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두통과 걷기 운동~

pumpkinn 2016. 2. 23. 10:07

Avenida Pompeia..

동네가 예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생각지 않게 만나게 되는 분위기 있는 식당들과 예쁜 상점들..

그리고 24시간 오픈되는 병원등등...

일상 속에 유익한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의외로 재밌는 시간이 되었다.



어제 성당에서 돌아와 배가 고파 수꾸릴료를 우유와 함께 먹고는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다.

그게 탈이었다. 체한 것이다.

오후 내내 머리가 너무 아파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고,

약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었고, 결국엔 열 손가락을 다 따야했다.

세상에 얼마나 체했는지 피가 하늘로 치솟기까지.. -_-;;

그런데도 머리 아픔은 계속 오바이트와 함께 고통스럽게 이어지고...

 

바보같이..

우유 제품을 먹고 잠이 들면 꼭 체하는걸 알면서

또 그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머리가 아파 끙끙대다가 겨우겨우 잠이 들었는데...

고맙게도 아침에는 별고통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잘 체하는 나.

그 체함의 정도는 전보다 강도가 심해 참기 힘든 두통을 유발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살이 많이 찐 것이 체하는 데 한 몫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내 일이라는게 컴 앞에서 내리 앉아 있는 일이고...

집에서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식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 앉아 있고,

살은 쪄서 위를 눌러대니..

이러한 나의 생활 스타일과 비만이 자꾸 체하게 하는 것 같았다.

운동이 필요하단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안그래도 살이 심하게 찌면서 무릎에 작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게 벌써 몇 달인데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늘 마음 뿐 행동으로 옮기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그 고생을 하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인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게으른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마침 어제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 순례에 대한 영화를 보면서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리라고 다짐한 바..

겸사겸사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른 운동은 못하더라도 좀 걷기라도 하자고 말이다.

 

오늘은 집에 도착하자 마자 행여 마음이 바뀔새라 가방을 놓고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그 길로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단지 안에 운동하는 공간이 있지만 실내의 막힌 공간보다는 매연가스를 마실 망정 뻥 뚤린 동네를 걷고 싶었다.

이 곳으로 이사온지 1년 반이 되었지만 우리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오로지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쇼핑센터와 유명한 축구장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해서 우리 동네를 좀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내가 잡은 곳은 쇼핑 옆 큰 길이었다. Avenida Pompeia~

뽐뻬이아 길을 따라 쭈욱 따라 올라갔는데, 길이 전에 살던 동네만큼 이쁘진 않았지만 참 재밌는 곳이 많았다.

오름 길이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거리의 상점들이나 아파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피트니스 센터가 뭐 그리 많은지, 그래서 그런지 그 주위로 스포츠웨어 상점들이 곳곳에 있었고,

예쁜 피자 가게, 분위기 있어 보이는 식당들.

그리고 권투를 가르치는 아카데미아도 눈에 띄고,

자동차 부속을 파는 상점들, 소박한 분위기의 Bar 등등~

그리고 24시간 가축병원과 24시간 치과 병원이 그 길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

큰 슈퍼가 세개나 있고.. 쇼핑 안의 슈퍼와 그 옆에 것 까지 합하면 모두 다섯 개...

이렇게 슈퍼가 많다는 것은 주위로 주택이 많다는 거겠지...

 

그렇게 따라 올라가다보니 Nossa Senhora da Rosario라는 성당이 나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가 있나..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리고 나오는데

Escuta (들어드립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뭐가 하고 보니.

고민이든 상담이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소개 글이었다.

요일 별로 시간과 들어주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고...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우리 성당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황하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성당을 나섰다.

 

성당을 나서며 나는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운동을 하듯 빨리 걸은 것도 아닌데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래가지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우찌 걷겠나.. 걱정이 앞서는 순간..


그래.. 그래야겠다...

앞으로는 산티아고 순례를 목표로 열심히 걸어야겠다.

목표가 생기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지 않을까..?


나름 흐뭇한 하루였다.

내내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동네 걷기를 행동으로 옮겼으니..

오늘 하루는 성공이었다.


내일은 내일에게 맡기고..

오늘의 성취에 감사하자...

땡큐~ 하느님~ !! ^^

.

.

나에게 또 하나의 꿈을 갖게 해준 영화 The Way..

사운드 트랙 중 하나를 골랐다.

Alains Morisette의 Thank U~ 


Santiago de Compostela에 꼭 갈 것이다.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이 떨릴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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