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피성에서 느끼는 차 한잔의 행복~^^
오래 전, 성경 공부를 할 때 수녀님께서 ‘도피성’에 대한 부분을 설명을 해주실 때
살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어떤 권력의 힘이 적용되지 않는 곳...
그래서 죄인들이나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이들은 도피성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살짝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곧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적용되는 의미는 살짝 다를 수 있겠지만,
살아오면서 도피성의 필요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 ‘블로그’라 불리는 나의 공간은 나의 도피성과 같은 곳이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숨을 수 있는 곳... (공개적으로 숨는 곳..? ^^;;)
현실에서 마음을 함께 나눌 이가 없을 때 나 혼자 넋두리 할 수 있는 곳...
나의 꿈이나 상상을 마음껏 그려내며 쏟아놓을 수 있는 곳...
꿈은 꿈인 것...
바로 지금 이순간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기에 우리는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진데..
내가 꾸는 ‘꿈’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밀고 부탁하지도 않은 비난 섞인 충고를 마구 해대는..
그런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나의 공간이다.
이뤄질 수 있는 꿈도,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중요하다.
꿈이란 어둔 밤의 별이 되어 우리의 길을 비춰주며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살아있게 하니까...
그래선가...
때때로 힘든 현실이어서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나의 도피성에 들어오면 힘들고 마음이 어려운 이야기들 보다는
밝은 분위기의 글들이 더 많이 올려지게 되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힘들고 마음 상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없을까..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늘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일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매번은 아니더라도 때때로 도피성으로 숨는 것 아니겠나..
바로 어제도 그랬다. 직원 월급 날.
얼마나 암담했던 하루였는지..
다른 것은 몰라도 직원들 월급 날은 그야말로 ‘거룩한 날’이다.
절대 밀리거나 펑크내서는 안 되는 날..
직원을 많이 내보냈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참 많이 힘든 하루였다.
그 안에서 또 하느님의 기적을 경험하고..
그렇게 나를 또 감동시키시는 하느님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마구 고백하게 했던 하루였다.
이렇듯, 광야 생활 때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 느끼며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랬던 하루였다.
그렇게 종일 마음 졸이며 힘겨웠어도..
블로그에 들어오면 무슨 Secret Garden에 폴짝 뛰어들어온 듯
현실에서의 힘겨움은 살짝 옆으로 밀어넣게 되고 나는 또 꿈을 꾸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내 공간에서 꿈을 꾸며 꿈을 이야기 하고 꿈을 맛보는 작업은
나의 진정한 도피처가 되어주는 것이다.
내가 나의 공간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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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evens - Wild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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