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혜화동이 아닌 이태원...

pumpkinn 2015. 12. 22. 05:42

 

 

아침부터 동물원의 혜화동을 들어선가?

오늘 나는 추억 속에 헤매며 그렇게 울먹거림 속에 하루를 보냈다.

하나 둘 물위로 떠오르는 새까맣게 잊고 있던 지난 날 기억들..

 

리예와 함께 응답하라 1988’을 열심히 보고 있는 요즘..

1988년엔 나는 이미 한국엔 없었지만..

한국을 떠나 그 지독했던 환경 속에서 지내며..

친구들을 그리워하던 그 순간들이 떠올라 나를 또 그렇게 눈물짓게 했다.

 

이 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 는 완전 절정이었다..

잠시 사무실 문을 잠그고 눈물 속에 잠겨있었다.

잊지 못할 사랑이 있어서 그리도 눈물을 흘렸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마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질문에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었다.

너무나도 그리운 친구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곡들을 듣다가

문득 동영상에 그려진 한 장면..

학교 등교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가지만,

이미 버스는 만원이고 버스 창문으로 기어들어가는 도룡용을 보며

혼자 남겨진 덕선이의 불안 멘붕 상태의 표정을 보며

나도 똑같은 기억이 있어 진한 그리움에 또 눈물이 그렁대어졌다.

 

갓 결혼한 친구의 언니 부부가 여행을 가셨던 어느 날..

친구와 나는 함께 친구 언니네서 잠을 잤다.

그 동네 이름은 또렷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상도동이 아니었나 싶다.

 

아침 등교 길..

학교에 늦을까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그 동네는 어쩜 그렇게 학생들이 많은지..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차장언니가 밀어 넣어주었지만..

우리는 그 끔찍한(?) 상황에 완전 경악 그자체였다.

지금의 표현을 빌리자면 멘붕상태였다.

이태원에 살았던 우리는 그런 터진 김밥 같은 등교 버스에 익숙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웃겼던 것은,

그 시절에 우리는 회수권이라는 버스표를 사용했는데..

달랑 두 장 뿐이었던 회수권, 그 버스표를 내가 갖고 있었고

나는 어찌어찌하여 버스에 올라탔는데..

나의 친구는 그만 인간파도에 밀려 버스를 타지 못했던 것..

 

전쟁통이 그랬을까..?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처절하게 불러댔지만..

결국 친구는 남겨지고 나는 버스에 실려 갔다..

 

지금이야 핸드폰이 있지만..

핸펀도 없던 시절..

학교를 빠진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우리가 아니었나..

친구가 학교에 제대로 갈 수 있었는지 걱정이 되어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불안 속에 보낸 나는 학교가 끝나기를 기다려 친구네로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나의 상상과는 달리 베시시 웃으며 나타나는 친구..

표정을 보니 학교엘 제대로 등교할 수 있어 안심이 됨과 동시에 궁금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용산 고등학교 남학생이 표를 내줬다는 것..^^;;

(왕부럽~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수도 여고와 용산 고등학교는 아주 가까이 지냈다.

학교도 서로 근처에 있었고..

물론 가깝다는 의미는 그저 마음으로 그랬다는 것이지..

지금처럼 남학생과 여학생이 자유롭게 만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정학내지는 퇴학에 처해지는 시절이었으니..

어쨌든, 우리 학교만이 그런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더랬다.

 

암튼~

얼굴도 매력적이었고 키도 크고 늘씬했던 친구는

그렇게 예쁜 추억을 그날 아침에 만들었던 것이다. ^^

 

내가 한국을 떠나던 날 가지말라고 통곡을 하며 울던 그친구..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응답하라를 보고 싶어 요즘은 주말을 몹시도 기다린다..

성동일의 왕팬인 나..

우리 엄마 아빠도 그러셨겠지..

 

우리도 아빠가 사업 실패 후 다세대 주택에 살며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더랬다..

그렇기에 더욱 이 드라마가 가슴으로 와닿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아픔과 서러움과 가난을 그대로 온 몸과 가슴으로 느끼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곤 한다..

 

내가 살았던 곳은 혜화동도 쌍문동도 아닌..

이태원이었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국에서 마지막을 보냈던 이태원이 떠오른다... 

 

없었지만... 가난했지만...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절..

눈물나게 그리운 기억들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의미있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언젠가 뒤돌아볼 때 가슴 저리게 그리울 오늘일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은 그냥 그렇게 맑고 순수했던 기억 속에 마냥 잠겨있고 싶은 날이다...

비 때문일까...?

 

 

혜화동

 

                                                         - 동물원 -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어릴 적 함께 꿈꾸던 부푼 세상을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언젠가 돌아오는 날 활짝 웃으며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랄라라--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라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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