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내 세포 하나하나가 춤추었던 하루...

pumpkinn 2014. 2. 8. 09:43

작년에 남편과 서류 문제때문에 시내에 일보러 나갔다가..

예쁜 공간이 있어 한컷~!! ^^;;

 

 

2014 2 6일 목요일...

 

아침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 어때..?”

오늘부터~?”

기왕이면 빨리 시작하는게 좋잖아. 뭐하게 자꾸 미뤄..? 내가 얘기해놨어..”

“(~!!) &^%@$^@@”

 

사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용기를 못내고 있었다.

아줌마가 배우기엔 좀 머쓱한 느낌이었기 때문.

 

나이를 핑계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것만큼은 남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내가 그걸 얼마나 배우고 싶어하는지...

또 내가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 만큼 어울리지않게 부끄럼을 느끼기에

선뜻 나서지 못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기가 가서 덜컥 알아보고 등록까지 하고 온 것...

그러고는 통보성 전화를 준 것이다.

첫 날이라 함께 가주고 싶지만, 중요한 약속이 있어 못가니 시간 맞춰 가라는...

 

아고~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좀 쪽(지송^^) 팔릴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남편이 이미 다 말해놓고 왔고,

시간까지 맞춰놨으니 가는 수 밖에...

 

시간에 맞춰 일찍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택시잡고 가는데...

하필 오늘따라 어쩜 그렇게 지옥같은 트래픽인지...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20분이나 늦고야 말았다.

20분이면 가는 곳을 근 1시간을 걸려서 갔으니...-_-;;

 

나 스스로가 시간 약속을 안지키는 것에 앨러지 현상을 일으키는 스타일이기에..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미안해서..

늦긴 했지만, 그래도 첫 날의 만남은 그렇게 이어졌다.

 

나오면서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치 내 세포하나하나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완전 코드가 맞는 느낌..^^

 

끝난 후, 성당엘 미사를 보러 갔는데..

내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 감사하고 가슴 벅차고 행복해서 감사 미사까지 넣었다.

미사를 드리며, 성체조배를 드리는 동안 목까지 차오른 감동.....

급기야는 눈물이 나오고...

내게 허락하신 모든 기회와 은총에 감사합니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 작은 시도가 이렇게 눈물이 날만큼 깊은 행복을 안겨주다니...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을 안겨준 비타민이었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 맛소금이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나는 빨리 집에 오고 싶었다.

남편에게 이 모든 감동과 흥분을 빨리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내게 얼마나 깊은 행복을 안겨주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남편이 그렇게 강경하게 밀어부치지 않았으면 부끄럼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아니야..내가 이나이에 뭐..”이럼서 시작하지 못했을 그것...

 

내가 언제 행복한지, 즐거워하는지를 알고 배려해주는 남편...

좀 더 젊었었던 그동안은 바로 그런 나의 성향때문에 많이 부딪히고 서로들 많이 힘들었지만,

오래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상대방이 행복을 느끼는 그것을 그대로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내겐 그만큼 소중하고 귀하고 특별한 무엇이기에...

좀 더 혼자서 간직하고 내 안에서 달궈내고 싶기 때문이다.

 

겉으로 표현하고나면, 때때로 그 흥분도 열정도 사라져...

김빠진 콜라처럼 싱거워지고 시들해져 그만두곤 하는 이상한 성향이 나타나곤한다...

그래서 조심스러운게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내가 그에 익숙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의 내가 떠오른다..

새옷을 사면 결코 그 다음 날로 입지 못하고, 한달쯤 묵혀두었다가 입곤 하던 소심했던 나..^^;;

내 눈에 그 옷이 익어야, 새옷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입고 밖에 나갔다..^^;;

남들은 그게 새옷인지 헌옷인지 전혀 모르건만, 혼자서 그렇게 소심스레 행동..^^;;

내 친구들과 내동생은 가끔씩 그 얘기를 하며 나를 흉보곤 한다..^^;;

 

이 나이에도 아직 그 소심한 부분은 남아 있는 듯...

이날의 흥분과 설렘과 기쁨을 기록으로는 남겨야겠고,

그게 무엇인지 말하고 싶지는 않고...^^:;

 

이것이...

내안에서 어쩌질 못하고 꿈틀대고있는 열정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는,

표출 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적성에 맞는 것을 찿은 것 같다. 단언하긴 이르지만..^^

 

나도 파인만처럼 살고 싶다.

나는 파인만처럼 천재적인 과학자는 아니지만...^^;;

학구적이고, 재밌고, 괴짜고, 관심도 많고, 흥미진진하며,

그리고 늘 무언가를 시도하며, 삶을 재밌고 풍요롭게 만들었던 파인만처럼...

그렇게 끝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며 추구하며 살고 싶다.

 

가슴이 터질듯 행복했던 하루였다. ^^

.

.

Shrek OST - Accidentally in Love

너무 어울리는 노래 아닌감..? ^^

가만있어도 어깨가 들썩거려지는....

Counting Crows의 Accidentally in Love... ^_______^

 

 

 

'펌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의 행복과 슬픔...  (0) 2014.03.04
비내리는 오후의 단상...  (0) 2014.02.16
책장 정리...  (0) 2014.01.15
살아지는대로 사는 삶...  (0) 2013.12.24
사랑할수록...  (0) 201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