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현대 문명 속의 살아있는 원시인...

pumpkinn 2012. 10. 20. 22:16

                                                                                                    <사진 출처: 구글>

 

 

나는 타고난 핸드폰 안티 유저다.

나를 아는 분들은 거의가 다 아시는 사실이다.

현대 문명 속의 살아있는 원시인. 바로 나다.

그리고 불평하신다. 나랑은 정말 전화가 힘들다고..

(아고~ 가게로 하시면 될 것을..왜 꼭 핸폰으로..^^;;)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의아할 정도로 핸드폰이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내 안엔 안티핸펀이라는 피가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선 내가 핸드폰이 싫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 개목걸이다

- 시두때두 없이 울려대는 통에 내 시간이 없다.

- 정작 쓸라고 하면 밧데리가 없다. (습관이 안된 관계로 밧데리 충전을 잊곤한다..)

- 누가 나한테 전화를 해도 잘 못듣는다. 늘 내귀엔 mp3가 꽂혀있다.

- 남편 전화 못 받으면 집에가서 쿠사리다. (핸드폰이 없었음 혼나지 않았을 것을..)

- 굳이 핸드폰으로 급히 연락을 받아야하는 일이 많을만큼 바쁜 사람 아니다.

   (, 회사, 성당. 나의 활동거리다.)

- 회사 일 끝난 후에 일로 전화받는 것 질색이다.

   (일은 일하는 시간에, 나머지는 내시간이라는 개념이 나름 철저하다.)

- 어쩌다 즐거운 만남을 가졌는데, 자꾸만 울려대는 핸펀 소리는 좀 스트레스다.

   언젠가 아는 동생과 만났을 때는 2시간 만남에 자그마치 10번에 가까운 전화가 왔었다.

   아들로부터..-_-;;

   이야기가 자꾸 끊어져 분위기가 깨진다. 좀 꺼놓으면 안될까..?

 

이외도 많지만,

우선은 내가 싫은 이유들이 떠오르는대로 적어봤다.

 

그런 내가 인제 핸드폰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꾸준히(?) 갖고 다니기 시작한지는 한 6개월쯤 됐다.

 

이유는 두 가지..

- 애리와 리예가 엄마랑 연락이 안되면 걱정을 한다..^^;; (애와 엄마가 뒤바뀜)

- 회사 직원들이 속타한다. 급하게 결제 받을 일이 있을 때 연락이 안된다고..

   요즘은 전과는 달리 내가 회사퇴근이 좀 일러지다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내가 가지고 다는 것은 Nextel Radio.

한국에선 무전기라고 부르나..? 어쨌거나...

 

그런데 요즘 이곳 브라질에선 아주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브라질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컴에 익숙하지 않아 안그래도 불편하던 차...

간편하고 재밌는 스마트폰이 대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서로들 좋은 정보를 주고 받으며...

그야말로 스마트 삼매경인 것이다..

 

카톡이 생기면서 그 스마트 삼매경은 절정을 이룬다...

카톡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들, 좋은 글들, 재밌거나 감동적인 동영상들...

그러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너무나도 재밌어하시고 행복해하시는 게다..

 

아줌마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 내가 인터넷을 하며 흥분하고 좋아라하며..

그야말로 열광적으로 미쳤던그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는게다..^^

어린애같이 좋아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재밌는지...^^

카톡에 목숨걸고 매달리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게다...

 

그런데 문제는 함께 이야기를 하자고 모여 앉아서도..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수시로 확인하고 보고 나한테 보여주곤 한다..

사실 난 별로 보고싶지 않은데~

좋은 것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 어찌 모를까...

 

좋은 이야기 좋은 동영상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요즘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 좋은 글들 좋은 동영상이 넘쳐나는...

좋은 정보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닌가...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렇게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나는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인지, 스마트 폰 영상을 보고 싶은게 아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친구가 왔다갔더랬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 폰을 계속 보며 확인을 하고 메세지를 보고 하는 모습..

참 씁쓸했다...

오죽하면 내가 그 친구 신랑 앞에서 왠만하면 밥은 먹고 하지 그러니..?”했다...

아마도 한국에선 익숙한 광경인지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고...-_-;;

 

한국에 여행 갔을 때...

지하철 속에 앉아계신 모든분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경악을 했었다. 그 모습들이 내겐 참으로 쓸쓸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마트 폰을 통해 신문도 읽으시고, 책도 읽으시고, 음악도 들으시고 하시는거겠지만..

왠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외로워보였던게다..

인간적인 따뜻함보다는 기기에 집착하는 모습 같아...

그것이 내게 외로워보이게 했던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내 눈에 그래보였다는 이야기일 뿐...

 

그런데 요즘 이곳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늘 새로운 문화엔 뒷전이라 생각했던 어르신(^^)들이 그 물결에 합류되는 느낌.

얼마나 신나실까?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나랑 카톡하고 싶은데 왜 스마트 폰을 안사느냐고 보는 분들마다 한마디하신다..

그럴때면 시간 많이 뺏겨서 싫어요...”라고 부드럽게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강한 반발이 숨겨져있는 것이다...

 

나의 그런 대답에 스마트 폰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수십가지 늘어놓으신다...

다들 비슷비슷한 이유...^^

 

물론 스마트폰의 유용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편리함을 안겨주는가..?

 

한번은 리예와 통화가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리예가 있는 지점을 애리의 아이폰을 통해 알았다...

지하철에서는 위험하니 아이폰을 절대 못쓰게 했더니...

리예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

우리는 안심했고, 조금 있다 리예가 도착했고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또한 카톡은 얼마나 편리한가..?

그때그때 정보 교환이 되고, 그때그때 필요한 답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외국에 있는 분들과도 무료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포인트다..

그리고 아름다운 글들, 영상들, 재밌는 글들을 함께 공유하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서로들 바쁜 삶 속에 만나지 못하고, 먼거리에 살면서 전과는 달리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것..

또한 아주 좋은 장점이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시간 도둑이기 때문이다.

난 내 시간이 침범당하는 것을 참으로 싫어한다...

내가 전화를 잘 못하는 이유고..또한 내가 이멜을 선호하는 이유다..

 

상대방이 바쁠지 모르는 시간에 전화를 하게되는 것...

나에게는 무척 조심스럽다.. 그래서 전화를 잘 안한다...

필요한 용건은 이멜을 선호한다...

이멜은 본인이 편한 시간에 체크를 하게 되고...

본인이 편한 시간에 답을 보내게 되니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강요성이 없다. 당장 해내야 한다는 의무도 없다..

물론 내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내가 좋은 시간에 하면 되는거고, 상대방도 그것을 알고 있다...

 

직장에 가면 나는 일에 집중한다. 점심시간 때만 빼놓고.

그런데 스마트 폰 때문에...

시시때때로 수많은 분들로부터 좋은 글이니, 재밌는 영상이니 보내져 온다면..

그것은 내게 고마움이라기 보다는 스트레스일게다...

당신은 나 한명에게 보내신다 생각하시지만, 나는 수십명으로부터 같은 메세지를 받는 것..

집중을 흐트리게 되면 다시 집중하기 위해선 시간 소모가 되는 것 또한 내겐 불편함이다..

 

많은 분들이 내게 충고를 해주신다...

요즘처럼 바쁘고 많은 정보가 필요한 시대에 스마트폰은 있어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바로 같은 이유로 나는 스마트폰을 안쓰고 싶다고...

이 넘치고 넘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좀 숨을 쉬고 싶다고 말이다...

 

물론 내가 영원히 스마트 폰을 안쓸지는 모르겠다...

영원히 카톡을 안한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마음과 미래 언젠가 맞게될 상황 속에 내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다 보장할 수도 없다..

 

지난 7월 칠레 여행때 남편이 갤럭시로 찍은 풍광과 내 디카로 찍은 풍광은..

그 분위기부터 달랐다. 선명한 화질과 그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그대로 담겨지는 매력...

그때 살짝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찍고 싶은데...’

 

아마 언젠가 내가 스마트 폰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mp3와 카메라용이 아닐까..?

가끔 GPS도 쓰고...

 

하지만...

카톡용은 아니지 않을까..?.

아예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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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의 Creep...

첫 눈에 반한 사랑...

첫 눈에 반한 음악이었다... 

 

음악 전체에 끈적하게 들러붙어있는 회색빛...

도시의 우울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쓸쓸한 가을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스마트폰에 갇혀버린 현대인들의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음악...

오늘의 곡으로 골랐다...

 

Radiohead의 Cr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