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진흙탕 속의 깨달음..

pumpkinn 2011. 2. 10. 00:25

 

 

 

가끔은..

어쩌면 가끔이란 표현보다는 내 자신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것 보다 좀 더 자주’..

나는 나만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고는 한다...

 

나의 지독한 고집스런 부분이 나타나는 것은..

함께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 지점에서 인격적인 실망이 되었을 때..

그것을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자신 스스로에게도 인격적인 실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내 안에도 있을 그 모습이 그를 통해 비쳐지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같은 이유와 상황 속에 드러나는 같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용납되지 않는 모습 속에 진저리를 내게 하는 그것..

그럴때 나는는 '구역질 난다'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옳고 그름의 틀이 아닌 실은 나와 다른 점을 이해 못했고,

내 안의 신뢰성 결여에 대한 부작용으로 나타난 반응이었다는 것..

 

신뢰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신뢰란 누군가의 행동에 달린 것이 아닌 온전히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신뢰성에 좌우된다는 것.

그 깨달음을 느끼는 순간..

얼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이었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챙피함이었고..

마치 내가 이기적인 감정의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해 못한다고 용납 못한다고 흥분해 하던 그 상대는 바로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이었음을..

 

조금 일찍 일어나진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 한 권을 그냥 집어 들었다..

장영희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

 

그녀의 맑고 맑은 영혼의 속삭임을 읽으며...

그 맑은 거울에 비쳐진 내 모습이 얼마나 더러운지 느껴져 다시 화끈거렸다..

 

그녀의 하필이면을 읽으며,

왜 하필이면 그때 그런 일이..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런 일이.. 꾹꾹 눌러놓은 아우성들 사이로..

조금 더 나를 낮추고 조금 더 나를 비우고 조금 더 나의 영혼을 가꾸는 일에 게을렀음을..

나에게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았다.

마치 큰소리로 말하면 내가 부끄러워할까봐 조용한 귓속말로 말이다..

한줄기 밝은 햇살이 나의 회색으로 가득한 어두운 감정을 비집고 들어와 환히 비쳐주는 듯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문득 이유 모를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심장이 천천히 오그라드는 듯, 뻐근하게 가슴이 옥죄어 오다가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두려움과 공허감 말이다. 이 주변머리 없는 성격으로 또다시 오늘 하루를 살아갈 일이, 아니 앞으로 지상에서의 남은 나의 삶을 하루하루 헤쳐 나가야 할 일이 아득하다.

미운 사람 보고도 반가운 척 웃고, 하고 싶지 않은 말도 꼭 해야 할 때가 있고, 지키지 못할 약속인 줄 알면서도 무조건 남발하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이 살아감의 절차를 다시 되풀이해야 할 일이 한심하다.

시지푸스의 비극은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는 돌을 또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올려 놓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그의 비극은 그가 힘겹게 밀어 올리는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두려움도 같은 이유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힘들여 돌을 밀어 올리지만 내일이면 그 돌은 다시 산 밑으로 내려와 있을 테고,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굴러 내려오는 돌 밑으로 몸을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P15)

 

때때로 느껴지는 뭔지 모를 불안감..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가 또 무작정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 비야 언니처럼...

.

.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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