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음악을 듣다가…

pumpkinn 2017. 8. 13. 07:50

 

유학시절...

저 단발머리를 참 오랫동안 하고 다녔더랬다.. ^^

참 열심히 하루하루를 지냈던 시기였네... 그때의 반만큼만 하루를 산다면.. 아마 후회하지 않은 삶일 수 있을건데...어쩌자고 난 이렇게 게을러진건지....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서 딩굴거렸다.

머리가 몹시 아팠고, 심하게 체해 변기를 끌어안고 지내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났다.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는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든다..

약을 먹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자고 누워있다가 잠시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다시 두통 약을 먹고는 까모밀라 차를 마시고는 컴 앞에 앉았다.

음악을 들으면 두통을 좀 잊을 수 있을까 유튜브에 들어갔다.

 

음악을 하나 듣다보면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르며 이어지는 노래들..

그러다가 오늘 나의 레이다망에 들어온 곡 하나...

 

Roberta Flack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아마도 내 기억이 살아 있는 쿡 터지는 웃음과 함께 잊을 수 없을 재밌는 추억 하나가

이 노래 속에 묻어있다.

 

유학시절..

가까이 지내던 동생이 산타 모니카에 간다며 함께 Drive 가지 않겠느냐는 말에 따라 나섰던 하루였다.

웨스트우드와 산타 모니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Santa Monica가는 길에 Westwood에 파킹을 하고는 잠시 걸었는데..

마침 눈에 띄는 디스크샵~

 

그냥 빠세오를 간 것이니 별 다른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제법 다양한 CD를 많이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나온 김에 씨디 하나 살까.~?’

'그래...로버타 플랙 씨디를 사야겠다..'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별 관심 없는 듯 딴짓을 하는 점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왜려 손님이 들어온게 귀찮은 듯한 눈치다.

시큰둥해 보이는 점원에게 로버타 플랙 씨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는데요~”

 

자긴 로버타 플랙이 누군지 모른단다.

아니~ 어떻게 로버타 플랙을 모를 수가 있어..?

더욱이 그 점원은 흑인이었고 가장 사랑받는 흑인 가수 중의 한명인 로버타 플랙을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다시 물었다~

되돌아 오는 답은 여전히 모른다였다

 

그러더니...

어떤 노래인지 한 번 불러볼 수 있겠냐는 게다~

 

지금 같으면 뭘 그렇게 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씨디를 샀을까마는

그때는 왜 그렇게 그 씨디에 목숨을 걸었는지

얼굴이 시뻘개 져서는 첫 소절을 불렀다

아마도 나름 오기의 발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더니 그녀가 하는 말~

오우~ 로버라 플랙~!!”

“%$#@@@#???~”

 

그러더니 역시나 시크둥한 태도로 무관심 하게 가게 중앙으로 가더니 

씨디가 잔뜩 놓여져 있는 곳을 뒤지더니..

~ 웃으며 내게 씨디를 꺼내주는 게 아닌가..

 

우우~

완전 욕나오는 순간~

 

나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값을 지불하고 나오는데..

어찌나 뒤통수가 가렵던지

 

그 후부터,

이 애절한 곡을 들을 때마다

감정에 이입되어 눈물이 그렁대기 보다는,

그때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곤 한다..

 

아무리 내 발음이 콩글리쉬였다 하더라도..

정말 못 알아들었을까..?

그렇다고 노래까지 부른 내꼴은 또 뭔지~ ^^;;

 

씩씩대면서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나왔는데..

그 모습도 웃기고..

정작 점원한테는 한 마디 쏘아주지는 못하고..

나와서 뒷북치는 나~ ^^;;

 

.. 영어를 쏼라쏼라 잘했으면 한 마디 했겠지~ ^^;;

지금같으면 아예 무시를 하고 나오던지~

아니면, 아줌마의 오기로 안되는 영어로라도 한 마디 쏘아주고 나왔던지.. 했을텐데

노처녀의 나이긴 했어도 아직 아줌마이기 전이라 부끄럼이 많던 시기..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꼭 그렇게까지 해서 그 씨디를 사고싶었을까나..?’ ^^;;

 

모든 기억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난 날의 부끄럽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은

마치 핑거벨이 금빛 가루를 뿌려준듯..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변해버린다..

시간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선물이겠지...

 

그렇게 올드팝을 들으며 지난 기억 속에 묻혀있다보니..

눈을 뜨기도 힘들게 짓누르던 두통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재밌는 추억...

고마운 음악....

.

.

 

추억 속에 잠겨보는...

로버'라' 플랙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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