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터키, 그리스 성지 순례 - 1. 아름다웠던 순례여행...

pumpkinn 2014. 1. 18. 09:19

그리스 데살로니카의 디미트리우스 성당앞에서                                             Photo by Pr. Pedro Lee

 

 

 

죽어도 다시는 가지않겠다던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거기에는 남편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내는게 좋지 않겠느냐며,

그리이스는 네가 그리도 가고 싶어했던 나라니 순례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여행이라 생각하고 편히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다녀 오라는 것이었다.

듣고보니 솔깃했다.

 

사실 성지 순례를 다시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강행군 때문도 아니었고, 매일 짐을 싸야했던 때문도 아니었다.

나의 온 감성의 통로를 막아버렸던 억압된 분위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느낌이 오면 오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자유롭게 느끼는 분위기가 아니라,

꼭 이것을 느껴야 하고, 저것을 느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분위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던 여행.

내가 다시는 성지 순례를 가고 싶지 않다고 결심한 이유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쩌면 내가 가지고 떠났던 기도 지향도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지향을 두고 기도 속에 임하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했는데,

무언가 뜨겁게 느껴지기를, 아마 무의식적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순례도 되지 못하고, 여행도 되지 못하는...

어정쩡한 중간 쯤에서 헤매다 지쳐버렸던건 아닐까?

 

이스라엘, 이집트, 로마 성지 순례를 다녀온 이후..

그때 찍은 사진들을 단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음은 그때의 나의 느낌이 어땠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랬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던지라..

이번엔 성지 순례를 떠나면서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말대로 성지 순례라는 고귀한 의미에서 벗어나,

그저 그 순간순간을 마음껏 느끼며 즐기고 오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어떤 지향도 두지 않았다.

그 지향이 나를 옭아매며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기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느님을 내 안에 가득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워달라는 기도도 드리지 않았다.

그 역시도 내겐 욕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성지 순례에 내가 부여했던 의미는, 그저 떠남이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의 떠남,

나로 부터의 떠남,

일상으로 부터의 떠남,

정신적 휴식으로의 떠남.

오로지 떠남이었다. 그렇게 떠났던 성지 순례였다.

 

순례 여행이라고 해서 꼭 진지한 얼굴 내지는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지 순례를 이렇게 즐겁게, 행복하게 다녀도 되었던 걸까..? 싶을 만큼,

이번 여행은 가는 곳곳 터지는 웃음과 즐거움 속에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성지 순례의 분위기가 우울함이었다면, 이번 성지 순례의 분위기는 즐거움이었던 것.

 

나날이 생각지도 않게 터지는 사건(?)들로 우리는 배꼽을 움켜잡아야 했고,

그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안겨주었고,

많은 웃음과 함께 우리의 순례 여행을 더욱 밝고 풍요롭게 해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구성이었다.

첫번째로, 훌륭한 리더가 가장 큰 이유였다.

매일같이 드리는 미사 속에, 그때마다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강론을 해주신

이윤제 베드로 신부님과 박진규 요셉 신부님..

 

이윤제 신부님이 그렇게 장난꾸러기(죄송합니다..~ ^^;;)신줄은 몰랐다. ^^

얼마나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어주시는지..

완전 반전 매력에 모든 신자분들이 폭 빠져버렸다는..^^;;

사진 또한 얼마나 많이 찍어주셨는지..

당신께서 찍은 사진을 우리를 위해 정리를 하셔 주심에 완전 감동이었다...

 

박진규 요셉 신부님께서는..

첨에 거의 어머니뻘의 신자분들 틈에서 어려워하시더니..

나중엔 얼마나 적응을 잘 하시던지.. 하하하~ ^^

수줍음이 많으신 신부님께서 나중에는 얼마나 말씀도 잘 나누시던지...

 

신자들이 편히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수녀님들..

앞에서 뒤에서 강요하시기 보다는 우리가 편히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사랑으로 똘똘 뭉치신 우리의 스승 김 살레시아 수녀님..

그리고 조용히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신 이 베니타 원장 수녀님...

함께 가셨던 씩씩하신 프란치스코회 임마리로사 수녀님...

 

이렇듯 이번 여행은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 몸과 마음으로 체험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한국에서 오신 인솔자 김 막달레나 자매님과 터어키와 그리스의 가이드 때문이다.

겸손과 섬김의 미덕을 그대로 보여주신 김미라 막달레나 자매님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고,

터어키의 엄상욱 이냐시오 형제님의 해박한 역사 지식은 완전 나를 매료시켰고,

그리스의 오월순 마리아 자매님의 맛갈스런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완전 대박이었다.

 

그리고 여행이 행복했던 마지막 이유는 바로 함께하신 신자분들이었다.

누가 먼저고 나중이랄 것도 없이 서로 배려하고 함께 어울리며,

누구하나 지각하거나 사고치는 분 없이 그렇게 하나가 되어 어울려 다녔으니...

어찌 이 여행이 행복한 여행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웃고 우는 사이 우리 가슴 안에 들어온 하느님을 느꼈고,

성지 순례에서 돌아온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있다.

감사함 속에 가슴 벅찬 시간이다.

 

그래서 후기를 올리는 시간도 늦어졌다.

이 많은 느낌들을, 이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어떤식으로 풀어나가야할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내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늘 그렇듯 감동이 너무나도 깊고 크면 어떻게 그 느낌을 풀어내야할지 막막해지곤 하는 나..

이번 순례 여행이 그랬다.

 

내가 원하는 만큼, 표현하고 싶은 만큼 풀어내진 못한다 하더라도...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눈물나게 아름다웠고, 행복했고 감사했던 여행...

지금도 글을 쓰면서 내 눈에 눈물이 그렁대고 있다...

 

이번 성지 순례가 그토록 내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향없이 떠났지만, 영성체 후 마음으로 드린 간절한 나의 기도...

그 기도가 여행 후 일상 안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기도가 이뤄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울음이 터졌더랬다...

 

첨엔 시차 적응이 안되서 그런건 아닐까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지만...

매일 지속되어지고 있음에 성모님의 집에서 드린 나의 기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 믿음이고, 내가 믿는대로 이뤄지는거니까.

단지 그것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나의 몫인게다.

 

올해는 이윤제 신부님의 마지막 강론 말씀처럼,

내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Being의 시간이...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Doing으로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이번 성지 순례는 내게 다가온 삶의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이 아름다운 여행의 기회를 안겨준 루도비꼬에게 깊은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어쩌면,

내 삶의 오후 4시는,

이번 순례 여행일지도.....

.

.

조금 슬픈 음악이긴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것...

 

내게 많은 행복을 안겨주었던 아름다웠던 순례 여행에...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노래를 올리고 싶었다...

 

Jean-Jacque Goldman의 Puisque Tu Pars...

 

 

French: Puisque tu pars

Puisque l'ombre gagne
Puisqu'il n'est pas de montagne
Au-delà des vents plus haute que les marches de l'oubli
Puisqu'il faut apprendre
A défaut de le comprendre
A rêver nos désirs et vivre des "ainsi-soit-il"

Et puisque tu penses
Comme une intime évidence
Que parfois même tout donner n'est pas forcément suffire
Puisque c'est ailleurs
Qu'ira mieux battre ton cœur
Et puisque nous t'aimons trop pour te retenir

puisque tu pars

Que les vents te mènent
Où d'autres âmes plus belles
Sauront t'aimer mieux que nous puisque l'on ne peut t'aimer plus
Que la vie t'apprenne
Mais que tu restes le même
Si tu te trahissais nous t'aurions tout à fait perdu

Garde cette chance
Que nous t'envions en silence
Cette force de penser que le plus beau reste à venir
Et loin de nos villes
Comme octobre l'est d'avril
Sache qu'ici reste de toi comme une empreinte indélébile

Sans drame, sans larme
Pauvres et dérisoires armes
Parce qu'il est des douleurs qui ne pleurent qu'à l'intérieur
Puisque ta maison
Aujourd'hui c'est l'horizon
Dans ton exil essaie d'apprendre à revenir

Mais pas trop tard

Dans ton histoire
Garde en mémoire
Notre au revoir
Puisque tu pars
Dans ton histoire
Garde en mémoire
Notre au revoir
Puisque tu pars

J'aurai pu fermer, oublier toutes ces portes
Tout quitter sur un simple geste mais tu ne l'as pas fait
J'aurai pu donner tant d'amour et tant de force
Mais tout ce que je pouvais ça n'était pas encore assez
Pas assez, pas assez, pas assez

Dans ton histoire (dans ton histoire)
Garde en mémoire (garde en mémoire)
Notre au revoir (notre au revoir)
Puisque tu pars (puisque tu pars)

English: Because you're leaving


Because the shadow has won
Because there is no mountain
high enough to erase your memory [where the high winds of forgetfulness blow]
Because I must learn everything again
Because my memory fails me -
A dream of what our lives might have been

And because you think
It self evident [lit: an obvious proof]
That sometimes to give all is not necessarily sufficient
And because you believe elsewhere,
Your heart will beat better, you go.
We love you too much to hold you

Because you're leaving

Let the winds carry you
[to] Where other souls more beautiful
Will love you better than us because we cannot love you more
Let life teach you
And yet you remain the same
If you betray yourself you will be totally lost to us

Keep this good fortune
We envy you in silence
The power to think that the best is yet to come
And far from our cities
As October is April (aka Spring follows Winter)
Know that you are still here, like an indelible footprint

No drama, no tears
Poor and pathetic weapons
Because pain only cries behind [the] closed doors [lit indoors]
Of your [empty] house
Today is the horizon (ie beginning)
Of your exile, trying to learn to return

But [it's] not too late

I could have closed all the doors of memory,
A simple end [but] you do not make it easy
I have given so much love, so much strength
But all I could give was not enough
Not enough, enough, enough

In your story [he means 'in your version of events']
Keep in mind (remember)
Our goodbye (our farewell)

Because you're leaving

In your story
Keep in mind (Remember)
Our farewell
Because you're leaving
In your story
Keep in mind (Remember)
Our farewell
Because you're lea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