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터키, 그리스 성지 순례 – 3. 은총속의 미사와 강론 말씀...

pumpkinn 2014. 1. 21. 09:12

성모님의 집에서의 미사...

 

 

 

성지 순례를 하면서 감동스러웠던 것들 중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성지 순례에서의 미사였다.

바오로 성인이 다닌 발자취를 하나하나 뒤따르며,

매일같이 미사를 드리며 영성체를 모셨더랬다.

 

물론,

내자신 매 순간마다 바오로를 떠올리며 그의 신앙을 닮고자 하는 열정을 두었던 건 아니지만,

미사를 드리는 동안 만큼은 그 당시 예수님을 절절히 사랑했던 사도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타우로스 산맥을 지나면서는,

우리는 이렇게 버스타고 편하게 몇 시간 만에 지나는 이 거친 산맥을,

바오로 사도는 오며가며 4년이란 세월을 걸어서 지나다녀야 했음을 떠올리며 전율해야 했다.

 

어느 자매님은 바오로 사도의 이 묵상이 되어졌다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바오로 사도는 그 아픈 몸을 이끌고 타우로스 산맥을 넘나다니셨다.

살을 아리는 추운 겨울이던, 숨조차 쉬기 어려운 더운 여름이던,

마다않고 그 길을 예수님을 증거하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당신이 사랑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 험한 산맥을 힘들다 마다않고 그리 다니셨던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오신 신의 아들 예수님의 발자취는

너무 거룩해서 가까이 하기엔 어려운 당신의 발자취였다면,

바오로와 사도들의 여정은 절절한 고통이 따르긴 했어도 그보다는 좀 더 가까이 느껴졌다.

그랬기에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는 이번 순례 여정은 내겐 더 와닿았다.

 

그런 가운데 매일같이 드리는 미사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비가 오다가도 우리가 야외에서 미사를 드려야 할때면 밝은 햇살을 내어주며 뚝 그쳐주는 비...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었다.

순례 여행을 함께하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하였다.

 

그런 기적을 체험하며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떠나는 날까지 매일같이 드렸던 미사 속에...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해주신 신부님들의 강론 말씀 속에...

나는 내가 왜 이곳까지 떠나와야했는지,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나는 이곳에서 어떤 의미를 느끼고자 하는지...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발견해 나갔다.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나의 일상을 성지로...

 

이윤제 베드로 신부님의 첫 강론 말씀과 마지막 미사때의 강론 말씀은 내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첫 강론 말씀은 성지 순례의 의미에 관한 말씀이셨다.

우리가 성지 순례를 오는 것은 순례 여행동안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체험하고,

우리가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의 일상을 성지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시지, 성지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러 성지 순례를 떠난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발자취를 쫓아가며,

또한 예수님을 깊이 사랑하며 따르는 제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의 신앙을 느끼고,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며 하느님을 더 깊이 기억하고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체험으로 일상으로 가지고 돌아와 내가 발을 딛고 사는 그곳에서 함께 나누는 것.

그래서 그곳이 성지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성지 순례의 의미이자 목적인 것이다.

 

성지 순례 내내 나는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겼더랬다.

나의 순례 여행이 단순히 이곳 성지에서의 순례 관광 여행이 아니라 ,

일상으로 돌아가 내가 속한 일상을 성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를

계속 화살기도로 쏘았더랬다.

화살기도는 하느님께 속달로 전달되는 기도라잖아...

 

자색 옷감장수 리디아 세례터에서...

 

 

 

자비, 사랑, 섭리...

 

하느님은 가시밭길, 돌길, 그리고 길 위에다 씨를 뿌리신다.

씨앗이 썩어 뿌리를 내리지 못해도, 하느님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씨를 뿌리신다.

그처럼 하느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놓지 않으신다. 그렇기에 우리도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현재는 하느님의 사랑에 맡기고,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라는 말씀..

 

박진규 신부님의 강론 말씀에 뭉클했다.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내가 아는 하느님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희망을 놓지 않으시는 하느님.

우리에게 사랑을 주시기를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에게서 시선을 거두시지 않는 하느님...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하느님이신게다.

바로 내가 아는 하느님의 모습이다.

 

성모님의 집에서의 미사...

 

 

 

하느님을 선택한 에사오...

 

 

빌빌산의 성모님에서 드렸던 미사는 완전 감동 그 자체였다.

성모님의 모습처럼 단아하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드린 미사는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셀로판지가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떨리듯, 어떤 여린 떨림이 내 가슴에 일었다.

뭔지모를 어떤 에너지에 둘러싸여있는 듯한 느낌. 그랬다.

 

그와 함께 우리에게 주신 이윤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나를 숨죽인 통곡으로 몰고갔다.

그치지 않는 눈물,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강론 말씀은 단순했고, 분명했다. 다음 세가지였다.

첫째, 나무는 뿌리를 땅에 내리지만, 때때로 하늘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는 말씀과

두번째, 에사오와 야곱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하느님은 야곱을 선택했지만, 에사오는 하느님을 선택했다는 부분에서..

내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생길때마다 늘 마음에 담아두셨던 성모님.

성모님은 그 모든 사건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놓으시고,

마치 구슬을 꿰듯 엮듯 사건을 되돌아보며 그 의미를 살피셨다고 하셨다.

그런 성모님을 닮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과 접한 환경들을 하나하나 구슬을 꿰듯 엮어보면,

우리가 성지 순례에 오게된 목적이 분명하게 보일거라는 말씀이셨다.

 

성경에서 내가 가장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은 4대족장의 요셉과 바로 에사오.

에사오는 비록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장자권을 팔아버리고 축복을 야곱에게 빼앗기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생 야곱을 두 팔 벌려 기쁘게 맞아주고

야곱이 뇌물(?)로 주는 선물도 자신도 많다며 마다하고,

결국엔 동생과의 사이가 나빠질까, 자신이 살고 있던 정들었던 땅을 야곱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에사오.

내게 비쳐지는 그는 아주 인간적이고 멋진 사람이다.

 

야곱은 비겁하고 간사하고 약삭빠른 존재지만, 그는 이스라엘이 되었다.

단순히 하느님께서 선택하셨다는 이유 하나로.

순진하고 순수한 에사오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했기에 그의 모든 축복을 빼았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느님을 미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축복을 가로챈 동생을 영원히 미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기 땅까지 내어주었다.

 

비록 하느님의 시선은 야곱을 향해있었지만,

하느님께 짝사랑을 드린 한 인간, 에사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사랑한 에사오.

나는 에사오처럼 하느님을 짝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하느님은 야곱을 바라보고 챙겨주시듯 그토록 나를 사랑하시고 감동을 주시는데,

나는 얼마나 그렇게 자주 하느님을 잊었었는지...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래서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잊지 않고..

뜨겁게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 게으른 내가, 나의 게으름을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기를...

내 자신은 너무 나약하니 성모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뜨겁게 사랑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 기도드려달라는 기도가 절절한 눈물되어 흘러나왔다.

 

성모님 집에서의 미사...

그냥 그렇게 시간이 멈췄으면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고린도에서...

 

 

제물

 

이윤제 신부님과 박진규 신부님께서 하루하루 돌아가며 드리는 미사와 강론 말씀은..

마치 하모니를 이루듯 그렇게 서로 연계되어 있었다.

 

내가 일상으로 돌아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성지로 만들기 위해,

사도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그들이 사랑한 하느님을 나도 느끼고자 따라다니던 여정속에,

과연 나의 신앙의 현주소는 어딘지...

내가 이곳에 오게되기까지의 상황은 어땠는지,

성모님처럼 내게 다가왔던 사건들을 엮어보고 성찰하며 그 의미를 알고자 했던 즈음...

박진규 요셉 신부님의 다음과 같은 강론 말씀으로 이어졌다.

 

내가 집착하고 버리지 못하하는 것을 주님께 바치는 것이 순례가 아닌가...?

나는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내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는 여정이 되기를...

 

그래...

내가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버려야하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순례는 무엇으로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동의 도가니였던 마지막 미사....

 

 

아름다운 마무리 Being & Doing... 

 

마지막 미사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눈물 범벅의 감동의 도가니였다.

우리 성지 순례의 클라이막스라고 할까?

너무나도 즐거웠고 행복했던 순례는 결국엔 마지막에 다다랐고,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미사를 드리는 나의 마음은 복합적인 감정이 뒤범벅 되어있었다.

 

관광도 아니고, 성지 순례를 왔으니 무언가 결심을 해야한다는 어떤 의무감...

일상으로 돌아가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나야 할거란 뭔지 모를 압박감...

그리고...

예전의 나와 그 무엇 하나 변함 없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를다는 불안감....

2주동안의 여행이 나에게 어떤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건만, 이런 알 수 없는 강박관념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마도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Doingr Being을 주제로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성지 순례를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과 부담을 한 순간에 내려놓게 하셨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 즉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 것을 Doing이라고 한다면,

Doing 하지 말고그저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Being 하라고 부탁하고 싶으시다는 말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려놓고 맡기고 그저 그 안에 머무르는Being하라는 말씀.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를 해서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

우리의 삶은 이미 달라져있을 것이지만,

많은 부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니까, Doing Being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Doing이 먼저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려놓고 의탁하고, 그저 하느님 안에 머무른다면,

우리의 삶은 자연스럽게 Doing으로 이어지며 변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그러니 무언가 거창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히 집으로 돌아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연습을 하라는 것.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은연중 나를 짓누르던 어떤 무게가 스르르 없어지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래, 내가 시도하려고 해서, 내가 계획했다고 해서 이뤄냈던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나..?

인제 가 무언가를 이뤄내어야 한다는 무게를 내려놓고, 하느님 안에 머무르도록 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변화는 일어날 거고 내 삶은 달라질거란 확신이 들었다.

 

얼마나 큰 위로였고, 또 희망적인 메세지였는지...

마치 내 어깨에 날개라도 달린듯 날아갈듯 행복했다.

 

그렇게 감동적으로 강론이 끝나고, 우리는 모두 성당을 둥그렇게 둘러서서..

달팽이 그림을 그리며 한사람 한사람 허그를 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감동의 절정이었다.

우리는 한분한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행복했다고 전하며 그렇게 따뜻한 허그를 나누었다.

많은 분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가슴은 터질듯이 벅차올랐다.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이었는지..

 

대학 시절 갔던 빅베어 청소년 연합 피정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 동그랗게 벽난로 주위로 둘러 서서 손을 잡고 기도를 드렸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다 끝내 눈물을 흘리며 끝내 부르지 못했던...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내눈엔 눈물이 그렁댄다.

 

나에겐 떠올리면 또 눈물이 그렁대어질 아름다운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성지 순례에서의 우리의 마지막 미사...

 

추억은 아름다울수록 그리움이 깊어지고

그리움이 깊을수록 슬픔도 깊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워할 추억이 있는 행복한 것....

나는 또 그렇게 행복한 페이지를 그렇게 내 삶 안에 끼워넣었다.

.

.

 

귀한 분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책에 써주신 말씀처럼...

나의 삶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향기와 행복한 자취를 남기는..

그런 나일 수 있기를.....

 

눈을 감는 순간에도 결코 잊을수 없는 추억이 묻어있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