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어머니회와 함께한 1박 2일 나들이...

pumpkinn 2012. 5. 22. 10:28

 

 

지난 토요일....

어머니회 주최로 어머니들과 함께 12일 찜질방 나들이를 다녀왔다...

사실 나는 사우나도 찜질방도 좋아하지 않으나...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신 회장 언니를 도와드리는 것은 함께 해드리는 것이고..

또한 산속에 있다고 하니 굳이 찜질방을 이용안한다 하더라도 쉼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겸사겸사 함께 했던 나들이었다...

 

아침 8시에 성당에서 출발...

나는 혹시 못 일어날까 새벽에 골프가는 남편에게 깨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잤는데...

뭔 일인지.. 새벽 4시 반에 깨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누워서 아침을 맞았다...

'일어나서 무언가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생각만 하면서 그렇게 누워있었다...

 

남편이 골프 가는 길에 데려다 준다길래 신나서 준비하고 나섰는데...

자기가 얼마나 좋은 남편인지... 그런 바다같은 남편의 사랑에 내가 얼마나 고마워해야 하는지를...

성당 가는 내내 세뇌교육...-_-;;

 

내참~

자기는 골프 가는 시간인거고...

성당은 가는 길에 있는거고...

나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가는건데..

당췌 뭘 고마워하라는건쥐.. 거참~ -_-;;

 

어쨌거나 택시 잡느라 고생을 안한 것에 굳이 위안을 삼으며...

고마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성당엘 도착했다... 어흑~

덕분에 얼떨결에 새벽미사를 보고...^^;;

 

미사에서 만난 어르신들...

어쩐 일로 이리 새벽 미사를 나왔느냐고 반가워하시며 감동하시는데...

당신들의 순수하신 상상과는 달리 얼떨결에 온 미사라 어찌나 머쓱하던지..^^;;

 

어쨌든 드디어 약속 시간....

브라질리언 타임도 코리안 타임 만만찮은데...

세상에 어머니들 제시간에 모두들 도착하시고...

우리는 계획된 시간에 정확하게 떠날 수 있었다...^^

(시상에~ 우째 이런 일이~ ^^)

 

가는 길은 정말 너무나도 멀었다.. 장장 3시간 반을 타고 가는데...

가는 동안 초원을 건너 바다를 지나 산으로 올라갔다...

역시 브라질은 광대한 나라임이 또 한번 느껴지고...

 

도착하여 참으로 초라한 대문을 지나고 나니 완전 별천지...

얼마나 이쁘고 아기자기하던지...

(요부분엔 조금 과장이 들어가긴 했다.. 대문에 비하여 그렇단 야그~ 큭큭~ ^^)

 

 

각 방에 두 세명씩 짝을 지어 들어가고...

나는 클라라 엄마와 함께 방을 썼다...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주시는지... 죄송했지만 무지 편했다는...^^;;

 

방마다 온돌방이 올려져 있고...

침대도 따로 있고...

대부분 온돌에서 주무신다는데...

나는 걍 침대에서 잤다. 도저히 딱딱해서 못 잘 것 같아 그냥 침대에서 자겠다고 했다...

 

다들 얼마나 찜질방을 좋아하시는지...

짐을 풀고는 잠시 후 모두 사라져버렸다..

 

나 혼자 덩그마니 남겨지고.. ^^;;

 

나는 책을 들고 그 곳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직 여기저기 손을 대고 있는 곳이 많은 듯...

 

 

아는 언니 말씀이...

첨엔 집 한채가 있었고 조금 여유가 생기시면 또 한 채 지으시고..

또 여유가 생기면 또 다른 한 채지으시고...

그렇게 해서 오늘의 이곳이 생겼다는 것...

 

사실 깔꼼하고 현대적이진 않았고...

여행을 하며 편한 시설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수동적인 것이 많아 여러가지로 불편한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주인되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얼마나 수더분하시고 순박하시고 마음이 좋으신지...

있는 동안 참으로 편하게 해주셨다...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정말 엄마가 해주시는 그런 시골 음식... 너무나도 맛있었더랬다...

 

이 곳에 자주 오시는 안드레아 언니는 그곳을 마치 당신 집 처럼 편하게 느끼시며...

부엌살림까지 챙기시는걸 보며 얼마나 정겹게 느껴지던지...

그러다보니 우리는 무언가 필요하면 안드레아 언니께 다 부탁을 드리고..^^;;

언니는 거의 우리의 심부름을 도맡다시피 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말은 안하셨어도 아마 무척 힘드셨을게다...

 

어쨌거나 나는 첫 날은 그렇게 혼자 여유로이 보내며 휴식을 취했다...

함께 온 분으로부터 찜질방에 와서 찜질도 안할거면 왜온거냐며 한 소리 듣기도 했지만...

.. 찜질방에 왔다고 꼭 찜질하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주위 눈치보며 싫은 것 억지로 하는 나도 못되고...

또한 결정적으로 그 분은 내가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들어가면 숨을 못 쉰다는 사실을 모르시니...

'모든 시간'에 함께하지 않는 내가 서운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빙고 게임과 노래방 게임을 하기로 했으나..

노래방 기계를 옮기질 못해 그냥 빙고 게임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나도 그 틈에 빙고를 맞아 내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머그잔을 상품으로 받아...

얼마나 신이났더랬는지..^^;;

 

주최측의 농간이라고 한 소릴 들으면서도 나는 끝까지 머그잔을 내놓지 않았다...

역시 난 머그잔에는 목숨을 건다..하하하~ ^^

 

그리고 다음 날...

한참 잠을 자는데 오우~ 어머니덜~ 어찌그리 일찍덜 일어나시는지~

난 한참 새벽인데 다들 일어나셔서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또 체조까지 하신댄다...

난 걍 이불 뒤집어쓰고 잤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나니 자연스럽게 세팀으로 나눠졌다..

산에 올라가는 팀, 찜질방에 가는 팀, 그리고 수다팀~ ^^

 

나는 무슨 팀~??

당근 수다팀~!! ^____^;;

 

그렇게 수다팀은 요기조기 옮겨다니며 수다를 떨다가...

버스 운전사 아저씨께 부탁을 드려서 바다에 내려갔다...

잠깐 1시간동안만 있었지만..

그래도 겨울 바다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돌아오니 점심 시간... 

점심을 먹고 어머니들 또 다시 우루루 이 곳에 온 목적을 다하기 위하여..

찜질방으로 향하시고...

이번엔 나는 나가지 않고 내 방에 앉아 조르바를 마저 읽었다...

 

3시쯤 되었을까..?

진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과 레베카 수녀님께서 거의 도착하셨다고...

나와서 환영준비를 하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세상에...

그 먼길을 우리에게 미사를 주시고자 달려오신게다...

아무리 빨리오셨다하더라도 3시간은 족히 걸렸을 시간인데...

우리야 하루 쉬었다 가는거지만...

신부님과 수녀님은 미사 후 다시 돌아가셔야 하는데...

얼마나 감사했는지...

 

우리는 찜질방 옆쪽에 있는 커다란 거실같은 곳에서 미사를 드렸다...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

하늘은 어떤 시간이나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바로 시공을 초월한 개념임을 강조하시며...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바로 지금 이 곳에 계신다는 것...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하늘이 보이는 것처럼...

하느님은 우리가 어느 곳에 어디에 있어도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여주시기 위함이라는 것...

 

 

 

 

 

 

 

 

 

 

감동적인 미사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으로 닭죽을 먹고 (무지 맛있었음..)

쌍파울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겨우 하루 이틀 떨어져있었을 뿐인데...

마치 몇 달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온 식구가 난리다...

리예 먼저 달려와 뽀뽀하고, 연이어 나타나는 애리와 남편...

그렇게 뜨겁게 반겨주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이러면서 또 가족의 사랑을 느끼는게다...

 

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오갔다...

이번 나들이를 통해 나에 대해 느껴진 것이 많았다...

 

나는 그곳에 있었지만...

나는 그곳에 없었다...

 

왜 나는 열정적으로 삶에 뛰어들지 않는 것일까..?

 

찜질방은 숨을 잘 못쉬는 관계로 싫었고...

등산은 운동화가 없다는 핑계로...

정작 바다에 가서는 바닷물에 발조차 담그지도 않았다..

 

직접 뛰어들어 체험하기 보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나...

왜 나는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남아있기를 자처하는걸까..?

 

그렇게 12일동안 다른 이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현재를 만끽하며 즐기는 동안...

나는 조르바의 두목처럼 책 나부랭이를 옆에 끼고 있었고..

그렇게 내가 한가로이 햇살을 맞으며 조르바에 빠져들었던 동안...

과부가 죽었고, 묘한 그리움을 안겨주는 오르탕스 부인이 죽었다..

 

그녀들의 죽음에...

조르바가 울었고.. 두목이 울었고...

그리고 나도 울었다.....

순간 그 장면이 떠올라 또 코끝이 시큰거린다..

 

조르바처럼 그렇게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해 자기가 숨을 쉬고 있는 그 순간에...

모든 열정을 다 바치고 싶다...

그래서 대지와 하나되고.. 자연과 하나되어 숨 쉬는 뜨거운 영혼이고 싶다....

 

그래서....

그 곳에 있을 때, 그 곳에 있는 나이고 싶다...

.

.

 

오랜만에 듣는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음유시인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내게 있어 음유시인이라 함은...

오로지 조동진 뿐이다... 

 

아름다운 그대 조동진...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뭇잎 사이로'...

조동진의 노래를 들을때면 어김없이 학창시절이 떠오르고.....

그러면 나는 그렇게 어김없이 아지랭이처럼 피어나는 추억 속에 잠기게 되는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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