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38]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을 읽고 / 김아영 옮김

pumpkinn 2017. 3. 4. 00:38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단어의 사생활을 읽고...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호기심 자극하는 이 책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으로 읽게된 책이었다. 지난 계절학기를 공부하며 '나의 언어에 대한 고민을 느끼시고 이 책을 보내주신 친구님의 배려 덕분이었으니, 읽다보니 살짝 그 내용은 달랐지만, 내가 사용하는 '언어'나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게됨으로 이어진 시간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이렇게 단어의 사생활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읽게된 책이었다우리는 모두, 단어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부제가 달려있는 단어의 사생활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 속에 어떤 의미가 잠재하는지를 심리학자인 제임스 W. 페니베이커가 오랜 연구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새로이 접하는 사실들이라 놀라운 재미가 쏠쏠했다.


기능어와 나 & 우리


가 보여준 많은 흥미로운 연구 중에 나의 시선을 가장 강하게 끌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가 자주 쓰는 표현 속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단어는 내용어가 아닌 기능어라는 것이었다. 문맥이나 대화 속에 수 없이 쏟아내는 많은 단어들 중, 별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 않은 기능어에서 우리의 속셈(?)이 다 드러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페니베이커의 말대로 우리가 듣고, 읽고, 말하는 단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숨어 있는 단어들, 즉 기능어다. 모든 언어에서 흔히 쓰이지만, 대체로 짧고 발음하기 쉬운 단음절 단어들이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단어는 길이가 짧을 뿐만 아니라 인식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식도 하기 어려운 기능어를 어떤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난다니. 너무나도 놀라운 연구 결과가 아닌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성향을 요목조목 연구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재밌는 것은 정치인들이 어떨 때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어떨 때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심지어 그 표현의 사용 빈도에 따라 전쟁을 일으킬 잠재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 W. 부시는 이라크 전쟁 전후로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믄 비율이 급변했는데, 대통령이 <나>라는 단어를 적게 쓴다는 것은 가까운 시일 안에 전쟁을 선포할 계획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와우~!! 


내친김에 또 한가지 재밌는 사례를 들자면, 존 케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이유 중의 하나는 <나>와 <우리>의 사용이 적절치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케리의 참모들은 케리에게 연설할 때 <나>가 아닌 <우리>를 더 많이 사용하라고 권유했는데, <나>라는 단어의 사용은 정직하고 사적인 경향과 관련이 있고, <우리>라는 단어는 특히 정치인이 사용할 경우 차갑고 딱딱하여 감정적으로 멀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랬기에 케리는 부시에 비해 <우리>라는 단어를 두 배 더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어가 상대방에게,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만큼 지대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대통령의 언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진실을 말한 사람은 거짓을 말한 사람에 비해 더 많은 단어, 더 어려운 단어, 더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고 더 적은 감정 단어를 사용한다. 또 <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자기 자신을 많이 언급한다.(...) <나는>이라는 단어는 결백하다는 신호였다. 정말 유죄였던 사람들은 법정에서 3인칭 대명사를 많이 사용했다."(P15)  

그런가 하면 또 재밌는 사실은  우울증이 심할수록 <나>라는 언어를 많이 사용하며,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적게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빙 둘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 첫 시작부터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표현되어지는 말이나 글 속에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를 그가 행한 방대한 연구 사례를 들어 요목조목 예문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단어 사용이 일반적으로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거나 유발한다기보다 그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러니 나처럼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우리의 단어 영역을 넓힐 수 있는지를 가르쳐 책이 아니다. 단지 어떤 단어나 기능어를 많이 사용할 때, 그의 심리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환경 속에 있는지, 또는 그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거짓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제스츄어나 눈빛이나 태도로 상대방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온전하게는 아니어도, 조금씩은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사용되는 단어나 기능어로 상대방을 거의 70% 이상을 알아보게 된다는 것은 사실 조금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나에 대해 미처 나도 느끼지 못한 무엇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은 두렵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사례가 많이 나오니 페니베이커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이 되었는지를 함께 느껴볼 수가 있어서 함께 연구를 따라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말 속에 숨어있는 그 단어가 지니는 은밀한 정체,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이 더 없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와, 남들이 알고 있는 나. 내 안에 꼭꼭 숨어 있는 나.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말의 표현에 담아내는 나도 모르는 나. 그 중에서도 나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말로 표현되어지고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종이배님 감사합니다. ^^

덕분에 새로운 세계에서 허우적대며 좋아라했던..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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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R. David - 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