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이야기

Load Out & Stay 그리고 실다이...

pumpkinn 2013. 8. 11. 06:24

 

 

 

 

미국에서 내가 다녔던 컬리지에서 가까웠던 곳에 실다이라는 까페가 있었다.

아는 동생이 아주 음악이 좋은 예쁜 까페가 있다고 해서 데려간 곳이었다.

실내는 모두 하얀색에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중간 중간 놓여져있는 동그란 테이블을 비추었는데,

그 분위기가 어찌나 아늑하고 포근한지...

그곳에서는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도 없었다..

다들 음악을 들으러 오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조용조용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었다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아름다운 아주머니가 주인인듯 하셨고...

아드님인듯한  남학생이 항상 음악을 틀어주었다.

아드님이 없을때는 그 아름다운 아주머니가 음악을 고르셨고...

내가 실다이를 좋아했던 것은 바로 음악때문이었다...

 

마음과는 달리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열심히 찿았던 실다이...

시간만 허락한다면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서 밤을 새며 음악을 듣고싶은 그런 곳이었다...

안쪽벽으로 가득한 LP. 내겐 꿈같은 공간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공간을 저렇게 음악으로 가득채워야지..’ 했던...

 

하루는 함께 수업을 듣는 동생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음악...

바로 Jackson Browne Load Out & Stay 였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온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아니 전기가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이 음악 제목이 뭔가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답답하게도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때의 나에겐...

지금은 방송국에 전화해서 제목을 물어볼만큼 용감해진 나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모든 음악을 찿을 수 시대기도 하지만,

그때는 물어보거나 보지 않으면 음악을 알기가 힘들었다..

 

한동안 그 음악을 찿고자 했지만 무리였다.

그리고는 나는 학교 생활로 아르바이트로 바쁜 일상 속에 잊어버렸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브라질에와서 일에 묻혀지내던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일하던 손을 멈춰야 했다...

그때의 내 온 몸을 타고 흘렀던 전류가 느껴지는 듯...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마치 내 영혼이 육체이탈을 하듯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유학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단어는 배고픔’’그리움이었다..

그랬기에 혹독하게 나를 단련시키며 온갖 독한 마음으로 나를 다독이고,

두꺼운 갑옷과 방패로 무장시키는 나였지만,

그 온갖 무장을 한 순간에 해제시키고 무방비상태로 만드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잡을 수 없는 꿈과 똘똘 뭉쳐진 오기뿐 아무것도 없던 시절...

나를 가장 강하게 해주었던 것도 음악이었고,

나를 가장 약하게 무너뜨리는 것도 음악이었다...

 

언제나 그렇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게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 묻어있는 추억을 듣는 것이다.

그 안에 지난 날의 삶이 있고,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고, 추억이 있고...

그리고 그리움이 있다.

 

...

단지, Load Out & Stay를 어떻게 들었느냐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데,

감정이 목까지 차오르며 울음이 북받친다...

 

한가했던 토요일...

잭슨 브라운의 음악을 듣다가 문득 추억 속에 잠겼다..

 

실다이...

남편과 결혼하기 전 그곳에 잠깐 들렸던 적이 있다.

분위기가 많이 변해져있었다.

주인은 바뀌었고...

운치있게 흐르던 팝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오는 손님들의 분위기도 달라져버렸다..

그리고는 난 그곳엘 한번도 가지 않았다...

 

지금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을까..?

아니면 없어졌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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