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괴테때문에...

pumpkinn 2010. 9. 8. 10:13

  

Pinacoteca 뜰에 서있는 나무 조각 작품..

원숭이 모형으로 올려세운 기둥모양으로 된 나무로 된 작품이어선지..

정겨운 느낌이면서도 원시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Sem Teitulo (무제)'라는 제목의 Itamar Juliao 작품

 

 

2010 9 4일 토요일..

 

한 달 전쯤 또는 두 달 전쯤 부터일까..?

Pinacoteca에 몹시도 가고 싶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나는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딱히 관심이 가지 않을 뿐이다..

 

단지 내 눈에 들어오는 느낌 가는 그림은 좋아할 뿐..

부러 찾아다니면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기 위해 밤을 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렇게 그림과 나는 무관계한 존재일 뿐..

 

그런데 새삼스럽게 그림이 왜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바로 괴테 때문이었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매 순간 괴테와 에커만이 좋은 그림들이나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나누는 느낌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나도 느끼고 싶었다..

 

에커만에게 작품에 대한 느낌을 설명하는 괴테..

작품을 보며 함께 느낌을 나누는 에커만..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정말 그림을 보며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걸까..?

나도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다..

 

괴테가 느끼는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싶었고..

그건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

 

특히, 괴테가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라파엘로...

기회가 될때마다 그의 그림을 꺼내어 감상 속에 젖어드는 괴테를 보며..

대체 그는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박물관엘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외국 여행을 가면 마치 기본적으로 밟아야 하는 순서처럼 되어 있는 박물관 견학은..

내겐 뒷전이다..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근 두 달을 목이 빠지게 기다려 Picacoteca엘 갔던 것..

 

토요일..

지난 두 달 동안은 내게 숨쉴 틈이 없었던 내게..

한갓 진 토요일이 주어졌고,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남편은 골프가고..

리예는 한글 학교 가고..

애리는 친구와 친구 엄마와 함께 나가고..

나 역시 다른 일이 없었던 하루..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삐나꼬떼까로 향했다..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난 어쩜 줄을 이리도 잘 서는지..

그렇게 벼르고 벼르고 간 날.. 그 날따라 입장비가 무료다..^^

뭐 별로 비싼 입장비는 아니지만서도.. 괜히 신나는 느낌..^^

입술이 실룩거려지며 웃음이 나온다.. ^^

 

들어가는데 Loja (Shop)이 눈에 띈다..

다 보고 나오다 들려도 되는데, 성질 급한 아지메 그곳부터 들어선다..

 

들어서는 순간 내 눈에 먼저 와 꽂힌 그림 하나..

바로 작년 솔개 언니들과 함께 문화축제를 오면서 나를 사로잡았던..

급기야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Saudade’그림이었다..

 

별일이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하다..

지난 날 절절히 사랑하는 이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그 그림으로 다가갔다..

 

 

Almeida Junior..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생애와 그림 설명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집어들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둘러보며 한 바퀴 돌다보니 엽서가 눈에  띈다..

역시 그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 내 가슴을 떨리게 했던 이 작품이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녔구나 싶었다..

마음에 드는 엽서를 몇 장 골라서 사서는 나왔다..

 

살짝 후회가 되었다..

다 보고 나올 때 샀으면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됐을 건데..싶은..

성질 급한 것도 탈이다..

 

나는 그 곳에서 나와 일단 눈 앞에 천막처럼 세워 놓은 곳으로 들어갔다..

천으로 둘러싼 미로처럼 생긴 곳..

어렸을 때 기억이 난다..

우리는 빙빙 돌아가면서 들어갔고.. 나오는 이들도 빙빙 돌면서 나오니..

살짝 부딪히기도 하면서 괜히 그게 재밌어서 시선이 마주칠때면 웃음을 나누며 들어갔다...

 

박물관에서 9월의 행사로 하고 있는 소리 시스템 행사였다..

자연과 우주와 하느님과 인간 관계에 대해 표현한거라고 써있는데...

사실 서로에게 어떤 연관이 있는건지 나는 잘 느끼지 못하고 그냥 재밌어하며..

그렇게 한번 둘러보고는 또 그렇게 빙 둘러나왔다..

 

그리고는 마치 약속 장소에 늦기라도 한 듯..

애를 태우며 그림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림을 보는 느낌은 확실히 전과는 달랐다..

내가 뭔가를 알고 느끼는 거야 아니지만..

적어도 스쳐지나가며 ‘나 갔다왔다~’고 도장 찍는 차원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차이는 있었다..

 

괴테라면 이 그림을 어떻게 느꼈을까..? 하면서 보는 그림..

사실감이 있는지, 정밀하게 표현되었는지..

살아있는 느낌인지..등등을 살피며 보는 그림..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며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내가 예술가라도 된 듯한 행복한 착각도 일고...

 

그렇게 년도 별로 구분되어진 공간들을 지나 초록색으로 되어진 공간엘 들어갔다..

그곳에 바로 Saudade가 걸려있었다..

바로 Almeida Junior의 공간이었다..

 

 

화가 Almeida Junior..

마음에 드는 작품은 신기하게도 모두 그의 작품이어서 누군지 궁금했더랬다..

예술가같은 분위기보다는 왠지 귀족적인 분위기의 외교관 같은 느낌이다..

 

편지인지 조그만 책자인지를 들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그리움에 북받쳐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게 했던걸까..?

그 앞에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Saudade... '그리움'이란 뜻의 Almeida Junior 작품..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그리움'이었다..

그런데 작품 주제가 '그리움'이라니.. 전율이 함께 했던 순간...

 

 

참 재밌는 사실은..

내가 마음에 들어 집었던 모든 엽서의 그림이 모두 Almeida Junior의 작품이었다...

그가 그린 불청객또는 책읽는 소녀등등..

내가 마음에 들어 뽑은 엽서였던 것..

 

그의 그림은 깊은 느낌이 살아있어...

나처럼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공감이 되어졌다..

 

 

Cozinha na Roca (농장의 부엌) Pedro Alexandrino 작품이다..

분위기가 정겹고 따뜻해서 내 시선을 끌었던 작품...

 

 

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 아름답고 사색적인 커피샵은 공사중인건지 어떤 일인지..

안타깝게도 그날은 문이 닫혀있다..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그냥 나와야 했다..

 

Pieta.. Hugo Bertazzon 작품..

 

Tocadora de Guitarra (기타치는 여인)  Victor Brecheret 작품

내가 참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씸플하면서도 정감가는 느낌.. 

 

 

나와서 혼자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지 않고 Livraia Cultura로 향했다...

부탁받은 자료를 쉽게 구할 수가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곳으로 향했다..

남미에서 가장 큰 서점이니.. 구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서였던 것..

 

더웠던 날씨..

서점 까페에서 처음 생각과는 달리 커피대신 차가운 코카에 얼음을 넣어 마시고..

잠시 쉰 다음 위로 올라갔다..

그 곳에선 내가 찾는 자료를 구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앞 서점에서 구할 수가 있었다...

또 간 김에 읽고 싶은 책도 한 권 사서는 나왔다..

 

돌아오는 길..

애리와 리예와 마리아가 좋아하는 쵸콜렛 케잌과..

내가 좋아하는 치즈 케잌을 샀다..

 

..

평화롭고 행복한 하루였다...

괴테 덕분에...

.

.

 

작품을 보는 동안..

mp3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Lobo의 How can I tell her 을 오늘의 음악으로 골랐다...

 

How can I tell her - Lobo


 

She knows when Im lonesome
She cried when Im sad
Shes up in the good times
She s down in the bad
Whenever Im discouraged
She knows just what to do
But girl, she doesnt know about you

I can tell her my troubles
She makes them all seem right
I can make up excuses.
Not to hold her at night
We can talk of tomorrow
Ill tell her things
that I want to do
But girl,
how can I tell her about you?

How can I tell her about you?
Girl, please tell me what to do
Everything seems right
whenever Im with you
So girl, wont you tell me
How to tell her
about you?

How can I tell her
I dont miss her
whenever Im away
How can I say its you
and I think of
every single night and day
But when is it easy
telling someone
were through
Ah girl,
help me tell her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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