 토요일에 한인의 날 문화축제가 있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봉헤찌로지역에서 열리는데,

그야말로문화축제라는 이름답게 우리나라 문화를 흠뻑 즐길 수 있는 여러 행사들이 선보인다.

음식문화부터 시작해서, K-Pop, 태권도, 차 전통 양식, 민속 무용 등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그와 함께 회화 작품, 동양화, 그리고 도자기 등의 작품 전시회도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단연코 회화 전시회였다. ^^

 

붉은 소나무 미술회2017년에 창립한 순수회화 단체 모임으로,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Bom Retiro에 모여서 작업을 하는 취미생 그림 모임이며,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술 모임으로

박성호 & 하태화 두 부부 작가의 지도 속에 이뤄지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미술 작품에 조금의 관심은 있어 전시회를 종종 쫓아다니곤 한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분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면야 두 말 할 필요도 없을게다.

 

박성호 마오로 & 하태화 글라라 작가는 성당에서 지난 몇 년간 함께 봉사를 했기에

내가 그림을 배우진 않았어도 가까이 지낸 분들이었고

게다가 내가 가까이 지내는 지인 분들이 두 분 작가님들과 함께 그림 공부를 하고

특히, 내가 사랑하는 아나스타시아 언니의 그림이 전시된다니 이번 전시회는 더욱 특별했다.

 

아나스타시아 언니의 그림은 배우기 시작하는 초기부터 함께 보며 지내온 터라

나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만남을 줄이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던 터라..

작품과 함께 하는 오랜만의 만남도 반가웠다.

 

아나스타시아 언니께 두 시 반쯤 도착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장소에 도착하니 커다란 공터는 여러 음식 텐트 들이 즐비하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는지 소년들의 기합 소리,

한쪽에서는 K-Pop 음악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의 관심은 우선은 아나스타시아 언니니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선 브라질 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써주시는 칼리그라피 행사가 한창이라..

들어가기 힘들정도로 사람들로 꽉차있었고,

왼쪽 입구에선 할머님들께서 연꽃 만들기를 하고 계셨다.




브라질 분들과 함께 전통차를 마시고 있는 마오로 형제님과 글라라 가족~

가운데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귀여운 아가씨가 두분의 딸래미 다솜이다.

브라질 명문 공대를 다니고 있고 소설도 쓰는, 부모의 예술적 DNA를 물려받은 다재다능한 재원이다~


 

계단을 올라 전시회장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는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회화 작품은 바로 정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도자기 선생님과 잠시 인사를 나눈 후 아나스타시아 언니와 함께 회화 공간으로 갔다.

 

마오로 형제님과 글라라가 반겨주고..

재정 봉사가 끝난 후 잘 보지 못했는데그곳에서 그렇게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작품들이 학생들 별로 걸려있었는데, 성당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는 분들의 작품이 많아서 왠지 낯선 공간이 아닌 친근함이 느껴지는 우리 동네에 온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회화 공간 풍경~ 

수녀님들도 다녀가시고~ 

브라질 분들도 많은 관심에 내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으쓱으쓱~^^


 

그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그 작품과 그 분들의 이미지가 참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분들을 내가 알고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분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작품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것이 내겐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왼쪽: 붉은소나무회 학생(?)분들 / 오른쪽: 친구분들...

브라질에 일찍 이민을 오셔서 브라질 사회에서 전문직을 갖고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다.

맨 오른쪽 안경쓰신 분이 Dr. Sandra로 아나스타시아 언니 그림을 좋아하셨던 그 분이다.

전시회장에 가면 자주 뵙게 되는데 오래 전 아나스타시아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의대교수로..

그 바쁜 일상중에도 취미 생활을 활발히 하시는 매력적인 분이시다.  

 


물론 이 분들은 그림을 배우시는 분들이지 아직 프로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배우신지 얼마 안되는 분들인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심에 자극이 됐고..

내가 감히 언급할 위치는 아니지만, 그분들 안에 숨겨져 있는 재능이 이렇게 발휘됨에

놀라웠다.




학생들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글라라의 뒷모습이 많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남편과 함께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얼마나 흐뭇하고 뿌듯했을까...



좀 더 젊은 분들도 계시지만, 그곳에 그림을 내신 대부분이 60이 넘으신 분들이이셨고,

또한 87세 되신 어르신의 작품을 보면서 내 안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감싸오는 듯했다.

그분이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풍경을 그리시면서 어떤 느낌이셨을까

어쩌면 그분은 창문 밖의 풍경을 그리신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담아내고 계셨던 건지도 모른다.


중간에 나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역시나 글라라의 작품이었다.

마오로 형제님께서 직접 설명을 들으라는 말씀에 내가 호강한다 싶었다.

작가의 작품을 직접 작가의 입을 통해서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즐거움인지..

늘 하느님 안에서 살고자 하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하태화 글라라는 자신의 신앙을 그림에 담았다.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글라라와 열심히 듣고 있는 펌킨탱이~



그녀의 신앙 고백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초라한 신앙의 현주소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련한 그리움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감이 들지 않는 사차원적인 느낌

현재 내가 머무르고 있는 돌처럼 굳어져버린 신앙의 모습이다.

나도 지금 겪고 있는 어두운 터널을 건너와 파스카 하리라….. 

글라라 작품 속에서 나의 시선을 끌었던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글라라의 신앙 고백이 그대로 나타나있는 작품..


 

암튼, 그렇게 글라라의 그림을 함께 보고, 마오로 형제님의 작품을 함께 나누었다.

마오로 형제님의 두 소녀 인물화는 풍경화나 정물화들 틈 속에서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발랄해 보이는 두 소녀의 모습이 평온함 속에 긴장을 불어넣어주는 스타카토가 되어주었다.



박성호 마오로 형제님의 작품


 

그렇게 여러 작품을 돌고 돌아 드디어 아나스타시아 언니의 작품을 만났다.

언니는 그림 과제가 끝날 때마다 이멜로 보내주며 언니의 느낌을 함께 나눠주신다.

언니의 그림은 참 따뜻하고 평화롭고 아기자기하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보고 느낄 줄만 알 뿐이지만

언니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 지는 느낌을 받아 내가 참 좋아한다.



아나스타시아 언니의 작품 앞에서 한 컷~^^


 

그리고, 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에 그렇게 당신의 새로운 시도를 하시고..

당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시면서 멈추는 삶이 아니라 성장하는 삶을

그렇게 삶으로 보여주고 계시는 게다.

 

언니와 나 사이에는 강산이 한 번 변한 만큼의 세월이 존재하지만,

감성은 동년배이자 친구처럼, 삶 속에선 선배의 모습으로 나를 이끌어주시기에..

내겐 감사한 분이다.



언니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계시는 멋진 요셉 아저씨~ ^^

얼마나 언니가 사랑스러우셨을까~ ^___^


 

밀레의 작품물을 나라는 사람을 보고 따라 그리셨다는 물을 나르는 여인

아주 인기있는 작품이었다. 언니의 친구 분인 Dr. Sandra는 그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드셨다며

가져가고 싶다며 좋아라 하셨다.

언니의 수줍어하시며 지으시던 미소가 눈에 선하다. ^^




언니의 남동생 부부와 선생님과 함께 한 컷~ ^^키 크신 분이 언니 동생분이시다.

올케인 안젤라 언니도 아나스타시아 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리신다.

이번에 안젤라 언니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었다. 

(이거 가족 사진을 이렇게 마구 올려도 되나..? 나중에 여쭤봐야겠다 ^^;;)


 

물을 나르는 여인’…

제목에 물을 나르는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그림을 보면서

노동하는 여인네의 삶,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고자 묵묵히 물을 나르는 여인

삶에 불평하는 모습도 가련한 여인네의 모습도 아닌

결연한 표정, 뚝심있게 맞서는 여전사 같은 모습

돌바위를 힘차게 내딛고 서있는 굳게 표현된 발의 모습이 그 모습에 강함을 더 해주는 것 같다.

마치 지금의 내 삶처럼 내 모습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물을 나르는 여인>


 

그리고 알라스카 여행 중에 찍은 풍경을 담아낸 그림은 어찌나 정겨운지..^^

쪼르르 줄지어 가는 귀여운 염소가족…^^

그 아름다운 알라스카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염소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행복한 느낌이었을까..

마치 세상의 고통과 어려움과 문제들은 자신들과 무관한 것들인양..

그렇게 나른한 오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가족 나들이를 가고 있는 염소들

보고만 있어서 그냥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걸리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오신 분들과 수다도 떨고 좋아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맛보는 만남의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그냥 헤어지는 게 아쉬워, 우리는 까페로 향했다.

아나스타시아 언니와 그곳에서 만난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도로테아 언니,

그리고 하태화 글라라와 나

참으로 독특한 개성들을 가진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대화도 풍요롭다.

 

서로 배려하고 들어주고 도닥이며 오가는 풍성한 대화들..

살아가는 이야기, 각자의 삶의 대한 이야기,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

그리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 예술에 관한 느낌들 등등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날 리예가 첫 월급 탔다고 저녁 사는 날이라 좀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데..

가야 할 쯤에 소피아 언니가 들어오셨다. 아이구야~

늘 함께 했던 소피아 언니와는 시간이 엇갈려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했던 하루였는데..

집에 간다고 택시를 기다리다가 내 카메라를 날치기 당했다.

내 카메라를 빼앗아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린 소년….

그 녀석이 코너를 돌 때쯤에 지금 내게 일어난 사건이 인식이 되었다. 아이구야~

 

길 건너에서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브라질 아저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신다.

나도 같이 웃었다.

이미 생겨버린 일을 가지고 안달복달 하는 것도 내스타일도 아니고

 

암튼, 카메라야 또 구하면 되지만 그 안에 든 사진들은…-_-;;

그게 속상했다

후기가 늦은 이유다.

열심히 찍은 사진을 몽땅 잃어버렸으니 기운이 빠진 것

감사하게도 아나스타시아 언니가 사진을 보내주셔서 자료가 생겼다. ^^

 

후기를 올리고 나니 숙제를 끝낸 듯한 느낌이다.

그날로 생생한 느낌을 올렸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그때의 느낌 한 토막을 기억 속에서 잡아내어 기록으로 남겨본다.

.

.


Kenny G의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