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작은 기쁨...

pumpkinn 2011. 5. 6. 10:54

 

 

내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거나..

내면의 어두움 속에 갇히게 될 때..

나는 그냥 그 안에 나를 가만히 내버려둔다..

 

물론 나름 벗어나려고 작은 시도를 해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시도라기 보다는 그저 내가 그런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는..

작은 몸짓일 뿐이다..

 

내가 그렇게 저항을 하지 않고 그 안에 가만 내버려두는 것은..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내 안을 점령한 어두움이든 슬픔이든 고통이든..

그것은 내가 겪을 만큼 겪고 나야 내게서 떨어져 나감을 꺠달았기 때문이다..

 

내게 다가온 감정의 어두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나를 내어 맡긴다는 것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그러는 것은

겪을 만큼 겪어내야 내가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또 한가지 이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몇 주 동안..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어두움이 내 안에 있었다..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른.. 겉은 밝은데 마음은 슬픈.. 그런 상태였다...

눈물을 쏟아낸 격정적인 감정의 폭풍이 아닌..

안개처럼 부드럽게 내려와 가만히 나를 점령하고 앉은 어둠..

내가 왜 슬픈지.. 내가 왜 우울한건지..

그 뿌리를 알지 못했기에 나를 더욱 처지게 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생각해보았다..

- 비교에서 오는 위축감..?

자신의 꿈을 알고 그것을 향해가는 이들이 부럽긴 하지만, 뭐 어제오늘일도 아닌 것을 보면..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고..

- 삶에 대한 불안..?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역시 새삼스러운 새로운 것은 아니다

- 인정받고 싶은 욕심..?

내가 공부하는 학생도, 사장한테 잘보이고 싶은 직원도 아니니.. 역시..갸우뚱..

- 하루를 충실히 보내지 않아서..?

그래 약간은.. 그래도 내가 할 일은 다 했잖아..

- 기도를 열심히 안해서..?

글쎄.. 뭐 평소에도 잘 안했던 기도 때문에 갑자기 내가 이런다는 것도 쫌.. 이해가 안가고..

 

암튼..

이런저런 이유를 나름 짚어보았지만, 모두 일수도 있고 모두 아닐 수도 있는..

그런 모호한 이유들..

 

그런 가운데 오늘 새로운 거래처와 미팅이 있었다..

나의 신뢰있는 친구인 Enrique Mello가 광고대사로 있는 Mac의 경쟁 회사로..

전부터 미팅을 잡고자 했지만 이런저런 바쁨으로 서로 날을 잡지 못했는데..

오늘 갑자기 미팅 약속이 잡힌 것이다..

마침 쌍파울에 와있던 사장과 디렉터가 함께 와주어 더욱 알찬 미팅이 되었던 오늘..

 

새로이 시작되는 거래인 만큼..

서로가 원하는 부분들.. 앞으로 함께 해나가고 싶은 서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름 견주기도 하면서 우리는 여러가지 토픽과 함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다른 가게와는 살짝 다르게 운영되는 우리 시스템..

나의 제안에 그들은 만족했고..

나 역시 그들의 진지한 써포트 약속에 기분이 좋았다..

 

서로 과장된 몸짓이 아닌..

실질적인 상황을 토대로 나눈 진지한 대화들은..

나에게 어떤 충만감을 안겨주었다...

 

그들도 나의 솔직함과 진지함에 좋은 인상을 받은 듯하고..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들에게 신뢰를 할 수 있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

원하는 코드가 같을 때 우리는 통한다라는 느낌을 갖게되고..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언제나 들뜨는 느낌이 함께 한다..

 

언제나처럼 그렇듯

서로에게 좋은 느낌을 받게 되면..

사업 이야기만이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가 함께 나누게 되는건 자연스런 분위기인 것 같다

처음의 사업적으로 딱딱한 분위기는 어느덧 가라앉고..

잠깐이지만 예의가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 안에 즐거움이 싹트는 것이 느껴졌다..

그 대화를 무척 즐기는 내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떠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나..

요근래 침체되어 있었고 사기가 죽어있던 나는..

아주 작은 흥분감이 느껴졌고, 환한 미소가 떠올려져 있었다..^^

 

그래.. 뭐 그리 이 세상 짐은 혼자 다 짊어진 듯 그리 우거지상을 하고 있나..

뭐가 그리 심각한거야..

Up & Down이 함께 하는 것.. 삶이란게 다 그런거 아닌가..

잔잔한 일상 속에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게 가장 큰 감사함이 아닐까..하는..

 

출근길에 보는 아름답고 싱그러운 이파리들...

또 아이들과 함께하는 잔잔한 일상들...

앞으로도 더욱더 감사하면서 살려고요...

 

Daisy님의 답글이다..

 

일상 속에 느껴지는 잔잔한 감사함을 적은 미경이 글을 비롯하여..

오랜만에 들려본 블로그 친구님들 공간에 올려져있는..

일상 속의 감사함들이 적혀져있는 글들은..

나를 다시금 내게 주어진 감사한 것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 큰 감동이 이는 것..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무언가 가시적인 무엇을 느끼고 만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짙게 든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순간의 충만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일상의 감사함을 다시 느끼게 된 오늘...

그것은..

알랭 드 보통이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 설렘에 감히 견줄 수 있는..

그런 기쁨이었다…^^

 

 

 

                                                                              아침 기차 - 조 동진

 

아침 기차 - 조동진

네가
아침기차 무거운 바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너는
차창 넘어 서있는 보며
개인 하늘처럼 애써 웃었을

네가
아침기차 어느새 멀어져
희뿌연
연기 속에 사라졌을

나는
돌아서서 혼자서 걸으며
언제나
같이 듣던 노래 들었을

햇빛은
어찌나 눈이 부신지
나는
하마터면 눈물 흘릴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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