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내가 너무 애타게 기다렸나..?

pumpkinn 2018. 8. 6. 10:02


작년에 도보 순례 중에 찍은 풍경 한 컷...

올해는 중간에 기찻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다고 했는데 참 이뻤을 것 같다.




토요일 84일은 많이 기다린 날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근 1년을 기다린 날이었다.

바로 성당 어머니회 주최로 도보순례가는 날.

 

신앙이 깊지도 않은 내가 뭔 도보순례 날을 그리도 기다렸을까마는..

생각지 않게 작년에 참여했다가 너무 좋았었고,

또한, 내 나름으로는 작년보다 얼만큼 훈련이 되었는지 확인도 할 수 있고

그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상상을 현실감있게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녀온 경험이 있으니 준비를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

우비와 여벌의 옷을 그리고 이번엔 모자까지 준비하고,

필기도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닐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중간에 기찻길을 걷기 때문에 등산화를 신는 것도 좋다하여

등산화를 신고 먼저 연습겸 공원을 걸어보았다.

하지만, 역시 평발인 내겐 너무 불편했기에 평소 신는 운동화로 결정을 보았고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비가 온다하여 운동화가 비에 덜 젖도록 렙으로 꼼꼼하게 쌌다.

파카를 가져가려다가 내가 갖고 있는 파카는 방수가 아니라 방수용 잠바를 꺼내놓았다.


카메라 밧데리도 Full로 충전 시켜놓고..

음악 추려놓고, 이어폰 꽂아놓고...

인제 성당에 540분까지 집합이니 인제 내일 민폐되지 않도록 잘 다니라면

잠만 푹 자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게 이렇게 모든 준비가 완벽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저 하루 다녀오는 간단한 상황임에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그냥 그 상황을 열받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를 보며 많이 성숙해졌구나..

나이는 공짜로 먹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아나 내 날이 아닌가보지…’

 

리예가 많이 아팠다.

뭘 잘못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심하게 오바이트를 하고

좀 더 두고 보다가 병원에 데려가자 했는데..

암튼, 속을 다 쏟아내서 그런지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갈 수가 있겠나..

남편도 잠도 못잤으니 가서 쓰러지면 어떡하냐고 안 가는게 좋겠다 하고..

내 체력에 쓰러질리 만무하겠지만, 행여 민폐가 될 수도 있을테고

또 리예가 내일 어떨지 신경도 쓰이고 결국은 접었다.

 

아침에 일어난 리예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아졌고,

속도 괜찮다 하여 한시름 놓았다.

엄마가 자기 때문에 Caminhada를 가지 못하게 된 것을 알고는 미안해 하는 리예

그럴 수도 있지 뭐..

내년에 가지 뭐.. (혹시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안달하며 기다렸던 것 같다는 생각

그냥 자연스럽게 기다려도 좋았을 것을

전 날 준비도 평소 나답지 않게 얼마나 유난스럽게 준비를 했는지

살짝 난리 부르스이긴 했다

 

내가 얼만큼 견뎌낼 수 있을까 느껴보고 싶었다.

훈련(?)없이 그냥 걸었던 작년엔 겨우 하루 걸어놓고선 발톱이 두 깨나 빠졌으니..

그런 상태로 무슨 도보 순례를 하겠나

그래도 올해는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있으니 얼만큼 해내는지 느껴보고 싶었는데..

 

어쨌든,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다녀오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남편이 안 됐는지 산에 올라가자고

그러지 뭐…^^

.

.


John Denver - Back Home Again...


Back home again...

큭큭~ 그러게~

그렇게 기다리며 준비를 했건만...

백홈어게인이었다.. 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