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78] 요한 페터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를 읽고 / 장희창 옮김

pumpkinn 2012. 6. 2. 11:59

 

      

 

요한 페터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를 읽고...

 

'괴테와의 대화'는 제목 그대로 요한 페터 에커만이 괴테를 만나고 함께 하면서 나눈 대화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괴테에게 온전한 존경과 사랑을 바치는 에커만의 순수한 열정과 존경은 마치 내가 에커만이라도 된 듯 바로 그 감동, 그 떨림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며 배움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에커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의 앞길을 밝혀주는 삶의 등불이기를 스스로 자처하는 괴테. 그런 괴테를 온전한 신뢰와 존경과 사랑으로 따라가는 에커만. 그 둘의 관계가 사무치도록 부럽고 아름다워서 잠까지 설쳤다. 이미 당대의 석학이었고 존경하는 괴테를 보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의 초대로 집에  함께 머물며 함께 하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그건 축복이자 삶이 주는 선물이었다. 에커만이 긴장과 두근대며 가슴 벅차 하는 그 장면이 자꾸만 리플레이되어 다가와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내가 에커만이었다.


어린 소녀 율리케에 대한 열정을 달래기 위해 시를 쓰는 70이 넘은 괴테. 그런 괴테의 열정을 사회적 불순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열망과 감동으로 읽어내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에커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료도 친구도 아니면서 그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존경과 사랑과 신뢰가 함께하는 관계. 읽는 페이지마다 가슴이 터질 것은 떨림으로 가득 차 올랐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얇아지는 남아 있는 분량과 반비례로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혼자 실실 대며 웃었던 것은 내가 괴테를 참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왜 그런 엉뚱한 착각을 했을까. 아마도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게 괴테의 이름을 내 이름만큼이나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를 참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괴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내가 그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허걱 하며 놀랄 수밖에. 그 흔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조차 읽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놀라움이자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놀란 또 한 가지는, 그에게 자녀가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가 칸트처럼 독신이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마치 사실처럼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유식이 출장을 떠나면, 무식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차분하게 써 내려간 에커만의 글은 자칫 ‘차분함’이 줄 수 있는 ‘지루함’을 묘하게 비껴간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밖에서 안의 전경을 들여다보듯, 그렇게 객관적이고 차분하면서도 침착하게 차곡차곡 자신과 괴테와의 경험을 적어 내려 간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덩달아 차분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다. 


에커만의 행동을 보며 공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의 지난날의 삶이 나의 그것과 비슷했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나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 등이 많이 닮았기에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면, 나 자신을 읽고 있는 글이나 그 영화에 자연스럽게 동일화시키며 몰입하는 성향이 있기에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위인들을 대하면 공통되게 느껴지는 것. 그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의 명성과 영광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괴테 역시도 자신의 삶을 ‘지루한 삶’이었다며 힘들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던 삶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에 온전히 임하며 열정을 쏟고,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적들로부터의 모든 비판과 비난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자신을 몰입시키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괴테는 주관적인 시대의 흐름을 떠나 객관적인 자세로 자신의 길을 가면서 묵묵히 한결같은 열정과 끈기로 그 외로운 길을 고수했다. 바로 나의 길을 가는 것이 다른 이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괴테의 삶을 통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삶 자체가 뭉클한 감동이다. 이럴 때면, ‘뭉클하다’ 또는 ’ 감동이다’라는 식상한 표현밖에 할 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괴테는 절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사진으로 보는 그의 분위기도 남성적이긴 하지만, 에커만을 통해 듣는 괴테는 내가 성서 공부를 하며 가장 완벽한 남성상이라고 느꼈던 구약의 요셉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그보다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괴테라고 할까. 책을 읽는 동안 점점 괴테에게 매료되며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의 지적이며 품위있는 매력에 빠져들지 않음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와 함께 에커만의 매력에도 허우적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년 에커만의 모습은 청년 괴테의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올곧고 바르면서도 사려 깊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성품이 참으로 닮은 꼴이다. 정석을 추구하고 가장 최선의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면서도 겸손과 당당함이 아름다운 조화로 이루어지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두 남성. 치명적인 매력 아닌가.

“자네의 그런 성향은 물론 사교적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타고난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양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밖에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일세.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그리하여 마침내 누구와 부딪쳐도 당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자네도 그렇게 해보게, 
자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질이 있어. 그런데 이번 일에는 틀렸군. 하여간 자네는 넓은 사회로 들어가야 해. 물론 자네가 바라는 대로 처신하면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맞는 사람들과 깊은 교류를 원하는 에커만에게 괴테가 해주는 부드러운 조언은 바로 에커만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나에게도 감사한 조언이었다. 불편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한 자리에 있는 것조차 거북해하고 싫어하는 나. 괴테의 그 진심 어린 따끔한 충고는 내 가슴에 울림과 함께 깊이깊이 파고들었다.

 

 



괴테와 에커만의 대화 속에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렸다. 그들과 직접적인 친분을 교류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괴테가 에커만에게 해주었던 ‘관계’에 대한 충고가 다시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막연히 이름만 알고 있던 ‘실러’에 대한 이야기도 참으로 흥미로웠지만 바이런경에 관한 이야기는 회기심을 자극시켰다. 바이런이 우울하고 부정적이지만 않았으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시인이라고 칭송하면서 그토록 안타까워하는 괴테를 보며 ‘그 잘생긴 시인이 대체 어땠길래’하는 궁금증이 이는 게다. 고등학교 때 바이런에 대해 배우면서 "이렇게 잘생긴 시인도 있나?" 그의 뛰어난 외모에 놀랬던 기억이 있다. 물론 문학가들이 다들 못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나, 그 귀족적이고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놀랬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너무나도 고귀한 신분에 탁월한 외모와 재능까지 물려받은 바이런 경이지만 시대가 맞지 않았던 걸까. 괴테의 말대로 그가 그토록 고귀한 신분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순수한 시인으로서의 삶은 더욱 빛을 발했을지도 모른다. 그와 함께 꼬리를 물고 줄줄이 사탕처럼 올라오는 의문들. 

 

"대체 바이런은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괴테의 입에서 ‘몰리에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들떠서 완전 난리 부르스였다. 얼마나 반갑고 또 반가웠는지. 마치 오랜 연인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 듯 그렇게 가슴 터질듯한 기쁨에 휩싸였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 때 고전 문학에 대해 배우면서 몰리에르를 알게 되었다. 그가 얼마나 삶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무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몰리에르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무대에서 연극을 하다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에 나는 완전 흥분했고 그에게 무작정 빠져버렸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내 수첩에 오려 붙이고 다니며 좋아라 했다. 괴테의 입에서 '몰리에르'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몇 백 년 전의 그를 그렇게 혼자 흠모했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도 좋았을까. 

 

내가 한국을 떠날 때  미대 지망생이었던 친구가 선물로 그려준 데생의 주인공도 바로 몰리에르였다. 그렇게 몰리에르를 입에 달고 다닌 나였는데, 존경해마지 않는 괴테가 몰리에르를 극찬하다니. 그야말로 나는 흥분하다 못해 거의 광란의 난리 부르스 수준이었다.


이렇듯,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며 내가 누렸던 호사는 바로 그저 벽지의 무늬처럼 겨우 이름만 듣고 알던 시인들이나 작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추구했던 이상과 꿈을 엿보는 것은 그야말로 생각지 않게 따라온 보너스였다. 그렇게 그들의 삶이 더욱 궁금해지고, 그들의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지는 호기심이 자극되어, 결국 그것은 나를 또 다른 배움의 길로 인도해주고 이끌어주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자극이 되었다.

 


나는 책을 열린 마음으로 읽는 편이고, 설사 재미없거나 지루하더라도 무언가 내게 배움을 안겨줄 책이라는 믿음 아래 늘 그 안에서 깨달음을 발견하려는 마음으로 읽는 스타일이다. 그런 나기에 쉽게 동화되고 쉽게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성향을 지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괴테와의 대화>처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나와 내가 함께 하는 이들, 내 삶,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 꿈, 관계 그 모든 것이 넘어가는 페이지마다 떠오르며 깊이 사색하게 했던 책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과 경외심이 느껴지는 사랑으로 괴테를 대하는 에커만. 총명하고 겸손하면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청년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며 그의 재능을 꿰뚫어 알고, 그에게 가장 최선의 것이 무엇인지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괴테가 스스로 고백하듯 그런 후회스러운 순간을 만들지 않도록 에커만이 지혜롭게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충고와 배려로 이끌어주는 괴테. 정말이지, 괴테와 에커만의 관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을 만큼 부러움이었고, 설렘이었고 바람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서프라이즈로 가득하다. 그렇게 지난 몇 년을 오로지 괴테만을 생각하고 괴테만을 읽으며, 앉으나 서나 괴테 생각이던 에커만. 괴테를 만나고 싶은 절절한 욕망에 결국 용기를 내어 그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에도 괴테와 자신의 관계가 이토록 깊고 친 말한 관계로 이어질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괴테의 삶 속에 그리 깊이 참여하게 될지 감히 상상 속에서도 그려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게 되지만, 과연 이렇게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고 배움을 주고받으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관계를 과연 얼마나 맺을 수 있는가. 괴테와 에커만은 서로에게 삶이 안겨준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는 이별을 하고 상실에 대한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괴테의 죽음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며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에커만. 그렇게도 존경하고 사랑했던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에커만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깊은 슬픔과 상실의 고통이 어떻게 위로될 수 있을까. 그의 눈물 앞에 나도 그저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괴테와의 대화에서 만난 괴테는 이름이 주는 진지하고 엄한 분위기와는 달리 열린 마인드를 가졌고,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즐기며, 관계를 소중히 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파울로 코엘료를 꼬집고 비꼬며 표현했던 그런 질투에 몸살을 앓는 작가들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활달하고 정감 넘치며 배려있고 따뜻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런 멋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런 거장과 함께 했던 요한 페터 에커만이 느꼈을 기쁨이란. 


괴테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화가나 조각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가 작품을 창작해내고 있는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느낀다는 사실에 그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예술을 사랑하는지, 마치 나도 괴테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그는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동기 부여를 해주고 진심으로 그들의 성장을 바라고 도와준다. 그 마음은 그냥 ‘마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그들 자신 안에 있는 재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슬픔에 젖어있는 18세 청년에게 주노상을 보여주며 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어 했던 괴테. 그는 그런 마음으로 함께하는 멘토였다.


세계의 획을 긋는 굵직한 역사의 현장이 괴테의 살아생전 일어났다. 그것을 실제로 보고 겪고 느끼는 것은, 후세에 누군가가 글로 읽고 느낀 그것과는 다른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괴테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놀라운 것은,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위대한 철학자나 거장들이 괴테와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 그래서 서로 알고 지냈다는 사실이 내겐 또 다른 흥분이었다. 나폴레옹과 같은 시대에 살았고, 더불어 예나 대학에 입성하는 말을 탄 나폴레옹을 보며 ‘절대정신 울 보았다’며 감탄했던 헤겔과 쇼펜하우어도 같은 시대에 살았던 괴테. 자신들이 속한 분야에 굵직한 획을 그은 이들이 그렇게 한 시대에 살았고 같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실험실로 걸어 들어간 괴테

 

 

괴테에게 배우고 싶은 여러가지 성품 중에 가장 존경스러운 부분은 객관적인 태도였다. 괴테 자신을 비판하거나 헐뜯는 이들조차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원형이다. 괴테가 그렇게 존경받는 이유는 단순히 문학의 거장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성품이 함께 따라주었기 때문었이 아니었을까.


괴테는 참 행복한 가장이었던 듯싶다. 명석하고 똑똑한 아들, 그리고 명랑하고 귀엽고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며느리. 에커만의 글 중에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간간이 다가와 시아버지인 괴테의 팔짱을 끼고 볼에 키스를 하는 며느리를 묘사한 장면은 얼마나 사랑이 가득 넘치는지.


마리엔바트에서 괴테가 외모도 영혼도 아름다운 19세 소녀 울리케 폰 레벷초프에 보낸 열정과 사랑. 괴테는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열정과 사랑을 느끼며 그것을 시로 쏟아내고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 나이에도 그런 감성이 살아있다니. 물론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나이에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그런 소문을 믿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육체적인 건강함뿐만 아니라 정신의 생산력과 영혼의 원기 발랄함에 완전히 상응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P77)


이렇듯 에커만의 눈에 비치는 괴테는 열정이 살아있는 건장한 육체와 영혼을 가진 괴테였기에, 괴테의 노년의 사랑은 에커만에게는 괴테의 자연스러운 감성의 표현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기 전 내가 아는 괴테는 오로지 ‘세기의 문호’ 괴테였다. 하지만 <괴테와의 대화>에서 만난 괴테는 문학사의 거장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였고 과학자였으며, 사교술이 좋은 외교관이면서 철학자였던 괴테였다. 그중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괴테는 바로 '인간 괴테'였다. 너무 고고해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괴테가 아닌 일상 속에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는 따뜻한 품성을 가진 인간 괴테.

 

 

 


<괴테와의 대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그 느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두 초서에 옮겼다. 마지막으로 괴테에게 감사한 것은, 그를 통해 삶을 더욱 섬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술엔 문외한이던 내가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감사하다. 미술관까지 쫓아가서 괴테가 미술작품들을 보며 느꼈던 그 느낌을 나도 느껴보려고 시도해 봄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맛 본 경험은 또 얼마나 즐거웠는지.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은 나에게는 소중한 배움이었다. 그리고 그의 끝없는 학문과 배움으로의 열정, 삶에 대한 중용의 자세. 자신에 대한 비판에 연연하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감으로 남들에게도 그들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괴테의 삶에 임하는 자세. 그 모든 것이 바로 ‘괴테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배우고 깨달은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겨우 이 몇 줄로 내가 느낀 그 깊고도 깊은 감동과 배움과 느낌을 다 말했다고 할 수 있겠나. 그토록 훌륭하고 멋진 한 인간을 에커만의 눈을 통해 책으로라도 만나고 느낄 수 있었음에 그저 벅찬 감동과 감사가 함께 할 뿐이다. (해야 할 말을 다 못한 것 같은 느낌에 글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참으로 나의 초라한 표현력에 화가 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마지막으로),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던 그 시대에 괴테와 나눈 이야기를 그렇게 모두 기억하고 일기로 적어 두었던 에커만. 그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사를 표한다. 그의 뛰어난 기억력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들이 나눈 대화를 읽으며 그들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축복은 아예 주어지지도 않았을 터다.
꼭 그리 머지않은 언젠가 나는 바이마르에 갈 것이다. 그래서 괴테 하우스 앞에서 그의 책을 읽는 행복을 직접 누려볼 것이다. 나는 괴테 앞에서 어떤 느낌일지. 에커만이 느꼈던 그 느낌을 나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괴테와의 대화를 읽다가 - 초서

 

괴테와의 대화 I

 

 

P18 동물들은 그들의 기관을 통해 배운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가 아주 우연하게 행한 일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더욱 높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이라고.


                                                                                 

P27 나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을 접할 때마다 깊이 감명을 받아 나도 그런 것을 생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하는데, 그 점은 테오도르 쾨르너의 시집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웃음이 났다. ‘나도 그런데..’ 하면서..^^ 그가 태오도르 쾨르너의 시집을 읽으며 느꼈듯이, 나도 한 비야언니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으며 나도 그렇게 편안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터치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암튼.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을 접할 때마다 깊이 감명을 받고 그냥 그것을 감동으로 흘러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 에커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서 웃음이 났더랬다. 참 닮아서.. ^^


 

P31 [파우스트]를 처음 접하고는 인간의 본성과 그 타락의 깊은 심연 앞에서 몸서리를 치며 뒷걸음질 쳤으나, 차차 그 의미심장하고 수수께끼 같은 본질에 이끌려 휴일마다 읽기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다. 경탄과 애정이 날마나 자라났고, 일 년 내내 그의 작품에 빠져 있었으며, 괴테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에서 에릭 부스가 햄릿에 푹 빠져 앉으나 서나 오로지 햄릿만을 생각하며 햄릿에 빠져 살았다는 대목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괴테에게 그렇게 푹 빠져 괴테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에커만..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빠지면 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온전히 그와 함께 생활을 한다. 어쩜 그런 것이 열정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P30 우리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실로 다양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점 중의 하나는 우리가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P33 결국 1817년 이른 봄 나는 다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시도해 보느 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잠시나마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아보았다는 사실이 결코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녹록치 않은 삶을 내 손으로 이끌어가야 하기에 그 배움의 과정을 중단해야 하는 것도 참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래서 요한 에커만의 이야기가 그렇게 글자 하나하나가 생명을 얻어 살아서 내 안에 들어오는건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대한 감사와 삶 속에 느끼는 열정, 그리고 스승에 대한 존경 그런 모든 것들이 참 닮았다. 마치 그의 눈으로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을 접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마치 시뮬레이션을 보는 듯한 그런 착각마저 들었으니, 그의 글들이 느낌들이 내게 얼마나 실감나게 다가왔는지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P39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또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던 것을 이루겠다는 망상과 함께 대학에 들어간 후 나는 바로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게다가 이 학문이 나의 적성에 아예 만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 머릿속이 다른 계획이나 시도로 가득 차 있지만 않았더라면 기꺼이 그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나는 불행하게도 마음속으로 다른 애인을 남몰래 품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청한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온갖 트집을 잡는 처녀와도 같은 처지였다.

 

>> 하하하~ 문학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열정을 가졌으면서도 법률 공부를 하며 집중하지 못하고마음이 딴 곳에 가있는 자신을 두고 한 비유가 너무나도 적절하여 읽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하하하하~ ^^


 

P40 실제로 응용하지 않고 계속 지식을 쌓기만 하는 것은 나의 성격과 인생행로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으므로, 작품을 몇 개 쓰며 자유의 몸이 되었다가 다시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 참 멋진 친구다. 여기선 살짝 나랑 달랐다. 나는 응용하기 보다는 그저 내가 배우고 좋아하고 즐기는 것으로만 만족을 하고, 또한 그것을 가지고 꼭 무엇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조차 싫어하는 반면, 에커만은 실제로 삶 안에서 응용하지 않고 계속 지식만 쌓기만 하는 것은 그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행동이 따라주었고, 결국 괴테까지 만나 그렇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깊은 전율이 함께 하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P41 괴테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시인들 중에서 내가 진정으로 신뢰하는 인도의 별로서 날마다 우러러보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나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며 조화를 이루었고, 나를 언제나 더 높은 사상으로 고양시켰다. 나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는 대상들을 다루는 그의 고귀한 예술의 근본을 더욱더 탐구하고 모범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그러므로 그를 향한 나의 사랑과 존경심은 거의 열정이라 할만했다.

 

>> 읽으면서 뭉클했다. 코가 찡했다. 에커만의 괴테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느껴져서. 그가 괴테를 향한 존경과 사랑은 내가 선생님을 향한 존경과 사랑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의 사고방식은 내가 추구하는 삶과 닮았고, 또한 나를 좀 더 높은 이상으로 고양시키셨고, 나는 아주 더디고 느리지만 그와 함께 성장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씀은 내가 속한 곳에서의 관계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람이 먼저란 말씀은 어떤 목표나 규율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했고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었고, 무엇이 더 우선이고 중요한지를 내 삶 안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니 내 안에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에커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P42 이제 내 마음속에는 단 한 번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그를 가까이에서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충동이 불타올랐다. 그리하여 나는 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5월 말경 길을 떠났고 걸어서 괴팅겐과 베라탈 골짜기를 지나 바이마르로 향했다. 도중에 극심한 더위로 힘든 고비르 수없이 넘어야 했지만 마음속으로 이제 내가 훌륭한 분의 특별한 인도를 받고 있으며, 이번 여행길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예감을 거듭 되새기면서 위안을 삼았다.

 

>> 에커만의 간절한 열망. 자신이 그렇게 존경하디 존경하는 그분을 잠깐이라도, 찰라적인 순간이라고 만나고 싶은 그 절망적인 열망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내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리고 에커만이 그 극심한 더위 속에서도 내내 설렘으로 임했을 여정에 나도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설레임, 두근거림, 기쁨, 행복, 그리고 어쩜 함께 했을지도 모르는 약간의 두려움..


 

P43 나는 며칠 전 이곳에 도착하여 오늘 처음으로 괴테를 방문했다. 그의 환대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으며, 그의 인품에서 받은 인상은 이날을 내 생애의 가장 행복했던 날로 손꼽게 해주었다.

 

>> 에커만의 느낌이 어땠을지.. ^^ 아마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아녔을까..? ^^ 이 이름도 없고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젊은 청년을 이렇게 기꺼운 마음으로 환대하며 맞아주는 괴테. 살아있는 당시 세기의 거장으로 일컬어졌고 칭송받은 그의 이러한 따뜻한 인품은 괴테를 더 빛나게 했던 것 같다.

 

가만히 보니 나는 괴테라는 이름을 귀가 따갑게 들어봤단 이유로 그를 참 잘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의 이름 빼고는 알고 있는 것이 없어 의아스러웠다. 그가 결혼을 해서 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자도 있었다는 사실이 내겐 얼마나 의아스러웠는지. 왜 나는 그가 칸트처럼 당연하게 가족이 없이 혼자 살았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우리는 착각 속에 산다. 단지 이름을 수없이 들었다는 이유로 이런 화려한 착각을 하다니.


 

P44 그가 입구에 있는 방의 문을 열자 그 문지방에 ‘SALVE’라는 다정한 환영을 뜻하는 글이 씌어 있었고

 

>> ‘어서오십시오라는 뜻의 라틴어 인사말. 이라는 설명이 밑에 붙어있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평소 알고 있는대로구원하소서라는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스페니쉬로는 구원하소서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괴테가 신앙 깊은 크리스쳔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혹시, 어쩜 선생님 블로그에 ‘SALVE’ 이미지를 넣으신 것이 이런 의미셨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괴테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니 함께하고픈 마음도 살짝 작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도..해보게 되고...

암튼. 에커만이 상세하고도 섬세하게 묘사해놓은 괴테의 집 분위기에 마치 내가 그 안을 구경하고 다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P44 오래지 않아 괴테가 왔다 푸른 외투를 걸치고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당당한 풍채였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기 때문에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나는 바로 눈앞에서 그를 보고, 바로 그와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행복해서 제대로 말문을 열 수도 없었다.

 

>> 이렇게 좋아서 눈을 반짝거리며 행복해서 어쩔줄 모르는 젊은 청년 에커만이 괴테 눈엔 얼마나 사랑스러워보였을까..? ^^ 우리도 나를 그렇게 선망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쳐다보면 그저 사랑스럽고 이쁘고 안아주고 싶지 않던가..(물론 자주 있는 경험은 아니지만..^^;;)

에커만이 묘사한 괴테를 보면 그가 얼마나 기품있고 멋지고 또한 따뜻하고 열린 마인드를 가진 작가인지   


 

P47~49 ‘1823 6 11일 수요일을 읽고...

 

>> 이 느낌..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당신의 글을 읽고 봐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의 느낌. ‘감히 내가..’라는 조심스러움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벅찬 감동이 더 크게 나를 감싸오기 때문에 그저 들뜨고 행복한 느낌이 앞선다는 것. 단지 나의 문제는 글 안에 푹 빠져 있기 때문에, 글 밖으로 나와 객관적인 의견을 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게 부탁하신 분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드리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조금 무겁긴 하다. 그 무거운 마음은 내가 솔직한 느낌을 말하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분은 내게 이런 좋은 말보다는 솔직하고 예리한 피드백을 듣고 싶으셨을 터. 내가 그분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함에서 오는 무거움인 것.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나에겐 솔직한 느낌이었음을 어쩌겠는가..?

 

괴테가 요한 에커만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때 요한의 느낌이 어땠을지, 너무나도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거장으로부터의 직접적인 부탁과 신뢰. 얼마나 스스로 뿌듯했을까..? 인정받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작품 생활에 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얼만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을까..? 내 가슴이 다 떨려져왔다.


 

P55 나는 오십여 년 동안 여기에 살았지만 내가 안 가본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언제나 바이마르로 기꺼이 돌아오곤 했어.”

 

>> 나는 바이마르를 모르지만, 왠지 내게도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곳이 되었다. ‘독일하면 바이마르드레스덴이 떠오를 정도니.. 괴테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바이마르.. 독일에 가면 꼭 바이마르에 가보리라...


 

P55 나는 다시 괴테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그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나의 영혼이 송두리째 그에게 바쳐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직 당신만을 소유하고 소유할 수만 있다면 다른 그 모든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거듭해서 말했다. 나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가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따르겠다고.

 

>> .. 아름다운 에커만.. 나의 영혼이 송두리째 그(괴테)에게 바쳐지는 느낌. 나는 오직 당신만을 소유하고 소유할 수만 있다면 다른 그 모든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에커만.. 그의 순수한 열정적인 존경과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이 문장으로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나의 영혼을 풍성하게 해주고 나의 삶의 스승이 되는 그 분이 내게 권하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며 오직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자유를 가진 그가 부러웠다. 에커만의 떨림이 나의 떨림이 되어 그렇게 두근거렸고, 설레었고, 감당이 안되었다. 그토록 존경하는 그 분 곁에서 함께 하며 그분의 삶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기회가 주어졌음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놀라움...

이런 순수한 열정과 맑은 영혼을 가진 에커만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P56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나도 그런식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고 있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단 하나의 커다란 전체를 정리하고 완성하는 데 필요한 긴장과 정신력의 소모를 생각해 보게. 게다가 그것을 막힘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적절하게 표현하자면 또 얼마만한 정력과 방해 전체를 잘못 파악하면 모든 노고는 허사가 되고 말지. 더 나아가서 그처럼 규모가 큰 대상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부분에서 그 소재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결함투성이가 되고 마네. 그러면 비난을 받게 되겠지. 그리하여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시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많은 노력과 희생에 대한 보상과 기쁨이 아니라 불쾌함과 정력의 쇠퇴일 뿐이네. 반면에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네.

 

>> 나는 시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지만, 괴테의 말이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다행히도 나는 거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고, 단지 기록 차원에서 나의 일상을. 느낌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그러다보니 조금 욕심이 생겼음은 사실이다. 좀 더 풍요로운 느낌과 표현으로 좀 더 좋은 글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 그러기에 괴테의 현재의 느낌에 충실하며 신선한 기분으로 다루라는 조언은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나의 글들이 생명력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더 감사할 일이 또 있을까..


 

P58물론, 그랬지,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 노인들의 말을 잘 듣고 행동에 옮기기라도 하던가? 모두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었다고 또 그 때문에 오랫동안 방황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방황할 시간이 없네. 그건 우리들 노인들의 몫이었지. 젊은 사람들이 다시 같은 길을 가고자 한다면 우리의 노력과 방황이 무슨 의미가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지! 우리 앞에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노인들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네. 그러나 우리의 뒤를 이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자에게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가 있다네 그는 다시 방황하거나 모색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충고를 유용하게 받아들이면서 즉시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하지. 그러나 언젠가 목표로 데려갈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네. 모든 발걸음이 바로 목표가 되고 또 발걸음 그 자체로 간주되어야 하는 걸세.


 

P59 이미 말했다시피 당분간은 작은 작품들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모두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그러면 대개 그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날이 기쁨을 느낄 거야. 그러고는 그것을 우선 포켓판 책자라든지 잡지에 게재하게. 그러나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

 

>>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자신의 뜻에 따르라는 괴테의 말은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충실한 조언이 아닐까..? 진정 에커만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의 재능이 엉뚱하게 분산되어지며 묵혀질지도 모르는 오류를 범할까봐 염려하는 괴테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P59 세상은 너무나 넓고 풍부하며 인생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시를 쓸 계기가 모자라는 일은 결코 없어, 하지만 모든 시는 어떤 계기에서 쓰여야 하네, 말하자면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거지. 그 때마다의 특수한 경우가 보편적이고 시적이 되는 것은 시인의 손길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네. 이런 의미에서 나의 모든 시는 그 어떤 일을 계기로 쓰였으며, 그 모두가 현실에서 자극을 받고 현실에 그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 그러므로 나는 허공에서 지어낸 시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네.

 

>>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당당하고 흔들림 없는 괴테.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P59 현실에서는 시적인 흥미를 찾을 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왜냐하면 일상적인 대상으로 흥미 있는 면을 발견해 낼 정도로 정신의 활동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바로 그 점에서 시인의 가치가 드러나니까 말이지. 현실은 모티프와 표현해야 할 대상과 고유한 알맹이을 제공할 뿐이며, 그로부터 아름답고 생기 있는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인의 몫이라네.

 

>> 절대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현실에서 시적인 흥미를 찾지 못하고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공감을 이뤄낼 것인가..? 오로지 상상력을 동원한 공감..? 아마 한계적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한 사람이 사랑의 노래를 이해하고,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상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듯이, 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 일상 속에 묻혀사는 우리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주제는 바로 일상이요 현실아니겠는가..? 왜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그 시대 사람들이 터부시하고 다른 주제를 찾아 헤맸다는 것이 내겐 오히려 의아스러웠다.


 

P60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바로 이것이 장점이라네. 자신이 잘 알고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대상들만 선택하면 되고 또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네. 그러나 대작일 경우에는 그럴 수가 없어. 빠져나갈 길이 없는 데다가, 전체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 그리고 계획 속에 짜여 있는 모든 것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그것도 사실에 꼭 맞게 말이야. 하지만 젊을 때는 사물에 대한 지식이 일면적인데 대작은 다면성을 요구하고 있지.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 대작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괴테의 주장은 너무나도 단호하고 간단하고 명료하다. 결국 대작을 쓰고 싶은 이유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자신이 별이 되고 싶은 마음 인 것. 그러다가 앞 뒤 귀결이 안 맞고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고갈되고 지치고 그와 함께 다가오는 것은 영광과 명예가 아니라 비난과 실망뿐..


 

P60 전체에 있어서 무언가가 모자란다면 개개의 부분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할지라도 결함이 있는 것이니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네. 그러나 자네가 잘 해낼 수 있는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표현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거야.

특히 내가 경고하는 바는 자기 멋대로 커다란 걸 꾸며내지 말라는 것이네.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억지로 나타내려고 하네. 젊은 시절에 성숙한 생각에 도달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도 말일세.

 

P61 반면에 이미 주어져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며 더욱 쉬워진다네, 그 경우에는 사실들과 인물들이 주어지므로 시인은 그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기만 하면 되지. 또한 시인은 자기의 것을 덧붙일 필요도 거의 없으니 자신의 충실성도 유지할 수가 있네, 게다가 마무리만 지으면 되니까 시간과 정력의 손실도 훨씬 적겠지, 아니,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라고 권하고 싶네. [이피게네이아]는 그렇게 자주 쓰였지만 그 모두가 서로 다르지 않은가. 왜냐하면 사물을 보는 방식과 표현 방식이 각자 다르며, 제각각 자기 식으로 하니까 말일세.


 

P62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나는 한마디 한마디 그의 말의 진실성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마다 발길은 더욱 가벼워졌고 행복감도 더해 갔다. 여태까지는 분명히 몰랐지만 여러 가지 커다란 계획들이 나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 늘 겸손한 자세로 온전히 귀를 기울이며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곧바로 적용하는 에커만.. 그래서 그가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P62 이번 겨울 동안 그의 곁에 머물면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가 그 어떤 중요한 것을 특별히 말하지 않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사귀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게 되리라. 그의 인품을 접하고, 그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교양이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 때조차도 말이다.

 

>> 나는 이런 에커만이 넘 좋은거다. 그의 순수한 열정, 감동, 경외심마저 느껴지는 존경심.. 내가 누군가를 존경하고 신뢰할 때 딱 이모습이다. 그의 인품을 접하고 그냥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교양이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처럼 아무말 하고 있지 않을 떄 조차고, 그저 그와 함께 한 순간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이 느껴지고 스스로 격이 높아지는 느낌.. 에커만의 이 느낌 부분을 읽으면서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쩜 이리도 나랑 똑같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사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잠이 들었더랬는데, 나는 에커만의 두근거림과 설렘이 그대로 전해져와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했다. 마치 내가 괴테를 만난 듯. 그런 경외심마저 들었고...


 

P67 괴테가 다시 말했다. “자네 말이 옳아. 나쁜 작품이라도 극장을 나와버리지 않고 참으면서 듣고 볼 필요가 있어. 그러면 잘못된 점에 대해 온몸 가득 증오심을 가지게 되고, 그럼으로써 좋은 작품을 더 잘 알아보게 되는 게지. 하지만 읽는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아.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던져버리고 말지. 그러나 극장에서는 참아야 하는 걸세.”

 

>> 하하하하~ 맞다~!! 책은 집어 던져버리면 되지만, 극장에서는 참아야 되지..^^


 

P68 그리고 나서 화제는 내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괴테의 간절한 충고는 특히 바이런 경 때문이었는데, 그러한 걸출한 인물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보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 선생들을 만나보았지만 정말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젊은 영국인들에게 배우는 게 나을 거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 바이런경의 책을 읽게 하기 위해 헤커만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고 그 뒷배려까지 아끼지 않는 괴테. 대체 괴테의 정성이란. 그저 놀라울 뿐이다.


 

P70 그러자 괴테가 말했다. “슈바르트는 이따금 너무 깊이 들어가곤 하지. 하지만 그는 아주 유능한 사람일세, 그의 말은 모두 의미심장한 데가 있네.”

 

>> 자신에게 좋지 않은 비평을 한 사람에게도 괴테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개인적인 감정을 섞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그러기에 그는 대가를 넘어선 거장이 되었으며, 그토록 존경 받는 인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타고난 성품에 노력하고 배우는 그의 타고난 성향이 그를 더 큰 괴테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큰 그릇은 다르다.


 

P71사람들은 고대 독일 건축술의 작품들을 대하면 그것들이 특별한 상태에서 건축술의 작품들을 대하면 그것들이 특별한 상태에서 갑자기 꽃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네. 그러니 그러한 꽃을 눈앞에서 마주치게 되면 망연자실할 수밖에. 하지만 식물의 비밀스런 내면의 삶이라든지 미묘한 힘들의 움직임과 함께 꽃이 점차 피어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대하게 되지. 자신이 보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니 말일세. 이번 겨울 동안 자네가 이 중요한 분야에서 약간의 통찰력을 가지도록 도와줄 생각이야. 그래야만 자네가 내년 여름 라인 강변으로 가서 슈트라스부르크 사원이나 쾰른 사원을 방문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나는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 이 부분을 읽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괴테가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는건지.. 아니면 에커만이 운이 좋은 건지.. 모든 분야에 걸쳐 젊은 에커만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보고 느낄 줄 아는 안목을 갖게 하기 위해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는 괴테. 아마도 에커만은 지난 세월 그렇게 부족한 환경 속에서 배움에 대한 열망 속에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문학의 거장 괴테로부터 모든 배려와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스스로 길잡이가 되어주기기를 자처하며 자신의 삶의 스승으로 두게 되리라 감히 꿈엔들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마치 소설 속의 이야기 같다.

누군가 나의 재능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것도 고마울진대, 그 재능을 키워주고 안목을 넓혀주기 위해 여러각도에서 배려를 해주고 계획해주고 내 안의 재능을 끌어내어주고,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늘 투쟁하고 싸워야 했던 내 자신.. 늘 부딪힘에 익숙해서 그럴까.. 에커만의 이런 행운은 내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부러움조차 느껴지지 않는 부러움을 넘어선 꿈 속에서의 이야기


 

P72 황혼 무렵에 나는 반 시간 가량 괴테와 함께 있었다. 그는 책상 앞의 목제 안락의자에 앉아서 너무나도 아늑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는데, 마치 천상의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사람 같았다. 혹은 지난 시절 누렸던 행복이 이제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영혼 앞에 나타나 어른거리자 그 감미로움을 회상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슈타델만은 나를 위하여 괴테 가까이에 의자를 놓아주었다.

 

>> 나도 이런 느낌을 가진 기억이 있다. 이미 여러 번의 초서 속에 언급했던 대학 시절 수업이 없던 어느 한가했던 학교 교정에서의 느낌. 그때의 그 느낌은 바로 어제의 느낌처럼 나에게 생생한 그림으로 살아있다. 아름다운 기억..

 

P73 괴테는 코체부의 좋은 작품 몇 가지를 거론하고, 특히 [클링스베르크 부자]를 강조하면서덧붙여 말했다. “부정할 수 없는 점은 그가 인생을 철저히 탐구하면서 눈을 밝게 뜨고 있었다는 점일세.”

 

>> 괴테는 절대로 패키지로 싸잡아 몰아부치지 않는다. 내가 괴테에게 느끼는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시인이고 극작가든, 그가 잘 하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칭찬하거나 어떤 점이 부족한지에 대한 정당한 주장을 펼치고 또한 긍정적인 면을 끄집어 내며 이해하는 입장에서 말하는 괴테가 너무나도 좋았고 존경스러웠다.


 

P74자네도 보겠지만 그 모든 것이 순간순간 생각나는 대로 갈겨쓴 것이네, 그러니 계획이라든지 예술적인 마무리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 말하자면 양동이로 물을 쏟는 격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계획성이 조금도 없다는 걸 나타내는 데 아주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하하하~ ^^ 나도 양동이로 물을 쏘는 격이라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었다고 초서로 남기려고 하는데 바로 이어진 글에 에커만이 이 비유를 마음에 들어하는 구절이 나와 하하~ 웃음이 터졌다. ^^ 이럴 때는 넘 재밌다. 같은 표현을 보고 같은 순간에 같은 느낌을 가지는 우리 (? ^^)’.. 하하하~ ^^


 

P77 나는 그런 소문 (마리안베트에서 어린 소녀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을 믿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육체적인 건강함뿐만 아니라 정신의 생산력과 영혼의 원기 발랄함에 완전히 상응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이런 괴테도 에커만도 내겐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설레임 가득한 사랑의 감성을 지닌 괴테. 그래서 그 어린 소녀 곁에 있고 싶어했고,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사랑의 시를 써서는 보물 보관하듯 보관하고 있는 괴테. 또한 그런 그를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잣대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건강함뿐만 아니라 정신의 생산력과 영혼의 원기 발랄함에 상응하는 것이라며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건강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인드의 에커만.

 

어쩜 괴테가 에커만을 곁에 두고 싶어했던 것도 젊은이답지 않게 깊고 열린 마인드를 가진 그와 함께 좀 더 깊은 교류를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의 만남은 괴테에게도 에커만에게도 축복이었음이 느껴진다.

 

괴테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은 용모도 마음씨도 사랑스러운 울리케 폰 레베초프는 어떤 아가씨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녀는 괴테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아주 매력적이고 멋진 작가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었을까..? 어쨌든 상관없겠다. 그 멋진 괴테가 그토록 열정을 가지고 노년의 냉가슴을 앓았던 아가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관심이 가지는 아가씨니 말이다..


 

P80나도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하지만 특수한 것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예술 본연의 생명이라네. 보편적인 것에 머무른다면 누구나 우리를 따라할 수가 있어. 하지만 특수한 것은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네. 왜냐고? 다름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특수한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할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모든 특징은 그것이 아무리 고유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편성을 가지며, 돌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표현대상도 마찬가지로 보편성을 가진다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반복되며, 이 세상에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건 없기 때문일세.”

 

>> 온전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고유한 것이라 해도 보편성을 가지며, 또한 모든 것은 반복되며, 이 세상에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건 없다..는 괴테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P81그리고 자네의 시 아래에다가 그것을 쓴 날짜를 언제나 기입해 놓게.” 나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자네의 정신 상태를 기록한 일기가 되는 거야. 사소한 일이 아닐세. 나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와서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네.

 

>> 나 역시도 그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안다. 나는 심지어 책을 읽어도 거기에 내 이름은 물론 꼭 날짜도 기입한다. 내가 언제쯤 그 책을 읽었는지를 안다는 것은 내게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그 시기의 나의 정신 세계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물며 작가들에겐 오죽하겠느가...?


 

P85 나는 괴테가 그 여행에서 온갖 것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포착하고 있느 것이 기쁘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 괴테가 대답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한 것은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지. 음악이 나의 분야가 아니기 때문일세. 누구나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어야만 한다네.”

 

>> 괴테가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겐 좀 의아스러웠다. 그의 예술에 대한 사랑이 그리도 지극한데, 음악이 그의 관심 외 분야였다는 것이 왠지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너무나도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내가 음악가는 아니어도 음악 없이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표현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내가 존경하는 누군가도 함께 좋아하면 괜히 더 기분이 좋고 신나는 그런 느낌. 바로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없음에서 오는 아쉬움.

 

괴테가 음악이 관심 외 분야이듯이 내게는 바로 미술부분이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볼 줄도 모르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그림 한 점 ‘Saudade’라는 그림만이 내게 그렇게 깊이 와닿았을 뿐이다. Pinacotecca 박물관에서 보았던 그 그림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급기야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기억. 참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내겐.

 

암튼. 나에게 있어 미술이나 조각 등 그런 예술 방면은 나는 잘 모른다. 지식도 없고. 그러기에 여행을 가도 박물관엘 가지 않는 것은 내겐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밖에 없는 것.


 

P89이렇게 하시면 안 될까요?”하고 내가 말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마치 그림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거쳐왔던 단계들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눈앞에 완성되어 있는 것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방식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림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네. 왜냐하면 시라는 것도 역시 말로 되어 있는 이상. 말을 덧붙인다면 다른 말이 죽고 마는 걸세.”

괴테의 이 말은 시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자주 부딪치곤 하는 암초를 매우 적절하게 암시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시의 섬세한 내적 생명을 조금도 손상시킴 없이 이러한 암초를 피하고, 말을 사용하여 시의 이해를 돕는다는 게 가능한지의 여부다.

 

P96 그 반면에 가슴속에 품고 있는 시 창작 계획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건 나의 본성에 맞지 않았지. 실러와도 의논하기는 싫었네. 나는 모든 것을 언제나 조용히 가슴속에 간직한 채 완성되기까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어. [헤르만과 도로테아]를 완성시켜 보여주자 실러는 깜짝 놀랐네. 왜냐하면 내가 그 계획과 관련하여 사전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 나 역시 그렇다. 괴테는 작가로서 그렇지만, 나는 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앞으로 계획하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작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끝낸다음에 결과물을 보여주거나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 그것은 상대방을 신뢰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건 내 개인적인 성향이 그럴 뿐이다.


 

P98자네도 보다시피 대단한 열정의 상태에서 태어난 작품이네.”하고 그가 덧붙여 말했다. “내가 거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런 상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네. (마리엔바트의 비가를 두고 하는 말)

 

>> 괴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너무 잘 알기에 고개가 그냥 끄덕거려졌다. 그렇게 온 몸과 영혼까지 불타버릴 열정 속에 또 갇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그것은 그 열정이 가져다 주는 행복과 환희 이상으로 고통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더욱이 이뤄질 수 없는 관계 속의 열정이라면 더더욱..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는 감정의 폭풍.. 다시는 그런 상태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괴테의 말에 나도 함께 마음으로 공감했다..


 

P98 그러자 괴테가 말했다. “그것은 이런 연유네. 말하자면 나는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었네, 그러고는 그 현재를 과장 없이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 것일세.”

 

P102정말 기뻤네. 자네는 상당한 소질이 있어.”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자네에게 말해 두겠네만 만일 다른 곳에서 문학과 관련된 청탁을 받는다면 거부하게. 아니면 최소한 나에게 미리 말해 주게나. 자네는 일단 나와 연을 맺었으니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진다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아.”

 

>> 괴테의 또 다른 한 면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철저한 프로근성, 그리고 분명한 것을 선호하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재능있는 젊은이를 곁에 두고 싶어하는 약간의 욕심. 그런 괴테가 심지어 귀엽게마저 느껴졌다.^^

괴테가 능력이 있다고 칭찬하며, 자신만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에커만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 인정받는 느낌에 희열마저 느꼈을 것 같다. 나 역시 에커만과 똑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나는 오로지 그에게만 머물 것이며, 당분간은 다른 관계를 맺을 생각은 추... 없다고 말이다..


 

P106 (첼터)가 말했다. 나는 시에다 곡을 붙일 때 우선 의미를 파고들면서 상황을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그려본답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 시를 다 외울 때까지 커다란 소리로 읽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계속 반복하고 있노라면 멜로디가 저절로 떠오르지요.”

 

>> 첼터가 시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은, 내게 한 가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나는 내가 너무 좋다고, 그래서 미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시도 이런 방법으로 읽어보지 않았다. 그냥 그 느낌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다른 시로 옮겨가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시를 다 외울 때까지 큰 소리로 읽어보고 다시 계속 반복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 파고들면서 되새기며 읽는 시는 그 의미의 깊이를 느끼는 것은 물론, 느낌 조차도 다를 것은 당연한 것. 나는 왜 한번도 이런 방법으로 시를 대하지 않았을까..? 왜 그냥 시노트에 옮겨 적고 이쁜 그림을 집어넣고 그냥 수집하는 선에서 끝냈을까..? 의아스러웠다.

 

읽으면서 내가 가진 시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헀다. 그리고 새로운 시 노트도 하나 장만해야지 하는 소녀적인 감성에 젖어들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학생 때처럼 옮겨적어야지..

.. 마음이 들뜬다...


 

P110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행운아라고 칭찬한다네. 나 또한 불평을 하거나 나의 인생행로에 대해 질책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나 실제로 보면 그것은 노고와 일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그러니 칠십오 년 평생 동안 단 한 달만이라도 진정으로 즐겁게 보냈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형편이네, 말하자면 끊임없이 돌을 위로 밀어 올리려고 애쓰면서 그 돌을 영원히 굴리고 있는 것과 같았네. 나의 연대기는 나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히 보여주겠지. 안팎으로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주어졌던 걸세.

나의 참다운 행복은 마음속에 시를 떠올리고 창작하는 데에 있었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공직 생활 때문에 얼마나 제한되고 방해를 받았던가! 공적인 활동에서 물러나 고독하게 살 수 있었더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테지. 그러나 내가 [괴츠 폰 베를리힝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어떤 현자가 나에게 한 말은 사실로 드러났네. 즉 누군가가 세상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나면, 세상 사람들은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말이었지.

 

>>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괴테의 고백은 왠지 슬프게 느껴졌다. 물론 그는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거장이 누리지 못했던, 살아 생전에 칭송과 영광과 명예를 누리는 그런 삶 속에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괴테도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삶 뒤에는 이런 씁쓸함과 고뇌가 있었다는 것이 내겐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세상이 그에게 요구한 것을 다해내기 자신이 가진 최선의 능력을 내놓았고, 또한 자신이 세상에 요구하는 것을 온 몸으로 전투적인 자세로 그는 보여주었다. 세상이 그를 외면하고 외로움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을 때도..

그럼에도 괴테는 긍정적이고 밝고 희망적인 품성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난 괴테가 그렇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한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115 마지막으로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시에 넘겨주기로 되어있는. 라우흐가 제작한 괴테의 동상을 오랫동안 감상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그의 공과 업적을 기려 세워지는 동상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는 느낌은 과연 어떨까..? 사람이 한 세상에 태어났음 이 정도 이름은 남겨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건방진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우리는 같은 24시간을 살면서 누구는 이렇듯 이름을 남기고, 누구는 그런 존재가 있었는지조차 의식할 수 없는 흔적도 못 남기고 사라지는 걸까..? 물론 왜그런지에 대한 답이야 명백한 것이지만, 그냥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P116 괴테가 말했다. “자네가 이 비평문을 쓰면서 인도의 사정을 충분히 알게 된 건 잘한 일이야. 결국 우리의 연구로부터 남는 건 실제로 적용되는 것뿐이니까.”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대학에 다니던 때의 경험을 말해 주었다. 교수들의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들뿐이며, 내가 나중에 직접 실행에 옮겨보지 못한 것은 모두 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 그렇다.. 내가 실제로 적용하지 않은 것들은 잊어버린다. 나는 머리로 알고 가슴으로 느껴지만, 행동력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삶 속에 실천하는 성향을 가진 에커만과 나와의 다른 점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에 지금이라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그 안에서 느끼는 짜릿함이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P116 이제 화학과 식물학은 그 전체를 조감할 수 없는 독자적인 학문이 되었네, 그 하나만을 위해서도 전체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니, 의사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는 건 무리지! 그런데도 그런 요구를 한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질 수 없을 걸세. 하나를 하느라고 다른 하나를 단념하고 잊어버리게 될 테니 말일세. 그러므로 현명한 자는 모든 산만한 요구를 거부하면서 하나의 분야에 자신을 제한하고 그 하나 속에서 유능해지는 거네.”

 

>> 괴테의 이 지혜로운 조언은 내게 그대로 호된 호통으로 다가왔다. 너무나도 많은 것에 관심이 많아 안 그래도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나도 아니어서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파악이 힘든 상황 속에 그런 나의 다양한 관심은 그것을 발견 할 수 있는 초점을 더욱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현명한 자는 모든 산만한 요구를 거부하면서 하나의 분야에 자신을 제한하고, 그 하나 속에서 유능해지는거라는 괴테의 말을 가슴에 담고 나의 흥미와 관심이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모아질 수 있도록 나는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P118 우리 현대인들은 참으로 자연스럽고 참으로 소박한 그런 모티프가 지닌 위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또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지식과 개념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것을 만들지는 못한다네, 오성이 너무 앞서기 때문일세. 그러니 이러한 매혹적인 우아함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하겠지.”

 

P119 정신과 드높은 교양이 공통의 재산이 된다면 시인은 마음 놓고 창작을 할 수 있을 테지. 그러면 언제라도 정말 진실하게 말할 수 있으며 가장 훌륭한 것을 말함에 있어서 거리낄 필요가 없어지겠지.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일정한 수준을 지켜야 한다네. 자신의 작품이 여러 유형의 사람들의 손에 넘겨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지. 그러니 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걸세.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간이야말로 놀라운 것이야. 말하자면 시간은 독재자와 같네. 마음대로 변덕을 부리면서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에다가 그때그때의 세기마다 다른 얼굴을 부여하니까 말이야. 고대 그리스인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그렇지가 않네. 또한 세익스피어의 힘찬 동시대 사람들이 마음껏 누렸던 것을 1820년의 영국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네. 그러니 현대에는 가정용 세익스피어 선집이 아주 예민한 독자들의 구미나 맞추어주고 있는 꼴이네.”

 

>> 정신과 드높은 교양이 글을 쓰는 작가와 읽는 이들의 공통재산이 아니기에 그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섞인 괴테의 생각은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협이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시대마다 변하며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시간이란 독재자 앞에서 무력하게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괴테를 이해할 수 있었다.


 

P121 괴테가 말했다. “시의 다양한 형식으로부터 비밀에 찬 커다란 효과가 생겨나는 거네. 만일 나의 [로마 비가]의 내용을 바이런의 [돈 후앙]과 같은 음조와 시구로 옮겨놓는다면, 그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정말 역겨운 것이 되고 말 테지.

 

>> 형식에 있어서 음율과 음조가 주는 차이에 대한 에커만의 의견에 동조하는 괴테의 대답. 나는 외국 시를 원어로 읽어본건 손에 꼽으며 또한 그것을 이해 할 만큼의 깊은 언어 능력도 갖추지 못했기에, 이것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음율과 음조가 시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해서 괴테의 로마 바가의 내용을 바이런의 돈 후앙의 음조와 시고로 옮겨놓으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거라는 자조적인 비평에 공감이 되었다.

 

같은 수준의 비유는 아니지만.. 박완규의 Rain을 한국 말 가사로 불렀을 때의 내가 느꼈던 속상함.. 그 절절한 노래 가사를 한국말로 그렇게 번역할 수 밖에 없었던 건지.. 언어가 주는 차이에서 오는 감동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고 또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느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P123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은 언제나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 자기가 배워서 익힌 일에 힘쓰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직분을 다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네.

 

>> 바로 와우 정신 아니던가..? 내가 이미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재능을 발견하여 그 재능으로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고 그 행복을 삶 속에서 누리는 것. 내 길을 가는 것이 바로 다른 이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라던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렇게 내 자신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모습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P126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불멸이라는 이념에 몰두하는 것은 고상한 신분의 사람들이나 할 일이며, 특히 아무 할 일도 없는 여자들의 일이라네. 그러나 이미 이 세상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이루려고 하면서 날마다 노력하고 투쟁하고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유능한 사람은 내세의 세계는 되는대로 내버려 둔 채 이 현세에서 유용한 일을 찾아 활동하는 법이지. 더군다나 불멸성이라는 관념은 현세에서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 ‘불멸이나 영원에 관한 괴테의 말은 구절구절 그대로 가슴에 치고 들어온다. 내세의 세계는 되는대로 내버려 둔 채 몸을 담고 발을 딛고 서있는 이세상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이루려고 날마다 노력하고 투쟁하고 영향을 미치는 그런 나이고 싶다. 그래서 괴테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진 못해도, 내가 있었던 바로 이 자리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

나는 내가 속해있는 바로 이 지금의 현재에 온전히 임해야 함을 괴테로부터 또 다시 복습을 한다.


 

P127그들은 연극에 임하는 나의 자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네, 또 내가 그런 경우 농담을 하지 않을뿐더러, 약속을 곧이곧대로 지키면서 미친 짓이라도 할 만큼 광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세.”

 

>> 하하하하~ ‘약속을 곧이곧대로 지키면서 미친 짓이라도 할 만큼 광적왠지는 모르지만 괴테하면 베에토벤이 떠올랐던 것이 바로 이런 광적인 열정이 내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아름답다..^^


 

P128 괴테의 아주 세심한 지도로 나는 예술작품의 관찰에 있어서 보다 높은 안목을 얻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해당 계통에 있어서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것만을 보여주면서 예술가의 의도와 그 장점을 분명히 알도록 했는데, 나로 하여금 가장 뛰어난 자들의 생각을 깊이 숙고하면서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괴테가 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미감이라고 부르는 게 형성된다네, 왜냐하면 미감은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가장 뛰어난 것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 그리고 자네가 거기서 확고하게 발판을 굳힌다면 여타의 것들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가지게 되는 셈이지. 또한 자네에게 여러 가지 종류들마다의 가장 뛰어난 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어떠한 종류도 소홀히 보아서는 안 되며, 위대한 재능이 정점에 도달 한 것이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이네.

 

>> 정말 대단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목을 에커만에게 세심하고 섬세한 방법으로 가르쳐주는 괴테. 그럼으로서 미감을 기르게 하고 종류를 떠나 위대한 재능이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라면 종류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괴테의 노력.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섬세한 관찰에서 자신의 글이 나온다고 언급했던 괴테. 결국 문학도 예술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표현하기 위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예술 전체를 깊이 느끼고 알면서 그 감성과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임을 괴테를 통해 배운다..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든든한 스승 괴테.


 

P130 우리가 여기서 거듭 확인하는 바는 자신의 본성과 유사한 대상을 다루는 경우에 위대한 재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야. (…)

순수한 시인에게는 세계에 대한 지식이 타고나면서부터 갖추어져 있으며,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경험이라든지 커다란 경험적 지식은 결코 필요치 않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괴츠 폰 베를리힝겐]을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썼다네.”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십 년이 지난 후 그 묘사의 진실성을 보고는 깜짝 놀랐지 뭔가.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그러한 것을 체험하거나 본 적이 없었네. 그러니 그렇게 다양한 인간의 상태에 대한 지식은 예감에 의해 얻었던 것임에 틀림없겠지.

 

P131개개의 성격 속에는 그 어떤 필연성이라든지 그 어떤 일관성이 놓여 있다네. 그리고 그 때문에 한 성격이 지닌 이러저러한 기본적 특성에 다른 특성들이 부가되어 그 어떤 종류의 제2차적인 특징이 생겨나는 거지. 이것은 경험에 의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지식을 타고날 수도 있는지 어떤지 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아.


 

P132 바이런이 하등 동물의 본성을 성공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개성이 너무나 강렬한 터에 그러한 대상에 애정을 가지고 헌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괴테는 이 말에 수긍하면서 예감이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그 대상이 예술가의 재능과 유사한 한도 내에서만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 즉 예감의 범위가 제한적인가 아니면 광범위한가의 정도에 따라 묘사의 재능 자체도 제한적이 되거나 아니면 광범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 맞다. 공감한다. 자신의 재능과 관심 영역 밖의 것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P133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 [파우스트] 전체에서 단 한 줄도 세계와 인생에 대한 세심한 탐구의 자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이 세상에서의 풍성한 경험도 거치지 않고 바로 선생님에게 주어졌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괴테가 대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 세계를 예감에 의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눈 뜬 장님이었을 것이고 그 어떤 탐구나 경험도 전혀 쓸모 없는 헛된 노력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물론 빛은 존재하고 색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네. 하지만 자신의 눈 속에 빛과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외부세계의 빛과 색채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 자신의 눈 속에 빛과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외부세계의 빛과 색채도 알아보지 못할거라는 괴테의 말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가진 능력만큼, 감성만큼, 지식만큼 느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내가 아는 만큼 느끼는 거라던 여행에 관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P135 매너리즘이란 언제나 완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태도야. 그러나 순수하고 진정으로 위대한 재능은 창작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행복을 누린다네. 로스는 염소와 양들의 모발과 털을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그렸는데, 그 끝없이 세세한 묘사에서 우리는 그가 작업을 하는 동안 너무도 순수한 행복감을 누렸을 뿐, 완성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네.


 

P146 그가 산문에서 이념의 세계로 넘어간 유일한 작품이야.

 

>> 물론 나의 이해능력이 모자라고 객관적 해석이 잘 안되기 때문에 못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건지도 모르지만, ‘산문에서 이념으로 넘어가는이란 괴테의 표현은 내게 너무나도 다른 차원의 표현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이런 전체적인 총괄적인 시선으로 분석이 되어질까.? 하긴..’분석이란 것 자체가 나에겐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느낌의 차원이지 분석의 차원은 아니니까..


 

P146 독일인은 어떤 종류의 진지함, 심정의 위대함, 내면의 그 어떤 충일함을 요구하고 있어. 그 때문에 실러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지.

 

>>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의 성실함, 충실함, 정직함. 그들의 경기는 전혀 독일팀에 관계가 없고 관심도 없는 나를 그들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지게 했으니. 오늘은 독일과 우루과이의 3-4위전이 있는 날. 애리와 리예와 함께 오후에 영화보러 가는 것을 밤으로 미루고 우린 준결승전을 보기로 했다. 독일을 응원하기 위해서. 세모녀의 마음이 똑같아서 안심이다. ^^


 

P147 대체로 대중에게는 작가의 재능이 만들어내는 예술이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 성격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네.

 

>> 공감한다.


 

P147베를린의 고 라인하르트는 내가 다른 일에는 몹시 관대하면서도 결혼에 관해서만은 실로 엄격한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종종 놀라더군.”

 

>> 이제 알겠다. 어떻게 괴테가 그렇게 자상한 아버지며 따뜻하고 자애로운 시아버지인지. 단지 이 책에서는 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없기에 그가 어떤 남편이었는지는 실질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밝음과 명랑함, 사랑가득한 가족 분위기를 볼 때 그는 참으로 배려깊으면서도 존경 받는 남편이었을 것 같단 느낌이 든다. 그런데 왜 부인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되어있지 않았던 걸까..? 먼저 눈을 감았던걸까..? 이렇게 결혼에 관해 엄격한 괴테이니 이혼은 아녔을 것 같고.. 암튼.. 궁금해진다..


 

P148 괴테는 아직 인쇄되지 않은 시의 원고를 가져오게 하여 그것을 낭독해 주었다. 그의 낭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주 독특한 즐거움이었다. 왜냐하면 그 시의 독창적인 힘과 신선함이 나를 몹시 감동시켰을 뿐만 아니라. 낭독을 듣고 있는 동안 내가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괴테의 극히 중요한 면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는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힘에 넘치는가! 그리고 주름으로 가득한 그의 커다란 얼굴의 표정은 얼마나 풍부하고 생기에 넘치는가! 그리고 또 그 눈은!

 

>> 대체 에커만은 무슨 복을 갖고 태어났길래 이런 축복을 누리는건가... 아직 인쇄되지 않은 괴테의 시를 읽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인데.. 괴테가 직접 낭독해주는 이 벅찬 시근은 온전히 에커만을 위해 존재되었고, 그 모든 것을 에커만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누리며 그 꿈 같은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내가 만약 괴테가 그렇게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면 어땠을까..? 후우.. 숨 막히는 장면이다.


 

P150 대체적으로 보아 한 작가의 문제는 그 내면의 충실한 반영일세. 명석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그의 영혼이 명석해야만 하며, 스케일이 큰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스케일이 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

 

>> 그럴 수 밖에~ 아무리 감추고 위장하고 포장하더라도, 글로 나타나는 것을 속일 수는 없는 것. 뜨끔한 지적이다.


 

P151 완전히 같은 두 장의 나뭇잎이 존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듯이 천 명의 인간중에서도 그 신념이나 사고방식이 꼭 일치하는 경우는 단 두 사람도 없겠지. 이 점을 가정한다면 나의 적대자들의 수가 많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만큼 많은 친구나 지지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야. 나의 시대 전체는 나와는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갔네. 왜냐하면 시대가 오로지 주관적인 방향을 모교로 했기 때문일세. 반면에 나는 객관적인 노력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이었고 완전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었던 거야.

 

>> 시대를 고민하고 시대를 거스르며 자신만의 길을 간 괴테. 그의 세계관과 인생관의 깊이와 크기는 도대체 얼마만한 것이었을까..? 오로지 안에 갇혀 있는 나를 보며, 참으로 역사적인 인물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어제 오늘 한 두 번 떠올린 생각은 아니지만..


 

P152 나는 그동안 성공에 대해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서, 태연하게 나의 길을 계속 걸어왔네. 나의 적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말이야.

 

>> 괴테 정신=와우 정신. 성공이 중요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았고, 그의 적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능한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 삶을 살기 위해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 것이다. 그래서 괴테는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게 그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가부다. 성품이 깊은 사람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며 그들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빨려든다.


 

P154 내가(에커만)이 대답했다. “다방면에 흥미를 가지면서 낯선 상태로 곧잘 빠져드는 저의 예민한 성격 때문에, 새로운 인상들을 잔뜩 받아들이는 것만큼 제게 성가시고 유해한 것은 없을 겁니다. (…)

게다가 저는 사람을 사귀면서 대개는 자신의 개인적인 호의나 반감을 드러내며, 또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므로 제 성격에 맞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헌사고 싶지만, 그 밖의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 에커만의 관계에 대한 느낌이 너무나도 나의 성향과 닮아서 참으로 놀라웠다. 고귀한 사람들과의 교제에 대한 말을 언급하는 에커만 갈수록 마음에 든다. 하긴, 어쩜 나도 같은 대답을 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P155 괴테가 대답했다. 자네의 그런 성향은 물론 사교적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타고난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양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밖에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일세.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그리하여 마침내 누구와 부딪쳐도 당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자네도 그렇게 해보게, 자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질이 있어. 그런데 이번 일에는 틀렸군. 하여간 자네는 넓은 사회로 들어가야 해. 물론 자네가 바라는 대로 처신하면 되겠지만.”

 

>> 지금까지 괴테가 에커만에게 해준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 가장 내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부분이었다. 관계에 대한 자세나 성향부분은 나와 에커만은 너무나도 비슷했다. 그러기에 굳이 내가 함께하면서 힘든 부류들의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불편함도 신경쓰는 것도 싫고 안그래도 함께 하며 즐거운 좋은 분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으나, 에커만에게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해준 이 귀한 조언에 나는 그만 ~’ 놀라움 속에 다시한번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님이 느껴졌다.

 

모든 상황으로부터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괴테. 그 깊고 넓은 품성으로 존경받지 않을 수 없는 괴테인 것이다. 그와 함께 70이 넘은 나이에도 사랑의 열정을 느끼는 순수함, 배움에 대한 열정이 그를 더욱 아름다워보이게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당시 그 시절에 태어났음 나는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구속이 많이 주어지는 시대였기에 어쩌면 나도 버지니아 울프처럼 많이 반항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요즘 나를 온전히 둘러싸고 있는 화두이다.

어떤 용기를 어디서부터 어떤식으로 내어야 하는걸까..? 나는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걸까..? 어떤 행동이 지혜로운 행동일까..?


 

P156 나는 이런 좋은 말을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가능한 한 그렇게 하려고 결심했다.

 

>> 나도 에커만처럼 괴테의 좋은 말을 내 가슴에 새겨넣었고 가능한 한 그렇게 하려고 결심했다.


 

P157종교도 예술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모든 인생의 고귀한 영역과 마찬가지의 지위에 있을 뿐이라네. 말하자면 종교는 단순히 소재로서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 인생의 다른 모든 소재와 동등한 권리만을 가지는 것으로서 말일세. 신앙의 유무는 결코 예술 작품의 이해를 좌우하는 기관은 아니야. 오히려 그러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여러 힘이나 능력들이 필요하다네. 사실 예술을 이해하는 기관을 길러주는 것은 예술이라네. 그렇지 않게 되면 예술은 목적을 놓치고 본래의 작용도 하지 않은 채 우리들 곁을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만다네.

 

P158 가라앉긴 하지만 태양은 영원히 동일한 것.

괴테가 아주 명랑하게 말을 이었다. “75세나 되면 이따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들의 정신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존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이라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야. 그것은 지상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코 가라앉지 않고 언제나 계속 빛나고 있는 태양과 같은 것이네.”


 

P160 나는 나의 모든 활동과 행위를 언제나 상징적으로 보아왔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볼 때 내가 단지를 만들든지 접시를 만들든지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네.”

 

>>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온 열정을 다 쏟아 부었기에 그것이 단지를 만들든 접시를 만들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표현하는 괴테. 그의 매력 안에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그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후대사람들에게 온갖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오로지 그의 훌륭한 문학작품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그의 성품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꼭 바이마르에 가서 괴테 박물관과 괴테하우스를 가보고 싶다. ~!! ~!!


 

P161 그러나 괴테의 아주 분명한 소망은 내가 바이마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막 맺어진 관계를 다시 해체시키는 것은 좋지 않으며, 인생의 모든 일은 그것이 제대로 꽃이 피려면 하나의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말까지 거론했다. 아울러 그의 분명한 암시에 의하면, 나를 리머 교수와 함께 선정하여 앞으로 나올 그의 작품의 새로운 판을 발행하는 인물로서 적극적으로 후원할 뿐만 아니라, 만일 괴테 자신이 고령으로 하늘의 부르심을 받게 되는 경우 그 일을 앞서 말한 교수와 함께 전적으로 나에게 일임하겠다는 것이었다.

 

>> 이토록 괴테가 곁에 두고 싶어했던 에커만. 인간 됨됨이도 물론 정직하고 겸손하면서도 열정이 있는 그이기에 괴테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의 재능 또한 뛰어났음이 느껴진다. 리머 교수와 함께 그의 작품의 새로운 판을 발행하는 인물로 적극 후원하고 싶어했고, 고령으로 언젠가 하늘로 가게 될 때 그 모든 일을 일임하겠다고 하는 괴테. 그가 얼마나 에커만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고 신뢰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P163 괴테는 어제 말했다. “이제 자네가 다시 돌아왔으니 나로서는 정말 보람찬 8월이 되겠지.

 

>> 괴테가 에커만을 얼마나 신뢰하고 좋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에커만.. 참 복두 많다..

내가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날아가는 느낌이겠지..?


 

P164 세세하게 묘사된 릴리의 존재가 발산하는 매력은 모든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적합했다. 바로 그러한 매력이 사랑에 빠진 남자. 즉 괴테 자신을 꼼짝 못하게 했고, 그리하여 반복적인 도주라는 방식으로서만 자신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사랑에 빠진 남자.. 결국 반복적인 도주라는 방식으로서만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는 표현은 너무나도 극적이고 절절함을 넘어선 처절함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는 사랑에 스스로 도주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괴테.. 후욱~


 

P164 수년 이래로 중단된 이 작업에 괴테로 하여금 새로운 욕구와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즉시 그와 구두상으로 논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은 다음과 같은 메모를 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무엇이 완성되어 있고, 어느 부분을 더 자세하게 서술해야 하며 또 어떤 식으로 정돈해야 할지를 그의 눈앞에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에커만의 뛰어난 능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줄 아는 에커만, 괴테가 그런 재능을 가진 에커만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만약 선생님이 내게 이런 부탁을 해오신다면 과연 나는 에커만처럼 할 수 있을까..? 아마 감히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내 사고의 폭과 깊이가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그런 능력을 가진 에커만이 살짝~ 아주 살작~ 부러웠다.


 

P169 괴테가 말했다. 나의 고유한 성향인 경건함으로 그(클롭슈토크)를 숭배했었네. 그를 마치 나의 숙부인 것처럼 생각했었지. 나는 그의 작품 앞에서 외경심을 가질 뿐이었고, 그에 대해서 이모저모 따지거나 비평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네, 나는 그의 탁월한 점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그러고는 나의 길을 갔을 뿐이라네.”

 

>> 바로 이런 마음인게다. 괴테가 플롭슈토크에게 가진 마음이 바로 선생님에 대한 내 마음과 같은 것. 이모저모 따지거나 비평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그저 선생님의 탁월한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점을 본받고 받아들이며, 나도 그것은 내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리고 그렇게 내 길을 가고 싶은 것일 뿐.. 괴테에게 이런 외경심을 갖게 한 클롭슈토크는 어떤 사람인지 역시 궁금해졌다.


 

P172프랑스인들은 오성과 정신을 가지고 있다네. 하지만 든든한 기초와 경건함은 없어. 당장에 도움이 되는 것. 그들의 당파에 도움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합당한 것이지. 그러므로 그들이 우리를 칭송하는 건 결코 우리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보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견해를 통해서 그들의 당파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네.”

 


 

P175~P177 요컨대 자네가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알아보기만 하면 되지. 그것을 세상을 향하여 한 번 더 말할 필요는 없네. 온 세상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꼴이니까 말이야. 그래. 앞서 말했다시피, 그 제안에 거절 답장을 보내게. 그건 자네의 길이 아니야. 어쨌거나 정력의 분산을 조심하고 힘을 집중하게. 만일 내가 서른 살 이전에 그만큼 현명했더라면 정말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네. 내가 어쩌자고 실러와 함께 <<호렌>>지와 [문예 연감]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더란 말인가! 요즈음 지난 편지들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모든 것이 정말 명백하게 드러난다네. 세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우리들 자신에게도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은 그러한 시도들을 생각하면 불쾌감마저 드네. (…)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중요한 것은 결코 다 소진되는 일이 없는 재산을 이루는 걸세. 이것을 자네는 이제 시작하고 있는 영어와 영국 문학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네. 그 분야에 집중하고, 언제든 영국 젊은이들과 만나는 적절한 기회를 잘 이용하게. 자네는 고대어들을 어린시절에 대부분 잊어버렸으니, 영국인처럼 유능한 민족의 문학에서 나름대로의 발판을 찾게나.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문학도 상당 부분 그들의 나라에서 유래한 것이니 말일세. (…)

다시 한번 다짐하네만, 영국의 것에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며, 자신의 힘을 유용한 것에 집중하게, 그리고 자네에게 아무런 결실을 가져다주지 않거나, 자네에게 맞지 않는 모든 일은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두게나.” (…)

 

>> 괴테가 얼마나 진정으로 에커만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의 앞날을 걱정하는지 느껴졌다. 그의 확고하면서도 날카로운 충고. 그렇게 에커만의 재능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재능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꿰뚫고 있었기에 자신이 지난 날 후회스럽다고 표현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에커만이 자기처럼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며 후회스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에서 나오는 그의 호통에 가까운 충고는 부럽기까지했다. 가끔씩 창연이가 선생님께 혼나고 속상해서 올리던 글을 읽으며 느꼈던 그런 부러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에커만이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존경하며 사랑으로 따르는 괴테와 겸손하고 총명하고 재능있으며 괴테의 신뢰와 총애를 받는 에커만. 그 둘의 관계가 너무나도 부럽고 또 부러웠다. 에커만의 조용하면서도 사려 깊고 또한 겸손하지만 감히 괴테에게 조언을 하고 그의 창작열에 불을 지피는 조언도 할 줄 아는 지혜로운 에커만. 괴테의 신뢰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진정 괴테가 얼마나 진심으로 에커만을 아끼고 그의 삶을 염려하고 그에게 최선의 방향을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한 없는 신뢰와 사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삶의 여정 어느 순간에 우연처럼 만나진 괴테와 에커만. 서로에게 축복으로 느껴졌을게다.


 

P178 괴테는 단테에 대해서 지극한 외경심을 가지고서 언급했는데, 내가 인상 깊게 느낀 것은 그가 단테를 지칭하면서 재능이라는 말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점이었다. 괴테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더욱 포괄적인 것. 더욱 예감에 찬 것. 더욱 심원하고 더욱 광범위하게 자신을 넘어서 바라보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 거장에 또 다른 거장에게 갖는 존경심을 넘어선 외경심.. 넘 아릅답지 않나..


 

P179인생은 짧네.” 하고 괴테가 덧붙여서 말했다. “끄러니 서로 간에 즐거움이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 괴테다운 배려. 그는 이렇게 굳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상대방이 느끼게 될 기쁨을 바라보는 행복으로 기꺼이 배려했다. 참 멋지지 않나..?


 

P182 독일인의 본성 속에는 모든 외국의 것을 그 본래 모습대로 평가하면서 이질적인 특성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언어는 매우 유연합니다. 그 때문에 독일어 번역은 매우 충실하면서도 완전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래서 부러울 때가 있다. 어원이 같은 이유로 원본에 훨씬 더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고 그 느낌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해낼 수 있으므로, 가끔씩 한국어역이 어설플 때 드는 아쉬움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더 깊이 느껴졌다.


 

P184 파우스트는 아주 드문 개성의 소유자여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의 내면 상태를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더욱 읽고 싶어지는 충동..


 

P185그런 분은 본 적이 없어요, 아주 친절하고 온화하면서도 타고난 기품을 갖춘 분인 것 같아요, 자신을 내세우든 겸손하게 말하든 상관없이 그분은 어쩄거나 위대한 분입니다.”

 

>> 괴테는 이렇게 누구를 만나든 그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하는 성품의 소유자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고귀한 기품에 푸욱 적셔들게 만드는 분.. 그건 삶이 말해주는 것, 연륜이 말해주는 것.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은거지..


 

P186 괴테가 말했다. “그 여성의 시들 중 하나는 자기 고향의 한 지방을 그리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성격의 것이네. 그녀는 외부의 대상들에 대한 올바른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내면적으로도 훌륭한 소질이 없지 않네. 물론 그녀에게도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부분이 있겠지.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세.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가리키고 있는 바른 길을 헤매지 않고 가게 될 것이네.”

 

>> 괴테의 통찰력이란. 적절한 비난이 재능이 올바른 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헤매지 않는 이정표 구실을 할거라고 말하는 괴테. 그의 재능 있는 작가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아끼는 마음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P191 시민들은 모티프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이 시가 아름답다고 말할 때 그들은 느낌이라든지 단어 그리고 시구만 염두에 두면서, 시의 진정한 힘과 영향의 본질은 상황과 모티프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않는 거네, 그리하여 모티프가 아무 구실도 하지 않는 채, 느낌과 시구의 울림을 통해서만 그 어떤 종류의 존재를 비추어주는 수천의 시들이 생겨나는 것 또한 무지의 소산이긴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네. 요컨대 아마추어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의 시문학에 대한 개념은 매우 피상적이야. 그들은 보통 기교적인 것에만 능숙하면 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라고 스스로 여긴다네. 하지만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지.”

 

P191세상은 언제나 똑같아.”하고 괴테가 말했다. “상황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거야. 어느 민족도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생활하고 사랑하고 느낀다네. 그러니 왜 한 시인이 다른 시인과 똑 같은 시를 써서는 안 된단 말인가? 생활의 상황이 동일한데 왜 시의 상황이 동일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 괴테의 말에 전적 동감한다. 왜 상황이 똑같은데 같은 느낌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어도 같은 상황 속에 같은 느낌을 가지고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것인가..? 통쾌한 일침이다.


 

P193 바이런 경이라는 사람은 시를 쓸 때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지만. 생각을 하는 순간이면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네. 그래서 자신도 역시 자기 나라 사람들의 몰이해한 공격을 받았을 때 어찌할 바를 몰랐던 거네. 더욱 강력하게 소신을 표명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거기에 존재하는 건 내 것이다! 내가 그것을 생활에서 가져왔든 책에서 가져왔든 무슨 상관이냐. 다만 그것을 올바로 사용하는거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어야 했네.

 

>> 고등학교 때 바이런경의 사진을 보고는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 고귀한 신분에, 그 잘생긴 외모도 부족해서 뛰어난 재능까지 부여받은 바이런경. 그렇지만 괴테의 표현으로 보아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산 것 같진 않다. 또 궁금해졌다. 바이런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P195 나는 행복하게도 이미 지난여름 동안 아직 인쇄되지 않은,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전기를 반복해서 읽고 검토할 수 있었다.

 

>> 아직 인쇄되지 않은 책의 일부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가슴 뛰고 행복한 경험인지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한번 나도 이런 행복에 젖어들 기회가 주어지곤 한다.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깊은 행복을 느끼는지. 에커만이 어떤 느낌을 느꼈을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P195 우리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풍성하고 다양한 삶은 비록 그 어떤 뚜렷한 경향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경향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단지 개념을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P197 리머가 실러의 인품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 사람은 신체의 뼈대나 거리를 활보하는 걸음걸이나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다만 눈만은 부드러웠지요.” “그렇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나머지 모든 부분은 당당하고 긍지에 차 있었지만 그 눈만은 부드러웠어. 재능도 그의 신체와 마찬가지였어. 그는 과감하게 커다란 대상에 도전하여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일정한 관점을 정한 후 그에 합당한 방식으로 다루었네. 그는 말하자면 대상을 밖에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내부로부터의 조용한 전개 같은 것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지. 그의 재능은 산만하면서 비약적인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네, 그 때문에 도무지 결단을 내리지 못해. 이제 끝을 맺었다고 하는 일이 없었네. 이따금 무대 연습 직전에 배역을 바꾸기도 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 ‘실러’.. 참으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나는 철학자로서의 실러 이름에 더 친숙해있다. 그가 이렇게 작가로서 활동했는지는 몰랐다. 더욱이 그가 괴테와 그리 가까운 친구인 것도 몰랐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은 여기에 해당되는 말일까..? 이런 거장들의 집합소처럼 느껴지는 독일. 왜 독일에서는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하고 훌륭한 학자들이 많이 태어난 것일까..? 지형문제 일까..? 교육 형태가 달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사고구조가 그렇기 때문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P204 (바이런)은 자신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어. 매일매일 열정에다 자신을 맡긴 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네. 자기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으니, 결국 자신은 엉망이 되고 세상은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거지. (…) 어디를 가든 그에게는 세상이 너무 좁게 보였고, 무한한 개인적 자유를 가졌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질식할 것처럼 느꼈네. 말하자면 그에게는 세상이 감옥처럼 여겨졌던 게지. 그러므로 그가 그리스로 간 것은 자기 결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불화가 그를 그곳으로 몰아간 것이네.

 

>> 대체 바이런이 어떤 삶을 살은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괴테가 바이런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느껴지는 괴테가 그에게 가지는 깊은 애정과 안타까움이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바이런, 하지만 오로지 그 열정에 자신을 내맡긴 삶을 살았던 바이런, 그 잘생긴 시인은 왜 그런 삶을 살았을까..? 괴테가 그를 그토록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재능때문이었는데, 왜 바이런은 그렇게 귀한 신분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도 그렇게 밖에 삶을 살지 못했을까..? 그는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또 그는 어떤 여성과 어떤 사랑을 했는지.. 그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P205 부정적인 것이란 무()와 다름없는 게 아닌가. 이를테면 나쁜 것을 나쁘다고 해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게다가 좋은 것을 나쁘다고 하게 되면 그건 더욱 나쁜 일이 되고 마네.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을 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걸세. 요컨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이 느끼는 그 무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네.”

 

>> 괴테의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하는 부정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다.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는 괴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이 느끼는 그 무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는 괴테의 말은 성서말씀처럼 그렇게 나의 마음을 터치했다.

 

그러게.. 나쁜 것을 나쁘다고 해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이미 나쁘다고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올바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렇지 못한 누군가를 비방하기 보다는 그런 모든 것에 개의치 말고 바른 일을 하며 기쁨을 느끼는 무언가를 하면 되는데..

 

어떻게 이런 깊은 것을 쉽게 풀어 표현 할 수 있는 걸까..? 괴테의 사진은 보았지만, 내가 느끼는 괴테 분위기는 영화배우 톰 셀렉같다. 큰 키에 당당한 체격. 그리고 무한히 남성적인 매력을 지녔으면서도 지성적인 분위기에 따뜻하고 온화한 품성이 느껴지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참으로 닮았다. 괴테와 톰 셀렉을 함께 놓고 상상을 하니 내 가슴이 다 설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분위기가 더욱 멋진 톰 셀렉.. 괴테도 그런 분위기였을 듯싶다.


 

P205 괴테가 이어서 말했다. “바이런 경을 고찰하려면 인간으로서, 영국인으로서 그리고 위대한 천재로서의 면모를 각각 보아야 하네. 그의 좋은 특성은 주로 그의 인간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나쁜 면은 그가 영국인이었고 또 영국 귀족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세. 그리고 그의 재능은 측량하기 어려운 것이었네. (…)

영국의 시인으로서 높은 귀족 신분은 바이런에게 매우 불리했네. 왜냐하면 모든 재능은 세상으로부터 성가심을 당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지. 특히 그렇게 고귀한 태생에다가 그렇게 위대한 재능을 동시에 타고났으니 말할 것도 없겠지.

 

>> 절대로 어떤 한 부분만 가지고 누군가를 자기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 괴테. 한 개인을 두고 그 자체로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괴테의 모습에서 그가 어떤 품성을 지닌 위인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왜 영국 시인으로서 높은 귀족 신분이 바이런에게 불리하게 작용한건지 궁금했다. 괴테를 통해 내가 느끼는 바이런은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그만큼 정열적이었고, 섬세했으며 예민한 성향도 있었던 듯싶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감성에 따라 열정에 충실했던 터라 성숙함에서는 조금 거리가 멀었고, 그랬기에 그는 그 순간의 감정에 불태우는 삶을 살았을지는 모르나, 그 삶의 결과가 안겨다주는 요인에 대해서는 뒷감당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쩜 만년 소년의 감성을 지녔던 바이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모두 나의 상상에서 나온 것.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P210한 국가에 있어서 불행이란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살지 않고, 서로를 지배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기뻐하지 않고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 새로이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게다가 아무도 기존 문학 작품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길을 촉진시키려 하지 않고, 자신이 그 즉시 동일한 것을 새로 만들고 싶어 하네.

 

>> 괴테의 통탄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길을 가려하지 않고. 동일한 것을 새로 만들고 싶어하는 명예욕에 가득찬 작가들.. 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닥 다르지 않은 것 같다.


 

P212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인간이 지닌 힘을 공동으로 계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가장 뛰어난 방법이라고들 말하네만.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어. 인간은 각자 특수한 존재로서 자신을 연마해 나가야 하네. 그러나 그러한 특수한 것들 전체가 모여서 무슨 의미를 이루는가 하는 점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지.”

 

>> 이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물론 우리는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 특수한 존재로서 자신을 연마하고 훈련하고 가꿈으로써 자신의 꽃을 피우고, 그렇게 각자 피운 꽃들로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게 하는 것.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들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싶다.

 

를 죽이고 공동에 포함되어 묻히는 것이 아니라, ‘를 개발하고 성장시켜서 공동에 도움이 되고 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P213 많은 분야를 개관하고, 판단을 내리고, 이끌어 가는 것을 자신의 일로 하는 자는 또한 많은 분야에 대한 가능한 한 깊은 통찰력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군주라든지, 미래의 정치가들은 아무리 다방면으로 교양을 쌓아도 충분치 않은 법이다. 왜냐하면 다방면에 대한 조예야말로 자신의 손일인 셈이니까.

마찬가지로 시인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 전체가 자신이 다루어야 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P214 수련과 생업 활동도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예컨대 외부의 대상들을 포착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온갖 방식으로 숙달시키는 것은 시인으로서의 수련에 속한다. 괴테는 조형 예술을 자신의 생업 활동으로 삼으려고 하면서 실제로 그 분야에 힘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P214 수련과 생업 활동도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예컨대 외부의 대상들을 포착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온갖 방식으로 숙달시키는 것은 시인으로서의 수련에 속한다. 괴테는 조형 예술을 자신의 생업 활동으로 삼으려고 하면서 실제로 그 분야에 힘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시인으로서의 수련 과정으로서 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괴테가 말했다. “나의 시 작품의 구체성은 내 눈의 빈틈없는 주의력과 연습 덕분이었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나온 지식도 높이 평가해야 하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교육의 한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이 또한 그의 생각이었다. 괴테가 말했다. “자연과학자들이 특히 그렇게 잘못될 우려가 있네. 왜냐하면 정말이지 자연을 제대로 관찰하자면 매우 조화롭고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일세.” 하지만 이와는 달리 자신의 전문 분야에 꼭 필요한 지식의 경우라면 누구든 편협함과 일면성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또한 괴테의 견해였다.


 

P216 함께 있는 동안이면 그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옆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늘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당부했다. 내가 자연과학 분야에 눈을 돌릴 기미가 보이기라도 하면 그는 나에게 그것을 그만두고, 지금은 문학에만 힘을 쏟으라는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 나의 현재의 길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에 괴테는 읽기를 그만두라고 말리면서, 나에게 아무런 실제적인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 행여 에커만이 자신의 길에서 벗어날까.. 행여 쓸데없는 관심사로 괴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자신의 귀한 시절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까 걱정하며, 매 순간 어떤 길이 에커만이 가야할 길인지, 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인지를 재인식시켜주며 보여주고 실행에 옮기게 하는 괴테. 그는 이토록 에커만을 아끼고 사랑했던 괴테. 그의 성장을 그토록 마음으로 걱정하고 도우려했던 괴테. 에커만은 얼마나 가슴 벅찬 감사를 느꼈을까..?


 

P218 요컨대 괴테가 그렇게 다방면에 몰두하게 된 것은 모든 분야를 탐구하면서 지상에서의 일들을 분명히 인식하고자 한 그의 경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것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요구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등장과 함께 두 가지 커다란 유산을 물려받았다. 즉 오류와 불충분성이라는 유산이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그는 그것들을 제거하려고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평생 동안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괴테가 뉴턴의 이론을 인간의 정신에 극히 해로운 커다란 오류로 보지 않았다면, 그가 자신의 [색채론]을 집필하고 오랜 세월 동안 그러한 비전문 분야에 매진할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렇다! 어류와 갈등 관계에 있는 진리에 대한 감정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이 어두운 분야에 자신의 순수한 빛을 비추어주도록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항상 똑같이 느껴지는 것은 부끄러움이다. 온전히 모든 관심 생각이 에게로만 향해있던 내 자신.. 괴테는 세상에 던져진 오류와 불충분성을 제거하고 보충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분야로 뛰어들었고, 어디서 오류가 있으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이 가 아닌 세상이었던 큰 그림을 바라 보았던 사람이다. 큰 그릇은 다르다.

물론 나도 인제 모든 관심이 에게서 살짝 벗어나 주위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아닌내가 속한 주위. 내 그릇의 크기만큼 내가 속한 곳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고 그곳에서 작은 촛불이 되고 싶다.


 

P219 분명한 사실은 전체적인 것을 고려할 때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창조주가 일단 자신의 뜻에 따라 괴테를 충동하여 만들어내게 한 그 모든 것을 정말 바람직한 것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 동감~!! ^___^


 

P219 괴테는 감격해 마지않으면서 메난드로스에 관해 이야기했다. “소포크레스 다음으로 그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작가는 없네. 참으로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게다가 명랑하기까지 하니 말이야. 그 우아함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네. 그의 작품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안된 일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그 소수의 작품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하고, 또 재능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네.”

 

>> 괴테가 그토록 존경하고 좋아하고 칭송하는 메난드로스와 소포크레스.. 언젠가는 그들의 작품을 꼭 읽어보리라..


 

P220 이어서 몰리에르가 화제가 되었다.

 

>> 괴테 입에서 툭 튀어나온 몰리에르’.. 얼마나 반가웠는지.. 고등학교 국어 시간 때 수박 겉핥기로 잠깐 배웠던 몰레이르.. 그의 열정적인 삶이 그냥 무작정 좋았더랬다. 무대를 사랑했던 몰리에르, 그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 죽음을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흥분이었고, 그냥 무작정 그가 그야말로 미치도록 좋아졌던 기억.. 그래서 그의 사진을 내 수첩에 오려 붙이고 다녔더랬다. 하하하~ ^^;; 한국을 떠나 올 때 친구가 선물로 그려준 데생의 주인공도 몰리에르였다.

 

재밌는 것은 나는 몰리에르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몰리에르에 대해 아는 것은 오로지 그가 연애박사라는 작품을 썼다는 것. 그리고 연극을 무척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무대위에서 연기를 하다 죽었다는 것. 이 세가지가 다였다. ~ 그의 사진을 내가 보긴했다. 아주 매력적인 분위기.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달랑 3가지. 그런데 뭐가 그렇게도 그에게 빠져들게 했던 것일까..? 아마도 열정아녔나 싶다. 그의 열정적인 삶.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 죽음을 맞을 만큼 그렇게도 연극을 사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흥분했고 열광했고 그렇게까지 그가 좋아졌던 것 같다. 정말 못 말리는 호박탱이다..^^;;


 

P221 삶들은 언제나 독창성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슨 믜미가 있겠는가! 우리들이 태어나자마자 세계는 우리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며, 그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네. 그런 형편이니 에너지와 힘과 의욕을 제외한다면 도대체 우리들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 모든 위대한 선각자나 동시대인에게 내가 힘입고 있는 바를 일일이 다 열거하고 나면 뒤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 인생의 어떤 시기에 어떤 중요한 인물의 영향을 받는가 하는 점이 결코 사소한 문제인 것은 아닐세.


 

P222 요컨대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법이야.

 

>> 읽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배운다는 말이 뭐 그리도 슬픈 말일까..? 찡한 가슴과 함께 먹먹해지는 마음..

한 번도 이렇게 정의를 내려 인식해본 적은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운다는 사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고, 그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을 나도 관심 갖게 되며, 그가 하는 것을 나도 하고 싶어하고 닮고 싶어하는 우리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다..


 

P225 시인은 특수한 것을 포착해야 하네. 그리고 이것이 건강한 것이라야만 그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나타낼 수가 있네.


 

P226문학 연구가들이나 작가들에게 개인의 독창적 개성이 없다는 점이 우리나라 최근 문학의 모든 병폐의 근원이네. 특히 비평이 있어서는 이러한 결점이 세상에 해롭게 작용하고 있네. 진실한 것 대신에 거짓된 것을 퍼뜨리거나 아니면 초라한 진실 때문에 우리들에게 더욱 이로운 위대한 것을 빼앗아버리기 때문일세. (…) 로마인들이 그러한 것을 창작할 정도로 위대했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것을 믿을 만큼은 위대해야겠지.

 

>> ‘초라한 진실 때문에 우리들에게 더욱 이로운 위대한 것을 빼앗아버린다는 것. 괴테의 말을들으면서 이것은 진실을 감춘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역사 속의 훌륭한 영웅들의 영웅 정신을 믿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정신을 고무시켜 왔는데, 역사비평가들의 초라한 진실로 인해 후세들의 정신을 고무시켜왔던 위대한 영웅들의 정신까지 흐려놓는 것은 결국 해롭게 작용된다는 것.

사소한 것을 가지고 진실이니 아니니를 규명하느라 목숨 걸지말고 위대한 정신, 큰 그림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 내 정신으로 삼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더 건강하고 올바른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기에 느끼는 안타까움일게다.

로마인들이 그러한 것을 창작할 정도로 위대했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것을 믿을 만큼은 위대해야겠지.’는 괴테의 한숨 섞인 토로가 절절함으로 전해져왔다.


 

P227 나는 인간들의 가련한 처지도, 인간들이 참으로 위대한 목적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네.”라고 괴테가 말했다. “만일 내가 자연과학 연구를 통해 이 사람들의 입장을 시험해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여하튼 내가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학문이란 그것이 밥벌이가 되는 한에 있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들이 그것으로써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류마저도 신성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네.


 

P228 재치 있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다네. 근시안적인 대중으로부터 재치 있는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수치심도 겸양심도 잊어버리고 있는 그들에게 신성한 것이라곤 전혀 존재하지가 않지.

 

>> 그때나 지금이나 같으니 시대는 달라도 사람은 같은 듯싶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당연 그렇겠지..^^;;)


 

P229 인간이란 이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야. 문제의 발단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야 하며, 그러고 나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머물러야 하는 걸세. 우주의 운행을 측정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며, 삼라만상 속에 이성을 척도로 갖다댄다 하더라도 인간의 시야는 좁기 그지없으므로 도무지 헛될 뿐이네. 인간의 이성과 신의 이성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니까 말일세.

인간에게 자유를 인정하는 순간 신의 전지전능은 끝장나는 것일세. 왜냐하면 내가 하려는 것을 신이 아는 순간, 나는 신이 아시는 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지.

내가 이러한 예를 드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조금밖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신의 비밀에 손을 대려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네.

또한 우리는 고상한 격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말해야 하네. 그 이외의 것은 자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어야겠지.


 

P231 요즈음 나는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든다네.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는 그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정반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종종 있으니까.

 

>>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의 경험이 조금씩 더 깊이 쌓이면서 같은 느낌을 갖는다. 내가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해서 그 결과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행동을 했다 해도 언제나 그 결과가 나빴던 것만은 아녔음을.. 그러기에 주관을 가지고 묵묵히 내 길을 가는 것. 그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 삶을 살다보니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랬을때, 결과를 떠나서 적어도 나의 심리상태는 평온할 테니..


 

P239 내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고방식 전체를 모조리 바꾸어야 하니까요. 성공한다 하더라도 창작에 있어서 일시적인 정체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객관적인 것에 길들어 그것이 제2의 천성이 되기까지는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괴테가 대답했다. “물론 이러한 비약은 엄청난 일이지.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만 하네,. 예컨대 수영의 경우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그 자연의 원소를 우리들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라고 하겠지.”


 

P239 약간의 주관적인 감정 정도를 토로하고 있는 주제에, 아직까지 시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걸세.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제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그는 밑천이 다하는 일도 없고, 언제까지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네. 반면에 주관적인 성질의 사람은 자신의 보잘것없는 내면을 금방 토해 내고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파멸해 버린다네.


 

P240자네에게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네, 자네도 앞으로 살다보면 여러 모로 확인하게 되겠지만 말이야. 요컨대 후퇴와 해체의 과정에 있는 모든 시대는 언제나 주관적인 것이네. 반면에 전진해 가는 시대는 늘 객관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네.

 

>> 굳이 시대라는 큰 흐름을 보지 않아도, ‘라는 개인적인 삶에 비추어봐도 괴테의 말의 뜻은 분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관적인 삶은 내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시대를 나에게 맞추기에 뚜렷한 객관적 사고가 없을 때는 후퇴와 진보를 되풀이하면서 결국은 제자리 거름에서 뜀뛰기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반면 객관적인 삶은 내가 안 하거나 못한 것에 대해 주관적인 합리화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객관적인 이성으로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개선하고 실천하면서 좀 더 나은 성장하는 삶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아트를 시작한지 벌써 1/3이 지났다. 처음의 두근거림과 떨림은 온데간데 없고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 철퍼덕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내가 좀 더 객관적인 나라면 그런 나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다시 신발끈을 묶고는 나의 길을 가는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나는 그런 나를 합리화 시키고, 그런 나를 스스로 이해시킬 수 있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어 나의 불편한 양심에 코카인을 뿌려주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전진하는 삶, 성장하는 삶을 진심으로 그렇게 원한다면, 나는 주관적인 나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삶 속에 실행을 옮겨야 할 것이다. 사실 인제는 전과는 달리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거나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아니다. 단지 나의 나태함의 문제인거지.


 

P240 모든 의의 있는 노력이란 (모든 위대한 시기에서 볼 수 있듯이)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하는 것이야. 그러한 시대는 실제로 노력과 전진을 계속하여 모두 객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네.”

 

>> 그렇다.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하는 것. 그것이다. 내면의 불꽃을 밖으로 터뜨릴 때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가 나의 목표까지 다다를 수 있게 하는 나의 엔진이 되는 것이다.


 

P241 몰리에르는 정말 위대하고 순수한 인간입니다. “그렇다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순수한 인간이란 말은 그에게 꼭 맞는 말이야. 그에게는 비뚤어지거나 치우친데라곤 조금도 없어. 그러면서도 그렇게 위대하다니! 그는 자기 시대의 풍습을 마음대로 지배했었지.

 

>> 또 다시 괴테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몰리에르.. ‘ 몰리에르가 그리도 순수한 영혼이었다니..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있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느낌만으로 좋았으니 이는 나의 사람보는 능력을 말해주는 것 아니겠나.. 하하하하~ ^^;; (또 시작되는 자뻑증세~ ^^;;)


 

P244 많은 것을 생각하고 가장 위대한 것을 체험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세상에 대해 참으로 밝고 조용하게 대처하면서 그 무엇과도 다툼을 벌이지 않는 듯한 그러한 풍모였습니다. 제게는 마치 다마스쿠스의 칼처럼 단단하고 강인해 보였습니다.

 

>> 웰링턴 공작을 보고 느낀 에커만의 표현.. 마치 시를 읊는 듯한 묘사가 웅장하기마저 하다.. ^^


 

P247 괴테는 오늘 식탁에서 최고로 유쾌한 기분이었다. 매우 귀한 편지를, 즉 바이런 경이 자신의 작품 [사르다나팔로스]를 괴테에게 헌정한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그러면서 바이런이 제네바에서 괴테에게 보냈던 편지를 다시 돌려달라고 그의 며느리에게 졸랐다.

 

>> 괴테가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바이런 경의 친필 서신도 모자라, 그의 작픔 ㅔ사르다나팔로스]를 괴테 자신에게 헌정한다고 하니 얼마나 그가 기뻤을까..? ^^ 근데 괴테가 며느리를 에게 주었던 이전에 받은 바이런경의 편지를 돌려달라는 장면이 넘 재밌었다. 넘 귀여운 괴테.. ^^ 돌려달라고 졸라대는 시아버지 괴테. 한번 자신에게 주신것이니 절대루 돌려드릴 수 없다고 고집부리는 며느리. 차라리 그러면 아예 지금 받은 편지까지 자기에게 달라는 며느리의 귀여운 심통이 넘 재밌었다.. ^^ 이 얼마나 화목해보이는 장면인지..^^


 

P251 나는 무대에 적합한 효과를 내려면 작품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를 물었다. “상징적이어야만 하네.”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즉 각각의 줄거리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면서도 더 한층 중요한 사건을 지향하고 있어야만 하네.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는 그런 점에서 위대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지.


 

P255 이전에 나눈 대화에서 괴테는 바이런 경이 경험적 지식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물어보는 것을 자제하고 혼자서 그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도 아무것도 얻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에 나의 교양이 진척되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 비밀이 저절로 해명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던 중 운이 좋은 순간이 찾아왔다.

 

>> 궁금한 것을 그냥 물어보지 않고 그 궁금증에 대해 먼저 깊이 생각해보며 이해해보려는 에커만. 이런 에커만을 보면서 성모님이 떠올랐다.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맞게 될 때 그것이 하느님의 뜻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 속에 그것이 이해되는 날이 올 그 시간까지 마음 깊이 담아두며 기다리는 모습.. 그 모습이 참으로 닮았다.


 

P256 여하간 내가 [베포]를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다. 바이런 경은 너무 많은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삶을 우리에게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의 고귀한 시적인 본성이 침묵을 지켰다는 의미에서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경험적 사고방식에 의해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그의 고귀한 시적인 본성이 침묵을 지켰기에 경험적 사고 방식에 의해 쫓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이건 어떤 느낌일까.......?


 

P257 악마는 자기 생각과는 달리 훨씬 자주 진실을 말하는 법. 하지만 무지한 청중은 알아듣지 못하네.

 

>> 어쩜 그래서 우리가 더 헷갈려 하는지도 모른다. 악마가 진실을 말할 때 조차도 우리는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으니까. 그러나 그가 진실을 알려주었음을 느끼는 순간, 그가 거짓말을 할 때 진실인줄 알고 믿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 그래서 우리 인간의 삶은 진실과 거짓 속에서 늘 고뇌하며 그렇게 갈등 속에서 여전히 헤매게 되는 것.. 참 복잡하다..


 

P261 어떤 분야든 할 것 없이 무엇에도 정통하고 있어서 우리들에게 정신적인 보물들을 퍼부어 준다네. 말하자면 그(알렉산더 폰 홈볼트) 는 많은 관을 단샘물과 같아서 아무 데나 물통을 갖다 대어도 언제나 시원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거네. 그는 며칠간 이곳에 머무르겠지만, 나는 그 사이에 몇 년이나 산 것 같은 기분이 되리라고 벌써 느끼고 있다네.

 

>> 고령의 나이에도 배움을 떨림과 두근거림이 함께 하는 괴테. 그의 이런 순수함이 넘 좋다..


 

P62 당신들 아마추어들에게 한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언제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 없어서 남의 사상을 빌려오든가, 아니면 독자적인 사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지 못하든가, 둘 중 하나인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모차르트가 음악에 관하여 한 이 위대한 말은 다른 모든 예술에도 통하는 것 아닐까?

>> 그러게..


 

P266 자연의 위대함이야. 그렇게도 단순하며, 또 자신의 위대한 현상들을 작은 것들 속에서 언제나 되풀이해서 드러내는 것을 보게. 하늘이 청색으로 보이는 것과 동일한 법칙을 우리는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아랫부분에서, 타오르고 있는 알코올에서 볼 수 있네. 마을에서 피오오르는 연기에 햇빛이 비쳐지고 그 뒤에 어두운 산이 위치하고 있을 때 푸른색이 생겨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네.{

 

>> 괴테의 관찰력은 사물이나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에 놀랄지경이다. 물론 앞에서도 괴테는 과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 아니 그가 과학에 뛰어들은 이유가 참 독특했다. 단순히 관심 분야이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주장을 똑바로 잡아내기 위해 그렇게 그의 삶의 소중한 시간을 과학에 할애를 하며 색채론까지 써낸 것. 괴테의 성격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냥 막연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그의 열정, 용기. 그 모두 세상에 잘못된 인식을 올바르게 잡아주기 위함이니, 세계관 인생관의 그 크기 자체가 다른 괴테..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괴테다.


 

P267 멍청한 것에 몰두를 하게 되면 좋은 머리에 얼마나 나쁜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를 지경이네. 뉴턴주의자들에 관해서는 아예 생각도 하지 말고, 순수한 이론에 만족하게. 그러면 잘 해나가게 될 것일세.”

 

>> 괴테가 얼마나 뉴턴의 이론을 마음에 들지 않아했는지. 답답해 했는지가 느껴진다. 물론 각자 속한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고 그것으로 충분히 존경 받을 분들이지만, 그들의 연구가 완벽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음이 느껴지는 부분. 재밌다. ^^ 괴테가 뉴턴의 제자들을 한심해하는 부분이 넘 재밌다.. ^^

 

암튼, 그가 순수한 진리가 왜곡되어지는 것을 못견뎌 했던 것 같다. 에커만에게 뉴턴주의자들의 주장을 읽는 것조차 반대한 것을 보면, 행여 에커만이 엉뚱한 한심한 이론들을 믿거나 그로 인해 혼동스러워지는 것조차 싫은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너그럽고 배려깊은 괴테가 진리 앞에선 얼마나 단호한 사람인지가 느껴진다. 그러기에 그런 열정으로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거겠지.


 

P267이처럼 전도된 것에 대해 몰두하게 되면 불쾌하고 해로울 뿐이겠지요, 마치 불량한 비극 작품을 택하여 이리저리 모든 부분을 헤쳐보면서 그 벌거벗은 추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 그렇게 전도된 이론에 대한 에커만의 비유표현이 넘 재밌었다. ^^


 

P268색채는 외부로부터 물체에 주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에 있어서 산화시키는 요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색채를 부여하는 요소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 말로써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대상을 자연 속으로 섞어 넣어 함께 작용하게 함으로써, 그 대상을 수학의 한계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걸세.”


 

P269 지금의 상태에서 독일의 연극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 괴테의 좋은 작품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한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고 서로 다른 배우들의 연기로 그 새로운 느낌을 맛보며 비교하고 이해하는 그런 즐거움을 모르고, 오로지 새로운 것에만 매달리는 관객들을 안타까워하고, 또한 관객들이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가는 극장 운영의 신조 없는 운영을 안타까워하는 괴테의 안타까움을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나도 이런 어리석은 관객 중의 한 명이었으니까. 무엇 하나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리스트만 채워가는 것을 보고 만족해하고 리스트가 늘어나는 것으로 마치 내가 지적인 아줌마가 된 양 흐뭇해하고 있었으니. 바로 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관객들도 나 같은 그런 얄팍한 지적 사치를 누리는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나도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면서 끓일수록 우러나는 진국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바램이 들었다.


 

P270~P274 1826 12 27일 수요일 일기를 읽고.

 

>> 괴테가 에커만에게 촛불이 어둠과 빛 속에서 청색과 황색을 띄는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이 부분은 너무나도 재밌었다. 그 비밀을 알아냈다며 (언젠가 괴테가 과제로 내주었던) 말이 딸리기 때문에 그 답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보내겠다는 에커만의 말에 어설프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알 수 있도록 실험과 함께 말로 설명해보라며 권하는 괴테. 이 둘의 장난끼 가득한 순수함과 열정에 나는 매료되어 버렸다.

 

그 말에 나름 발견한 비밀(?)에 대한 이론을 한껏 펼쳐내는 에커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듣는 괴테. 물론 에커만은 그럴 듯 증명해 주었지만, 그것이 다는 아녔고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향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겠지만 그 가 지금은 아니라며 에커만의 애간장을 녹이는 괴테가 넘 재밌었다. 이렇게 진리에 대한 갈증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탐구심에 불을 붙이는 괴테와 그것이 알고 싶어 잠까지 설치며 꿈까지 꾸는 에커만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마치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의 판례에 대한 Debate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P274 자연에 몰두한다는 것은 가장 순진무구한 일이야.

 

P274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 하고, 사실을 밝히고자 하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문학을 망치고 있는 거네.

 

P275 상퀼로트들은 그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위대해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거칠게 보였던 거네. 그들은 위대한 것을 보면 불편해지고, 기질상으로도 거기에 빠져들 수 없기 때문에 참아낼 수가 없는 걸세.

 

>> 여기서 또 느끼게 된다. 내가 아는 만큼 느끼고 또 아는 만큼 배우게 되는 것. 결국 어떤 위대한 것이어도 내가 아는 폭이 고만큼이면 위대함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거칠게다가오며 그것을 왜곡되게 받아들인다는 것. 굳이 위대한것이 아니어도 그러한 것들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왜곡되어 받아들여지는 많은 순수한 의도들. 결국 모두 받아들여지는 순간에 꼬여 들어가는 것이니 답답한 노릇일 수 밖에. 물론 때때로 나도 그들 중의 하나리라..


 

P277 제가 프랑스인들을 칭송하는 것은 그들의 문학이 결코 현실이라는 굳건한 토양을 떠나는 일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가령 시를 산문으로 고쳐 놓아도 그 시의 본질적인 것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그 이유는 프랑스 시인들이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네, 그와는 달리 독일의 바보들은 지식을 얻으려고 애를 쓰면 자기들의 재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네, 재능이란 원래 지식을 통해서 길러져야 하고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말이야.

 

P280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예술이란 그 본질에 있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걸세. 위대한 거장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선배들의 장점을 잘 이용하였고, 바로 이 점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가 있지. 라파엘로와 같은 사람들도 땅에서 그냥 태어나는 건 아니네. 그들은 고대와 그들에 앞서서 이루어진 뛰어난 것들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이네. 만일 그들이 자기 시대의 장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거의 아무것도 없을 테지.”

 

P288그런데 초안을 잡으실 때 대화도 함께 고려하지 않으셨던 가요?” 하고 내가 말했다. 괴테가 대답했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생각했어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네. 더욱이 그 미쳐 날뛰는 밤에는 온갖 말이 다 나오지! 헬레나를 데려오도록 페르세포네를 설득하는 파우스트의 대사, 그리고 페르세포네 자신이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도대체 어떤 대사가 적합하겠나! 이 모든 것을 쉽게 해낼 수는 없어. 게다가 아주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되고, 거의 전적으로 그 순간의 기분과 에너지에 달려 있는 터에 말이야.”

 

>> 물론 전체적인 주제야 초안으로 잡아두었을테지만, 그 순간의 대화나 장면들 대부분은 그 순간의 괴테의 기분에 따라 느낌에 따라 즉석에서 나온다는 것이 재밌었다. 물론 어떻게 그 모든 대사를 미리 구상을 하겠느냐만은, 그 대서사시가 그때그때 괴테의 그 순간의 기분과 에너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내겐 참 프레쉬하게 느껴졌다.


 

P290정말 대단한 것일세! 그렇지 않은가. 그 풍부한 사상과 완벽함을 모두 제대로 이해하려면 며칠 아니 몇 주일이나 연구해야 할 걸세. 자네를 위해서는 다른 날들을 잡아놓기로 하겠네.

 

>> 이렇게 그림이던 동판이던 예술 작품 하나를 두고 며칠도 아닌 몇 주일이나 연구해야 할 거라는 괴테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고 또 어떻게 연구하길래 이런 감탄사에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것인지. 나는 그 느낌을 전혀 알 수 없고 또 느낄 수 없지만, 괴테의 예술 작품에 대한 깊고 깊은 사랑과 자세에 미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마저 작은 관심에 내 안에 들어와 앉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작품을 보고 자세히 세밀하고 정밀하게살펴보며 그 그림을 느껴보려고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상상하게 되는지, 정말 파도가 나를 덮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빵이 당장 구워낸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먼 산을 바라보는 소녀의 절절한 표정에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은지를 말이다... 일단 가까운 시일내에 Pinacotecca엘 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마침 이집트전이 열리고 있는 중이니..


 

P292 자신의 거실을 그처럼 낯설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모조리 장식해버리는 것은 칭찬할 수가 없어. 아무래도 그건 일종의 가장무도회 같은 것이어서 오래 가면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좋지 않을 것 같고, 또 그런 일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게 뻔하지. 그러한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모순이 될뿐더러, 공허한 감정이나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러한 경향을 더한층 조정하게 될 뿐이네. 어느 즐거운 겨울 밤에 터키 사람이 되어 가장 무도회에 나가는 건 좋겠지. 하지만 일 년 내내 그런 가면을 쓰고 있는 인간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는 아마도 벌써 미쳐 있거나, 아니면 곧 그렇게 될 소질이 다분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할거야..

 

>> 하하하하하~ ^^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묻어있는 그의 시니컬한 지적이 넘 재밌다~ ^^;;


 

P294 “그의 작품은 거칠기는 합니다만, 요즈음 우리나라 비극 작가들의 허약하고 무기력하며 억지 춘향격의 부자연스런 작품보다는 훨씬 더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실러의 작품은 언제나 그 장중한 정신과 성격으로 호소해 오니까요.”

나도 그 점을 말하고 싶었네.”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실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쓰고자 했고,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현대 작가들의 최고 작품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을 쓸 수 있었네. 그렇다네. 실러는 손틉을 깎을 때에는 그들보다는 위대했어.”

 

>> 하하하하~ ^^;; 가끔씩 진지하게 표현되는 괴테의 유머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손톱을 깎을 때조차도 위대해보였던 실러..^^ ~ 대단해~ ^^


 

P295 현재의 세계가 그 문화나 좋은 취미에 있어서 진보했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그 옛날과 같은 거친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네! 세계가 가진 전체적으로 보아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젊은이는 언제나 처음부터 출발하여 개인으로서 세계 문화의 진화 단계를 차례로 경험해 가는 수밖에 없는 걸세.

 

>> 공감가는 부분이다. 우리가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


 

P299 마지막 부분의 줄거리는 어느 정도 감동적이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즉 나는 놀라기는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 에커만의 솔직함. 괴테는 이런 그의 솔직함과 진실됨을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에커만이 괴테의 의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에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만. 참 멋진 것은 괴테는 그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그가 눈을 뜨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에커만은 괴테의 부드러운 이끌음으로 한발자국 한발자국 성장 계단을 밟아 올라갔던 것이다.


 

P300이 노벨레의 완성 과정을 이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뿌리로부터 솟아 나오는 푸른 식물을 생각해 보게. 그 식물은 한동안 굳센 줄기로부터 강인하고 푸른 잎사귀들을 사방으로 나오게 하다가, 마침내 꽃을 피움으로써 그 대미를 장식하는 거네. 꽃은 예기치 못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었지만, 이미 피어나도록 예정되어 있던 걸세. 그래, 푸른 잎들은 오로지 꽃을 위해서 존재했던 것이며, 꽃이 아니라면 그렇게 애를 쓸 필요도 없었던 것이네나는 이러한 말을 듣고 비로소 안동의 한숨을 쉬었다. 마치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이러한 놀라운 구성의 탁월함에 대한 안목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얼마나 탁월한 비유 설명인지.. 이렇게 에커만이 작품에 대해 깊은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부드럽게 설명해주며 작품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주는 괴테. 후욱~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P300 괴테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어하기 어려운 것,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종종 강제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과 경건한 마음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게 이 노벨레의 목표였지. 아이와 사자의 모습으로 구현되어 있는 이러한 아름다운 목표가 나의 창작을 이끌어 주었던 걸세. 바로 이것이 이상적인 것이고, 바로 이것이 꽃인 셈이야. 줄거리상의 현실적인 전개 과정이라는 푸른 잎은 오직 그 때문에 존재하며, 바로 그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지. 하지만 현실성 그 자체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들어 있단 말인가? 현실적인 것이 충실하게 그려진걸 보면 우리는 기쁜 마음이 들지. 아니 더 나아가서 어떤 대상들의 경우에는 우리들에게 더욱 분명한 인식을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들 내부의 보다 고귀한 본성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은 오직 시인의 마음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이상적인 것일 뿐이네.”

 

>> 제어하기 어려운 것,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때때로 사랑과 경건으로 해결되어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괴테. 사자와 피리부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상징적인 표현으로 그렇게 서정적으로 결말을 맺은 괴테. 작가들은 이렇게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는구나.. 이제야 좀 더 깊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상징 속에 숨겨져 있는 의도와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P301 저토록 고령의 나이에 그처럼 아름다운 것을 여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인의 감정이란 얼마나 순수하고 내면적인 것인가! 나는 이 점을 괴테에게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 넘 귀여운 에커만.. ^^ 에커만의 순수함으로 볼 때 괴테에게 자신이 느낀 이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괴테의 감성에 대해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P302 시인만이 자기가 자신의 대상에 어떤 매력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무언가 쓰려고 할 때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서는 안 되네.

 

>> 공감이다. 서로의 성향이 다르고 의도가 다르고 받아들임이 다르기에 자칫 좋은 작품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 괴테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P303 괴테가 말했다. “나는 시를 쓸 목적으로 자연을 관찰한 적은 결코 없었네. 그러나 나는 젊었을 때는 풍경화를 그렸고, 나중에 가서는 자연과학을 연구한 덕분으로 끊임없이 자연의 대상들을 정확하게 보는 태도가 몸에 베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의 극히 세부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점차로 암기하게 되었지. 그리하여 내가 시인으로서 무엇이 필요할 때는 그것을 마음대로 구사하여 좀처럼 사실에 반하는 것을 쓰는 일이 없어졌던 거네.

 

>> 결국 우리가 삶 안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그냥 쓸모없이 버려짐이 없음을 느꼈다. 괴테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그의 문학적 재능 때문이 아닌 (물론 표현면에선 그렇지만) 그가 젊었을 때 풍경화를 그리고 자연과학을 공부함으로서 자연을 세세하게 관찰하였고, 그로 인하여 암기할만큼 잘 알게 되었기에 그런 표현이 되어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이것저것 배우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물론 안되겠지만, 우리가 시행착오 속에 경험하는 많은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 경험 자체로 우리 능력에 소금처럼 맛을 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P304실러의 본래의 창조력은 이상적인 것에 있네. 그에 필적할 만한 인간은 독일 문학에서도 외국 문학에서도 찾기 어렵네. 바이런 경이 갖고 있는 것이라면 그도 대부분 갖고 있었지. 그러나 바이런 경은 세상사를 안다는 점에서는 그를 능가하고 있었네, 나는 실러가 꼭 바이런경의 작푸믈 읽어보았으면 했네, 그렇게 되면 그가 자기와 아주 유사한 정신의 소유자에게 어떤 심정을 토로했을지 매우 흥미진진했을 테니까. 그런데 바이런은 실러의 생전에 무언가 출판한 것이 있던가?”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실러의 모든 작품에는 자유의 이념이 일관하고 있네, 이 이념은 실러가 자신의 교양을 점차로 높여가면서 이전의 자신과 딴사람처럼 변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지. 즉 그를 고뇌케 하고, 그것을 시로 창작케 한 것은 청년시대에는 물리적 자유였고, 만년에는 정신적 자유였지.

 

>> 괴테의 삶 속에 이리도 깊게 자리하고 있는 바이런과 실러.. 꼭 나중에 그들의 삶을 읽어볼 것이다.


 

P305 자유란 불가사의한 것일세.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분수를 지킬 줄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충분한 자유를 얻을 수 있지. 그러나 자유가 넘칠 만큼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 그러게. 자유란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이다. 너무나도 주관적인 것임으로.. 물리적인 자유, 정신적인 자유, 그리고 그 자유를 가르는 기준.. 그 모든 것이 자유가 자유라 불려질 수 있도록 작용되는 요소. 하지만 재밌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주어져도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면 자유란 없는 것이니.. 이처럼 모호하고 분명치 않은 모습을 가진 것도 없을 듯하다. 삶도 이와 비슷하다. 모두가 스스로가 느끼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니. 바로 이렇기에 때론 위로도 되면서, 때론 고통스럽기도 한 것. 참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 자유도 삶도 사랑도..


 

 

P307 이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바이런 경에 대한 일화, 그리고 독일의 유명한 작가들(실러는 그들 중에는 코체부쪽이 그런대로 무언가를 남기고 있으므로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저녁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괴테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조용하게 음미해 보라면서 노벨레의 원고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 에커만이 괴테로부터 노벨레의 작품 구성과 왜 결말을 그렇게 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눈에 붙어있던 비늘이 떨어지는 깨달음을 경험한 후 다시 읽어보게 되는 노벨레는 에커만에게 얼마나 더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을까.. 그럴 수 있도록, 에커만이 새로운 시각으로 그 작품을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원고를 빌려주는 괴테.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괴테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와 함께 미치도록 부러운 에커만.


 

P317 그리고 합창대를 다시 명부의 세계로 내려 보내지 않고, 지상의 명랑한 대지 위에서 자연의 원소들을 노래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네.”

 

>> 곧 출판사로 넘겨질 괴테의 새로운 작품 헬레나의 구성을 두고 괴테와 에커만이 나누는 대화 일부이다. 작품의 느낌을 넘어서 작품 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그들. 그리고 한 장면 장면을 작품의 전체 흐름과 연결시켜 해부하듯 분석하며 또한 느끼는그들의 대화. 그들의 대화는 사람 관계에서부터 삶.. 그리고 작품에 대한 느낌과 구성 부분까지 마치 우주를 넘나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지적대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들. 어떤 개인의 취향과 성향이 온전히 그대로 존중 받으면서 서로 공감도 하고 이견도 내면서 깊이 빠져드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삶이 내겐 참으로 이상적으로 비쳐졌다. 작품을 논의할 때만이 아닌 삶 자체가 지적이지 않나..


 

P318 내가 말했다. “잘 생각해 보면 한 편의 시는 언제나 제목 없이 생겨나며, 제목 없이도 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제목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물론 제목은 시의 핵심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 라고 괴테가 말했다. “고대의 시들도 제목이란 것을 가지지 않았었지. 제목을 붙이는 것은 근대인들의 관습으로서, 고대의 시들도 그들에 의해 뒤늦게 제목을 얻게 되었던 걸세. 하지만 이러한 관습은 그저 생겨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생겨났던 걸세. 문학의 영역이 광범위해짐에 따라 각각의 시들에 이름을 붙여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 고대의 시에 제목이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근대인들이 필요에 의해 붙여놓은 것이란 사실.. 몰랐더랬다.. 그랬구나.. 넘 재밌다..^^


 

P320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는데, 결론은 그들 중에서 훌륭한 산문을 발표하며 등장한 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주 간단해.”하고 괴테가 말했다. “산문을 쓰기 위해서는 무언가 말할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네. 말할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하나의 말이 다른 말을 이끌어내면서 마침내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시라든지 운문은 쓸 수 있을 테지. 여기서 그 무엇이라는 것도 사실 아무 내용도 없고 외견상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 뜨끔했다. 가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뭔가 올리고 싶기는 한데, 쓸 주제가 없을 때 내가 가끔 이렇게 단어놀이를 함을 스스로 알기에 뜨끔해졌다. 물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이지만, 굳이 그러면서 아무것이나 붙잡아 써놓고 올리는 용기라니.. 이런 용기는 있으면서 왜 진정 내 삶을 바꾸는데 용기는 이리도 부족한건지………


 

P327 만일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단편으로만 전해오느 그 작품들을 복원해 보고 싶네. 내가 에우리피데스의 [파에톤]을 복원했듯이 말이야.

 

>> 그림을 복원하는 것이라면 또 모르지만, 글을 복원한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 작가가 의도했던 데로 똑 같은 운율과 단어로 복구해낼 수가 있는 걸까..? 이미 [파에톤]을 복원했으니 시간만 있으면 괴테에겐 가능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내게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갸우뚱~


 

P330 우리가 만나는 며칠 밤을 이용해서 함께 [색채론] 전체를 통독해 나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네. 그렇게 하면 언제나 분명한 화제를 가지게 되고, 자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학설의 전체를 터득하게 될 테지. 내가 자네에게 전한 것은 자네 속에서 생명을 갖게 되고, 다시 무언가를 태어나게 하겠지. 이렇게 하면 이 과학이 이내 자네 것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네. , 1장을 읽어보게. 이렇게 말하면서 괴테는 책을 펼쳐 내 앞에 놓았다. 나는 그가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해 마음속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 괴테의 에커만에 대한 배려와, 그의 깊은 호의에 감동해 하는 에커만의 마음이 그대로 글 속에 녹아있다. 이렇듯 괴테는 자기 주위사람들을 성장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그 행복을 자신의 행복처럼 느끼는 듯하다. 괴테......


 

P330 괴테가 말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들의 외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들의 내부에 있지 않은 것은 없네. 그러므로 외부의 세계가 그 색채를 가지고 있듯이 눈도 역시 그 색채를 가지고 있지. 이제 이 학문에 있어서는 주관적인 것으로부터 객관적인 것을 엄격히 구별하는 일이 특히 중요하므로, 내가 눈에 속하는 색채를 먼저 다룬 것은 적절했다고 생각하네. 즉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경우에 있어서 거기에 나타나는 색채가 사실은 우리들의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지 아니면 누 자체가 생겨나게 한 가상의 색채에 지나지 않는지를 언제나 제대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나는 모든 지각과 관찰을 생겨나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이 기관에 대해 먼저 정리함으로써 이 학문의 강의에 올바르게 임했다고 생각하고 있네.”

 

P331 나는 다시 계속해서 읽다가 피유도색이라는 매우 흥미 있는 절에 다다랐다. 눈은 언제나 변화를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눈은 같은 색채에 머무르기를 결코 좋아하지 않고 즉시 다른 색채를 요구하며, 더군다나 그 요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실제로 다른 색채를 찾아낼 수 없을 경우에는 그러한 색채를 스스로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 너무나도 흥미로운 이론이다. 우리 눈이 같은 색채에 머무르기를 결코 좋아하지 않기에 즉시 다른 색채를 요구하고, 다른 색채를 찾아낼 수 없을 경우에는 그러한 색채를 스스로 생겨나게 한다니.. 와우~ 이것이 진실이라면 대단한 발견 아닌가~ 내 눈이 정말 그런가~?


 

P331 자연 전체를 통해 작용하고 모든 생명과 생명의 모든 기쁨의 근원에 있는 위대한 법칙이 화제가 되었다. 괴테가 말했다. “이것은 다른 모든 감각에 대해서도 적용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차적인 정신 활동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이네. 그러나 눈은 특히 뛰어난 기관이므로 이 변화를 요구하는 법칙은 색채에서 특히 현저하게 나타나고, 색채의 경우에 유달리 뚜렷하게 우리들에게 의식되는 거네.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춤은 거기에 장조와 단조가 교대로 나타날 때이며, 그와 반대로 장조로만, 혹은 단조로만 된 춤은 이내 우리를 싫증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일세.


 

P339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자기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세. 그것이 가장 좋아.”

 

>> 그래..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게다. 하지만 묵묵히나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안다. 그렇기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은 소수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그들은 그 많은 군중들 속에 빛을 발하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들.. 나도 아름다운 그들 중의 하나이고 싶은 것이다..


 

P340레싱의 희곡이 고대인의 것과 비교하여 졸렬하고 보잘것없다고 해서 어쩌란 말인가! 오히려 이 탁월한 인간에게 동정을 보내야만 하네. 자신의 희곡에서 그려졌던 것보다 더 뛰어난 소재를 조금도 주지 않았던 가련한 시대에 살아야만 했으니까!

 

>> 난 괴테의 이런 점이 너무나 좋다. 그는 절대 한 사람을 한 부분으로만 보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그는 그 사람 전체를 보고, 그가 속해있는 삶을 보고, 또한 그가 맞닥뜨릴 수 밖에 없었던 세상을 보고 그를 느낀다.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에, 심지어 그는 그를 비평하고 비판하는 이들도 그들의 비판이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것이거나, 또는 다른 각도에서 그렇게 이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P340 빙켈만의 저서 [그리스 예술 작품의 모방에 관하여]를 읽고 있는데, 빙켈만이 당시까지만해도 자신의 대상에 관하여 명백하게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자네 말이 옳아.”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이따금 그가 그 어떤 모색의 단계에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지. 그러나 위대한 점은 그의 모색이 언제나 그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네. 그는 마치 신세계를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예감으로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콜럼버스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하간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은 현재로는 배우는 게 없을테지만, 앞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게 될 걸세.”

마이어는 발전을 거듭해 왔기 때문에 이제 예술에 대한 그의 지식은 절정에 도달하였고, 그의 [예술사]는 불멸의 작품이 되었네.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에 빙켈만을 본보기로 삼아 교양을 쌓고 이후에도 그 길을 계속 가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그는 없었을 테지. 우리는 위대한 선배가 이루어놓은 것이 무엇이며, 또한 이 선배의 업적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거네.”

 

>> 어떻게하면 이런 경지까지 오르게 되는걸까..? 다른 무엇보다 이렇게 우주적인 객관적인 시각을 지닌 그들이 존경을 넘어서 거룩해보이기까지 했다..


 

P342 [야코비와 그 친구들의 서간집]에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들만 등장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동일한 경향이나 공통된 관심사 같은 것은 조금도 없다네. 각자가 자신의 껍질 소에 틀어박혀서 제 길만을 가고 다른 사람의 노력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군. 말하자면 그들은 당구공과 같아. 초록색의 당구대 위를 제멋대로 달리면서 서로 아랑곳하지 않고, 만일 서로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이내 더 멀리 달아나버리는 걸세.”

 

>> 이 비유를 듣고 에커만이 웃었듯이, 나도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왔다. 대체 어떻게 이런 비유를 들 수 있는거지..? 부럽기만 하다.. 히유


 

P345문제는 아주 단순한 것이네.”하고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것을 신뢰하고 그것을 따른다면 그때마다의 편차에 좌우되어 갈피를 못 잡는 일은 없지. 기압계가 높을 때는 건조하고 동풍이 불며, 기압계가 낮을 때는 습하고 서풍이 분다. 이것이 내가 의지하고 있는 일반 원리이네. 때로는 기압계가 높고 동풍인데도 습한 안개가 끼거나, 서풍인데도 푸른 하늘이 보일 때가 있지. 하지만 나는 그런 일에는 개의치 않으며 나의 일반 원리에 대한 신념도 조금도 흔들림이 없네. 다만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요소가 서로 뒤섞여 작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지.

 

P346 자네에게 지침이 될 만한 것을 말해 주고 싶군. 요컨대 자연에는 도달할 수 있는 것과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잘 분간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네. 어떤 일을 끝내고 어떤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가를 통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평생 동안 도달 불가능한 것에 매달려 헛고생만 할 것이네. 진리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서 말이야.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 만큼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심지어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부터도 약간의 무엇을 얻어낼 수도 있을 테지. 물론 퇴종적으로야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말이네. 자연의 이런저런 일들에 접근하는 데는 그 어떤 한계가 있으며, 자연이란 그 배후에 언제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캐낼 수 없는 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야.”

 

>> 괴테의 이 말은 바로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힌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심지어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부터도 약간의 무엇을 얻어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 그래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우리는 그 저 너머로 우리의 꿈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P347단연코 아니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처럼 완벽한 그림은 자연 속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야. 이러한 구성은 바로 화가의 시적인 정신에서 나온 것이네.”

 

P349 제기된 모든 명제에 대해서 그 반대가 주장되고 나면, 이제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참으로 진실인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러나 의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의심은 정신을 북돋우어 더욱 상세한 연구와 실험에로 나아가게 하고, 이것이 완전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면서 확신이 생겨나는 거지. 이것이 목적이며, 인간은 거기에서 완전한 안심입명의 경지를 찾아내는 거네.

 


P360 그 연필은 마음먹은 대로 미끄러졌기 때문에 그 사용자의 생각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놓았던 것이다.

 

>>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초서에 옮겨보았다. ^^


 

P360 괴테가 말했다. “나는 요즈음 아주 운이 좋게도 유명한 대가들의 뛰어난 스케치 작품들을 싼값으로 구할 수 있었네. 이러한 그림들은 아주 귀중한 것이야. 왜냐하면 그것들은 예술가의 순수한 정신적 의도를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창조의 순간에 품고 있었던 기분 속으로 우리를 바로 이끌어 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이 성전 안의 소년 예수를 그린 그림을 보면 필치 하나하나마다 예술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위대한 명랑성과 밝고 고요한 결의가 드러나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러한 기분 좋은 느낌은 금방 우리들에게로 전해지지. 게다가 조형미술은 순수한 객관적 성질의 것이어서 감각을 심하게 자극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들을 곧장 끌어당긴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네, 요컨대 이와 같은 작품은 우리들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거나, 아니면 아주 결정적으로 말을 걸거나 둘 중의 하나이네 반면에 시라는 건 아주 막연한 인상을 주고, 감각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듣는 이의 성질과 능력 여하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것이 되지.”

 

>> 알랭 드 보통에 이어 괴테를 통해 미술 작품을 보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느낌이다. 좋은 작품과 훌륭한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그 느낌은 어떻게 느끼는 것인지를.. 나는 음악이람 모르지만 미술 작품엔 정말 관심이 없기도 하고 문외한인데 조금씩 배워가는 듯한 느낌에 박물관에 가는 것은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내가 박물관에 명화 감상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니 참으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


 

P361그 점에서 바이런 경은 위대해, 그의 묘사에는 마치 생각나는 대로 경쾌하게 갈겨 쓴 것 같은 현실성이 있네.


 

P362 괴테가 말했다. “지금의 독일 미학자들은 대상이 시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해 열심히 논하고들 있네, 어떤 점에서는 그것도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자면 현실의 대상으로서 시적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므로, 요는 시인이 그 대상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이네.”

 

>> 절대 동감이다.


 

P363 괴테가 말했다. “그가 그리는 여성들은 훌륭해. 여성만이 우리들의 이상적인 것을 쏟아 부어넣을 수 있도록 현대인에게 아직 남겨져 있는 유일한 그릇이네. 남성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손댈 여지가 없어. 호메로스가 아킬레스와 오디세우스라는 가장 용감한 자와 가장 현명한 자를 모든 것에 앞서 다 그려버렸기 때문이지.”

 

>> 괴테의 심플하면서도 단호한 표현에 웃음이 나왔다. ^^ 어쩌자고 호메로스는 그리도 멋진 남성상을 그렇게 혼자 다 표현해버려 후대 작가들이 남성을 표현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을까..? ^^

괴테의 표현이 넘 재밌다. ^^


 

P363 도대체 바이런이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랫동안 이와 같은 고통스런 소재에 몰두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 것이 실은 바이런다운 면모였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는 영원한 자기학대자였지. 그 때문에 그러한 소재들이 그가 즐겨 다루는 테마가 되었던 것이네. 자네도 보다시피 그의 작품 어느 것을 보아도 밝은 주제의 것은 거의 없어.”

 

>> 왜 그 아름다운 바이런은 그렇게 자신을 학대할 수 없었던걸까..? 점점 바이런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진다..


 

 P364 괴테가 말했다. “나로서는 현대 문학의 대표자로서 그 이외의 인간을 든다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네. 그가 금세기 최대의 재능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지. 게다가 바이런은 고대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바로 현대 그 자체와 같은 인물이야. 나에게는 그와 같은 인물이 꼭 필요했었네, 게다가 그는 만족을 모르는 성격과 메솔롱기온에서 파멸하기에 이르렀던 그 전투적인 기질로 보아서도 참으로 제격의 인물이었어. 바이런에 관해서 논문을 쓴다는 건 즐겁지도 이롭지도 않아. 하지만 이따금 그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그와 연관된 개별적인 점들을 언급하는 것은 앞으로도 그만두지 않을 생각이네.”

 

>> 괴테가 바이런의 모든 면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얼마나 바이런을 존경하고 그의 재능을 높이 칭송했는지는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다시 한번 느껴지는 부분이다.


 

P365 내가 말했다. “물론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중의 그림자를 가진 루벤스의 풍경화를 보고 허구라는 개념을 알고 이후로는 그러한 것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작은 모순들은 그것들로 인해 얻어진 더욱 고차적인 아름다움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한 것입니다. 어쨌든 그 노래는 꼭 부러져야 했고, 또 다른 합창대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소녀들이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어떻게 하면 그런 모순적인 부분까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분석사면서 읽어내려 갈 수 있는건지. 에커만의 능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P365 오성이 거기에 접근할 수도 또 접근해서도 안 되는 그러한 상상력의 법칙 말일세. 요컨대 오성으로써 영원히 풀 수 없는 것이 상상력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상력이란 게 무어 대단할 것이 있겠나. 바로 여기에 시와 산문의 갈림길이 있는 거지. 물론 산문에 있어서는 오성이 언제나 지배적이거나 지배적이라도 무방하거나 또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겠지.”


 

P369 한계가 없는 반대 행위라는 건 천박할 뿐이지. 그러나 일정한 한계 내지는 제한이 주어지면 반대하는 일에 있어서도 여하간 영리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실로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네.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기가 전적으로 옳은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될 수 있고 또 바람직한거네. 하지만 당파란 그것이 당파라고 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는 없는 것이지. 따라서 당파에는 간접적인 표현 방법이 적합한 것이고 이 점에서 프랑스인은 예전부터 위대한 모범을 보여왔던 걸세.

 

>> ‘한계가 없는 반대 행위라는 건 천박할 뿐이다무엇이든 한계가 없는 것은 추해 보이는 듯하다. 절제 없는 순수가 추해보이듯이.


 

P373 사람들은 귀족 정치와 민주 정치에 관해 언제나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다음처럼 아주 간단한 것이네. 젊은 시절, 즉 우리가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평화로운 소유를 제대로 평가할 줄 모르는 시절에 우리는 민주주의자이지.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소유하게 되면 우리는 이 소유가 안전하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들과 후손들이 그 습득물을 아무런 탈 없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거네 그러므로 우리는 나이게 드렉 되면 언제나 예외 없이 귀족주의자가 되는 걸세, 젊은 시절에 다른 생각을 가졌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야. 레오는 이 점에 대해 아주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이네.

 

>> 민주주의와 귀족주의를 우리 삶에 비유한 표현이 너무나도 적절하고 꼭 맞아 떨어져 너무 재밌었다. 그렇다. 없을 때는 민주적이고 무언가 손에 쥐게 되면 귀족주의가 되는 것이다. 괴테 말대로 젊은 시절에 다른 생각을 가졌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괴테의 우주를 넘나드는 듯한 포괄적이면서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그의 분석과 이해 능력은 이런 모든 삶의 경험과 배움에서 얻은 지혜에서 오는 것일 터. 나도 괴테처럼 그렇게 멋지게 늙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꿈도 야무져~ ^^ .. 어쨌든.. 꿈은 야무져야 하는 거 아닌가..? ^^)


 

P397 그는 차를 마시면서도 마치 추밀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듯 당당한 모습일세. 그 무엇에 의해서도 난처하게 되거나 속박되지 않고, 생각의 나래를 자유롭게 활짝 펼쳐 날면서 조금도 아래로 끌려 내려가지 않으니 말이야. 조금도 염려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언제나 자유롭게 자신의 위대한 견해를 토로한다네. 그야말로 참다운 인간의 본보기로서, 누구라도 그렇게 되어야겠지! 반면에 우리는 언제나 속박되어 있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네.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대상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차 숟가락조차도 만일 그것이 금으로 되어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는 걸세. 그것이 은으로 되어야 마땅한데, 하고 말이지. 그렇게 천 갈래의 생각으로 마비되어버리면, 마침내 우리는 자신의 본서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위대한 것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게 되는 거네. 말하자면 우리는 눈앞 대상들의 노예가 되어, 그것들이 우리를 수축시키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자유롭게 팽창할 공간을 주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자신도 때로는 왜소해졌다가 때로는 위대해졌다 하는 것이네.”

 

P399 자연과학의 대상을 연구하면서 하나의 견해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 즉시 자연이 나의 견해가 옳다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 적은 없었네. 오히려 나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자연의 뒤를 따라갔네. 그러다가 자연이 이따금 호의를 베풀어 나의 견해를 입증해 주면 그것으로 만족이었지. 만일 자연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라면 나는 또 그에 순응하여 또 다른 착상을 하곤 했어. 아마 자연도 내가 그렇게 뒤를 따라가면서 그러한 착상의 진실을 확증하기를 바랐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네.”

 

>> 자연에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는 괴테. 내가 괴테가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경외심까지 느끼게 하는 바로 그 성품이다.


 

P415 낭송을 마치 티크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청중은 의자에 묶여버리기라도 한 듯 그대로 있었다. 모두들 이제 막 영혼을 스쳐 지나간 그것에 의해 너무나 깊이 압도당한 나머지, 그러한 놀라운 감동을 준 사람에게 마땅히 전해야 하는 적절한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대체 어떤 낭송이었길래 그렇게 감동 총탄을 맞은 듯 그렇게 꼼짝을 못하고 앉아있어야 했단 말인가..? 이 얼마나 로만틱의 절정인지.. 아마도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을 것 같다..


 

P419 괴테가 대답하기 위해 나를 창가로 데려갔다. “여보게, 많은 점에서 당장 자네에게 유익하고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도움이 될 말을 해주겠네. ‘나의 작품은 대중화될 수가 없네.’ 그러니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거나 노력하는 자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지. 나의 작품은 대중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비슷한 것을 원하고 추구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P421에커만은 내버려두시오.: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는 극장에 앉아 있는 떄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멍한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달리 행복한 느낌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위대함으로 나를 전율케 했던 인물이 지금은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바로 이 사람과 사귀면서 친밀한 관계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 틈에 나도 끼어 있지 않은가. 숱한 운명의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말이다. 그러니 나의 운명에 감사할 따름인 것이다.

 

>> 에커만이 느끼는 이 깊은 행복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에커만의 자리에 있었어도 나의 운명에 감사했을 것이다. 단순히 당대의 거장과 우정을 나누고 있음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위대한 조언을 들으며, 자신의 장래를 걱정해주고 가르치고 싶어하고, 삶의 레슨을 간접적으로 가장 진실된 방법으로 보여주려하고 또한 그런 진리를 함께 논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 그 모든 것이 괴테와 함께 괴테를 통해 맛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나는 에커만의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날이 가면서 괴테와 함께 하면 할수록 괴테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깊어짐을 느낄 수 있다.

어깨 너머로 보는 내가 이럴진대 하물며 직접 함께하는 에커만이야 오죽하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림이다.


 

P424 즉 당시의 예술가들이 현재의 것보다 더욱 완벽한 자연을 모범으로 삼아 작업했다기보다는 그들 자신이 시대와 예술이 발달함에 있어서 그 어떤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개성적인 위대함으로 자연을 향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

선생님은 조금 전에 그리스인들은 개성적인 위대함을 가지고서 자연을 향했다는 훌륭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그 말씀의 의미를 충분히 깨달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네. 여보게.” 하고 괴테가 말했다. “거기에 모든 것이 달려있어. 사람이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우선 무언가가 되어야한다네,

 

P425 무언가 위대한 것을 이루려면 그 전에 자신의 교양을 높이 쌓아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만 그리스 사람들과 같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실제적인 자연을 자신의 정신의 드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릴 수 있고, (내적인 허약함에서든 외적인 장애 때문이든 간에) 자연 현상을 다룸에 있어서 지향점으로만 남아 있는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이네.”


 

P427그와 비슷한 일은 문학의 영역에서도 곧 잘 있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이런저런 유명한 작가의 독창성을 의심하면서 그 교양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캐묻고 있으니 말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정말 가소로운 일이야. 영양 상태가 좋은 사나이를 붙들고 그가 먹고 기운을 차린 게 소인지 돼지인지를 묻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 하하하하~ ^^;; 어쩜 이렇게 기가막힌 비유를~ 하하하하~ ^^;;


 

P428 중요한 것은 진실을 사랑하고, 그것을 찾아내어 받아들이는 영혼을 가지는 것이네.

 

>> 어떤 상황에서든 진리를 추구하고, 진실을 사랑하는 괴테. 그가 그렇게 객관적이고 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근본이 바로 진실에 있기 때문일게다.


 

P436선생님이 바이런에 대해서 말씀하신 모든 것에 대해 저는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하고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천분을 타고난 시인이 아무리 중요하고 위대하다 할지라도, 저로서는 그의 작품들에서 순수한 인간 형성을 위한 결정적인 이득을 길어 올릴 수 있는지는 의심이 갑니다.” 난 자네 의견에 반대야.”하고 괴테가 말했다. “바이런의 대담성, 당돌함과 웅대함. 이 모든 게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겠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순수함과 도덕성만을 인격 형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하네. 모든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인격을 높여주는 걸세.”

 

>> 모든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인격을 높여주는 것. 선한 것만이 아닌, 오로지 순수한 것만이 아닌 그 모든 것에서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때 우리가 인격 고양에 도움이 된다는 괴테의 말이 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역시 괴테다...


 

P437나는 요즈음 슈바르트를 읽고 있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물론 슈바르트는 뛰어난 작가이고, 그의 견해에는 잘 들여다보면 많은 훌륭한 것들이 들어 있지. 그의 저작의 주된 관점은 철학을 배제한 하나의 입장, 즉 건강한 인간 오성의 입장을 지향한다는 데 있네. 또한 예술과 학문은 철학과는 별개로 자연적인 인간의 힘을 자유롭게 발휘할 때 가장 번성한다는 것이지. 이것은 정말 우리한테 꼭 들어맞는 견해이네. 나는 철학으로부터 늘 자유로운 관점을 견지해 왔으며, 건강한 인간의 오성이 언제나 나의 입장이었어. 그러므로 슈바르트는 일생 동안 내가 말하고 행동해온 것을 확인해 주고 있는 셈이지.

단 하나 내가 칭찬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며, 그래서 언제나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며, 그래서 언제나 아주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네. 헤겔과 마찬가지로 그는 기독교를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철학은 그래 봤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데 말이야. 기독교는 그 자체로 강력한 실체이며, 영락하거나 고뇌하는 인류는 때로는 그것에 의지하여 언제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왔네. 종교의 이러한 작용을 인정하는 이상, 종교는 모든 철학을 초월하며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지. 마찬가지로 철학자도 어떤 종류의 이론, 이를테면 영원불멸설과 같은 것을 입증하기 위해 종교의 명성에 의지할 필요는 없네. 인간은 불멸을 믿어야 하며, 그럴 권리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본성에도 들어맞는 것이므로 종교의 약속을 믿어도 좋아. 그러나 철학자가 우리들의 영혼 불멸의 전설로부터 이끌어내려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허약하기 짝이 없고 그다지 의미도 없는 것이 되고 마네. 내가 볼 때 영혼 불멸에 대한 신념은 활동의 개념에서 생겨나는 것일세. 왜냐하면 내가 인생의 종말까지 쉬지 않고 활동하는 가운데, 현재의 생존 형식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게 된다면, 자연은 반드시 나에게 다른 생존의 형식을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일세.”


 

P438 이러한 말을 듣는 동안 내 가슴은 경탄과 사랑으로 두근거렸다. 나는 이보다 더 인간으로 하여금 고귀한 활동을 하도록 축구하는 가르침은 지금까지 언급된 적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보증을 발견한다면 그 누가 자신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활동하고 행동하지 않겠는가.

 

>> 에커만의 두근거림은 내 두근거림이 되어 내 가슴에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가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는 괴테로부터 듣는 이 고귀한 가르침이 그에게 어떤 느낌을 안겨주고 어떤 가르침을 안겨주었는지 내게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그런 훌륭한 스승을 자신의 개인 교수처럼 함께 할 수 있었던 에커만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사람이었지만, 괴테 역시 그렇게 자신의 삶의 깨달음이나 교훈을 스폰지처럼 쏙쏙 빨아들이며 그대로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을 그토록 존경과 사랑의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에커만을 곁에 두었음은 괴테에게도 축복처럼 느껴졌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알아듣고 빨리 배우면서도 자신의 주장도 내세울줄 아는 순수하고 총명한 청년 에커만.. 그 둘의 대화가 깊어가면 깊어갈수록.. 조금있으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게 될 괴테를 떠올리며 내 마음은 연민으로 가득차며 자꾸만 슬퍼지려했다. 그 마지막 페이지는 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P439 마주 앉아서 여자는 실을 잣고 남자는 실을 감고 있으며, 그들의 발치에는 사내아이 하나가 있었다.

 

>> 동판화에 그려진 그림 설명을 보며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가 실을 감으시던 모습이 떠올라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는 이불을 꼬메는 두꺼운 실을 둥그렇게 만들어서 모아두곤 하셨는데 실을 감는 시기가 되면 (언젠지는 기억 안나지만) 직장에서 돌아오시는 아빠에게 두 팔을 벌려 실을 걸어놓으시곤 엄마는 둥그런 모양의 실뭉치로 감곤 하셨다.

미색 창호지를 타고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그 모습은 얼마나 평화로워 보였더랬는지. 어렸을 때의 나는 그 모습이 행복한 모습임을 알지는 못했지만, 그 평화로움과 행복이 주는 뭔지모를 나른함 속에 아버지 다리하고 앉아계시던 아빠 다리를 베고 낮잠이 들곤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P439이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볼수록 마음이 더욱 편안해집니다. 정말 독특한 매력을 지닌 그림입니다.” 그러자 괴테가 대답했다. “그건 어떠한 예술에도 필수적인 감각의 매력이네. 특히 이러한 대상에서는 아주 잘 드러나지. 반면에 예술가가 이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더욱 고귀한 대상을 표현할 때는 적절하게 감각을 부여하여 무미건조하거나 차갑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네. 그렇게 하는 데 있어서는 젊거나 늙은 것이 이로울 수도 또 방해될 수도 있어. 그러니 예술가는 자신의 나이를 깊이 고려한 후에 대상을 선택해야만 하네.

 

P445 위대한 수학자인 라그랑주가 언급되었는데, 괴테는 특히 그의 뛰어난 인품을 강조하였다. “그는 선량한 사람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위대하다네. 왜냐하면 선량한 인물이 재능을 갖추고 있으면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도록 도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 그가 예술가든 자연과학자든 시인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P446 바이마르의 성을 건축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네. 나는 함꼐 작업에 참여해야 했고 심지어는 돌림 띠 장식도 그려야만 했지. 나는 숙달된 장인들보다도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기본적인 의도에 있어서 내가 그들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네.”

 

>> 바이마르성에 괴테가 직접 그리며 참여한 돌림 띠 장식이 있다니, 언젠가 내가 바이마르엘 간다면 꼭 바이마르성엘 가보고 싶다. 어느 쯤이 괴테가 그린 돌림 띠일까.. 상상 속에 그려보는 것도 참 즐거울 것 같다.


 

P447 어떤 문맥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괴테는 다음과 같은 아주 중요한 발언을 했다. “모든 위대한 것과 총명한 것은 소수에게만 존재한다네. 국민과 왕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고독하게 수행한 장관들이 있었어. 이성이 대중화된다는 것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이야. 열정이라든지 감정은 대중의 것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성은 언제나 소수의 뛰어난 자들의 것일 뿐이야.”

 

P449 재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아. 그보다는 오히려 총명할 필요가 있지. 또한 넓은 세계에 살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들의 의도를 알아낼 기회를 가져야 하며 스스로도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함께 참여해야 한다네. 자연과학 연구에 정진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결코 알지 못했을 거야. 자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 우리는 순수 직관과 순수 사고, 감각의 오류와 오성의 오류, 성격의 허약함과 성격의 강력함에 좌우되고 말지. 모두가 다소간 유연성이 있고 가변적이며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 그러나 자연에게만은 농담이 통하지가 않아. 자연은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진지하며 언제나 옳다네. 그러니 결함과 오류는 언제나 인간의 것일 뿐이야. 자연은 어중간한 자를 경멸하며, 다만 전력을 다하는 자, 진실한 자, 순수한 자에게만 복종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일세.

오성만으로는 자연에 접근할 수가 없어. 인간은 자신을 최고의 이성에로 이끌어 올려야 하네. 그래야만 근원현상들 (물리적인 것, 윤리적인 것을 막론하고)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신성에 도달할 수 있는 걸세, 신성은 그러한 근원현상들 뒤에 자리 잡고 있으며 또 그러한 근원 현상들은 신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네.

그러나 신성은 살아 있는 것 속에서만 적용하며 죽은 것 속에서는 작용하지 않는다네. 신성은 생성되는 것과 변형되는 것에만 있으며 생성된 것 그리고 굳어버린 것 속에는 없어. 그러므로 신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성 또한 생성되는 것. 살아 있는 것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네. 반면에 오성은 생성된 것. 굳어버린 것을 그 대상으로 삼지. 유익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므로 광물학은 오성의 학문이며 실제적인 삶을 위한 학문이네. 왜냐하면 그것이 다루는 대상은 더 이상 생성을 멈춘 죽은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 여기서 종합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네. 기상학의 대상은 살아 있는 것으로서 우리가 날마다 그 작용과 활동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들이며 종합을 요구하는 것이네. 그러나 함께 작용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인간이 그러한 종합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관찰하고 탐색해 보아도 허사가 되고마는 게 아니겠나. 우리는 가설들을 향하여, 상상의 섬들을 향하여 힘차게 노를 저어보기도 한다네. 하지만 참된 총합은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 남고 말겠지. 그렇다고 놀랄 일은 아니야. 식물이나 색채 같은 것은 아주 간단한 대상들에 있어서조차도 종합에 이른다는 게 그처럼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P452 쿠쟁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는 인도 철학으로 넘어갔다. 그가 말했다. “그 영국인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이 철학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네. 오히려 그 철학 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경험해 온 시기들이 반복되고 있어. 우리는 아이 시절에는 감각주의자이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대상에게 본래부터 거기에 들어 있지 않은 특성을 부여하는 동안은 이상주의라네. 그러다가 사랑이 흔들리고 충실함을 의심하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회의주의자가 되어 있는 것이지. 남은 생애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가는 대로 내버려두다가 정관주의로 끝을 맺는다네. 인도의 철학자들처럼 말일세.

 

>> 재밌으면서도 참으로 맞는 비유다. “남은 생애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가는 대로 내버려두다가 정관주의로 끝을 맺는다는 마지막 구절이 참 묘한 뉴앙스가 풍긴다. 쓸쓸한 느낌..


 

P454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는 경탄이라네. 그리고 근원현상을 보고 경탄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네. 더 높은 것은 허락되지도 않고, 더 이상의 것도 그 뒤에서 찾을 수도 없으니 말일세. 이것이 한계야. 하지만 근원현상을 목도한 인간은 보통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네.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난 후 즉시 뒤집어서 그 뒷면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려는 아이들처럼 말이야.”

 

>> 괴테가 표현한 어린 아이의 거울보기 비유를 읽다가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다가 어떻게 내가 거울에 비쳐지는지 궁금했던 나는 깨진 거울 뒷면을 보면서 그 안에 내가 있는지를 찾던 기억.. 가만보면 어렸을 때부터 참 엉뚱한 것에 호기심이 많았던 듯싶다.


 

P452 정신의 눈에 보이는 빛은 완벽한 흰색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육체의 눈에 의해 감지되는 경험상의 빛이 그러한 순수한 흰색의 생태로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빛은 안개라든지 그 밖의 것에 의해 변형되어 양의 영역으로 기울거나 혹은 음의 영역으로 기운다. 다시 말해 황색이나 청색의 색조를 띠고 나타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비치는 햇빛은 그러한 경우에 분명하게 양의 영역, 즉 황색의 영역으로 기울며, 촛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달빛과 동틀녘 혹은 황혼 무렵의 일광은 둘 다 직사광이 아니고 간접광이며, 더욱이 어스름과 밤에 의해 변형되어 수동의 영역으로 음의 영역으로 기울면서, 우리 눈에는 푸르스름한 색조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 그 괴테의 그 에커만이다.. 이런 에커만의 자세가 좋다. 자기가 아무리 존경하고 사랑하는 괴테지만, 그가 주장하는 이론을 액면 그대로 눈감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확인하며 그 이론의 진실성을 직접 체험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참 맘에 들었다. 사진에서 보여주는 그의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P466물론 선생님의 견해에 반대하려는 사람은 새벽 일찍 일어나야겠죠. 그러나 성숙한 사람이 너무 서두르고 미성년자가 오히려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다.”

마치 자네가 진실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하고 괴테가 조금 반어적이고 빈정대는 어투로 대답했다. “유색 광선에 대한 자네의 생각은 14세기에 속하는 것이야. 더욱이 자네는 어둡고 우매한 말재간에 코를 파묻고 있는 셈이네. 자네에게 있는 유일한 장점은 최소한 생각한 대로 바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정직하다는 걸세.” (…)

우리는 그동안 식사를 끝냈다. 대화는 중단되었다. 괴테는 일어나 창가로 가서 섰다. 나는 그에게로 가서 손을 잡았다. 왜냐하면 비록 그가 비난을 하더라도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또 옳은 것은 내 쪽이고 그가 고통을 받고 있는 쪽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괴테와 에커만의 의견 충돌(?)을 읽으며 언제나 중립을 취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도 객관적인 자세로 임하던 괴테이기에 에커만의 말에 예민하게 괴테의 반응이 의아스러웠다. 나중에 에커만의 이해로 나도 이해가 되긴 했지만 괴테도 특별히 뒤로 물러서고 싶지 않은 부분은 있었으리라.

 

고통스런 마음으로 창가에 서있는 괴테에게 다가가 비록 괴테가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에커만이 괴테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에커만이 얼마나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 그의 아픔까지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며 비록 그가 자신을 비난할지라도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그 깊은 사랑에 감동되지 않을 이가 어딨겠는가..? 그런 에커만을 나는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녕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청년.. 괴테도 그런 에커만의 마음을 깊이 느꼈으리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두 사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괴테와 에커만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음을 느낀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들이 맑고 깊은 성품에 나는 헤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그들 매력에 포박당한 듯 매료되고 있다.


 

P467 그의 색채론과 관련지어 볼 때 그는 마치 선량한 어머니와도 같ㄷ. 자신의 뛰어난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 아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 말이다.

 

>>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나 싶다. 나도 에커만의 표현으로서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던 괴테의 예민한 반응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얼마나 깊은 이해심을 가진 에커만인지.. 아름다운 사람...


 

P471 대중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언제나 혼자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생각해보게. 만일 내가 조형 예술과 자연 연구에 있어서 기초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열악한 시대와 그 일상적인 영향하에서 제대로 배겨나기 어려웠을 것이네, 사실 나의 그러한 토대가 나를 보호해 주었고, 또한 실러에게도 그 점에서 도움이 되었던 걸세.”

 

P471 괴테가 말했다. “인간은 높이 도달하면 할수록 점점 더 데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법일세. 그러니 자신의 주체적 의지가 샛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늘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네.

 

그리스 사람들이 말하는 다이몬데몬으로 독일어 번역하였는데 그는 그 개념을 알려지지 않은 신의 힘으로서가 아니라 개성내지는 성격으로 파악하였다. 즉 데몬은 한 인물에게 주어진 필연적이고 제한적인 개성이며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분하여 존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타고난 힘과 특성이 그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데몬적인 개성은 그 타고난 힘과 실행에 있어서 특별하게 강력하며, 이성적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영향력을 불러 일으킨다.

 

>>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악마라는 의미의 데이먼의 어원도 바로 여기서 온 것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선악과는 인간의 이기적인 자아를 뜻하는 거라고 했다. 데이먼은 신에게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적인 사고로 선과 악을 가르며 신과 맞서며 선을 갈등 속에 빠뜨리고 악을 일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사고개성의 의미를 가진 데먼과, 그 본성을 닮은 이기적인 자아로 자신의 사고 잣대로 선악을 가르는 인간은 바로 사고개성으로 불리워지는 데먼의 역할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러기에 혹시나 악마의 어원이 바로 거기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P474 최근 프랑스 시인들 그리고 고전적인 것낭만적인 것의 의미로 넘어갔다. “ 이 두 개념의 관계를 그런대로 나타낼 새로운 표현이 떠올랐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고전적인 것은 건강한 것. 낭만적인 것은 병적인 것이라고 부르겠네. 예컨대 니벨롱켄의 노래와 호메로스의 작은 고전적인 것이네. 왜냐하면 이 둘은 건강하고 힘차기 때문이지. 대부분의 현대 작품은 그것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하약하고 병든 것이기 때문에 낭만적인 걸세. 그리고 고대의 작품은 그것이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강력하고 힘차며 신선하고 건강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것이네. 그러한 특성에 따라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을 구분한다면 우리는 곧 그 진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세.”

 

>>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를 가르는 괴테의 새로운 개념이 너무 재밌었다. 괴테에 의해 허약하고 부족한 것으로 표현되어진 낭만주의. 종종 아름다운 핑크 빛으로 표현되어지는 낭만’. 그 핑크 빛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빛이 바래지면 얼마나 초췌하고 초라한 색으로 변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낭만도 어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아름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절제를 잃으면 그 아름다움을 잃게 되는. 감정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그 의미를 잃어버리기에 그래서 괴테도 낭만주의를 허약하고 병든 것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P475 선생님께서 그러한 환경이나 여향을 주제로 하여 글을 쓰시면 어떻겠습니까. 그 주제는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중요하고 풍성한 것이니까요.” “너무나도 풍성한 주네야.”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결구에느 모든 것이 영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 사실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는 없는 걸세.” “다만 고려할 점은 그 영향이 장애물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유익하게 작용하느냐. 다시 말해 우리의 본성에 어울리고 우호적이냐 아니면 우리의 본성에 거스리는가 하는 것이겠지요.”하고 내가 말했다. 괴테가 대답했다. “물론 그 점이 중요해. 그러나 우리의 보다 나은 본성이 자신을 강락하게 관철해 나가도록 만드는 한편, 데몬에게 합당한 정도 이상으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점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네.”

 

P475 한 나라의 식물 세계는 그곳 주민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겠지. 예컨대 평생 동안 키가 크고 엄숙한 떡갈나무에 둘러싸여 사는 자는 변덕스러운 자작나무 아래에서 나날을 보내는 자와는 다른 사람이 될 테지. 다만 유의할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질은 우리들처럼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외부로부터의 인상에 그렇게 좌우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힘차게 살아간다는 사실이네. 그러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점은 그 종족의 타고나 본성 이외에도 토양과 기후, 그리고 영양 공급과 종사하는 일이 한 민족의 특성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야. 그리고 또 생각할 것은 아주 초기의 종족들이 대개는 그들 마음에 드는 토양을 차지했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지역과 그들의 타고난 특성은 이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네.”

 

>> 바로 이 부분이 내겐 참 색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우리는 환경에 적응이 용이한 인간이지만,이미 우리가 환경에 지배를 받기 전에 이미 우리 특성에 맞는 토양을 골랐다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여러 토양 중에 그 곳을 골랐다면 바로 우리 성향과 특성에 맞는 곳을 골랐음은 당연한 일. 그러니 이미 우리는 적응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내가 좋은 땅을 골랐음이니.. 이미 조하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 당연한 듯 싶으면서도 너무나도 새로운 분석에 무릎이 탁 쳐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P476필적을 보니 어떤가? 주소를 쓴 자가 대담하고 자유로운 삶이 아니겠는가? (…) 필적이 그의 위대한 성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네. 이 봉투를 나의 필적 수집품 목록에 포함시킬 참이네.”

 

>> 참 독특한 괴테, 다양한 취미를 가진 괴테다. 필적 수집품 목록이라니.. 하하하~ ^^ 그의 끝도 없는 탐구심과 학구열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P480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위대한 통치자는 그 위대함 말고는 어떠한 수단도 필요치 않아.


 

P485 그토록 마구 소동을 일으키니 나는 두렵기만 해.

가여운 영혼이 너에게서 벗어나려다 아예 집을 떠나버릴까봐..

 

>> 괴테가 사랑한 시 [클라우디네 폰 빌라-벨라]에 들어있는 노래. 표현이 너무 명랑하면서도 재밌고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초서에 옮겨놓았다.


 

P487 무턱대고 남을 섬기는 자는 없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하는 거지. 나폴레옹은 인간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인간들의 그러한 약점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거야.”

 

>>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이 명예던 권력이던 또는 삶의 의미던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을 섬기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성인들이나 큰 뜻을 가진 기개 굳은 영웅들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P496 나폴레옹이 특별히 위대한 점은 어느 때건 한결 같은 인간이었다는 거네. 전투 전이든 전투 중이든 승리한 뒤든 패배한 뒤든. 그는 언제나 굳건하게 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고 결단을 내렸네. 그는 항상 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었어.

 

P497 정신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믿기 어려울 정도이네. 말하자면 정신력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온갖 해로운 영향들을 물리치는 적극적인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게지. 그와 반면에 공포심이란 나태하고 쇠약하며 예민한 상태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적에게도 맥없이 굴복하도록 만든다네.

 

P509, 이 완전무결한 사람을 한번 보게나.”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는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느꼈네. 그의 마음속에는 바깥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세계가 있었던 거네. 이들 그림에는 최고의 진실이 들어 있어. 하지만 현실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네. 클로드 로랭은 현실의 세계를 그 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암기하고 이었어.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아름다운 영혼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던 걸세. 이것이야말로 바로 참다운 이상성이네. 현실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그 진실이 마치 현실의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지.”

 

P510 형상을 포착하는 직관은 없고 오직 막무가내의 정신뿐일세. 그것도 제대로 된 정신은 아니고 말이야.” 내가 말했다. “좋은 시를 짓기 위해서는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대상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클로드 로랭과 같이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수중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자라면 아무리 머릿속으로 훌륭한 이념을 갖고 있더라도 좋은 시를 쓴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테지요.” 괴테가 다시 말했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자만이 무엇이 요점인가를 알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거네.”

 

P514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어느 시대건 거듭해서 말해져 온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고, 원래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기묘한 요구라네. 인간이란 어떤 것에 뜻을 두고 어떤 것을 얻으려 할할 때 외부 세계. 즉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지하게 되네. 그리고 자기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 그 외부 세계를 알고 그것을 자기에게 쓸모 있게 만들지.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그가 즐기고 있거나 괴로워하고 있을 때뿐이야. 그래서 고통과 기쁨을 통해서만 그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네. 여하간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여서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세상에 대해서는 아는 게 벼로 없고, 더군다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나도 역시 자신을 알지 못하며, 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


 

P518 오늘 식사 시간에 가보니 식탁이 기다란 홀에 차려져 있었는데, 여러 손님들을 위한 것이었다. 괴테와 그 며느리가 나를 아주 친절하게 맞았다. 그리고 점차로 손님들이 도착했다. 마담 쇼펜하우어, 프랑스 공사 직에 있는 젊은 라인하르트 백작, 터키와 대항하고 있는 러시아 군대에 복무키 위해 여행 중에 들른 백작의 처남인 폰 D, 그리고 율리케 양이 참석했으며, 마지막으로 궁정 고문관 포겔이 도착했다.

 

>> ‘마담 쇼펜하우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띄었다. 남편이 아파도 오로지 파티에만 집중하며 쇼펜하우어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 마담 쇼펜하우어. 물론 자신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쩌면 쇼펜하우어가 그렇게 염세적으로 변한데에는 엄마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그렇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빠가 병으로 고통 속에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엄마. 그런 엄마로부터 쇼펜하우어의 여성상이 그려졌으니.. 그 여성상이 건강치 못한상이 었음은 당연한 것이을터다. 그녀 또한 아들에게 그다지 깊은 정이 없었던 듯싶기도 하고..

 

물론 내가 이 모자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은 안 광복 선생의 책을 통해 간단하게 표현된 것들을 읽은 것이 전부니 그 더 깊고 복잡한 이유는 알지 못함은 당연할 터. 하지만 난 그녀가 싫었다. 그런데 그녀가 괴테와 함께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괴테가 젊은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높이 평가했음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P520 뒤쪽 편지에는 이미 [베르터]의 흔적이 보이고 있었다. 제젠하임의 상황이 암시되어 있는 그 편지에서 볼 때 행복에 볼 때 행복에 찬 그 젊은이는 감미롭기 그지없는 느낌에 도취된 채 하루하루를 반쯤은 몽환 속에서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편지의 필적은 차분하고 정결하고 우아하였는데, 이후 언제까지나 유지되었던 괴테의 필적이 그 특성을 이미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랑스런 편지들을 손에서 떼지 못한 채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너무도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괴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너무나도 아름다운 에커만. 에커만의 감수성 풍부한 아름다운 감성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맑아지게 하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면서 어떻게 이런 감성을 지닐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하다. 점점 그에게 빠져들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P521애석한 것은 인간이 일생을 통해 그릇된 경향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서도, 마침내 거기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런 그릇된 경향을 결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네.”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경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괴테가 대답했다. “그릇된 경향은 생산적이지 못해 설혹 생산적이라 해도 거기서 생산된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네. 그리고 타인에게서 그런 사실을 깨닫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세. 그러기 위해서는 커다란 정신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깨달았다고 해서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네. 망설이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면서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네. 부정의 증거를 이미 여러 차례 보았으면서도 사랑하는 처녀와 쉽사리 헤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여하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내가 조형미술을 지향했던 게 잘못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으며, 그것을 알고 나서도 완전히 뿌리치기까지는 또 여러 해가 걸렸던 사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네.”


 

P522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 경향은 그릇된 것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에게 매우 많은 유익을 가져다 주지 않았습니까.”

통찰력을 얻게 되었지하고 괴테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한다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잘못에 서건 이끌어낼 수 있는 이점일세. 재능이 부족한 자가 음악에 힘을 쏟아부어도 대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건 뻔하지만, 그래도 거장이 만든 작품을 알아보고 존중하는 것만은 배우게 되는 걸세. 내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였다 해도 물론 나는 결코 화가가 되지는 못했겠지. 그러나 미술의 온갖 분야를 두루 익혔기 때문에 선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잘된 것과 그릇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던 거네. 이러한 이득은 결코 작은 게 아니었어. 이처럼 잘못된 경향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아무런 이득도 따르지 않는 경우는 드문 것이네. 예컨대 성지 해방을 위한 십자군은 명백히 잘못된 시도였으나 그로 말미암아 터키가 점차로 약해져서 유럽에 대한 그들의 지배가 저지되었다는 좋은 점이 있었던 걸세.”

 

>> 처음부터 난 궁금했더랬다. 괴테의 예술 작품에 대한 깊은 조예가. 어떻게 그렇게 작품에 대한 평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화가나 예술가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잘 구분할 수 있는걸까..? 하는 여러가지 궁금한 점이 많았더랬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비록 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가 중간에 그만둬야 했지만, 그로 인해 그가 얻은 지식과 배움이 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말이다. 암튼 괴테 덕분에 나는 박물관으로 달려가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나도 그림을 보며 그렇게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지.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지.. 슬픔이 내 슬픔되어 흐르는지..


 

P526 클로드 로랭의 그림 몇 점을 더 감상한 후에 나는 미술가 백과사전을 펼쳐보았는데, 이 위대한 거장에 관해 어떤 내용이 씌여져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의 주요 업적은 다채로운 기법에 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괴테가 말했다. “책에 씌어져 있는 것을 믿고 자기 것으로 하는 경우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보게나!”

 

>>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 한껏 기대하며 찾아본 사전 속에 쓰여있는 너무나도 맥빠지는 한꾸절의 표현을 읽고 둘이 쳐다보며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게 느껴지는지, 그만 눈물이 날 뻔 했다. 조금 있음 괴테가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갈 것이란 생각에. 그래서 에커만이 홀로 남아 괴테와 함께 했던 너무나도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싸한 아픔을 평생 느껴야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그만 고통스러워졌다.


 

P532 나는 우리들 존재의 영속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네. 왜냐하면 자연이란 엔델레히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니 말이야. 그러나 우리를 모두가 똑 같은 방식으로 불사라는 것은 아니네. 자기 자신이 미래에 하나의 위대한 엔델레히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현재도 또한 하나의 엔델레히여야만 하네.

 

엔델레히: ‘영성이란 뜻이다. 괴테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에 영향을 받아, ‘완전성을 향한 노력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엔델레히 개념을 사용하였다.

 

P536나이가 들면 세상사에 대해서 젊었을 때와는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것이네. 그래서 나는 데몬이 인간들을 놀리거나 조롱하기 위해. 그 누구나 자신의 목표로 삶을 만큼 매력적이며, 또한 누구도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인물들을 이따금씩 이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네. (…)

이 풍성한 주제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괴테 역시 데몬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낸 인물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괴테 또한 그 뒤를 따라가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매력적이며, 아무리 해도 도달할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던가.

 

>> 나도 에커만과 동감이었다. 그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얼마나 닮고 싶은 인물인지.. 그 역시도 데몬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낸 인물. 즉 아웃라이어였다.


 

P541 내가 말했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 특히 시인들의 경우에 그 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은 기묘한 일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그러한 사람들이 해내는 비상한 일들은 매우 섬세한 체질을 전제로 하는 것이네, 그래야만 보기드문 감수성을 발휘하여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런 체질은 세상사나 자연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 쉽사리 혼란이 일어나고 상처 입게 되므로, 볼테르처럼 위대한 감수성과 아울러 비상한 끈기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늘 병에 시달리게 되는 법이네.

 

>> 정말 에커만의 말처럼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은 내게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괴테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보기드문 감수성이 발휘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섬세한 체질을 전제로 요구하니.. 그럴 수 밖에..


 

P547 괴테의 아들은 곧바로 프로이센 발행의 국채 증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이 실제 가격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괴테의 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앙나는 살짜기 미소 지으며 그 아버지를 쳐다보았고, 괴테도 미소로 답했다. 이로써 우리는 방금 논의한 내용이 시대의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에 서로 공감을 했다.

 

>> 넘 행복한 그림.. ^^ 공감 속에 서로 쳐다보며 미소 짓는 에커만과 괴테. 넘 따뜻한 분위기다.


 

P551 오늘 식사 후에 파우스트가 어머니들에게로 가는 장면을 괴테가 낭송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무척 기뻤다. 제재가 새롭고 예상치 못한 것인 데다가, 괴테가 그 장면을 낭송하는 방식이 이상하게도 나를 사로잡아서 내가 완전히 파우스트의 처지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하는 장면에서는 파우스트와 꼭 마찬가지로 전율을 느낀다.

 

>> 나도 종종 그런 전율을 느끼곤 한다. 에커만의 이런 느낌들이 너무나도 내겐 친숙하게 느껴져 마치 내가 에커만을 잘 아는 듯한 그런 착각마저 인다.


 

P555경험이란 경험함으로써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했던가를 알고 싶어 하지는 않는 법이다.”

 

P570 어떤 작품의 뛰어난 정도는 모두 그것을 만든 예술가나 시인의 뛰어난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의 뛰어난 작품은 나에게 어떠한 질투심도 불러일으키지 않느다. 왜냐하면 그 작품은 나로 하여금 그것을 만들 만한 자격이 있는 뛰어난 사람에 대해 추측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P571 이어서 괴테가 헬레나의 출현 장면에 한 줄을 더 삽입하여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고 말했는데, 나의 조언을 계기로 그렇게 하였고 그 점에서 나의 감수성을 높이 산다는 것이다.

 

>> 감히(?) 괴테에게 그런 의견을 표한 에커만도 놀랍고, 그런 감수성을 지녔음도 놀랍고,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품에 반영시키는 괴테의 열린 마음과 겸손함도 놀라웠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장면. 역시 위인은 다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위대한 괴테와 용기와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 에커만..


 

P576 내가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한다면, 그것을 자네의 공으로 돌려도 될 걸세. 이제까지 자네에게 종종 말하곤 했지만, 자네가 그 점을 알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거듭 말하는 거네.”

 

>> 에커만에 대한 괴테의 깊은 신뢰가 느껴진다. 또한 괴테가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모티브를 제공한 에커만의 괴테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순수와 열정 그 자체였고, 그의 진심으로 작품에 대한 사랑을 괴테는 느꼈으리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둘의 관계.. 살아가면서 이렇게 성숙하고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나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축복은 아님을 너무나도 잘 d라기에 그들의 아름다운 인연은 그 빛을 더 발하는 것 같다.


 

P582 중요한 것은 극기를 배우는 일이네. 내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더라면, 아마도 나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도 망쳐버렸을 테지.” (…) “믿을 수 없을 정도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육체를 보존해 나가는 데 정신이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 말이네. 나는 종종 아랫배가 더부룩해지곤 하지만, 정신의 의지력과 상체의 힘으로 지탱하곤 하지. 여하간 정신이 육체에 지는 일만은 결코 없도록 해야 하네! (…) 하지만 시문학의 분야에서는 억지로 일을 해도 안 되는 수가 있네. 정신적인 의지력으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좋은 시간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P587 매혹적인 도시 시설, 장려한 건물들, 아름다운 강과 공원들 그리고 시선을 끄는 공원의 집들을 보니 기분이 절로 상쾌해졌다. 그러나 나는 곧 깨달았다. 이러한 대상들로부터 하나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신이 바라는 바이며,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게 우리 곁을 지나가 버리고 말뿐이라는 사실을.

 

>> 공감한다..


 

P589 고귀하지 못한 것이 개성마저 잃으면 그 즉시 참을 수 없이 비천한 것에로 떨어지며, 반면에 개성을 얻게 되면 그 즉시 예술의 드높은 영역으로 높여진다.

 

>> 절대적으로 동감이다. 고귀하지 못한 것이 개성마저 잃으면 그야말로 참을 수 없이 비천한 것에로 떨어진다는 말.. 비천과 드높은 영역의 예술과의 차이는 바로 개성’, 즉 자신만의 색깔과 성격을 나타낼 때 그만의 고유한 기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 삶이 나다운 삶, 자기 다운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나만의 색을 잃어버리고 남의 흉내만 내게 될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비천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을 나의 모습대로 나의 개성대로 나만의 아름다움을 자연스자연 표현해낼 때 우리의 삶은 나만의 고유한 아름다운 기품을 지니게 되고 그 아름다운 향기가 주위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예술이던 삶이던 그 모습은 너무나도 닮았다.


 

P597 신은 행복의 모든 원천과 능력을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 놓았으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P598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삶들이 저를 감동시키면서, 제 자신의 삶은 저를 감동시키면서 제 자신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마음속에는 이제 세 가지의 커다란 욕구가 꿈틀거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지식을 늘리고, 나의 삶을 개선시키며, 이 두 가지가 가능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이루어야겠다는 것입니다.

 

>> 바로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나의 지식을 늘리고, 나의 삶을 개선시키며,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이루고 싶은 것. 내가 와우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고, 지금의 풀리지 않는 숙제도 바로 이 부분이다. 암튼, 에커만의 글을 읽으며 너무나도 같은 마음에 놀랍기만 했다.


 

P604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라는 존재는 유별나 보입니다. 어떤 일에는 충심으로 애착을 가지고 여러 해 동안 계획대로 집요하게 밀고 나가며, 수도 없는 에움길을 돌고 난관을 넘어서 그 일을 이루어내고 맙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삶의 세세한 관계에서는 누구보다도 의존적이고 비틀거리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온갖 자질구레한 느낌들에 시달립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상반된 성향이 한편으로는 극히 변화무쌍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굳건한 내 삶의 운명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 웃음이 나왔다. 이것마저도 나와 비슷해서.. 참으로 닮았다는 느낌을 책을 읽어가면서 더 깊이 받는다.


 

P607 하지만 제 마음속 깊숙이 계시는 분은 오직 선생님 한 분뿐이며, 그 한 분께 무한한 존경과 변함없는 사랑을 드립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온전히 선생님의 것입니다. – 에커만

 

>> 괴테에게 이 충실하고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 에커만.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어디에 있든 저는 온전히 선생님의 것입니다. ^^ 괴테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


 

P610 매번 이러한 시구를 저의 귀에 속삭이면서 말입니다.

내가 이리저리 휘젓고 흔들고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 모든 이성적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부조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어떤 것이 거꾸로 치솟아 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얄팍한 껍질은 결코 아닙니다.

바로 그러한 순간에 저는 시인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시인을 필요로 합니다. 그 어떤 현상이나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면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재고품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시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면 시인이 그를 만족시켜주고 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P612 단순한 것을 포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며, 현상들의 극히 다양한 개별성 속에서 근본 법칙을 발견하려면 커다란 숙련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정신이 아무리 노련하다 할지라도, 자연은 아주 섬세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자연에 폭력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P636 사소한 기교의 문제로 파고든다는 건 비생산적인 시대의 특징이며,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을 문제로 삼는다는 건 비생산적인 인간의 특징이라네.

 

P638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일이네. 그러한 논쟁이 일단 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면 논쟁 상대자의 모습이 유령으로 변하여, 자유로이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 수시로 나타나게 되게 되고 결국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섬세한 그의 성격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마니까 말일세. 바이런 경도 그 논쟁적 기질로 인하여 파멸하고 말았네. 그러니 플라텐은 독일 문학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러한 바람직하지 않은 길에서 영원히 발길을 돌려야 할 걸세.”


 

P639 나는 신약성서를 읽으면서 괴테가 최근에 보여주었던 그림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바다 위로 다가오자 베드로가 그를 맞이하려고 파도 위로 건너가다가 갑자기 용기를 잃는 순간 곧바로 가라앉기 시작한다는 장면이다. 괴테가 말했다. “이것은 가장 아름다운 전설 중의 하나로서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일세. 그 속에 담겨 있는 심원한 가르침은 인간이란 믿음과 씩씩한 용기로써 어떤 어려운 순간도 헤쳐 나갈 수 있지만, 만일 추호의 의심이라도 내게 된다면 그 즉시 파멸해 버린다는 걸세.

 

>> 이 신약 성서의 말씀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그에 관한 강론도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괴테의 이 짤막한 한 마디가 내 삶과 연결되어 진하게 와 닿았다.


 

P641충고를 한다는 것은 미묘한 일이네.”하고 괴테가 말했다. “이 세상의 일이란 사려 깊게 시도한다 하더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네. 그러므로 잠시나마 그러한 이치를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함부로 충고하지는 않을 테지. 결국 충고를 구한 자는 앞일을 내다보지 못한 셈이 되고 충고를 하는 자도 주제넘게 되고 마니까 말이야. 그러므로 충고를 하려면 자기 자신도 함께 도울 수 있는 일에 한해야만 하네. 만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조언을 바란다면 물론 조언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조언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조건하에서만 그렇게 하겠네.”

 

>> 괴테의 충고에 대한 지혜로운 조언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공감이다.


 

P642복음 전도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들로 가득합니다. 그 복음서들이 현자와 같은 상태로 엮어지기까지는 기구한 운명을 겪었음에 틀림없습니다.”하고 내가 말했다. 괴테가 대답했다. “그 점과 관련하여 역사적, 비관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바닷물을 남김없이 마시려는 것과 같네. 현재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왈가불가하지 말고 그대로 따르고, 거기에서 자신의 윤리적인 교양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바를 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나을 걸세.

 

>> 누가 괴테에게 신앙이 없다고 비난을 했을까..? 그는 종교는 없었을지는 몰라도 그 누구보다 진실되고 순수한 신앙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신에 대한 경외심과 자연 앞에 겸손함을 보아도 느낄 수 있다.


 

P644 예술에서든 문학에서든 결국 개성이 전부일세. (…) 그러나 위대한 개성을 느끼고 존경하려면 그 자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지 않으면 안 되네.


 

P649 요컨대 증오는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지만, 경멸이야말로 인간을 몰락시키게 만드는 것이네. 사실 코체부는 오랫동안 증오의 대상이었어. 하지만 대학생의 단도가 감히 그를 찌를 수 있게 된 것은 일부 저널들이 그를 경멸스러운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네.”

 

>> 증오와 경멸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부정적인 요소이지만 경멸이 그토록 무서운 것인지는 미처 몰랐다. 앞으로 경멸이란 단어 사용은 좀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649 사람들은 언제나 생각하지. 세상 물정을 알려면 나이를 먹어야만 한다고 말이야. 그러나 사실은 나이를 먹게 되면 이전처럼 현명하게 처신하기가 어려워진다네. 인간은 다양한 인생의 단계에 있어서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점 더 나아진다고 볼 수는 없는 거네. 어떤 영역에 있어서는 20대에도 60대만큼 옳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

세계는 평지에서 바라볼 때와 앞산 꼭대기에서 바라볼 때 그리고 원시산맥의 빙하 위에서 바라볼 때 물론 서로 다르게 보이며, 어떤 입장에서 보면 세계의 일각이 다른 입장에서 볼 때보다 잘 보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의 입장이 다른 입장보다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네. 그러므로 작가가 자기 인생의 각각의 단계에서 기념비를 남기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하네. 즉 타고난 소질과 선한 의지를 유지해야 하고 어느 단계에 있어서도 순수하게 복 느껴야 하며, 부차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고 생각했던 대로 곧장 충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네. 그렇게 하여 그의 글이 그 쓰인 단계에서 볼 때 옳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바른 것으로 남아 있게 되는 법일세. 훗날에 그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더라도 상관없이 말이네.”


 

P651 오늘은 구체적인 분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제2부의 원고를 철해 놓으라고 했지. 그리고 빠져 있는 제4막 부분에는 백지를 끼워 두었네. 그렇게 하여 완성되어 있는 부분이 나에게 자극을 주어 아직 남아 있는 부분을 완성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한 감각적인 영역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 들어 있는 법일세. 그러므로 정신적인 직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네.”

 

>> 넘 귀여운 괴테~ ^^


 

P658 괴테가 말했다. “인간이 자신을 창조의 궁극 목표로 간주하고, 그 밖의 모든 것을 자기 자신과만 관련시켜 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네. 자신에게 봉사를 하거나 유리한 것들의 존재만을 인정하면서 말이야. 인간은 식물계와 동물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또 다른 생물들을 자기에게 적합한 양식으로 삼아 먹어치우지. 그렇게 하는 가운데 인간은 자신의 하느님을 인정하며,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돌보아주는 하느님의 호의를 찬미하는 걸세. 소로부터는 젖을 얻고, 벌로부터는 꿀을, 양으로부터는 털을 얻지. 그리고 그 모든 것에다가 자신에게 유용한 목적을 부여하고는, 그 모든 것이 원래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네. 인간은 보잘것없는 잡초까지도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걸세. 그래서 현재까지 그 유익함이 밝혀지지 않은 대상들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언젠가는 그 유용성이 반드시 드러나리라고 믿는 것이네.

 

>> 이기적면서도 편협적이고 자신을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괴테의 풀이해석이 너무나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해서 읽으면서 웃음이 났다.


 

P668 위대한 도덕적 힘의 소유자만이 그 일(색채론 연구)을 할 수 있었으며, 그를 따르고자 했던 사람들도 그 과정에서 자신을 드높은 곳으로 끌어올렸으리라. 그 모든 섬세하지 못한 것. 참되지 못한 것, 자기중심적인 것은 송두리째 내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하고 참된 자연으로부터 경멸을 당하고 말리라.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생애의 몇 년을 바쳐 기꺼이 이 학문에 종사하게 될 것이며, 또 그렇게 하는 가운데 자신의 감각과 정신과 성격이 단련되고 교화되는 것을 경험하리라. 아울러서 법칙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할 거시며, 지상의 정신에게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신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서게 할 것이다. 

 

P669 시문학에 있어서는 진실로 위대하고 순수한 것만이 유익하다. 그것은 제2의 자연처럼 거기에 존재하면서 우리를 자기 자신에게로 이끌어 올리거나 아니면 우리를 퇴짜 놓고 만다. 반면에 제대로 되지 못한 시문학은 시인의 약점을 우리에게 전염시킴으로써 우리의 결함을 더욱 조장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알랑거리며 영합하고 있는 것을 결함으로 인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각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 결함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문학이든 나쁜 문학이든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미 고도의 단계에 서 있어야 하며 그 어떤 바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그러한 문학 작품들을 마치 자기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들처럼 관찰할 수 있는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P670 하루 종일 괴테의 [나의 생애] 4부의 원고에 매달려 있었다. 어제 괴테가 더 보충할 게 없는지 검토해 봐달라고 이 원고를 나에게 보내왔던 것이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부분과 앞으로 더 써넣어야 할 부분을 고려하면서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니 행복할 따름이었다.

 

>> 괴테가 얼마나 에커만을 믿고 신뢰했는지.. 그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에커만은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을까 싶다.


 

P675 적대자들은 그에게 신앙이 없음을 자주 비난했다. 그러나 괴테는 그들 식의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앙은 그에게는 너무나 편협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신앙을 표명하면, 그들은 놀라 마지않겠지만 그의 신앙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괴테 자신은 지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이 모든 글과 구두상의 발언의 요지는, 탐구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며 인간은 다만 그것에 근접해 가는 흔적과 예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자연과 우리 인간은 모두 신성으로 차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상에 머무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살고 활동하고 존재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영원한 법칙에 따라 고통 받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법칙들을 이행하고 또 그 법칙들은 우리에게 적용된다. 우리가 그 법칙들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 그랬을 것이다. 안 봐도 눈에 훤히 그려진다. 그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편협적인 신앙을 들먹거리며 괴테의 신앙 없음을 비난하는 상황. 위대한 정신 괴테의 신앙은 그들처럼 그런 편협적인 신앙이 아니었음을.. 그럼에도 그에 대한 변명의 가치 조차 못 느끼는 괴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근시안적인 사고로 위대한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P676데몬적인 것이란 오성이나 이성에 의해서는 해명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네, 그것은 나의 천성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나는 그것에 지배되고 있지.” (…) 데몬적인 것은 전적으로 긍정적인 행동력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네.”

 

P678 괴테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식물의 줄기에 붙은 잎에 비유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차츰차츰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니까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P680문학에는 전적으로 데몬적인 그 어떤 것이 있네. 무의식적인 작품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지. 그러한 작품은 어떠한 오성이나 이성으로도 미치지 못하며, 또 그런 만큼 상상을 뛰어넘어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네.

 

P682신의 이념에는 우리가 데몬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작용력이 없어 보입니다만.”하고 내가 시험 삼아 말해 보았다. 괴테가 대답했다. “여보게, 우리가 신의 이념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우리의 좁은 식견으로 지고의 존재에 대해 무어라 감히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설혹 내가 터키인처럼 그것을 100가지 이름으로 불러본다 한들 여전히 모자랄 것이고, 그 무한한 특성과 비교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겠지.”


 

P682 오늘도 월터 스콧을 극찬하면서 계속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것들을 읽고 있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면서 말이야. 그러니 언제든 다른 사람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작품들만을 고라 읽어야 하네. 젊은 시절에 나는 그런 식으로 책을 읽었고, 지금 윌터 스콧을 읽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야.

 

>> 괴테의 이말에 사실 조금 놀라웠다. 나야 당연히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선생님이나 주윗분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며 읽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학의 거장 괴테가 그랬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허답잖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해가며 내 정신을 더럽히는 것처럼 바보스럽고 멍청한 일은 없는 듯하다. 그러기에 내가 좋은 양서를 읽을 수 있도록 늘 좋은 책을 권해주시는 선생님을 내 스승으로 가졌다는 것은 내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P687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서 멀리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다. 시인의 마음속에 생생한 내요만 들어 있다면 아주 사소한 계기들로부터도 그 어떤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P692 즉 인간이란 자기 자신의 뛰어난 장점들을 복 그것에 아주 심하게 사로잡혀 버리기 때문에 그러한 장점들을 별다른 고려도 없이 신들에게 부여하고 말지만, 짐승들에게도 그러한 장점을 공유케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 얼마나 지독히도 이기적이고 편협적이고 자아망상증에 걸린 인간들인지.. 점점 사고도 행동도 괴테를 닮아가는 에커만.. 나는 괴테가 말하는 줄 알았다. ^^



P694
보다 고귀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성햐이란 매우 드문 걸세.”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것을 자신의 마음속에만 간직해 두었다가,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이익을 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꺼내어 쓰는 편이 좋을 것이네.”

 

P695인간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임란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법이야.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이류 정도의 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터이므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진 문학을 보게 되면 농간을 부려 실제로 비난할 만한 것을 기어이 찾아내고 그ㅓㅅ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혹독하게 깎아내리는 걸세. 그렇게 해야만 자기들이 칭찬하는 이류 정도의 것을 더욱 훌륭하게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P714 요컨대 우리들 인생의 사건이나 사실은 그것이 실제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한에 있어서만 중요한 걸세.”


 

P715 나는 마이어 곁에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편해지는데, 그ㅓㅅ은 그가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만족하며 사는 성격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신의 평화로운 속마음을 차분하게 발산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온갖 분야에서 기초가 든든한 데다가, 보배와도 같은 고도의 지식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 하더라도 마치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보여줄 수가 있다. 그런 식으로 그의 총명함은 도가 지나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비록 그가 가장 고귀한 의미에서의 인격을 갖춘 사람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말없이 참석하기만 하면 언제나 편안하고 유익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 마이어처럼 함께 있으면 그렇게 편안함을 주면서도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이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 그럴때면 내 안에 충만감이 함께 하며 삶은 아름답다..삶은 살만한 것이다..’라고 느껴지게 하며 나를 깊은 행복에 들뜨게 하는 것이다. 가끔씩 나는 혼자 있음이 결코 필요한 사람이지만 역시 나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P720 또한 세상에는 혼자서 독립할 만큼 충분한 성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당파에 들어가고 그로써 자신이 강해졌다고 생각하며 하나의 인물인 양 으스대는 걸세. 반면에 베랑제는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파벌에 끼어들지 않았지. 그는 마음속으로 이미 충족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서 아무것도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없었던 거네.”

 

P726 괴테는 자기 자신이 저지른 조그만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그러한 것을 보는 경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자신의 도덕적인 자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여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예민한 양심을 말해 주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러한 양심은, 만일 부지런한 활동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우울증 환자를 만들어내고 만다네.”

 

>> 나는 몇 년 전 나의 경험으로 이것을 알고 있기에 괴테의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느낌이 깊이 와 닿았다. ‘자신의 도덕적인 자아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바로 내 모습이었다. 나의 도덕적인 자아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던 나. 그러기에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결국엔 우울증까지 가게 되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끔직하다는 표현이 가장 맞을 듯하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내가 그 어둠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P727 세계를 그 내부에서 움직이게 하는 건 그분에게 맡겨진 일.

자연은 그분 속에, 그분은 자연 속에 안겨 있거늘,

그러므로 그분 속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는 것은,

결코 그분의 힘을, 그분의 정신을 잃는 법이 없다네.

하느님께서 그 종달새에게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려는 그러한 강렬한 본능을 불어 넣지 않았더라면, 또 그와 같은 일이 자연 전체의 모든 생물에게 골고루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 세계는 결코 존속할 수도 없었을 걸세! 그러나 하느님의 힘은 어디에나 퍼져 있으며, 영원한 사랑은 어느 곳에나 작용하고 있는 것이네.

 

P735 가문과 정신, 이 둘은 일단 소유하고 나면 몸에 베어 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는 걸세. 그것은 아름다움의 마력과 같은 것이어서 가까이 다가서기만 해도 그 고상함이 절로 느껴지는 것이네.”

 

P736 시인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면 하나의 당파에 투신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는 시인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걸세. 그는 자유로운 정신과 편견 없는 전망에 이별을 고하고 그 대신 편협한 태도와 맹목적인 증오라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써야만 하기 때문이지.

 

 

P736 그렇다면 조국을 사랑한다는 건 무슨 의미이고, 애국적으로 활동한다는 건 또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시인이 평생에 걸쳐 해로운 편견과 맞서 싸우고 편협한 견해를 제거하고 국민정신을 계몽하고 또 국민의 미적 감각을 순화시키고 국민의 지조와 사고방식을 고상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왔다면, 어떻게 그보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보다 더 애국적으로 활동할 수 있단 말인가?

 

P737 나는 서투른 솜씨라면 모두 죄악과 같이 미워하네. 더구나 국정과 관련한 서툰 솜씨는 특히 미워하지. 그렇게 되면 수천 수백만의 국민들에게 바로 재난을 초래하기 때문이지.

 

P737 멍청이 같은 일에 관계하다 보면 나까지 멍청해지고 마니까 말이야.”


 

P738 괴테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아침, 나는 그의 지상에서의 껍질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그리움에 견딜 수가 없었다. (…) 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보았다. 한없이 깊은 정적뿐이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돌려 참았던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 10년을 괴테와 함께 했던 에커만. 그에게 스승이었고 우상이었고 또한 친구같았던 위대한 정신 괴테와의 생활은 너무나도 깊어서 그는 자신의 일상을 괴테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괴테의 빈자리가 그에게 무엇을 의미할지.. 한없이 깊은 정적 뿐인 침묵 속의 괴테. 그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고 또 쏟는 에커만. 마치 영화를 보듯 장면이 그려지고 나도 같이 눈물이 흘렀다.

에커만은 괴테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괴테의 빈자리는 절절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버리고.. 어떻게 그 절절한 그리움을 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에커만의 그리움은 나의 그리움이 되어 눈물되어 흘렀다..

 

 

 

 

 

괴테와의 대화 II

P9 그 음성이 멎은 지 이미 오래고, 저 개인적인 만남의 행운이 아득한 옛날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방해받지 않고 깊이 침잠하여 과거를 다시 생생한 색채로 되살리는 순간이라야만 겨우 그러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과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위대한 사상과 위대한 성격의 특징들이 마치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뚜렷한 모습으로 보이며 저 매일 매일의 태양 빛을 쐬고 있는 거대한 산맥처럼 내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 위대한 사상과 위대한 성격의 특징들이 마치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뚜렷한 모습으로 보이며 저 매일 매일의 태양 빛을 쐬고 있는 거대한 산맥처럼 내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에커만의 기억 속에 여전히 강렬한 색채로 남아있는 괴테. 감동을 넘어선 감동이다.


 

P11 그는 자신의 본성 속에 있는 지극히 고귀한 것을 나를 향하여 열어 놓았고, 나의 정신은 그의 정신으로 인하여 불타올랐다. 우리 사이에는 깊고 깊은 공감이 오갔다.

 

>> 괴테와의 대화 1편을 읽으면서 괴테와 에커만의 공감대를 매 구절마다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온전히 상대를 존경하고 존경하며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열어놓을 수 있었을까 싶었던...


 

P11 우리네 삶에 있어서는 사랑하던 사람이 죽는다해도 일상의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이따금 여러 주일이나 여러 달 만에 그것도 다만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그를 생각하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고인이 된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앞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고 믿게 되는 침잠의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드물게 아름다운 시간인 것이다. 나와 괴테와의 만남도 이와 같았다.

 

P11 나는 지나간 과거가 그지없이 생생하게 눈앞에 나타나고, 나의 내면이 그 정신적인 힘과 감각의 안락함을 유지하면서 괴테의 사상과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소중한 거주처가 될 수 있는 행운의 순간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대로 가라앉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영웅과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없이 온화한 지조, 명석하고 힘에 넘치는 정신, 친근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고귀한 인격의 모습으로 나타나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되며,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다!


 

P12 그와 나의 관계는 독특하며 아주 섬세한 성격의 것이다. 그것은 제자와 스승, 아들과 아버지, 미숙한 인격과 풍요로운 인격 사이의 관계이다. 그는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더 높은 존재에 대한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향유에 참여토록 했다.

 

>>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축복 같은 만남을 과연 한번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더할 수 없는 삶의 선물일게다. 그런 면에서 에커만도 나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P12 그의 이야기는 그의 작품처럼 다양했다. 그는 언제나 동일한 사람이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이었다. 그 어떤 위대한 이념이 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그의 입에서는 샘물처럼 풍성하게 끊임없이 말이 솟아 나왔다. 그 말들은 마치 온갖 꽃들이 피어 있지만 너무나 눈부신 나머지 그것들을 꺾어 화환을 만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봄날의 정원과도 같았다. 또 어떤 때는 마치 그의 영혼에 안개라도 내린 듯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정말이지 얼음 같은 차가움으로 가득차서, 눈서리가 내린 들판 위를 스쳐 가는 살을 에는 바람과도 같은 날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 보면 그는 어느새 숲속의 모든 가수들이 덤불과 관목 숲에서 우리를 향해 환호하고, 뻐꾸기가 푸른 대기를 뚫고 울어대며, 실개천이 울긋불긋 꽃이 핀 목초지를 졸졸거리며 흐르는, 활짝 웃음 짓는 여름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기꺼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가까이 있음에 더없는 행복감을 느끼며, 그의 말에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넓어졌던 것이다.

 

>> 표현이 얼마나 풍요롭고 섬세한지 부러운 나머지 초서에 옮겼다. 괴테가 어떤 감상에 젖게되고 어떤 분위기에 젖곤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하면서 얼마나 그들은 많은 삶의 비밀을 깨달았고 또 그만큼 성장을 할 수 있었을지. 그저 그 분위기 속에 나도 함께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다.


 

P13 그의 자제력은 대단한 것으로서, 그의 존재의 탁월한 특성이었다. 자제력은 언제나 자신의 대상을 지배하면서 그의 작품들에 경탄스러운 예술적 완성을 부여하는 저 고귀한 분별력의 자매인 것이다.

 

>> 그렇게 자제력이 강한 그가 사랑하는 그녀가 그리워 밤을 헤매고 다닌 것을 보면 그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어땠는지 너무나도 느껴지는 부분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P15 그가 입으로 한 말은 그가 쓰고 인쇄한 말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다. 마르몽텔이 디드로에 대해서 한 말도 같은 취지에서였다. 요컨대, 디드로를 그의 작품으로만 알고 있는 자는 그를 반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그 즉시 매혹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이 흐르는 사람이면... ^^


 

P34 여름 마리엔바트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을 향한 격렬한 애정이 (지금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지금 그가 앓고 있는 병의 주요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율리케. 괴테가 사랑한 소녀 율리케. 그 나이에도 아직 이렇게 열병을 앓을 만큼 사랑의 열정이 살아있는 괴테. 넘 멋지지 않은가..? 괴테를 보면 열정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대한 열정, 배움에 대한 열정, 그림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열정. 괴테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단연코 열정이 아닐까...


 

P37 며느리가 가고 나자, 괴테는 그 젊은 여성의 특징인 생생한 상상력과 관련하여 나에게 농담을 했다. “ 그 애의 말을 반박하기에는 내가 너무 늙었어.”하고 그가 말했다. “자기 어머니를 거기서 맞으나 여기서 맞으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해시킬 수도 없고 말이야. 어쨌든 내 며느리의 이번 겨울 여행은 힘만 들었지 소득은 없을 거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히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여하간 전체적으로 봐서 의미 없는 일은 아닐세! 이따금 정신 나간 짓도 해보아야지. 다시 정신 차리고 삶을 제대로 살게 되니까 말이야. 나도 젊은 시절에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그런 상태를 그럭저럭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네.”

 

>> 나도 동감이다. 젊었을 때 정신 나간 짓도 좀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나를 사회적 시선의 틀에 가둬놓고 교과서처럼 살았던 젊은 시절이 많이 아쉽게 느껴진다. 조금 더 나를 풀어주고, 조금 더 나를 놓아주어도 좋았을 것을. 만약 내게 다시 젊음이 주어진다면..? 아마 아무리 내게 젊음이 다시 주어진다해도 같은 상황 속의 나라면 아마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면 그것이 그 상황 속에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을 할테니.

하지만 나는 내게 젊음이 다시 주어지기를 바라는 상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불가능한 꿈을 꾸기보다는 지금의 내 일상 속에 용기를 내고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를 시도한다. 아직 내가 원하는 삶을 100% 누리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과정 중에 있다고는 생각한다. 괴테의 열린 마인드가 참 맘에 들었다.


 

P38 사상이란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들이 타고난 재산이 아닌가.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마무리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니 질투심이 상대적으로 덜 일어난다는 건 당연하겠지. 단 하나의 사상이 100가지의 격언시를 낳는 토대가 될 수 있으니, 다만 문제는 어느 시인이 그 사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구상화 시킬 줄 아느냐 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러나 과학의 경우에는 다루는 방법이란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성과는 오로지 독창성에 달려 있다네. 거기에는 보편성과 주관성이란 거의 없어. 다만 자연법칙의 개별적인 현상들만이 모두 스핑크스처럼 수수께끼에 싸여 우리와는 상관없이 확고부동하게 말없이 누워 있을 뿐이지. 그리하여 새롭게 인지된 현상이라면 그것이 바로 발견이며, 발견은 곧 재산이 되는 걸세. 그러니 누군가가 그 재산에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것일세.”

 

P42사람들은 하느님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있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이해할 수 없음은 무론이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고의 존재를. 마치 자기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존재로 여기면서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주 하느님이라든지 사랑하는 하느님이라든지 선하신 하느님따위을 말을 하지는 않을 테지. 하느님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날마다 하느님을 입에 올리는 성직자들에게는 그저 상투어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러나 하느님의 위대함을 마음속 깊숙이 느끼는 자라면, 말문이 막히고 외경심 떄문에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못할 테지.


 

P43 우리가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지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요. 아름다움이나 젊음이라든지, 익살과 신뢰감이라든지, 성격, 결함, 변덕 그리고 그 밖의 것들 때문에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의 지성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지요. 물론 여성의 지성이 빛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 처녀는 그럼으로써 우리의 눈에 그 가치를 무한히 높이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면 지성은 두 사람을 묶어주는 역할을 할 테지요. 하지만 지성 자체는 우리를 불타게 하거나 열정을 불러일으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 참 재밌는 남자들의 고백이다. 그래서 때때로 사회적인 시선으로 볼 때 자신의 지적 수준에 맞지도 않는 여성을 사랑하기도 하나부다.


 

P44희곡에 재능이 있는 자라면 셰익스피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그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을 테지. 하지만 그를 연구하게 되면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본질 전체를 모든 방향아에서 그리고 모든 깊이 높이에서 이미 철저하게 다 묘사해 놓았기 때문에, 후계자인 자기에게는 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걸세. 이미 존재하는 그러한 무궁무진하고 도달할 길 없는 탁월성을 진지하게 자각한 마당에 어떻게 감히 편을 들어볼 용기가 나겠는가?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절망했던 버지니아 울프가 떠올랐다.


 

P44 물론 나는 오십 년 전 사랑하는 독일에서 살았으므로 사정이 유리했던 걸세,. 나는 재빨리 기존의 문학을 정리할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독일 문학이 나를 압도하지도 또한 끌어당기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네. 나는 독일 문학과 그 연구를 제쳐두고 생활과 창작으로 방향을 돌렸지. 그리고 차츰차츰 전진해 가면서 나의 자연스런 본성에 따라 발전해 나갔고, 또 점차로 창작 수업에 몰두하면서 성공해 갔던거네. 탁월한 걸작을 만들겠다는 나의 생각이 내 삶의 각 시기와 발전 단계에 있어서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과도한 적은 결코 없었던 거지. 그러나 내가 영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그 다양한 걸작들이 이제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하는 어린 나에게 그 큰 힘으로 닥쳐왔더라면 나는 압도되어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네. 그러면 내가 지내왔던 것처럼 패기만만한 걸음으로 나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고, 다만 어디엔가 출구가 없나 하고 심사숙고하며 한동안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테지.”

 

>> ‘아웃라이아에서 말콤 글래드웰이 지적한 환경적인 조건이 괴테에게도 절묘한 에 그렇게 기막힌 타이밍으로 작용했음에 살짝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P46여하간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많은 부분은 그 강력하고 위대한 시대에서 비롯하는 거네.

 

>> 역시...


 

P47 시대의 분위기가 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네. 시인이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존재이며,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인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말일세.”

 

P49 그 시대의 일반적인 영향이라든가 몇몇 영국 자각들의 작품을 읽은 데서 나의 청년 시절의 비애를 이끌어낼 필요는 없었다고 보네. 오히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창작을 하게 되었고, 바로 그러한 사정이 [베르터]를 탄생시킨 심정 상태로 몰아넣었던 걸세. 나는 삶을 사랑했고 사랑했고 많은 고통을 받았네! 그것이 전부야.

 

P49 각각의 개인은 타고난 자유로운 자연의 감정을 가지고서 낡은 세계의 제한된 형식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지. 막혀버린 행복, 저지된 행동,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 등은 특정한 시대에 국한된 장애가 아니라 모든 개개인에게 주어진 불행이네. 그러므로 누구든 [베르터]가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쓰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시기가 있을 걸세. 만일 그러한 시기가 자신의 생애에 단 한번도 없다면 불행한 일이겠지.”

 

>> 마음 깊이 공감한다.


 

P49 그는 자주 라파엘로에 몰두하는데, 그것은 뛰어난 작품을 계속 가까이 함으로써 자신의 교양을 유지하는 한편, 고귀한 인간의 사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숙고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그는 나에게 그러한 작품을 조개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P50 만일 내가 그와 같은 위선과 거짓을 행하려고 했다면, 나는 가련한 룸펜에 지나지 않았겠지. 그러나 자신이 느끼는 진실 그대로를 보여줄 만큼 충분히 강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부심이 있는 인간으로 여겨졌고,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네. 종교적인 일이나 고학적, 정치적인 일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서 나는 위선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었으며,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도록 용기를 가져야만 했네.

나는 하느님과 자연 그리고 사악한 것에 대한 고귀한 것의 승리를 믿어왔네. 그러나 신앙심 깊은 자들에게는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가 않았던 게지.

 

>> 너무나도 존경스런 괴테.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


P54 거듭해서 말하는 바이지만, 한 국가에 유익한 것은 그 나라의 고유한 핵심과 국민의 보편적 요구로부터 생겨난 것뿐이네. 다른 나라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서 말이야. 왜냐하면 특정한 시대의 단계에서 한 민족에 유익한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것이 다른 민족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대문이네. 다른 나라의 변혁을 도입하려는 모든 시도는 만일 그 필요성이 자기 나라의 깊은 본질에 뿌리박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고, 결국 이러한 종류의 모든 의도적인 혁명은 ㅓ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네. 왜냐하면 그러한 혁명들에는 서투른 행동을 제지하는 하느님이 개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한 민족이 거대한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하느님도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그 개혁을 성공시킬 것이네, 하느님은 그리스도와 최초의 제자들과 함께 있었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여러 민족들이 사랑이라는 새로운 가르침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하느님은 또한 루터와도 함께 하셨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성직자 제도에 의해 일그러진 가르침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게지, 그러나 내가 언급한 이 두 위대한 힘은 기존 체제의 벗이 아니었네. 오히려 이 두 힘은 낡은 누룩을 털어내야 하고, 더 이상 거짓과 불의와 결함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던 걸세.”


 

P62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자연에 대한 그러한 개인적인 깨달음은 종종 그 관찰자가 본격적인 전문가가 아니면 아닐수록 더욱 소중한 법이네.” 내가 대꾸했다. “그러면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관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존의 지속이 오류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면 물론 그렇겠지!”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 괴테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자기 중심성에 고무되어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식대로 보고자 하는 것만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우리는 그런 오류를 많이 범하곤 한다.


 

P64 바이런은 아주 젊은 나이에 죽어 계속적인 발전의 기회가 없었긴 하지만, 그로써 그의 문학의 본질이 훼손되었다고는 할 수 없네. 요컨대 바이런은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던 걸세., 그는 자신의 창조적인 역량의 절정에 이미 도달했다는 말이지.

 

>> 와우~!! 언젠가 꼭 바이런의 삶에 대해 읽고 싶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정신 세계에서 삶을 그리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는 어떤 사랑을 했는지꼭 읽어보고 싶다..

 


 

P65 바이런은 레바논의 성스러운 삼나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타오르는 가시덤불일세.

 

>> 괴테에게 이런 칭송을 받는 바이런은 얼마나 행복할까..?

 


 

P74어려웠을 테지요.”하고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많은 단원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질서정연하게 이끌어나가야 했으니 말입니다.” 괴테가 대답했다. 일정 부분은 엄격한 관리에 의해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부분은 사랑에 의해 이룰 수가 있었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통찰력에 의해서 그리고 인물의 명망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함에 의해서 이룰 수가 있었네.

나는 자신을 위태롭게 했을지도 모르는 두 가지 적 앞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네. 그 하나는 재능 있는 자에 대한 나의 열렬한 애정이었는데, 그 때문에 나는 편파적으로 될 우려가 있었지. 다른 하나는 말하고 싶진 않지만 자네는 눈치 챗겠지. 우리 극정에는 젊고 아름답고 게다가 영혼이 우아하기 그지없는 여성들이 없지 않았네. 그들 중 몇몇 경우에는 나도 열정적으로 이끌려드는 느낌을 어찌할 수 없었고, 여성 쪽에서도 나를 받아들일 태새였지. 그러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에게 말했네. ‘더 나아가선 안돼!’라고 말이야. 나는 자신의 지위를 자각하고 있었고, 또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네. 나는 여기서 하나의 사적이 ㄴ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한 단체의 지도자로서 있는 것이며, 이 단체의 성공은 나 자신의 순간적인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말일세. 내가 그 어떤 연애 사건에 빠지기라도 했다면 나는 마치 그 옆구리에 자석을 달고 있어서 올바른 방향을 제대로 가리킬 수 없는 나침반과도 같은 꼴이 되었겠지.

 

>> 도저히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괴테자신의 지위를 역이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역시 그는 멋진 리더였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P88 만일 그가 지나치게 불같은 성품의 소유자라면 그에게 느릿하고 담담한 역을 주었네. 그러나 침착하고 느려 보이는 사람에게는 정열적이고 민첩한 배역을 주었네. 그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성격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게 하는 리더 괴테. 그는 타고난 리더였다.

 


 

P89 괴테의 삶의 목표는 더욱 보편적인 거대한 법칙을 직관하는 데 있었다. 괴테는 언제나 그 어떤 거대한 종합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사실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자신의 예감을 확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괴테가 그토록 노골적인 애정을 보이면서 저명한 자연과학자들과 관게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서 모자라는 것을 그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미비한 점을 그들로부터 보와하려고 했다. 그는 이제 몇 년 안에 여든 살이 된다. 하지만 그의 연구심과 체험에 대한 열정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연구의 그 어떤 방향에서도 그는 함부로 종결하거나 가볍게 끝을 내버리는 법이 없다. 그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럼으로써 영원한, 조금도 시들지 않는 청춘의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어떻게 이런 괴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P91 시인은 만 명이나 되지만 보통 시민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이 바이마르

 

>>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거리에 지나가며 마주치는 이들 대부분이 시인이라는 말.. 지금은 어떨까..? 내가 지나가며 마주치는 많은 이들이 바로 그 시인들의 후손일까…? 궁금해졌다

 


 

P93 물론 나는 혁명을 내세우는 천민의 벗은 아니야, 그들은 약탈과 살인과 방화를 일삼으면서도 공공복지라는 거짓 간판을 내걸고서 비천하기 짝이 없는 이기적인 목적에만 눈이 어두워 있지 않나. 나는 그런 무리들의 편이 될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이 15세의 편도 아니네. 여하간 나는 어떠한 폭력적 혁명도 찬성하지 않네. 그것으로 좋은 결과가 얻어지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파괴도 초래되기 때문이지. 나는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그 원인을 조성하는 사람들을 다 같이 미워한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민중의 벗이 아니란 말인가?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지는 않겠지?

 


 

P96 나는 정말 예기치 않은 조처로 괴테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지나 않았는지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그는 아주 온화하고 명랑한 기분이었으며 그 어떤 상심의 흔적도 찿아볼 수 없었다. 그가 말했다. “그들은 건축 설계의 변경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커다란 절약을 내세움으로써 대공의 마음을 끄는 데 성공했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일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아., 새 극장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어떤 예측불허의 사건이 벌어지면 언젠가는 불타 없어지고 말 장작더미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네, 조금 더 좋은 말든 또 얼마간의 차이가 있는 말든, 그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여하간 내가 바라고 생각하던 대로는 아니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극장은 들어설 테고, 그러면 자네도 가보게 될 거고 나도 가보게 될테지, 결국에는 만사가 그런 식으로 무난하게 넘어가게 마련이 아닌가.”

 

>> 내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괴테, 늘 객관적인 자세로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괴테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인은 역시 다르다..


 

P97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의 입장도 다르지 않앗네.”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 그 두 사람도 자기들의 연극으로 무엇보다 돈을 벌려고 했지. 하지만 이 주요 목적을 달성키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모든 걸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애써야 했고, 오래된 고전 작품과 병행하여 이따금씩 관객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매력적이고 유익한 신작도 공연토록 해야만 했네. 그러므로 [타르튀프]에 대한 공연 금지 조처는 몰리에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지. 게다가 그러한 타격은 극작가로서의 몰리에르보다는 극장장으로서의 몰리에르에게 보다 큰 타격이었네, 그는 극장장으로서 널리 알려진 극단의 수익을 우선 고려해야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와 가족의 생계를 마련해야 햇으니까 말이야.”

 


 

P98 무슨 일이든 목표와 한계가 분명해야 하는 법이며, 일 년에 2000 ~ 3000 탈러 정도 많고 적은 게 결코 사소한 일은 아니네, 특히 수입이 줄면 극장의 질도 같이 떨어진다는 건 당연한 이치이며, 또한 돈을 잃게 되면 명예도 동시에 추락하는 법일세..

 

>> 이상적이지만 결코 현실을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지하고 있는 괴테를 느낄 수 있다. 이 모두 삶의 경험에서 오는 것이겠지

 


 

P117 알고보면 인간은 단순한 존재야. 인간의 본성이 제아무리 풍부하고 다양하고 헤아릴 수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처하고 있는 모든 상호ㅘㅇ은 금방 들여다보이는 법이네.

 

P119 나는 그에게 특별히 클로드 로랭을 연구해 보라고 권했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잇는 걸세, 즉 예술가의 수련도 다른 모든 재능의 수련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 말하자면 우리의 강점은 내버려두어도 어느 정도 저절로 형성되지만, 우리의 본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싹이나 소질은 날마나 자기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발전시키려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걸세.

 

>> 마커스 버킹엄이 혹시 괴테에게서 힌트를 얻은 걸까..? 읽으면서 놀라웠다. 암튼, 괴테의 이 말에 두 손 두발 다 들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P120 어떤 개별적인 대상 하나가 특히 아름답고 그림같이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대상 하나만에 의해서가 아니라네, 사실은 그 옆이나 뒤나 위에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효과가 나는 걸세, 주변의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서 말이야.

 

P121 자연에 있어서는 그 어떤 대상도 만일 그것이 자연법칙에 따르는 진실된 것이 아니라면 결코 아름답지가 않네, 그리고 이 자연의 진실함을 그림 속에서도 나타내려고 한다면, 그 진실함은 함께 작용하고 있는 다른 사물들에 의해 입증되어야 하네.

 

P126천편일률적인 것은 우리를 수동적이게 만들지만, 모순은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네.”

 


 

P138 괴테가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몰리에르를 알앗고 또 좋아해 왔네.

 

>> 너무 흐뭇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몰리에르를 괴테도 그렇게 좋아했다니… ^_______^

 


 

P138 내가 그에게 매혹되는 이유는 단지 완벽한 예술적 처리방식 때문안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시인의 사랑스러운 천성과 고상한 심성 때문이네. 그의 내면에는 우아함과 기교적인 것에 대한 감각과 세련된 사교적 성향도 들어 있는데, 그러한 요소는 그와 같이 아름다운 천성을 타고난 사람이 그 시대의 가장 탁월한 인물들과 매일같이 교류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었던 걸세.

 

>> 와우~!!

 


 

P140 괴테가 말했다. “슐레겔 같은 사람에게는 몰리에르같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실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테지, 자신에게 몰리에르와 같은 천분이 조금도 없다는걸 느끼고는 그의 존재를 차마 견딜 수 없었던거야.

 

>> 몰리에르의 천재적인 재능과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임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다. 왜 내가 이리도 자랑스러운건지마치 내가 괴테로부터 칭찬을 들은 것 처럼

 


 

P140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슐레겔이 수없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네, 그리 엄청난 지식과 다독은 누구라도 놀랄 만하지. 하지만 그것으로 다 된 건 아닐세, 제 아무리 박학다식하다 해도 그것이 결코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어, 그의 비평은 한마디로 지극히 편파적인데, 그것은 그가 거의 모든 극작품에 있어서 대략적인 줄거리와 구성만을 염두에 두고, 또 언제나 위대한 선배작가들과의 사소한 유사성만을 따지기 때문이네, 해당 작가가 고귀한 영혼의 우아한 삶과 교양을 서술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말이야. 하여간 그 모든 현란한 기교가 무슨 소용일까? 어떤 극작품에서 사랑스러운 요소나 작가의 위대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리고 바로 이러한 것만이 대중의 문화에 도움이 되는거네.

 

>> 절대적으로 동감이다. 가끔씩 이런 울화통 터지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물론 내가 괴테처럼 고귀한 지성과 깊은 통찰력을 지닌 것은 아니나, 적어도 작가가 의도하는 그것은 알아듣지도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상황이나 외부적인 부분 때문에 책을 매도하는 행위는 나를 숨막히게 하는 것이다.

 


 

P151 자연의 발현 그 전체가 다 아름답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네. 자연이 의도하는 바는 언제나 선이지만, 그 의도를 완전하게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반드시 그런 건 아니기 때문이지.

 

>> 선과 악의 양면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P155 이성적인 것이 반드시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단다. 그 반대로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이성적이며, 최소한 이성적이어야 하는 거야, 그러므로 고대 부분이 네 마음에 드는 건 이해가 되기 때문이고, 네가 그 세부적인 부분들을 개관하고 또 나의 이성을 너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온갖 오성과 이성이 마음껏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워서 어느 정도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단다. 그 전체 문맥을 파악하고 자기 자신의 이성으로 작가의 이성을 다시 헤아려 내려면 말이야.

 

>> 괴테의 이런 분석을 읽을 때마다 나의 독서 방법과 이해력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고자 하는 그의 철저함은 나의 독서력에 의문을 품게하는 것이다.

 


 

P194 나는 누가 아무리 군주의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그와 동시에 올바른 인간적 성품과 쓸 한한 인간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결코 존경하지 ㅇ낳았네, 나의 천성 자체가 괜찮았고 나 자신도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사람들이 나를 군주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들, 나는 그것이 별달리 특이한 일이라고는 느끼지 않았을 걸세.

 


 

P229자네는 제2의 섄디야. 하고 그가 말했다. 저 유명한 트리스트람의 아버지 말일세, 반평생 동안 문짝이 삐거덕 거리는 소리에 화를 내면서도 기름 몇 방울 쳐서 날마나 겪는 불쾌감을 해소할 결심을 하지 못했던 사나이 말일세.

 

>> ~!! 웃음이 터졌다 지난 번 와우 솔개팀 수업 때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 속의 오무라이스 사나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오무라이스를 점심으로 싸오면서 투덜대던 남자의 이야기. 그 안에서 나는 내 일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않으면서 투덜대던 나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래서 쓴 웃음과 함께 오무라이스는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며 장난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역시 마찬가지 스토리 아닌가. 넘 재밌었다. 에커만에게도 그런 미련퉁이 고집이 그렇게 강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


 

P233 이 사람아, 큰일을 해내려면 우선 젊어야 하네. 이것은 나폴레옹 한 사람에 국한된 얘기가 아닐세.

 

>> 살짝 기운 빠지는 소리.. ^^;; , 내가 좀 더 젊었다고해서 어떤 큰 일을 해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이가 무슨 장벽이 되나를 굳게 외치며 나의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나에게는 살짝 맥이 풀리는 소리로 들리 않을 수 없었으나, 괴테가 하려는 말은 좀 더 거대한 무엇에 그 뜻을 두었던 것이고, 또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 맥 빠지는 느낌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괴테는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큰 그림을 그려낸 사람의 성품을 타고 난 것 같다. 그는 차원이 다르다. 고민의 차원도 비젼의 차원도.


 

P235 오늘 저녁 괴테는 특히 내 마음에 들었다.

 

>> 괴테의 고귀한 천성이 내 안에 스며들었는지, 에커만의 말을 들으며 나는 흥분해서 떠드는(?) 괴테가 쉬이 연상이 되었고, 그 흥분에, 그 열정에 매료되어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이 얼마나 멋진 괴테인가, 이 얼마나 매력적인 괴테인가. 어찌 이런 괴테를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괴테 열병을 심하게 앓을 것 같다.


 

P236 젊은 시절에는 날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이따금씩 여건이 좋을 때만 가능하지만 말일세.

 

>> 여기서 괴테의 젊은 시절은 지금의 내 나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끔씩 내 나이를 나이가 들었다고 나를 늙게 보는 경우가 있다. 아직 한창인 나이인데 말이다. 난 아직 50이 안됐고, 나는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나이고 많은 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나이다. 나를 육체의 나이에 가둬두고 그렇게 마치 늙은 노인네라도 된 양 그렇게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괴테를 보면 나는 얼마나 그렇게 한심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내가 잠을 자느라 보내는 시간, 내가 TV (요즘들어 부쩍 많이 보는)보는 시간이나 할일 없이 빈둥거리며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진다. 나의 일상 기록도 하고 있지 않는 요즘 아니던가..?  천재와 맞먹는 생산성을 지닌 나는 못되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욱 더 내 시간을 충실하게 생산성 있는 곳에 사용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슴이 쿵쾅거린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 것인가..?


 

P241자네도 알겠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 중년기에 전환점을 마련한다네.

 

>> 바이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한 이 멘트는 내 가슴에 짠하니 들어와 머물렀다. 당연히 내가 중년의 나이에 있기 때문이겠지. 나의 중년기는 나의 삶에 어떤 전환점을 이뤄줄 것인지. 물론 그 삶의 전환점은 내가 이뤄내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생각과 시기와 때와 행동력이 맞어야 하는 것.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단지 나의 100m앞만 바라보며 가는 지금. 과연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P241 사람이란 결국 무로 돌아가는 거라네! 모든 비범한 인간은 그가 이루어야 할 그 어떤 소명을 타고나는 법이며, 그것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는 게지. 그리하여 하느님의 섭리는 그를 또다시 다른 용도로 돌려쓰게 되는 걸세. 나폴레옹도 그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랬지, 모차르트는 서른여섯 살에 죽었고, 라파엘로도 거의 비슷한 나이에 죽었으며, 바이런은 그보다 겨우 몇 년 더 살았네. 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천명을 완벽하게 이루었지. 그들은 가야 할 나이에 갔네, 그리고 이 땅에 더 오래 살도록 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세.”

 


 

 P253나는 그러한 내용의 짧은 시들을 선집으로 엮을 만큼 많이 가지고 있네. 하지만

 

>> 역시 괴테의 깊고 숭고한 성품이 잘 나타나 있는 부분이다. 당신에게 나타내는 상대방의 악의적인 태도에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되받아 치지 않고 혼자 나름의 지혜로운 방식으로 그것을 해소시키는 괴테. 이 얼마나 멋지고 우아한 처세인지.

 

오늘 느꼈던 바로 그 느낌. 혼자 있으면서 우아하고 고상하기는 쉽지만, 함께 하면서 부딪힘 속에서는 그렇게 내가 보이고 싶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본 성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는 것.

 

괴테의 고귀하면서도 깊디 깊은 성품은 그의 타고난 성품이었음이 느껴진다.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자신을 보았고, 그 대처 방법에 있어서도 순수했고 정직했고 표현 역시 고귀했다. 괴테와 단 한 번만이라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담박에 나도 그렇게 그의 고귀한 성품에 전염이 될 것 같은 그런 착각이 일기도 했다.

 

 

 

* 덧붙이는 한마디:

 

2010 6월과 7월에 걸쳐 읽은 괴테와의 대화..’

이제야 리뷰를 올린다...

 

읽으면서 주체안되고 감당 안되는 깊은 감동들을 어떻게 쏟아부어야 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렇게 우물쭈물하며 보낸 시간이 장장 2...

그렇게 시간은 지났지만 리뷰를 어찌 써야할지 모르겠는 막막함은 여전하고...

그저 읽으면서 괴테와 에커만에게 느꼈던 감동만 가득 뿜어냈다...

 

이렇게 올리고 나니...

마음에 안드는 리뷰지만 오랜 숙제를 드디어 끝낸 듯한 느낌에 마음만큼은 가볍다...

.

.

 

이번 괴테와의 대화리뷰에는...

내가 종종 즐겨듣는 Szentpéteri Csilla의 음악을 골랐다...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그녀의 정열적이고 숨을 죽이게 하는 연주에...

나는 그만 손 하나 까딱 못하고 감히 저항도 감히 할 수 없이 그렇게 빠져버린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영혼까지 헤집고 들어오는 그녀의 강렬한 연주...

괴테의 삶의 대한 그 강렬한 열정...그것과 닮아서 그녀의 음악을 올렸다...

 

특히, Moldva와Vihar은 나를 그야말로 '미치게' 했던 곡...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의 폭풍 속에 그대로 휘둘러지는 듯한 느낌에...

숨을 헐떡거리게 되는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초서를 마무리 하면서 들었던 음악...

괴테와의 대화배경음악으로 골라보았다..

 

 



 

1. Albatrosz (Chopin)

2. Moldva (Smetana)

3. Vihar (Vivaldi)

4. Gloria (Mozart)

5. Fiesta (Rossini)

6. Sloveig Dala (Grieg)

7. Nemorino Romca (Donize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